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61
61화. 비밀안가(2)
놈과 결전을 준비하는데 돌연 적안혈수의 몸이 전광석화처럼 움직인다.
– 휘릭─ 부웅─
– 푹─
“끄윽!”
“빌어먹을!”
내 입에서 동시에 욕이 튀어나오면서 적안혈수를 향해 움직인다.
– 챙─
-촤좌좍─
“이것 봐라? 이놈의 무공 실력이 결코 낮지 않은데? 저놈을 일단 먼저 죽이고 시작한 것이 잘한 것 같군. 네놈하고 싸울 때 저놈이 도망갈 뻔했어.”
나와 검을 부딪친 적안혈수가 뒤로 밀려나면서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저 사내는…?’
적안혈수는 냉정한 놈이었다. 일단 놈은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내게 한눈을 팔지 않고 자신이 추격하던 목표물부터 확실하게 제거하기 위해 움직였다. 사내는 적안혈수의 공격을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기력이 쇠한 상태에서 적안혈수의 공격을 온전하게 피하기는 어려웠다.
바닥에 드러누운 상태에서 숨을 헐떡이는 사내. 딱 봐도 곧 죽을 상이다.
‘빌어먹을, 적안혈수 저 놈의 집요함을 감안했어야 하는 건데.’
물론 내가 사내의 보호에 소홀한 것은 실수로 볼 수 없다. 적안혈수는 나로서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태. 그러니 당연히 나로서는 적안혈수가 나를 공격하는 순간을 대비하는 것이 옳다.
내 목표는 사내의 보호가 아니라 적안혈수를 죽이는 것이니까. 그러니 사내를 보호하는 일보다는 적안혈수와 전투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적안혈수는 그 점을 알고 내가 아닌 사내를 먼저 공격한 것이다. 놈은 나와 싸우면서 힘을 뺄 이유가 없었다. 자신의 제거 대상에 집중했고, 그 전략대로 사내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일에 성공했다.
어쨌든 이제는 나와 대치를 한 상태. 적안혈수 역시 더 이상 사내에게 주의를 분산시킬 여력이 없다.
단 한 차례의 공방이었지만 서로에 대한 수준을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라 나도 적안혈수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
‘다행이군. 내공이 나보다 많이 높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적안혈수의 내공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것은 내게 희소식이다.
사실 영약을 먹지 않는다면 무공 수련 기간에 비례해 쌓이는 것이 내공이다. 적안혈수의 내공은 1갑자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결코 적은 내공이 아니지만 많은 내공도 아니다.
내공에서는 별 차이가 없으니 초식과 숙련도에서 승부가 갈라질 것이다. 그리고 초식과 숙련도에서는 내가 당연히 적안혈수를 압도한다. 그러니 놈과의 대결은 내가 이길 것이다.
적안혈수의 눈에 긴장이 가득하다. 어린 내가 생각보다 높은 내공을 지니고 있으니 의아한 것이다.
“고작 20살 정도에 불과한 놈이 나와 비슷한 수준의 내공이라니. 놀랍군. 하지만 내공만으로는 나를 상대할 수 없지.”
적안혈수는 비릿하게 웃으며 미소를 보였다. 비슷한 내공이라면 수십 년을 수련한 자신이 당연히 우위에 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건 니 생각이고. 너의 실수가 바로 나를 스무 살로 보고 있다는 점이지.’
적안혈수가 나를 스무 살짜리로 보고 있다는 것 또한 내게는 희소식이다. 놈이 그만큼 방심할 것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놈의 방심을 이용할 생각이다.
– 휘릭─ 부웅─
놈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챙─ 채앵─
놈의 실력은 확실히 22년보다 훨씬 향상되었다. 세월이 지나는 동안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흠, 어린 놈이 꽤나 잘 막는군. 허나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월광류─!’
– 채앵─
현무문의 무공만으로 적안혈수를 상대한다. 그리고 초식의 숙련도 역시 낮추어서 상대한다. 적안혈수의 생각대로 스무 살에 불과한 후기지수로 위장하기 위함이다.
놈과 나의 실력 차이는 크지 않다. 서로 전력을 다한다면 내가 적안혈수를 죽인다 하더라도 나 역시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팔다리 하나는 잘려나갈 것이다. 그러니 놈의 방심을 이끌어내 기회를 노려야 한다. 그때까지는 방어 위주다.
적안혈수의 공격이 점점 거세진다. 나는 간신히 막아내는 것처럼 위장한다.
