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34
나 혼자 프리서버 134화
134
파샤 왕국의 수도 레타.
파샤의 전역이 사막이었지만, 레타는 축복을 받은 곳이었다.
해안가에 위치하여 선선하였고 비도 자주 내리는 덕분에 번영을 이루고 있었다.
수도 레타로 전보가 도착하였다.
마법 통신으로 적들이 침입하였음을 국왕은 알게 되었다.
이삭 파샤는 도저히 마법사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8천의 군대가 자벤을 포위하였다?”
“그렇습니다, 폐하! 더욱이 적들에게는 정령왕까지 있다고…….”
“하! 그 말을 믿으라고?”
국왕의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올해 예순 살인 국왕은 이 시대 기준으로는 노구였지만 아직도 정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몬스터 토벌에 직접 군대를 일으킬 만큼이나 정열적이기도 했다.
파샤 왕국에 인간으로 이루어진 군대가 나타난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8천이라. 확실히 자벤 백작이 처리하기에는 어렵겠군.”
“해서, 원병을 요청해 왔습니다.”
“3 왕자가 마침 그 부근에 있지 않은가.”
“몬스터 토벌을 위하여 3천의 병력을 이끌고 갔습니다.”
“바로 통신을 보내 자벤을 지원하라 일러라.”
“옛, 폐하!”
국왕은 애당초 정령왕의 존재는 믿지 않았다.
뭔가 착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설에나 나올 법한 정령왕이 있다는 말을 단번에 믿을 만큼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일단 적들에게는 하루의 시간을 주었다.
지금쯤이라면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까.
“형님, 슬슬 좀이 쑤시는데, 공격하는 게 어떻수?”
“그럴까?”
이만하면 많이 참아 주었다.
엘프들의 말에 의하면 오늘 새벽에 갑자기 3천의 병력이 증원되었다고 한다.
그 말은 항복을 하기는커녕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면 저들의 총병력은 5천이다.
그 정도면 큰 피해 없이 점령할 수 있을 것이다.
슬슬 공격을 하려 하였는데 고맙게도 적들에게서 전령이 왔다.
“영주님!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전령이라. 어제 나에게 화살을 날린 놈들이 전령을 보내?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군.”
이미 죽음을 각오한 전령이다.
눈동자에는 한 치의 미련도 없어 보였다.
검은 터번을 쓴 전령이 말했다.
“정오에 3 왕자께서 너희들의 지휘관을 보고자 하신다.”
“3 왕자라. 국왕이 직접 오지는 않나?”
“너희들에게는 3 왕자님도 과분하다.”
“하하하!”
나는 파안대소했다.
이것들이 매운맛을 보지 않아서 이리 뻣뻣한 것이다. 우리가 힘을 보여 주면 결코 이따위로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전령의 목을 자르지는 않았다.
“알겠으니 돌아가라.”
“…….”
전령은 곧바로 몸을 돌려 사라졌다.
오세근은 분통을 터뜨렸다.
“형님! 그냥 죽이지 그랬수?”
“그럴 수야 있나. 저놈들이 비인간적이라고 해서 우리까지 비인간적일 수는 없지.”
“허, 참.”
“정오에 왕자와 면담 후에 성을 친다. 아무래도 협상은 결렬될 것이다. 적들이 방비할 시간을 벌려는 것 같은데 쓸데없는 뻘짓이라는 것을 보여 주도록 하자.”
***
파샤 왕국의 3 왕자 레온 파샤가 3천의 병력을 이끌고 입성하였다.
그는 매우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성벽 위로 올라오자마자 적들이 거세게 공격해 올 거라는 사실을 짐작했다.
그 때문에 곧바로 적에게 전령을 보냈다.
오늘 적들이 오자마자 이곳에서 적 사령관에게 화살을 한 발 쏘았다는데 그것으로 상대가 전령의 목을 잘라 버릴지 말지를 보고자 한 것이었다.
전령의 목을 자른다면 적 사령관은 매우 성급한 성격의 소유자일 것이다. 그 여부에 따라 놈의 신경을 긁는 작전으로 가려 했다.
