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36
나 혼자 프리서버 136화
136
나는 시녀에게 커피를 내오게 했다.
테이블 위에 따듯한 커피잔이 놓였다.
그렇지 않아도 잠깐 쉴 생각이었다. 이런저런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기 때문이다.
“할 말이 무엇인가?”
“영주님께 한 가지 정보를 드리려 합니다.”
“어떤 정보이기에 이렇게 뜸을 들이는가?”
“파샤 왕국은 역대 국왕들의 무덤을 매우 크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삼각형의 형태로 말입니다.”
“피라미드인가?”
“그렇습니다. 피라미드를 아십니까?”
“어느 정도는.”
파샤 왕국은 운영자에 의해 탄생했다.
사막에 세워진 왕국이다. 이집트에서 어느 정도 모티브를 따 왔을 것이다. 성벽의 형태나 가옥들의 형태를 보고 짐작은 했었다.
“피라미드에는 온갖 유물들이 함께 묻혀 있습니다. 저는 피라미드 안쪽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가지고 있는 문지기입니다.”
흥미가 일었다.
그런 무덤이 있다면 모조리 도굴할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파괴해 버리면 왕국민의 반발을 살 수 있었다.
몰래 도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 정보를 주는 것을 보니 원하는 게 있는 모양이로군. 무엇을 원하나?”
***
“자벤 영지를 계속 통치하고 싶습니다.”
“하하하하!”
나는 파안대소했다.
자벤 백작은 시세에 밝은 자였다.
우리들의 군대를 보니 도저히 왕국이 버틸 수 없을 것이라 판단을 내린 것 같았다. 어느 정도는 살길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할까.
나로서도 환영이다.
“지금 당장은 무리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제가 통치를 시작하면 반란의 우려가 있으니까요.”
“행정관에 봉하겠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영지를 유지해라. 왕국이 세워지면 자벤 영지로 봉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백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화려한 상자를 하나 내밀었다.
상자에는 금으로 만들어진 열쇠가 들어 있었다.
“모든 피라미드의 입구를 여는 마스터키입니다. 이걸 바치겠습니다.”
“좋아, 이 공로를 잊지 않도록 하지.”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자벤 백작은 일어나서 허리를 깊이 숙였다.
나름대로 예의를 차린 행동으로 보인다.
자벤 백작이 물러가고 나는 열쇠를 만지작거렸다.
파샤 왕국을 점령하면 백작이 될 것이고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영토가 넓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구도 늘어난다.
병력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여기에 대규모 자금까지 손에 쥘 수 있게 될 것이다. 수천 년 동안 재물이 쌓이기만 하였으니 도대체 피라미드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왕과 함께 묻힌 재물들이 허접할 리가 없지.”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
나는 키를 품에 집어넣었다.
보물창고는 파샤 왕국을 점령한 이후에 열어 볼 것이다.
자벤 왕국의 수도 리툼.
적들이 쳐들어온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3 왕자 레온은 물론이고 다른 영주들에게도 소식이 없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이삭 파샤 국왕의 얼굴은 시종일관 어두웠다.
대소신료들이 모여 있는 대전에서도 전쟁에 관한 어떤 정보도 얻을 수가 없었다.
“아직도 연락이 없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폐하.”
“경들은 그게 말이 된다고 보나?”
“그것이…….”
신하들은 머리를 조아릴 뿐이었다.
어차피 이들을 닦달한다고 정보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최소한 이틀이나 3일에 한 번은 연락이 왔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아직 어떤 연락도 없었으니 속만 타들어 갔다.
“폐하! 전령이 도착하였습니다!”
“전령이라!?”
아무리 자벤 왕국이 마법을 등한시하는 국가라고 해도 그 편의성까지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통신구와 같은 마도구는 자벤 왕국도 보유하고 있었다. 각 영지마다 통신구 하나씩은 있었으니 연락을 해 올 거면 마법사가 와야 했는데 전령이 직접 뛰어오다니 심상치 않은 일이다.
거기에 더하여 전령의 몸은 피투성이였다.
“어디서 온 전령인가?”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쿨럭! 저는 리야트 영지에서 간신히 탈출한 전령입니다!”
“탈출?”
웅성웅성.
리야트 영지는 파샤 왕국의 지척에 있는 영지다.
전령은 그곳에서 보낸 것이 아니라 탈출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리야트 영지 전체가 적의 손에 떨어졌다는 소리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겨우 일주일이었다.
전속력으로 자벤에서 달린다 해도 일주일 이상은 걸리는 거리가 아니던가.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총사령관 압틴 공작이 외쳤다.
“적들이 수도로 곧장 진격한 것 같사옵니다!”
“다른 영주들은 그동안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는 건가?”
“아무래도 그것이…….”
압틴은 허리를 굽혔다.
그렇게 예상은 하였지만, 수도는 물론이고 영지 전체가 그들을 두고 보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전령이 그 해답을 주었다.
“적들은 괴물이옵니다!”
“괴물이라니?”
“어마어마한 공성 장비와 마법병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벽은 단숨에 허물어졌고, 그 충격에 제대로 전투도 해 보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허어!”
“마법병단이라니!?”
“마법병단의 숫자가 수백 이상입니다. 그것도 엘프 마법병단……. 쿨럭!”
전량은 피를 토했다.
얼굴이 백지장 같은 것이 곧 있으면 죽을 것처럼 보였다.
급한 대로 포션과 성수를 먹이자 전령의 얼굴에서 살짝 화색이 돌았다.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 보라.”
“전투는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리야트 영주님의 전언입니다.”