‘놈이 나를 스무 살 후기지수로 알고 있다는 점이 놈의 약점이야. 내가 가진 장점은 내가 수라검신이라는 사실. 이 두 가지를 이용해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해.’
– 캉─ 촤아앙─
검이 검을 때리고, 검신이 검신을 밀고 들어간다. 때리고 막고, 휘두르고 막고, 밀고 밀리기를 반복하면서 나는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아니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으니 밀리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셈이다.
놈의 눈빛이 더욱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하면서 입꼬리가 올라간다.
‘놈이 비장의 수를 쓸 모양이군.’
초식과 힘에서 앞서기 시작한다고 생각한 적안혈수는 마침내 비장의 수를 써서 나를 단번에 궁지로 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미 놈의 수법을 몇 번 겪어봤기에 안다.
‘네놈의 수법을 내가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 너의 패배 원인이 될 것이다.’
예상대로였다. 적안혈수가 전략을 끌어올리더니 검을 휘두른다.
– 부웅─ 쇄애액─
검을 따라 공기가 갈라지는 속도가 귓가를 파고든다. 적안혈수의 이번 공격은 피하기도 어렵고, 대충 막기도 어려운 공격이다. 저 공격을 막기 위해서 상대 역시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적안혈수가 노리는 수다.
‘붉은손! 저놈의 별명이 적안혈수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종종 잊고 있지.’
적안혈수가 검을 주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놈과 싸우다보면 놈의 무기인 검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놈의 별호가 혈수인 이유를 잊어서는 안 된다. 저놈의 손이 붉다는 이유만으로 붙은 것이 아니다.
‘혈수조! 놈이 가진 비장의 무기 중 하나지.’
놈의 손이 상대의 가슴을 파고드는 순간 놈의 손에 피가 뚝뚝 흐르는 심장이 들려있게 된다. 놈의 손이 피로 물들기 때문에 놈의 별호가 적안혈수인 것이다. 놈은 검술 뿐만 아니라 혈수조라는 위력적인 조공을 가지고 있는 놈이다.
– 쇄애액─
놈의 검이 내 목을 노리고 쇄도한다. 놈이 꺼낸 비장의 수. 그리고 이것이 내가 밀리는 척하면서 기다렸던 단 한 번의 기회다.
– 쉬익─
내 검은 일직선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놈의 눈에 의혹과 놀람이 가득해진다.
그러나 놈의 입꼬리는 웃고 있었다. ‘미친놈!’이라고 나를 비웃는 것이다.
전력으로 막아도 밀릴 수 있는 공격이었다. 일직선으로 움직이는 내 검이 놈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놈의 검이 접근했을 때 빗겨흘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공격으로는 놈의 검을 밀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놈은 알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마침내 놈의 검과 내 검이 가까워진 순간.
– 철컹─
묵철방패신환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순간 화등잔처럼 커지는 놈의 눈.
‘늦었다. 이 새끼야! 흑살쾌─!’
– 카앙─ 푹─
“끄윽!”
놈의 검은 내 목이 아니라 내 왼팔에 들린 묵철방패신환을 때렸다. 반면 나는 가장 빠른 초식인 흑살쾌를 이용해 놈의 심장을 신속하게 찔렀다.
놈의 혈수조가 시전될 틈도 주지 않았다. 놈의 혈수조가 아무리 위력적인 조공이라 하더라도 놈의 팔보다는 내 검의 길이가 압도적으로 길다. 놈이 펼치려던 혈수조는 내 몸에 닿지도 못 했다.
죽어가는 놈의 눈이 불신과 경악으로 가득하다.
“끄으윽… 이, 이 초식은…? 아니야. 그럴 리가… 어찌… 수라… 끄흑!”
놈은 자신의 심장에 박힌 검과 나를 차례대로 보면서 불신에 찬 눈을 부릅뜨면서 목을 떨구었다.
‘수라검신 맞아 새끼야. 드디어 이놈에게 복수를 했네. 죽일 놈의 새끼! 아, 이미 죽였구나. 이미 뒈진 새끼!’
심호흡을 하면서 놈의 심장에 박힌 묵룡신검을 뽑는다. 처음부터 놈이 나를 수라검신으로 알고 전력을 기울였다면 놈을 죽인다 하더라도 내 사지 중 한 두 개는 잘려나갔을 것이다. 놈이 나에 대해 몰랐던 것이 기회를 만들었다.
