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53
53화. 야외수업(3)
“뭐야? 너네는 왜 이렇게 고기가 많아?”
“응, 무비가 사슴을 잡았거든.”
“그래? 거참 얼굴과 달리 재주는 많은 것 같단 말이야.”
내 얼굴과 다르긴 뭐가 달라. 얼굴만큼 재능도 많지. 황보수영은 역시 어떤 말을 해도 외모와 관련짓는다.
“뭐야? 현무조는 사슴까지 잡았잖아?”
악운재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짓자, 추지란이 코웃음을 친다.
“흥, 사형. 원래 저런 중소문파들이 저런 잡일은 잘 하는 법이야. 우리가 사냥을 못 한 이유는 저런 잡일을 안 해봐서 그런 거라구. 우리 청룡조가 사냥은 못 하지만 무공만큼은 모든 조 중에서 최고잖아.”
추지란은 악운재를 달래면서 현무조를 잡일이나 하는 조로 취급한다.
“무비가 사슴을 다 잡고. 운도 좋네. 우리도 사슴을 만났으면 잡았을 텐데. 사슴 구경도 못 했어.”
“맞다. 사슴을 만나기만 했다면 이 오빠가 사슴을 잡았지.”
남궁수지가 사슴 고기를 보고 약간은 부러워하자, 남궁무훈이 가슴을 치면서 자기도 사슴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현한다.
그렇게 각 조 학생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오늘 사냥에 대해서 한 마디씩 평을 한다.
학생들이 다 모이자 표 교관이 학생들이 잡아온 식량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자, 이것이 오늘 너희들이 준비한 식량이다. 지금부터 저녁준비를 하고 저녁식사를 하도록 한다.”
표 교관의 말에 따라 시작된 각 조의 식사준비.
“어? 뭐야? 교관님들은 음식 재료를 준비해왔네? 조교들이 재료를 준비한 것이 음식 재료였네.”
학생을 따라온 4명의 교관과 8명의 조교들. 조교들이 짐을 풀자 다양한 음식재료와 조리도구들이 나온다.
조교들이 만드는 음식들은 학관에서 먹는 음식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피이, 뭐야. 교관님들은 미리 재료 준비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우리는 사냥이나 채집을 해서 먹고. 우리에게도 재료 준비하라 했으면 쌀이랑 조리도구 챙겨서 왔을 거라구.”
당비취의 입이 댓 발은 튀어나온다.
“원래 그런 거야. 전쟁 중에도 병사들은 굶어죽어도 장수들은 따뜻한 밥을 먹는 법이야. 그런 차별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도 수업의 하나로 볼 수 있지.”
“피이, 그래도 좀 너무한 것 같은데.”
다른 조 학생들의 눈치를 보니 대체로 너무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자기들은 힘들게 겨우 토끼 한 두 마리 잡아서 먹어야 하는데, 교관들은 초호화 식사를 준비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는 것이다.
불만이 있지만 교관들에게 항의할 수도 없는 일.
‘내 저럴 줄 알았다. 숭악한 놈들 같으니. 지들끼리만 식사 준비를 챙겨오고, 학생들에게는 입 싹 씻는 놈들.’
학생들에게 자비를 베풀 놈들이 아니다. 저놈들을 믿지 않은 내가 오늘의 승자다.
“자, 현무조! 우리는 재료하고 도구 준비가 끝났으니 요리를 하자.”
그렇게 시작된 현무조의 요리.
“아, 그런데 요리를 하려면 간을 맞추어야 하는데?”
당비취는 소금이 생각나자 얼굴이 어두워진다.
“소금이랑 양념도 가져왔어.”
“뭐야? 소금이랑 양념을 가져왔다고? 소금을 어떻게 준비한 거야?”
당비취의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그건 손연설 뿐만 아니라 현무조 조원 모두가 마찬가지다.
“야외 나갈 때는 항상 준비해서 가지고 다녀.”
내 보따리에서 양념을 꺼내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저녁준비.
돌을 이용해 만든 세 개의 화덕에 불을 지핀다. 한 화덕에는 석판을 올려놓고 고기를 굽고, 다른 화덕에는 석확을 올려놓고 채소와 고기를 함께 넣고 찌개를 끓인다. 나머지 하나는 나무꼬챙이를 이용해 훈제로 고기를 굽는다. 고기 굽는 냄새와 찌개가 익어가기 시작하자 맛있는 냄새가 그윽하다.
– 꿀꺽─
여기저기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 후루룩─
찌개 간을 본 당비취의 눈이 커지면서 초승달 모양이 된다.
“이야, 소금하고 양념을 넣으니까 진짜 고급 요리가 되네. 향이 죽여줘. 육즙도 잘 나와서 찌개가 정말 맛이 끝내 줘.”