“말하라!”
“절대 성안에서 수성해서는 안 된다는 전언입니다. 무조건 야전을 벌여야 한다고…….”
털썩!
전령은 눈을 뒤집으며 기절했다.
영주의 전언까지 전했으니 그의 역할은 다한 셈이었다.
“전령을 데려가 치료하라!”
“예!”
병사들이 전령을 들것에 싣고 갔다.
전령은 나갔지만, 장내는 충격에 휩싸였다.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다니…….”
압틴 공작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적들이 통신구를 모조리 빼앗은 것 같습니다. 마법사들은 모조리 죽임을 당한 것으로 보이고요. 그렇지 않고서야 연락이 뚝 끊길 리가 없습니다.”
“철저한 놈들이로군. 그들의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듣지 못했나?”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전령이 깨어나면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라.”
“그리고 당장 병력을 소집해야 합니다. 총동원령을 내리시고 대비를 하셔야…….”
파샤 국왕의 얼굴이 순식간에 10년은 늙어 보였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얼굴에 그늘이 진 것이다.
과연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애초에 왕국으로 들어온 전력이 8천이라고 했다. 과연 지원군이 온 것인지 어쩐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만약 8천이 전부라면 야전에서 일전을 겨루어 볼 만하다.
일주일 동안 행군하여 파샤 왕국의 수도인 리툼에 도착하였다.
그나마 이렇게 빨리 행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수많은 적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판도라 영지군이 어중간하게 강했다면 저항을 했을 수도 있다. 투항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판도라 영지군은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었다.
골수분자들은 처형해 가며 올라왔지만 상당한 숫자의 사람들은 투항을 하였다. 그리하여 단기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전투는 한 시간 내에 끝났다.
그 후에 전열을 정비하고 군대의 덩치를 불렸다.
지금 판도라 영지군은 2만으로 불어나 있었다.
내 영향력에 둘 수 있는 병력은 8천이 한계였다. 물론 지휘는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이 내 시스템의 영향을 받지 않아 어떤 혜택도 누릴 수가 없었다.
그나마 일부 병력을 두고 온 것이 이 정도였다.
파샤 왕국은 생각보다 군대가 많았다.
“저곳인가.”
“그렇습니다, 영주님. 저곳이 바로 리툼입니다.”
자벤이 저자세로 말했다.
많은 영주들이 도움을 주었지만, 일등공신은 자벤 백작이다.
처음부터 그랬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영지군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나와 백연하 등의 실력이 얼마나 괴물 같은지 지켜보았기에 더욱 공손해졌다.
그가 나에게 갖는 호감도는 50%에 달했다.
이 정도라면 배신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병사들이 도열하자 나는 막사를 짓게 했다.
오후 무렵이 되자 롬멜이 이끄는 2군도 도착했다.
롬멜이 다가왔다.
“단장! 고생이 많았다.”
“아닙니다, 영주님! 모두 영주님의 덕분입니다!”
“별일은 없었지?”
“순조롭게 진격을 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있었다.
물론 국왕이 도주를 하거나 끝까지 저항한다면 앞으로 더 전투를 해야겠지만 결국은 정복될 것이다.
귀찮아서 그렇지, 점령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이번에도 성벽을 무너뜨려야 하나?”
“야전을 벌일 공산이 큽니다.”
“그런가?”
“지금쯤 국왕에게도 소식이 들어갔을 겁니다. 파샤 국왕이 멍청하지 않고서야 야전을 벌이겠죠.”
롬멜의 지적은 정확했다.
수도의 성벽치고는 허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3만에 달하는 병력이 언덕 위에 나타났다.
선두에 보이는 황금빛 갑주를 입은 노인이 파샤 국왕인 것 같았다.
“제가 가서 회담을 주선하고 오겠습니다.”
“그리하도록.”
명령을 받은 롬멜이 달려갔다.
가서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눈 롬멜은 곧장 이곳으로 달려왔다.
“회담에 응하겠다고 합니다.”
“별다른 말은 없었나?”
“쓸데없는 첨언은 하지 않았습니다.”
꽤나 신중한 성격의 인물 같았다.
물론 그의 성격은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개전과 동시에 저 병력은 박살이 날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국왕과의 회담 장소는 양측 진영 중간에 설치된 임시 막사이다.
나는 롬멜만 거느리고 휘적휘적 걸어갔지만, 국왕은 일개 기사단을 이끌고 왔다. 암살을 걱정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뭐가 그리 우습나?”
“암살이 걱정되나?”
나도 반말로 나왔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다.
상대방의 말투에 따라 나도 똑같이 대처하는 것은 당연했다.
“당연히 걱정이 되지. 내 자리에 올라와 보면 알게 될 것이네.”
“회담을 하고자 한 이유는?”
“이만 물러가라. 지금 물러간다면 어느 정도의 재물과 영토를 보장하겠다.”
“싫다면?”
“전쟁이지.”
“이미 전쟁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제안을 하나 하지.”
“어떤 제안을?”
“항복하라. 그리하면 목숨은 보장하겠다.”
“항복이라…….”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지.”
“과연 그대가 그럴 만한 자격을 갖추었는지 지켜보겠다.”
결국, 회담의 성과는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국왕은 꽤나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곳 왕국의 사람들은 시스템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강자를 숭상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영주와 병사들, 기사들이 투항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들은 압도적인 강함을 보고는 곧바로 군복을 바꾸어 입었다.
우리들의 힘이 유지되는 한은 계속해서 함께 싸워 줄 것이다.
국왕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닐까.
“그렇다면 박살을 내주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