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05)
972화 re – Pair (8)
2019년 1월 24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이스트 맨체스터 아카데미.
맨체스터 시티 유스는 일주일 3 훈련/2 시합이 기본이다. 학업과 축구를 병행하는 아이들에게 굳이 매일 축구를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세상에는 축구보다 중요한 게 더 많고, 특히 가족과의 시간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다고도 가르친다.
하지만 Team CFG는 조금 예외적으로 돌아간다. 일주일에 다섯 번 각각 두 시간씩 총 10시간의 훈련을 하며, 다른 유스와 마찬가지로 두 번의 시합을 치른다.
타지(他地)에서 온 아이들의 비중이 80%가 넘는 만큼, 축구로 외로움을 달래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무척 특별한 날이다. 한국에서 온 아이들을 포함, 맨체스터가 집이 아닌 아이들의 가족들이 이곳 에티하드 캠퍼스를 찾아 주었다.
“저런 얼굴도 할 줄 알았네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 10대 아닌가.”
“그렇죠.”
천진난만한 표정의 숀 콜린스를 보며, 난 프렛웰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당분간 Team CFG는 맨체스터 시티 내부의 유스팀을 포함, 물밀듯 쏟아지고 있는 시합 요청서를 선별해 정할 팀들과 연습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오늘부터 사흘은 바쁜 일정이 있기 전 마지막 여유 같은 것인데, 가족들과 맨체스터 시내를 관광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이게 뭐라고 했었지?”
“아-”
아무래도 아이들은 우리 코치들에 관한 이야기를 마구마구 했던 것 같다.
멀리 한국에서 날아오신 우진이의 어머니는 우리 코치들을 위해 홍삼을 전했고, 강원도 인제에서 양봉업을 하신다는 현준이의 부모님은 최상급 벌꿀을 선물해 주셨다.
선우의 어머니도 근사한 장식품을 가져다주셔서 송구해하며 그것을 받아들였었다.
“윽-”
“몸에 좋은 거예요. 한국에서는 아이들도 잘 먹는다고요.”
“맛이 이상하군.”
“하하. 서양인들의 입에 맞지 않긴 하죠.”
“뭐, 익숙해지면 괜찮겠지.”
“그럼요.”
인상을 찌푸려 가면서도 홍삼진액이 담긴 포 하나를 깔끔하게 비운 프렛웰이 손에 든 포를 구겨 주머니에 대충 집어넣는다.
“듣자 하니, 팀 합류 시점이 정해졌다더군.”
“아직 많이 남았어요.”
“그런가?”
“네.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고요.”
이틀 전, 나는 정기적인 검진을 위해 바르셀로나에 다녀왔다. 직후 검진 결과가 클럽에 전달됐고,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나의 팀 합류 시점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아직 발목 안에 남아있는 의료용 철심을 전부 제거하기로 한 시점은 3월. 이후 약 3주 정도의 과정이 필요하기에 팀 합류는 일러도 4월이나 되어야 한다.
운이 좋다면 시즌 최종전쯤에는 출전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무리를 시키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적인 목표는 올 8월에 있을 채리티 실드 경기에 출전하는 거다.
“무려 1년이로군.”
“네.”
“운동선수에겐 너무 긴 휴식이지.”
“……그렇죠.”
의학적으로 구분하는 재활의 단계와는 달리, 감독이나 선수들 사이에서 이야기되는 재활단계가 있다.
치료와 통증 완화는 1단계.
재활 시작은 2단계.
팀 합류를 3단계로 부른다.
그리고 이 3단계를 ‘진정한 시작’이라 부르곤 했는데, 팀 합류 이후 많은 것들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특히 내가 겪은 것과 같은 큰 부상 이후라면 더더욱 그랬다.
[“전에도 말했지만,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세. 어쩌면 치료보다도 더욱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말이야.”] [“…….”]축구를 시작한 이래로 20년 가까이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 기간 신체에 쌓아 온 모든 것들이 지난 수개월 동안 무너졌다.
그것을 다시 쌓아 올려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재활을 견디는 것과는 다른 인내심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 좌절감은 더욱 커다랄 수도 있다.
[“절대. 절대로 조급해하지 말게.”] [“……장담할 수는 없어요.”] [“이해하네. 하지만, 서두르면 오히려 반작용이 있을 수 있어. 견디고 인내한다면, 자넨 반드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걸세. 우리를 믿게.”]라몬 쿠가트 박사님이 말한 우리란, 아마 볼파르트 박사님을 의미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겨울 휴식기 맨체스터에서 머물다가 뮌헨으로 돌아간 볼파르트 박사님과는 최근 통 연락하지 못했다. 몇 번인가 메시지를 보냈지만, 바쁘다는 짧은 답장만이 도착했을 뿐이다.