“나도 맛 좀 볼래.”
– 후루룩─
다른 조원들도 찌개 맛을 보더니 눈이 커진다.
“캬, 기가 막히는 맛이네.”
모두가 흐뭇해하는 표정으로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본다.
다른 조들도 불을 피워 요리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것은 꼬치에 고기를 굽거나 석판에 굽는 것이 전부. 일단 채소류가 없다.
“아미타불! 무비야!”
운강이 뜬금 없이 현무조에 찾아오더니 불호를 외운다.
“왜?”
“무, 무비야. 나 여기에서 식사 좀 하면 안 될까?”
“너는 백호조잖아. 백호조가 왜 현무조에 와서 식사를 해?”
“우리 조는 고기밖에 없거든. 채소가 없다. 소림승인 내가 고기를 먹을 수는 없잖아. 그 버섯이랑 채소 좀 먹으면 안 될까? 아니면 조금만 줄 수 없을까?”
“채소는 비취가 채집한 거야. 비취야, 운강이 채소 좀 달라는데?”
“남은 것 많으니까 줘도 되지. 내일 또 가서 채취하면 되잖아.”
“비취가 가져가도 된다고 하네.”
“아미타불! 고, 고마워.”
운강이 얼른 인사를 하더니 씻어놓은 채소들을 챙겨서 돌아간다.
잠시 후에는 팽씨 남매가 찾아온다.
“무비야아─!”
아주 친근한 목소리로 부르는 팽무해.
“너는 또 왜?”
“너네 요리하는 것 보니까 뭐, 넣더라. 너, 소금 있지?”
“응. 소금이랑 양념이 있지.”
“어머, 무비 너는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소금을 준비한 거야?”
팽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감탄한다.
“야, 그, 소금이랑 양념 좀 빌릴 수 없을까? 소금 없는 요리는 요리가 아니잖아.”
“맨 입으로?”
“어떻게 하면 되냐?”
“오늘 소금하고 양념을 가져가는 대신 내일 토끼하고 꿩 한 마리 갖다 줘.”
“소금하고 토끼 꿩을 물물교환하는 거라 이거지? 알았어. 내일 꼭 잡아서 갖다 줄게.”
그렇게 팽무해는 소금하고 양념을 받아간다.
“자 식사하자. 모두 그릇 들고 덤벼.”
당비취의 말에 현무조 조원들이 그릇과 수저를 잡고 달려든다.
“아구아구! 얌냠냠! 와 맛있다.”
– 후루룩─ 후룩─
“와, 이 국물 맛있다. 육수에 버섯에 채소까지 어우러져서 끝내주는데?”
“그게, 육수하고 채소만 있으면 맛이 안 나. 소금하고 양념이 들어가서 그런 거야. 소금만 들어가도 완전히 맛이 달라지지. 이게 다 무비가 가져온 소금 덕이라고.”
“맞아. 무비가 소금을 준비한 덕에 이렇게 맛있는 고기하고 찌개를 먹는 거야. 이 정도면 학관의 식사하고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는데.”
조원들은 모두 만족한 표정을 신나게 식사를 한다. 모든 조원이 나를 향해 손가락을 치켜올리면서 내가 최고라는 감사인사를 한다.
‘흐음, 맛있기는 하네. 하긴 돌판구이에 훈제고기에 육수가 어우러진 국물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지.’
소금이 없다면 실로 먹기 어려운 식사지만 소금이 들어가니 모든 음식이 맛있다.
“음냐음냐, 무비 너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어떻게 소금을 가져올 생각을 다 했냐.”
그게 다 실전경험이라는 거다. 그리고 저 교관놈들을 잘 알거든. 숭악한 놈들이라니까.
“아, 도저히 못 먹겠어. 뻑뻑해서 먹기 힘들어. 그리고 왜 이렇게 누린내가 나는 거야?”
추지란은 식사를 하다가 포기를 한다. 소금 없이 뻑뻑한 고기만 먹으려는 잘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추지란 뿐만 아니라 청룡조와 백호조 조원들은 모두 인상을 쓰면서 식사 중이다. 소금과 양념이 없으니 뻑뻑하고 누린내가 나서 먹기 어려운 것이다.
“팽유진, 너네는 잘 먹네? 무슨 비결이라도 있냐? 우리랑 같은 토끼고기인데 너네 주작조는 맛있게 먹네.”
“소금하고 양념을 발랐잖아.”
“소금하고 양념? 그게 어디서 난 거야? 교관님이 준 거야?”
“아니, 무비한테 받아온 거야.”
“무비한테? 무비가 소금하고 양념이 있어?”
