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ctious Disease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51
250화 벽안의 마녀 (6)
느닷없이 등 뒤에서 들려온 인기척.
이윽고 어두운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리아였다.
“뭐야? 너였냐?”
“그래, 생각보다 빨리 와서 놀랐냐?”
“크읍! 이 X끼! 마녀랑 한통속이었군.”
“뭐래? 병X이……. 넌 한마디만 더 하면, 말 한마디마다 손가락 하나씩 쳐낸다.”
김종직은 내 협박이 두려웠던 모양인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리아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마녀다! 마녀가 나타났다!”
“마녀가 외지인을 홀려서 수족으로 삼았다.”
“회장님이 마녀에게 잡혔다!”
.
.
하지만, 리아는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에도 개의치 않고, 김종직의 이중적인 면모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어이! 다들 조용히 해 봐. 김종직 이 사람이 군인이었던 건 다들 알고 있지? 이 X끼가 회장이랍시고 자신이 만든 모임을 이용해서 이 마을을 지켜 준다 어쩐다 하면서 대접받고 있잖아?”
“근데, 이 X끼 완전 쓰레기야. 진부령을 지나가는 외지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나 남자가 있으면, 자기 관사에 가둬 놓고 노리개로 삼고 있는 건 알고 있냐?”
“이 X끼 부하들도 똑같아. 김종직처럼 가둬 둔 여자들 강간하고. 반항이라도 하면 때리다 죽이고, 숲에다 파묻어.”
“무……무슨 소리야. 난 그런 적 없어.”
휙- 뻐억-!
“크흡!”
“넌 그냥 닥치고 있어.”
리아는 김종직의 주둥아리에 주먹을 꽂아 넣은 뒤, 또다시 말을 이어 갔다.
“어이! 마을 사람들. 곰곰이 잘 생각해 봐. 마을로 들어온 외지인은 많은데, 떠난다는 말도 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외지인들 많잖아?”
“맞아, 있었지…….”
“마을 사람 중에도 사라진 사람이 있어!”
“맞어. 작년에도 있었고, 두 달 전에도 있었지.”
.
.
마을 사람들이 리아의 말에 동조하여, 사라진 외지인들에 관한 얘기를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김종직이 밤만 되면 외출을 통제하고, 자기 관사 근처로 접근하지 못하게 한 이유가 이거야.”
“어이! 김종직 똘마니들. 이 X끼 밑에서 사리사욕 채우니까 좋았냐? 븅X들. 따라오면 니네 대장 뒤지니까, 딱 거기 서 있어.”
리아와 나는 김종직을 인질로 잡은 채, 김종직의 부하들이 얼어 있는 틈을 타 숲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질-! 질-! 질-! 질-!
“이쯤에서 버리고 가자. 내가 뒤통수 한 번 더 칠게.”
“아니, 잠깐만!”
휘익- 뻐억-!
“크헙……!”
“이정도면 두 개 다 터졌겠네. 너는 앞으로 평생 고자로 살아라.”
“크흐읍…….”
김종직은 사타구니를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몸을 새우처럼 둥글게 만 채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했다.
리아와 나는 재빨리 숲속 깊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헥- 헥- 헥-
그 순간, 우릴 기다리던 북극이가 나와 리아 옆으로 재빨리 따라붙었다.
십여 초 후.
수십 미터 뒤에서 분노에 찬 김종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X신 새X들아! 뭘 그렇게 멀뚱멀뚱 서 있어? 얼른 가서 저 년놈들을 쫓아가서 죽여!”
곧이어 김종직의 명령을 받은 부하들이 우르르 숲속으로 몰려들어 와, 우리를 뒤쫓기 시작했다.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이 녀석들은 멍청한 건지, 아니면 자신감이 넘치는 건지 모르겠지만…….
손전등을 하나씩 꺼내 들어 자신의 위치를 드러낸 채 우릴 쫓아오고 있었다.
어두운 밤에 켠 손전등은 자신의 시야를 넓혀 주는 유용한 도구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어둠 속에 있는 적에게 내 위치를 알려 주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심지어 나와 리아는 자신의 위치를 알려 주는 적을 공격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스윽- 구구구국-
티잉- 쇄애애애액- 퍼억-!