난 그것이 특별히 서운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이미 충분히 많은 무리를 하셨다.
바쁜 일정을 쪼개 가며 매주 상담을 위해 우리 집을 찾아 주신 데다가, 뉴욕의 친구에게 부탁해 환상통 치료에 필요한 기계를 주문했고 오랜 시간 나의 모든 재활 일정을 담당해 주셨다.
난 그 모든 호의를 죽는 날까지 잊지 않을 거다.
“하지만.”
“?”
아, 그랬었지.
난 프렛웰과 대화 중이었다.
“하지만 자네는 피치를 계속 떠나 있던 것은 아니었네. 선수로서는 그렇지만, 여전히 축구는 자네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어. 저 아이들이, 자네의 축구를 현실로 만들어 주었지 않은가. 그러니, 자네는 계속해서 축구를 하고 있었던 셈일세.”
“하하.”
“궤변인가?”
“네. 정말 그러네요.”
운동선수로서는 너무 오랜 휴식이었다는 말을 내뱉은 순간, 프렛웰은 아마도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을 했을 거다. 그래서 나를 위로하는 이런 어설픈 이야기를 건넨 것이다.
프렛웰이란 남자는 그런 사람이다.
거칠지만, 속은 무척 따뜻하다.
그래서 난 고맙다고 답을 했다.
“그래도 고마워요.”
“……그래.”
가족애로 가득한 목요일 오후, 재활을 넘어 복귀라는 단어의 문턱을 밟은 나는 아이들을 보며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약간의 불안함을 숨긴 채.
난.
‘괜찮아. 괜찮을 거야.’
어김없이 오늘도 주문처럼, 괜찮을 거란 이야기를 속으로 끊임없이 되뇌고 있다.
***
2019년 1월 29일. 뉴캐슬어폰타인, NE1 4ST, 잉글랜드. 배럭 로드, 세인트 제임스 파크.
.후반 35분
맨체스터 시티 1 : 2 뉴캐슬
.
.
(폴 뎀프시) – BT Sports 코멘테이터
“마침내 경기를 뒤집는 뉴캐슬! 이건 굉장합니다! 전반 1분 세르히오 아궤로에게 먼저 실점을 허락했지만, 이후 시티를 강하게 몰아붙이며 마침내 역전을 만들었습니다! 고개를 숙인 펩 과르디올라. 당혹감이 시티 감독의 얼굴에서 드러납니다.”
.
무패(無敗) 선언을 한 바로 다음 경기에서, 펩 과르디올라는 바로 위기를 겪고 있었다.
사흘 간격으로 계속되는 일정에 지친 선수들의 컨디션은 생각보다 더 저조했고, 흐름을 바꾸고자 두 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우습기 짝이 없군.’
자조적인 미소를 지어 보인 과르디올라가 이마를 긁적이며 벤치를 돌아본다.
“올루프!”
“!”
“Come Here!”
오늘, 펩 과르디올라는 되도록 쓰고 싶지 않은 세 명의 선수를 벤치에 넣어 두었다.
모두 해가 바뀌고 난 뒤 전(全) 경기에 출전 중인 이들이며, 자신은 그들의 체력을 보전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패배 앞에선 의무를 버릴 수밖에 없다.
남은 PL 경기에서는 지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해 버린 상태였기에, 오늘 승점을 따내지 못한다면 그 반작용은 더욱 커다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앞서 과르디올라는 더브라위너와 베르나르두 실바를 차례로 교체 투입했다.
나쁜 퍼포먼스를 펼친 일카이 귄도안과 리로이 자네가 경기장을 빠져나왔고, 둘은 곧바로 경기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했지만 두 개의 포지션이 발목을 붙잡았다.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는 주앙 칸셀루를 대신해 왼쪽 풀백으로 출전한 올렉산드르 진첸코와 팀의 허리인 페르난지뉴가 여전히 힘겨워한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두 포지션을 전부 바꾸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시티는 풀백 자원이 부족하다.
벤치에 남은 교체 자원도 골키퍼/중앙 수비수/중앙 미드필드/윙이 전부였고, 오타멘디를 투입하고 라포르트를 왼쪽 풀백으로 돌리기엔 경기에서 뒤지고 있는 상태였다.
현재 시티에게 필요한 것은 득점.
패배에서 벗어나게 해 줄 득점 하나다.