또한 조금 전의 기회가 왔다 하더라도 순수하게 무공만으로 놈의 검과 혈수조를 피하면서 놈에게 치명상을 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놈의 검을 막고 공격해야 할 테니, 아마도 놈의 혈수조에 몸 일부는 뜯겨나갔을 것이다.
‘묵철방패신환의 역할이 크네. 적들이 방패의 존재를 모르고 공격하다가 갑자기 자신의 공격이 막히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지.’
22년 만에 만난 적안혈수와의 전투는 복수전으로 끝났다. 놈이 나에 대해 몰랐던 정보격차와 묵철방패신환이 놈을 죽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순수하게 무공만으로 겨루었다면 나 역시 성치 않을 뻔했다. 결코 만만한 놈이 아니었다.
“아참, 죽었나?”
쓰러진 사내 곁으로 가서 상태를 확인해 보니 그야말로 거의 죽기 일보직전이다.
사내의 눈빛이 나를 바라보는데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다.
“후읍─!”
진기를 사내의 몸 안에 불어넣자 잠시 생기가 돌아오는 눈빛.
“악… 천군! 지옥… 끄으으…!”
사내는 마지막 남은 기력을 짜내 두 마디 정도를 간신히 토하더니 숨을 거둔다. 마지막 말을 하기 위해 남은 생명의 불꽃을 태운 것이다.
“뭐라는 거야? 악천군? 그게 누구야? 지옥? 이건 또 무슨 소리고? 제대로 말을 하지 않고 죽어버렸네.”
도무지 알 수 없는 두 마디를 남긴 채 죽은 사내. 사내가 남긴 낱말은 오히려 내게 의문만 남기고 말았다.
“흠, 악천군? 먼저 꺼낸 것이 이거지. 이게 핵심인데. 사람 이름 같은데. 무슨 의미일가?”
사내의 몸을 뒤져봤지만 나오는 것은 단서가 될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개천혈교에 심어놓은 세작인가? 몸에 아무 것도 없네. 세작들이 체포될 때를 대비해 몸에 아무 것도 안 가지고 다니지. 모든 것은 머리 속에 담아두지.”
이번에는 적안혈수의 몸을 뒤진다. 역시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없다.
– 철그렁─
놈의 돈주머니를 꺼내서 확인해 보니 적지 않은 돈이 들어있다.
“상당한 금액이네. 이건 전리품으로 압수.”
더 이상의 단서가 없으니 두 인간의 시체 처리를 고민한다. 그대로 두고 다른 놈들에게 발견되면 골치 아플 것 같다.
“적안혈수의 시체를 보면 개천혈교에서 눈에 불을 켜고 범인을 색출하려 들 거란 말이야. 그러면 이곳을 오간 나를 찾아낼 가능성도 있고. 역시 행방불명 처리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지. 갑자기 적안혈수가 행방불명되면 놈들도 우왕좌왕 할 테니 일석이조야.”
두 시체에 적당한 무게의 돌을 매달아 강물에 던져 버린다. 나만의 시체 처리 수법이다.
돌이 무거우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수색대에게 발견될 우려가 있고, 돌을 안 달면 강물 위로 떠다니다 바로 발견된다. 하지만 적당한 무게의 돌을 달면 강물에 가라앉은 상태에서 시체는 수중에 뜬 상태가 되어 강물의 흐름을 따라 이동한다. 시체는 끝내 발견되지 않고 물고기 밥이 되거나, 발견되더라도 한참 먼 곳에서 발견되니 범인을 알아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피 묻은 흙까지 긁어내서 강물에 버림으로써 현장 정리까지 깔끔하게 한 다음에 부두로 향하니 마음이 상쾌하다.
“기분 좋네. 적안혈수 그놈에게 복수를 다 하다니.”
왼손에 채워진 묵철방패신환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대한한 물건이야. 성능도 성능이지만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적들이 이 방패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 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야. 방패로 적의 공격을 막으면서 생기는 빈틈을 이용하면 어지간한 고수라도 다 당할 수밖에 없지. 죽여주는 신병이기를 얻었다니까.”
하지만 사내가 마지막에 남긴 말은 여전히 머리 속에서 의문으로 맴돈다.
“악천군? 이게 무슨 뜻일까? 사람이름인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말이야. 도대체 이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 이름이기에 적안혈수가 직접 추격에 나선 거냐고.”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할 때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 내가 두 사람을 만났던 일은 누구에게도 비밀로 해야 할 일이다. 개천혈교는 물론이고 백정맹과 정파 인물에게도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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