“끄아아아악……!”
슥- 구구구구국-
피잉- 쉬이이이익- 푸욱-!
“크아악! 다들 손전등 꺼! 년놈들이 활을 쏜다!”
두 명이 화살에 맞고 난 후에야 손전등을 끄는 걸 보면, 자신감이 넘쳐서 손전등을 켜고 쫓아온 게 아닌 건 확실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는 손전등을 켜자마자 우리의 표적이 될 게 분명한 상황.
그렇기에 오직 육안을 이용해서만 우릴 뒤쫓을 수 있었다.
어두운 강원도 산속은 사물의 실루엣이나 겨우 구분할 정도…….
심지어 실루엣을 구분할 수 있는 가시거리가 워낙 짧았기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거리는 청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바스락-
타앙-! 타다당-! 타당-!
김종직의 부하들은 그저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은 기척만 들려오면, 곧바로 총을 쏴 갈기기 시작했다.
곧이어 미리 덫과 함정을 준비해 둔 곳에 다다르자, 리아와 나는 북극이를 데리고 재빠르게 몸을 숨겼다.
바스락- 바스락- 피잉-! 부우웅-
“으아아악……!”
타다다당-!
잠시 후, 우릴 뒤쫓던 김종직의 부하 하나가 덫에 걸려 공중으로 딸려 올라가는 소리와 함께 실수로 방아쇠를 당긴 듯한 총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첫 함정 발동을 시작으로 곳곳에 설치한 함정이나 덫에 걸리는 기척들이 들려왔다.
“으아악! 뭐……뭐야?”
“끄아아악!”
“함정이다! 조심해!”
.
.
하지만, 우릴 뒤쫓는 김종직의 부하들 전부가 함정에 걸려 무력화된 것은 아니었다.
함정에 걸린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소진한 칼을 이용해 올가미를 끊고 탈출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윽고 어두운 산속에는 살벌한 추격전이 이어졌다.
부스럭- 부스럭-
타다당-! 타당-!
부스럭-
타앙-! 탕-!
삽시간에 숫자가 줄어든 김종직의 부하들은 또다시 조그만 인기척이라도 들리기만 하면, K2소총의 방아쇠를 당겨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아와 나는 미리 익혀 둔 주변 지형을 이용해 김종직의 부하들을 야금야금 처리할 뿐이었다.
스윽- 구구구국-
피잉- 쇄애애애액- 푸욱-!
“끄아아아악……!”
부스럭-
타다다당-! 타다당-!
어느새 한 명밖에 남지 않은 추적자.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사방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놀라, 연신 K2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다당-! 타다당-! 타다다당-!
철컥- 틱-! 철컥- 철컥- 틱-!
하지만, 탄약이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산골짜기에 요란하게 울려 퍼지던 총성은 금방 멎어 버렸다.
“이제 다 처리한 거 같지?”
“그래, 지금부터는 한 명씩 포획하자.”
리아와 나는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 하거나, 화살에 맞아 제대로 운신하지 못하는 김종직의 부하들.
그리고 탄약이 떨어져 어쩔 줄 모르는 녀석들을 한 명씩 한 명씩 포획하기 시작했다.
* * *
김종직의 관사로 사용하는 호화 리조트 앞에는 거대한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며, 사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리고 모닥불 주변에는 손발이 포박된 김종직과 그의 부하들 쓰러져 있었다.
십여 명에 달하는 김종직의 부하 중에는 멀쩡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어깨나 허벅지에 화살로 인한 자상을 입은 사람.
덫에 걸린 채 반항하다 맞아 타박상을 입은 사람.
올가미에 걸려 탈출하다가 찰과상을 입은 사람.
그리고 리아와 싸우다가 골절상을 입은 사람까지…….
김종직의 부하들에게서 뺏은 K2소총이 15정, K5 권총이 2정이었다.
그 외에도 김종직의 관사를 뒤지다가 찾은 5.56mm 탄약이 수백 발에 달했다.
물론 수류탄과 클레이모어 지뢰 등의 군용 화기(火器)들도 있었다.
만약 우리의 기습이 성공하지 않았다면, 이들이 갖고 있던 화기(火器)를 상대로 싸워야 했을 것이 분명했다.