삑-!
.
(폴 뎀프시)
“맨체스터 시티가 마저 남은 교체 카드를 사용합니다. 올루프 뫼르크가 페르난지뉴를 대신해 들어섭니다. 조금 더 일찍 이 교체를 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페르난지뉴. 오늘 끔찍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
“수고했네.”
“…….”
샤흐타르 도네츠크를 떠나 맨체스터 시티로 합류한 이후, 페르난지뉴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벌써 32살.
5월이 되면 33살이 되는 적잖은 나이다.
부상과 기복이 이어지면서 미디어는 페르난지뉴의 나이를 말하는 중이었고, 인터뷰가 있을 때면 모두가 재계약이나 다음 행선지를 물으며 PL에서의 커리어가 끝나는 것처럼 말했다.
“빌어먹을.”
벤치로 돌아온 페르난지뉴가 본인의 플레이를 자책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오늘은 너무 초보적인 실수가 잦았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들이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쉰 페르난지뉴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차가운 물에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덮는다. 시원함이 전해지자, 열기로 끓어올랐던 머리가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다.
변명할 여지조차 없는 오늘의 플레이와는 별개로, 페르난지뉴는 이번 시즌이 무척 힘들다고 생각했다.
주로 벤치에만 머물렀다지만 브라질 대표팀으로 뽑혀 월드컵도 다녀왔고, 클럽에 줄부상이 이어지면서 휴식해야 할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경기에 출전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굳이 변명하긴 싫었다.
힘든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정말, 미묘한 차이야.’
김다온이 시즌 아웃 된 이후, 맨체스터 시티는 측면 후방에서 경기를 조립해 줄 플레이메이커를 잃게 되었다.
주앙 칸셀루에게 김다온의 역할을 맡기고 베르나르두 실바를 중앙 미드필드로 이동하게 만드는 등.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고 했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전해졌다.
새삼, 페르난지뉴는 프리미어리그에서의 경쟁이 이토록 힘든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원래 이랬어.’
모두가 모두를 이길 수 있고.
모두가 모두에게 질 수 있다.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다지만, 그 법칙은 이곳 프리미어리그에서 유독 극성을 떨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가 쉽게 만들어 준 거야.’
작년 맨체스터 시티는 이 법칙의 예외를 적용받는 듯했다. 클럽 역사상 네 골 차 이상의 승리가 가장 많은 시즌이었고, 어떠한 팀을 만나도 패배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31살이 넘은 나이에 페르난지뉴는 커리어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고, 그 결과 2년 재계약을 할 수 있었다.
페르난지뉴는 팀으로써 그 위대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했지만, 뉴캐슬에 패배를 당할 위기에 몰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김다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차이를 만들었다.
3회 연속 발롱도르에 빛나는 김다온이 팀과 함께할 수 없는 지금, 페르난지뉴와 맨체스터 시티는 그 어느 때보다 공백을 실감하는 중이었다.
가까워진 패배와 함께.
“오-!!”
{“–!!!”}
“응?”
주변이 소란스럽게 변하자, 페르난지뉴가 얼굴에 뒤집어쓴 수건을 떼며 피치로 시선을 가져간다.
거기엔 볼을 몰고 피치를 달리는 케빈 더브라위너가 있었고, 머잖아 그는 왼쪽에 넓게 벌려서 있던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디안드레 예들린과 아이작 헤이든(Issac Hayden)이 협력해 베르나르두 실바를 가로막지만, 유려한 드리블을 가져간 그가 두 명의 수비수를 떨쳐 내는 데에 성공한다.
오른쪽이 뚫려 버린 뉴캐슬에 위기가 닥쳐오고, 시티의 공격수들이 동시에 박스로 쇄도하며 수비수들을 끌어들인다.
펩 과르디올라의 방식.
수비가 가장 위협을 느끼는 순간은 박스 안에 머무는 선수에게 볼이 전달될 때가 아니라, 박스로 뛰어드는 선수를 향해 패스가 이어질 때다.
왜냐하면 공격수와 볼이 이동할 위치를 예측할 수 없고, 미지(未知)는 늘 경외(敬畏)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는 이러한 감정을 피치 위에서 누구보다 잘 다룰 줄 아는 사내다. 그는 늘 공격수들에게 수비가 떠안을 감정과 그로 인해 발생할 공백을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도 어려운 개념이라,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이에른 뮌헨 시절에는 훨씬 친절했던 과르디올라지만, 다음 단계로 올라선 그는 기초적인 부분을 생략 중이다. 심화를 마주한 신입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마치, 리야드 마레즈처럼.