만약 목을 자르지 않는다면 조금 문제는 어려워진다.
적 사령관도 신중한 성격이라는 뜻이었으므로 이간계나 여러 가지 계책이 먹혀들지 않을 공산이 컸다.
두두두두!
적 진영으로 갔던 전령이 성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목은 잘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죽은 것 같지도 않았다.
“어렵겠군.”
레온은 이 한 가지로 전황을 예측했다.
이것만으로 적을 완전히 파악했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는 예측이 가능하였다.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과연 그럴까.”
자벤 백작은 꽤나 자신하는 것 같았다.
병력이 2천이던 때와 중앙군 3천이 더해진 것은 천양지차라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자벤 백작의 말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었다.
문제는 저 공성 병기와 마도구로 보이는 물체였다.
만약 마도구를 사용하여 성벽이 깨진다면?
그때는 난전을 각오해야 한다.
“철저하게 대비하도록 하라.”
“그리하겠습니다.”
“마법사 전력은?”
“애석하게도 마법사는…….”
원래부터 파샤 왕국은 검을 숭상하는 집단이었기에 마법사를 배척하고 박해했다.
기사들이 사용하는 오러를 최고의 가치로 여겼는데, 그건 지금까지 적들이 쳐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에서는 마법사가 전장을 지배한다지만 전쟁이 터질 일이 없었으니 마법사들은 배척을 받게 되었다.
중앙군에도 마법사는 거의 없었다.
단 한 명이 전부였고 그나마도 저서클 마법사다.
적들의 마도구는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전령이 달려 들어온다.
“전하를 뵙습니다.”
“적 사령관이 뭐라던가?”
“정오에 만나자고 합니다.”
“인상은 어땠나?”
“어떤 것도 읽어 낼 수 없었습니다.”
“허허허허!”
레온은 탄식했다.
적은 그 어떤 모습도 보여 주지 않았다.
이제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정오가 되었다.
해가 중천에 떠올랐고 햇볕은 매우 따가웠다.
물론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일이었다. 물의 정령왕 엘퀴네스가 있었으니까. 그녀의 도움으로 24시간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
성벽과 진지 중앙에 설치된 임시 회의장에 파샤 왕국 3 왕자가 도착했다.
매우 강인한 인상을 주고 있었지만 신중해 보이기도 하였다. 그가 천천히 나를 탐색한다.
그런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뭐가 그렇게 웃기신지?”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어 그렇습니다.”
“쓸데없는 짓이라니?”
“뭐, 무의미한 탐색이라고 할까. 귀하는 제가 굳이 성벽을 공략하지 않고 기다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명분을 위해서?”
“또?”
“글쎄요.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렵군요. 3천의 병력이 오기 전에 쳤다면 좀 더 수월했을 것을.”
“만약 이쪽이 압도적인 화력을 가졌다면요?”
“그렇다고 가정을 한다면 한꺼번에 쓸어버릴 심산이었겠지요. 하나 제 뒤에는 5만 대군이 있습니다.”
“5만이라……. 그렇다면 그 반절 정도 되겠군요. 2만 5천이야 쉽게 격파할 수 있지요.”
3 왕자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순진한 왕자는 자신들의 왕국에서는 현자로 불릴 것이 분명하였다. 하지만 경험이 너무 없었다.
이런 전투에 애송이를 내보내다니. 국왕이라는 자를 알만 했다.
“어쨌든 항복할 의사는 없지요?”
“당연한 말씀을.”
“잘 알겠습니다. 전장에서 봅시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더 이상 3 왕자에게 볼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가 상당히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마법사는 얼마나 끌고 왔습니까?”
“마법사의 숫자를 묻는 겁니까?”
“예.”
“엘프 병력은 모조리 마법사라고 할 수 있겠지.”
“……!”
3 왕자는 눈을 부릅떴다.
아무래도 전령이 엘프 병사들은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굳이 엘프 병사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게는 마도구가 있다. 게다가 5천의 병력이 마도구로 무장했다.