여차하면 목숨이 위태로웠을 수도 있었던 전투인 셈이었다.
“어이! 김종직 씨, 당신 여단장이었어?”
김종직과 부하들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관사에서 꺼낸 짐들을 살펴보던 중, 대령 계급장이 달린 군복을 발견했기에 던진 질문이었다.
“…….”
딱히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니, 내 추측이 맞는 것 같았다.
아무리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지만, 이건 생각지도 못한 상황…….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했어야 할 군인들이 외딴 마을의 사람들에게 왕 대접을 받으며, 떠돌이 생존자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욕구를 풀고 있던 것이었다.
이들의 처우를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
내게 이들을 처벌할 권한이 있을 리가 없었다.
만약, 처벌할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를 몰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하는 사이, 마을 주민 중 한 사람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저기요! 고성 방향 46번 도로에서 뭔가가 올라온답니다.”
“이 시간에요?”
“예!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는데, 탱크 같은 게 올라오는 거 같답니다.”
마을 주민의 말을 듣는 순간, 김종직에게 동료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김종직을 쳐다봤다.
하지만, 김종직 또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우웅-
드드드드드드드-
곧이어 육중하고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끼기기기긱- 끼기긱-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K200 장갑차였다.
나와 리아를 포함하여 마을에 모인 모두가 긴장한 표정으로 장갑차를 쳐다보는 사이.
철컹- 구구구구구- 쿠웅-!
타다닥- 타다다닥-
장갑차의 후면 해치가 열리며, 내부에 있던 군인들이 튀어나와 모닥불 주변을 에워쌌다.
부아아아앙- 끼이익-
그리고 뒤늦게 도착한 SUV 한 대.
곧이어 SUV 운전석에서 내린 이는 백훈 아저씨였다.
“아빠!”, “아저씨!”
“리아야, 태경아. 괜찮니?”
“그럼, 난 괜찮지. 근데 어떻게 벌써 왔어?”
“김대호 회장님께 여기서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니까, 노발대발하시면서 쫓아내듯 보내셔서 금방 올 수 있었어. 그나저나 이게 무슨 일이냐?”
”그게……. 나랑 태경이가 아까 말했던 사람들을 다 잡았어.“
”뭐? 둘이서 다 잡았다고?“
”응, 태경이가 2/3 정도 잡았을걸?“
”허허……. 이 녀석 안 본 사이에 훌륭한 남자가 됐구먼. 이젠 장가 보내도 되겠어.“
”아빠! 실없는 소리 그만하고,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해?“
”이 사람들은 군법에 따라 처벌해야지. 괴멸된 줄 알았던 정부군과도 얼마 전에 연락이 됐으니까, 군사법부에 이들의 범죄 행위를 고발해서 재판을 받으면 돼.“
백훈 아저씨는 장갑차의 무전기를 이용해 고성에 막사를 마련해 둔 ‘그림자 여단’ 본부에 무전을 보냈고, 김종직과 부하들을 수송할 차량을 요청했다.
몇 시간 후, 백훈 아저씨가 요청한 트럭과 증원군이 도착하여 김종직과 부하들을 수송해 갔다.
그리고 나머지 병력들은 진부령 산골짜기 마을에 남아 마을 치안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한편, 김종직에게 붙잡혀 있던 사람들은 ‘그림자 여단’에서 운영하는 대피소로 옮겨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다.
김종직이 감금한 사람 중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있었으며, 대부분이 온몸에 상처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 이제 속 시원하냐?“
”그래, 네가 도와준 덕에 가능했다. 이 녀석……. 나는 네가 살만 빠진 줄 알았는데, 안 본 사이에 많이 세졌어?“
”원래도 셌거든? 이곳에 남은 일들은 다른 분들이 처리하신다고 하니까, 우리도 슬슬 고성으로 넘어가자.“
”그래, 가 보자고!“
진부령 산골짜기 마을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한 만큼, 홀가분한 마음으로 SUV에 몸을 실었다.
부아아아앙- 부아앙-
이윽고 SUV의 헤드라이트가 진부령 산골짜기의 어둠을 밝히며, 강원도 고성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