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62
62화. 청루단과 거래(1)
낙양으로 돌아온 후에는 바로 백정학관으로 복귀하지 않고 객잔에 방을 잡았다. 작약만향과 일도 있기 때문에 아예 홍청루에 방을 잡았다. 작약만향을 찾으려는 이유는 악천군이라는 이름이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다. 내 힘으로는 악천군이라는 자를 찾을 수 없으니 청루단의 힘을 빌릴 수밖에.
“의뢰를 하기 위해서 찾았다고요? 그럼 먼저 청루단의 일부터 처리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시죠?”
작약만향은 다시 찾아온 내가 정보를 의뢰하려고 왔다고 하자, 선조건을 꺼낸다.
“그건 알고 있소. 다만 내가 사흘 뒤에는 휴가가 끝나고 다시 백정학관에 들어가야 하니 사흘 안에 끝낼 수 있는 일로 제시하면 좋겠네요.”
“사흘 안이라. 그렇다면 하나 있지요. 대신 난이도는 어려워요. 난이도가 어려운 만큼 처리해주면 두 개의 청루패를 드리죠.”
“두 개의 청루패요? 보기 드문 조건인데, 그만큼 까다로운 일인가 보군요.”
“이미 두 명이 의뢰를 받아 움직였지만 실패한 의뢰예요.”
“나보다 앞서 두 명의 의뢰를 수락했는데, 실패했다는 겁니까?”
“네. 두 명 모두 시체로 발견되었지요. 그만큼 상대가 고수라는 뜻이에요.”
지금 나로서는 난이도보다는 시간이 더 까다로운 조건이기에 작약만향의 의뢰를 거절할 수 없다. 도대체 상대가 누구기에?
“어떤 일입니까?”
“탐화도부라는 자가 있어요.”
탐화도부? 아는 놈이다. 이름대로 여자를 꽤나 밝히는 놈이다. 그러나 별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매우 거칠고 잔인한 놈이다. 오죽하면 짐승을 도살하는 자에게 붙이는 ‘도부’라는 별호를 붙였겠는가. 놈의 별호에 붙은 ‘도’는 칼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도살’을 뜻하는 낱말이다.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는 자요. 상당한 고수지요. 다만 행동은 매우 거칠고.”
“그 자를 제거해주세요.”
“그놈이 뭔가 일을 저지른 모양이군요.”
“우리 아이들이 벌써 세 명이나 그자에게 죽어나갔어요. 기루를 찾아서 시중 들기 싫다는 기녀들을 강제로 수청을 들게 했고, 거절한 기녀들을 죽였죠. 그것도 잔인하게 성폭행을 한 뒤에요.”
“놈이 사람들 보는 앞에서 죽였다는 거요?”
“공개적으로 죽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증거는 그자가 죽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자가 기루에 나타나기만 해도 아이들이 모두 공포에 떨고 있어요. 워낙 거친 자라 관아의 재판을 이용한다면 재판을 건 사람을 죽일 것이 뻔해요. 관아의 힘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자가 아니죠. 워낙 고수고, 잔인한 자라 우리도 손을 쓰지 못 하고 있어요.”
실력은 좋지만 평판이 좋은 놈은 아니다. 무공 실력 하나는 출중하지만 워낙 행동이 개차반이고, 특히 여자를 밝히면서도 여자를 거칠게 다루어서 옛날부터 평판은 바닥이었던 놈이다. 다만 사람 죽이는 실력 하나는 탁월해서 거친 행동과 상관없이 의뢰는 꾸준하게 받는 자였다.
어쨌든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세월이 지난 지금도 과거의 못 된 버릇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때는 기녀를 죽이는 정도까지 막 나가지는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성격이 더 나빠진 모양이다. 어쨌든 그런 놈이라면 죽일 만하지.
“탐화도부라. 접수하겠소. 가까운 곳에 있는 거요?”
“낙양에 있어요. 살수거리에 있다는 것까지는 알아요. 하지만 그곳이 워낙 위험한 거리라 더 이상 파고들기는 어려워요.”
“살수거리에 있다면 내가 알아볼 수 있소.”
탐화도부라는 놈이 상당한 고수지만 나쁘지 않은 조건이기에 바로 수락했다. 청루패 두 개면 청루단을 두 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약만향의 의뢰를 승낙한 후에 준비를 한다.
“오랜 만에 하는 거라 잘 될지 모르겠네.”