그리 생각하니 전 병력이 마법사인 셈이었다.
“정정하지. 전 병력이 마법사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그야 두고 보면 알겠지. 하하하하!”
나는 그렇게 3 왕자의 속을 잔뜩 긁어 놓고 돌아왔다.
면담도 끝났고 3 왕자는 성으로 돌아갔다.
선전포고도 했겠다, 적들도 어느 정도 모였겠다, 슬슬 공성전을 시작해도 될 것 같았다.
척 봐도 마법이 도태된 문명임을 알 수 있었다. 인간과의 전쟁보다는 몬스터와의 전투에 초점을 맞춰 국가가 발전하였을 것이다.
엘프가 최강이라고 생각하는 운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따위 작은 사막 왕국에 마법의 축복을 내려 주었을 리가 없다.
그리 생각하니 공략하기가 쉬워 보인다.
“투석기를 발사하라!”
끼이이익!
투석기가 움직였다.
거대한 투석기에서는 마력탄을 끊임없이 실어 날려 보냈다.
마력탄이 성벽에 부딪히며 폭발하였다.
콰과과과광!
성벽이 흔들린다.
일부는 무너져 내리기까지 하였다. 과연 우르카가 개발한 마력탄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기야 핵까지 개발하고 있는 우르카다. 핵과 하이브리드 무기가 개발되면 공성전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쾅! 콰과과과광!
끊임없는 공방.
얼마 지나지 않아 성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비명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성벽이 무너지면서 그 아래의 사람들이 돌덩이에 깔리기 시작하였다.
오세근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는다.
“기술자 하나가 사람 여럿 잡는구먼.”
“우르카의 실력이 그만큼 대단한 거지.”
“이거 원, 전투할 필요도 없어 보이는데? 그냥 공성포 몇 방 갈겨 주면 끝날 것 같수.”
“그래도 점령하는 작업은 필요하지.”
롬멜은 성벽이 무너지자 공성포에 마력을 충전하라 지시를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성포에서 마법이 발사된다.
대규모 화염 마법으로 인해 불덩이들이 끊임없이 성벽 안으로 날아갔다.
쾅! 콰과과광!
“끄아아악!”
“아아아악!”
오세근의 말대로 공성전은 싱겁게 끝날 것 같았다.
아마도 적들이 방비를 채 하기도 전에 수도 앞까지 진격할 수 있을 것이다.
국왕이 바보라면 수도에 처박혀 있을 테지만, 바보가 아니라면 십중팔구 야전을 벌이려 할 것이다.
야전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3천에 이르는 엘프 병력이 있고 인간 병사들은 마도구로 무장을 하고 있었으니까.
원거리와 근거리 모두 아군에게 유리하였다.
마력포들이 어느 정도 발사되자 전군을 출발시켰다.
이미 적들은 그로기 상태일 것이다.
“돌격하라!”
“와아아아아!”
아군은 돌격을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제인 아카드의 어깨를 툭 쳤다.
“가지.”
“네, 넷!”
제인 아카드와 동료들은 놀라움을 넘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런 병기로 무장하고 공성전을 벌이면 수중에 떨어지지 않을 성이 없을 것이 확실하였기 때문이다.
쿠구구구구!
“전하! 피하셔야 합니다!”
방금까지 기세등등하던 자벤 백작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적들이 공격을 시작하자마자 성벽에 금이 가더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성벽이 반나절은 버텨 줄 것이라 여겼건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레온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게 대체…….”
성벽이 무너지자 화염구들이 수도 없이 성안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그것들이 시뻘건 지옥을 만들어 냈다.
콰과과과광!
“끄아아악!”
“아아아악!”
완전히 진영이 와해되었다.
제대로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도망가기에 바쁘다.
레온은 적들의 전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도저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싸울 방법이 없었다.
저런 무기들로 무장하고 있다면 중앙군도 추풍낙엽처럼 쓰러질 것이다.
만약 이 전투를 보지 않았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강경한 아버지라면 더더욱.”
레온은 수도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