‘Come on, 베르나르.’
하지만 페르난지뉴는 그렇지 않다.
그는 충분히 과르디올라의 철학을 이해했다.
다음 이어질 장면을 예상하며, 페르난지뉴가 몸을 앞으로 빼며 집중력을 높인다. 현재 뉴캐슬의 진영으로 뛰어드는 시티의 선수는 총 세 명이다.
최전방 공격수인 세르히오 아궤로.
오른쪽 중앙 미드필드 다비드 실바.
오른쪽 윙 라힘 스털링.
이 세 명의 선수가 뉴캐슬 선수들의 시선을 몽땅 잡아가 버리게 되면, 페널티 박스 바깥은 아주 간단히 사각(死角)으로 돌변해 버린다.
그리고 현재 그곳엔.
“꽂아 버려!!!”
금방 교체로 투입된 덴마크의 국가대표 올루프 뫼르크가 눈빛을 번뜩이며 뉴캐슬의 골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베르나르두 실바의 땅볼 패스가 올루프 뫼르크의 발아래에 정확히 도달하고, 발아래를 잠깐 바라본 뫼르크가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리며 오른발을 강하게 휘둘렀다.
퍽-
발등에 얹힌 축구공은 일직선으로 날아, 슬로바키아 대표팀 출신의 마르틴 두브라브카(Martin Duvravka)가 손쓸 수 없는 곳으로 꽂혀 들어갔다.
휘슬을 힘껏 분 주심이 센터서클 쪽을 손으로 가리키고, 득점을 확인한 시티의 선수들은 피치와 벤치에서 서로를 얼싸안으며 패배에서 벗어난 것에 환호했다.
후반 43분.
펩 과르디올라의 무패 선언은 어떻게든 지켜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We need him.’
기뻐하는 일을 끝낸 페르난지뉴의 머릿속엔, 오랫동안 팀과 함께할 수 없었던 김다온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팀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그의 빈자리는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맨체스터 시티는 김다온이 필요하다
.
.
.경기 결과(2018/19 EPL 24R)
뉴캐슬 2 : 2 맨체스터 시티
***
2019년 2월 1일. 맨체스터 WA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일과가 없는 오늘 하루, 나의 일상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한국 아카데미의 업무를 시티 관계자들에게 전부 이관한 부모님은 당분간 맨체스터에 머물면서, 두 분이 살 만한 집을 따로 구하실 생각이시다.
딸깍-
쿠릉-
쿠르릉-
‘Hydrowork 350’에 올라타, 문을 잠근 후 버튼을 눌러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최근은 이 기계에도 익숙해져서, 저항의 강도를 거의 최상까지 올려놓고는 했다.
여전히 통증은 이따금 밀려들고 있지만, 이젠 평범하게 걷거나 하는 상황에서는 아픔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다만 계단을 오르내린다거나 할 땐 신경이 쓰였고, 그 탓인지 통증을 느끼는 빈도가 평범하게 걸을 때보다 잦았다.
위잉-
물이 전부 채워진 뒤, 난 강한 저항을 느끼면서 걷는 일을 계속해 나갔다. 과정은 40분 이상 계속되었고, 신체 변화를 감지한 기기가 알람을 보내고 나서야 발을 멈춰 세웠다.
처음엔 20분도 버거웠지만, 이젠 기계가 나를 멈춰야 할 만큼이 되었다.
2월 중순부터는 재활 메뉴를 바꿔 집이 아닌 클럽하우스로 가 볼과 함께하는 훈련을 끼워 넣을 예정이다. 무려 7개월 만에, 난 공이라는 녀석과 다시 만나게 됐다.
만약 징후가 좋다면, Team CFG 훈련 때 아이들에게 직접 시범을 보여 줄 수도 있을 거다.
“후우-”
하루의 일과를 끝마친 뒤, 나는 저녁 준비로 분주한 주방의 위쪽에서 한나로부터 받은 약을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이 약 덕분인지, 최근 부쩍 환상통이 나아진 느낌이다.
조만간 한나에게 감사의 선물이라도 해 줘야겠다.
“아들~?! 밥 먹어!!”
“네! 지금 내려가요!”
주방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어쩐지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셸란과 리스본에서 머물 땐, 이것이 일상이었는데 말이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걸어 주방이 있는 층으로 내려선 순간, 난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곤 미소를 지어 보였다.
“냄새 좋아. 뭐 한 거야?”
가족과 함께하는 식탁.
조금씩이긴 하지만, 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