현무비의 얼굴로 살수거리에 가서 일을 처리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러니 변장을 하고 움직여야 한다. 시장에 가서 변장에 필요한 것들을 사온다.
“우선 얼굴과 골격부터 변장하고.”
– 우두둑─ 우두둑─
뼈가 우둑우둑 부딪치는 소리가 나면서 골격이 변하기 시작한다. 거울 앞에서 상태를 확인하니 만족스럽다. 잘 생긴 현무비는 사라지고 평범한 얼굴과 어깨가 좁고 키도 조금 줄어든 평범한 사내가 거울 앞에 서있다.
“후, 오랜만에 시도한 것인데도 어느 정도 먹히네. 예전 몸이 아니라 조금 어색하지만 골격이 잘 변형됐어.”
수라변체술은 사실 변장술이 아니다. 원래 목적은 살수들의 잠입을 위한 골격 변형용으로 만든 무공이다. 좁은 곳을 통과할 수 있도록 골격을 변형시키는 무공이니, 축골공과 같은 유형의 무공인 것이다.
골격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수라변체술을 변장술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효과는 꽤 좋았다. 신체 골격과 얼굴 골격을 바꾸고 변장을 조금만 해도 수라검신의 모습을 감추고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화신투의 변장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충분히 쓸 만하지.”
골격만 바꾸는 무공이다 보니 피부 변장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얼굴 변장은 손을 더 봐야 한다. 시장통에서 산 화장품과 가짜수염 등을 붙여서 추가 변장을 보탠다.
“역시 번거로워. 하지만 신분을 감추려면 어쩔 수 없지. 자, 이제 복장하고 무기도 변장해야지.”
살수거리의 살수들은 눈썰미가 뛰어난 놈들이다. 한 번 보면 기억에서 잊지 않는 놈들이다. 묵룡신검을 분명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얼굴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복장도 싹 바꾸고, 무기도 바꾸어야 한다.
“무기를 바꿀 수 없으니 천으로 감아주어야지.”
탐화도부의 무공은 22년 전에도 결코 낮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의 무공 수준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다. 최근에 만난 적안혈수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 수 있다. 그러니 성능이 떨어지는 검을 가지고 놈을 상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묵룡신검으로 놈을 상대해야 한다.
그리고 묵룡신검임을 들키지 않으려면 검집부터 검병 손잡이까지 모두 천으로 감싸서 감추어야 한다. 적어도 천으로 감싼 상태에서 차고 다니면 이것이 묵룡신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자들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나름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변장을 하고 만반의 준비를 끝낸 후에 홍청루를 나선다.
목적지는 진가반점.
– 삐이꺼억─
진가반점의 문이 열리자 진씨의 얼굴이 보인다.
“어서 오십쇼!”
진씨가 반갑게 맞이하는데 다리를 절면서 걷는다. 지난 번에 내게 당한 부상으로 한 발을 못 쓰는 절름발이가 된 것이다. 그래도 발을 잘라낸 것이 아니라 힘줄만 자른 것이라 다리 자체를 움직이는 것은 가능하다.
“소면 하나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요.”
아직은 밤이 되기 전이라 그런지 손님이 많지는 않다. 두 탁자에만 손님이 있다. 저녁이 되면 술손님으로 채워질 것이다.
진씨가 주방으로 가서 음식을 주문하는 틈을 이용해 외상판 앞에 가서 이름을 확인해 본다.
‘도부! 이것이로군.’
외상판에는 ‘도부’라 적힌 주머니가 있었다. 탐화도부의 주머니인 것이다.
– 쉭─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빨간 종이 하나를 주머니에 꽂는다.
“소면 나왔습니다.”
소면을 가지고 나온 진씨는 매와 같은 눈으로 외상판을 한 번 살펴보더니 나를 쳐다본다. 자신이 주방에 갈 때까지 비었던 주머니에 빨간 종이가 들어가 있으니 내가 꽂았다는 사실은 명약관화. 내가 누구인가 탐색하는 것이다.
현무비 얼굴로 의뢰했다면 내가 탐화도부를 죽였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고, 그러면 나는 살수들의 적이 될 수도 있다. 놈들은 서로를 경원시 하면서도 동료라는 동질감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다. 비록 탐화도부를 싫어한다 하더라도 외부인에 의해 살수가 죽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소면을 다 먹고 담담하게 걸어나가는 내게 진씨는 인사하는 척하면서 유심히 쳐다본다. 내가 누구인지 밝히려고 날카롭게 탐색하는 것이다.