“응, 가지고 왔더라고. 오빠가 그것 보고 가서 얻어온 거야.”
팽유진의 말에 추지란이 어슬렁거리면서 현무조 근처로 오더니 현무조 식사풍경을 본다.
“뭐야? 여기는 냄새가 다르네. 누린내도 안 나고. 찌개에 국물까지 있어.”
“지란이 너는 현무조에 왜 온 거야?”
가까이 접근하는 추지란을 보면서 한 마디 하는 당비취.
“너네는 다른 조랑 음식이 다르네?”
“응, 다르지. 이거 국물 한 번 먹어 봐.”
당비취가 찌개를 떠서 한 입 먹여주자 맛 보는 추지란.
– 후루룩─
“우와, 이거 진짜 맛있네. 야, 이게 소금하고 양념을 넣어서 그런 거지? 너네, 소금하고 양념 있다며?”
“응, 무비가 가져왔지.”
“그거 우리도 좀 주라.”
잡일이나 하는 조로 취급할 때는 언제고 추지란은 현무조에 와서 소금을 구걸한다.
“그냥은 안 돼. 무비가 토끼하고 꿩 한 마리랑 교환하는 것 같더라.”
“토끼하고 꿩? 동기 사이에 그렇게 물물교환을 해야 해? 그냥 좀 주면 안 돼?”
“실전 중심 수업인 거 몰라?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진짜 전쟁터면 금보다 귀한 게 소금이야.”
“흐음, 알았어. 조원들과 상의해 볼게.”
추지란이 청룡조에 가서 상의를 하자 악운재하고 풍장현이 같이 온다.
“야, 무비야 우리도 토끼하고 꿩 한마리 줄 테니까 소금하고 양념 좀 주라.”
“그래. 내일 사냥해서 갖다 주어야 해.”
결국 청룡조에 이어 백호조까지 사냥감과 교환하기로 하고 받아가는 소금.
“음냐음냐, 무비야, 이러면 우리는 가만 있어도 내일 토끼 세 마리 꿩 세 마리가 생기는 거 아냐? 세 조가 모두 소금이 필요하잖아.”
“그런 셈이지. 내일 뿐만 아니라 매일 소금이 필요하니 열흘 내내 사냥해서 우리 현무조에게 갖다 바쳐야지.”
“그럼 우리는 사냥 안 해도 되는 거야?”
“그래도 사냥하고 채집은 해야지. 저놈들이 사냥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잖아.”
“아, 그러네. 다른 조에서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이 없네.”
식사가 끝날 때쯤 도 교관이 어슬렁거리며 근처로 온다.
“크크, 이것 봐라. 생각보다 호화로운 저녁식사를 했네. 소금하고 양념까지 가져온 뒤에 석확까지 만들어 찌개를 끓여먹다니. 현무비 학생의 준비성이 놀라워. 이렇게 되면 먹을 것 문제로 고생 좀 하겠다는 우리의 예상을 뒤엎는 건데.”
도 교관이 포만감을 느끼며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현무조 조원을 보면서 차가운 웃음을 짓는다.
자신들의 예상과 달리 고기에 찌개까지 맛있게 요리를 해서 먹은 현무조는 마치 봄놀이 나와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즐기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크크, 고생을 좀 해야 실전감각이 익혀지는데, 이렇게 편해서야 실전감각이 익혀지나.”
저 놈이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실전은 지겹도록 겪은 내게 더 이상의 실전교육은 필요 없다구.
아무래도 도 교관 저놈의 흉계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뭔가 싸늘한 느낌이 등골을 스쳐간다.
역시 불안한 예감은 빗나간 적이 없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야외 훈련 방법을 설명한다.
“오늘부터 실습 훈련을 시작한다. 각 조에게 깃발을 하나씩 주도록 하겠다. 반 시진 후에 네 명의 교관이 각 조를 추격할 것이다. 그런 후에 깃발을 빼앗을 것이다. 신시까지 깃발을 지킨 상태로 이곳에 복귀하는 조는 벌칙 없이 저녁식사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안에 깃발을 뺏긴 조는 벌칙을 받느라 식사를 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표 교관의 설명을 들으면서 의문을 표시하는 학생들.
“교관님, 그럼 하루 종일 교관님을 피해 다녀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럼 사냥하고 채집은 언제 합니까?”
“전쟁터에서 전쟁을 쉬면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아나? 목숨 걸고 싸우면서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내서 식사를 하는 법이다. 물론 싸우느라 바쁘면 몇 끼 정도는 굶을 수밖에 없지.”
표 교관의 말을 이해하자 얼굴이 굳기 시작하는 학생들. 교관들로부터 깃발을 수호하면서 사냥과 채집도 병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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