역시나 진씨의 시선은 날카롭게 내 몸을 훑고 지나가면서 내 무기에 잠시 머무른다. 무기까지 천으로 꽁꽁 싸맨 것을 보았으니 내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실력자라는 사실도 눈치 챘을 것이다.
‘내 변장술이 그냥 수염만 붙인 거라면 진씨도 알겠지만 골격까지 변화시켰으니 내가 현무비라는 사실 자체는 알 수 없을 거야.’
탐화도부를 찾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놈에게 일을 의뢰하는 것이다. 일을 의뢰했으니 놈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미끼를 던졌으니 기다리면 될 일이다.
약속시간이 되자 탐화도부와 약속한 장소로 움직인다. 만약 의뢰가 접수되었다면 제 시간에 도착할 것이고,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면 내일 다시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
관림묘의 회랑 앞에서 기다리는데 인기척이 느껴진다.
‘왔군!’
잠시 주변에서 멈추는 인기척.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지 탐색하는 것이다.
– 휘릭─ 착─
바람 소리와 함께 나타난 인영. 턱수염이 사방으로 삐죽삐죽 뻗은 둥근 얼굴의 사내.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의 얼굴과 닮은 얼굴이다. 다만 눈은 좁고 가늘어서 호탕하기보다는 교활한 느낌이 더 강한 인상이다.
“내게 의뢰를 하려는 사람이 당신이요?”
“의뢰를 한 사람이기도 하고, 의뢰를 수행하려는 사람이기도 하지.”
“의뢰를 수행한다고? 그게 무슨 소리요?”
겉보기에는 우락부락하게 생겼지만 의외로 탐화도부의 목소리는 가늘었다. 약간은 중성적이라고 해야 하나? 외모와 달리 중성적인 목소리가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나도 의뢰를 받은 것이 있거든.”
– 솨라랑─
묵룡신검을 빼들자 놈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면서 살기를 띤다.
“흥! 전에도 한 번 어떤 놈들이 내 목을 노리더니, 또 나를 노리는 놈이 나타났군. 그런데 그놈들도 내 앞에서 깝죽거리다가 죽었다는 사실은 듣지 못 한 모양이군.”
“들었지. 그자들은 실력이 부족했던 모양이야.”
“흥, 네놈은 뭐 대단한 실력을 가졌을 것 같냐? 적어도 아직까지 수 많은 전투를 하면서도 살아남은 나다.”
그래, 그 점은 인정하지. 수라검신인 나조차 사십을 넘기지 못 하고 죽었는데, 너는 수라검신이 죽은 후로도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으니. 생존능력 하나는 인정하지. 하지만 나는 강한 적을 만나 죽은 거고, 너는 그런 강한 적을 만나지 못 한 것의 차이일 뿐이라는 사실도 알아야지.
이미 내 목적을 파악한 탐화도부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놈 역시 나를 죽이기 위해 살기를 피워올리며 도를 뽑아든다.
서로의 빈틈을 찾으며 대치하는데 놈에게서 빈틈을 찾기가 어렵다.
‘성질은 더러운 놈이 실력 하나는 출중하다니까.’
탐화도부 역시 내게 빈틈을 찾기 어렵자 곤혹스럽다는 눈빛을 짓는다. 그러나 탐색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쨌든 승부를 내야 하니 서로 동시에 움직인다.
– 탁탁탁─
서로 보법을 밟으면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한다.
– 쉬익─ 부웅─
– 차앙─
놈의 도가 묵룡신검과 부딪치며 날카로운 쇳소리가 난다.
어두운 밤. 아무도 찾지 않은 관림묘. 달빛만이 교교하게 밝히는 회랑 앞에서 놈과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진다.
– 채챙─ 차앙─ 파앙─
놈과 초식을 주고받으면서 새삼 놈의 실력에 놀란다. 적안혈수와 비교해도 결코 밑이 아니다. 그렇다 해도 과거의 수라검신에 비하면 꽤나 부족한 실력이지만, 지금의 나하고는 실력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아, 내공이 아쉽네. 수라검신 때 내공만 있었어도 진즉에 끝냈을 놈인데.’
내공 문제로 상승 무공을 펼치지 못 하는 것이 조금 아쉽다. 놈과 대결이 길어질수록 내공이 딸리게 되고, 그럴수록 부상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놈에 대한 무력 파악이 끝나니 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실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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