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58)
1126화 Together (12)
2020년 11월 11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감독실.
모처럼 전 세계가 동시에 A매치 주간에 들어선 가운데, 잉글랜드는 그들의 대표팀만큼이나 펩 과르디올라와 주제 무리뉴의 대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바비 롭슨이라는 공통된 은사를 가진 두 사람은 한때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감독의 자서전에 담긴 내용에 따르면, 무리뉴는 과르디올라가 클럽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롭슨에게 직접 [“이놈과 친해지고 싶네요. 얘를 더 알고 싶습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이 두 사람은 매우 친밀했고, 그 인연은 FC 바르셀로나가 프랑크 레이카르트의 후임을 찾던 시절까지도 이어졌다.
당시 무리뉴는 첼시의 전성기를 이끈 후 휴식기를 갖던 중이었고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 B팀 감독으로 있었다.
FC 바르셀러나의 재건을 위한 중요한 길목에서, 치키 베히리스타인과 마르크 잉글라(Marc Ingla)는 주요한 이들의 추천을 받아 가며 감독 후보를 정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펩 과르디올라로부터 주제 무리뉴가 적절할 거란 추천을 받았고, 이후 바로 인터뷰에 나섰다.
평생을 자신의 스승처럼 FC 바르셀로나의 감독으로 일하길 원했던 무리뉴는 기쁜 마음으로 의욕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고, 실제로 이는 꽤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치키 베히리스타인과 마르크 잉글라는 첼시와 이별하는 과정에서 보여 준 무리뉴의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
불화의 시작 원인이 합리적인 무리뉴의 요청을 거부하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한 보드진에 있었다곤 하나, 화난 무리뉴가 보여 준 무례함은 강력한 힘을 가진 이사회를 갖고 있던 바르셀로나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때 FC 바르셀로나의 회장이던 호안 라포르타 역시, 무리뉴의 완고한 캐릭터가 클럽의 전통에 해를 입힐 거라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차기 감독 임명에 관한 임무를 부여받은 베히리스타인과 잉글라가 고심에 잠겨 있을 무렵, 바르셀로나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주인공은 클럽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은 요한 크라위프였고, 그는 자신의 애재자를 콜업하는 게 좋은 판단일 거라고 했다.
때마침 하부리그에 머물던 FC 바르셀로나 B팀을 승격시키며 내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던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의 수뇌부는 그렇게 즉흥적인 미팅 계획을 잡았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미팅, 시간이 부족했던 과르디올라의 인터뷰는 무리뉴에 비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잉글라를 비롯한 보드진의 흥미를 끌 만했다.
과르디올라는 현역 시절 FC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였고, 클럽 내부적으로도 축구 외의 부분에 관심이 덜한 성향 역시 높은 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라 마시아’ 출신의 선수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클럽을 만들겠다는 비전이 주효했다.
얼마 뒤 과르디올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바르셀로나의 감독으로 정식 임명되었고,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가장 앞서 나간다고 믿었던 무리뉴는 그 사실에 상처를 입었다.
아니, 무리뉴는 배신감을 느꼈다.
과르디올라가 자신을 배반했다고.
본래 주제 무리뉴는 바르셀로나 보드진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과르디올라를 자신의 수석 코치로 임명할 거란 이야기를 했다.
자신을 추천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도 있지만, 능력에 있어서만큼은 조금의 의심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데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무리뉴는 과르디올라가 자신을 기만했다고 생각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했다. 친구였던 관계가 적(敵)으로 뒤바뀐 순간이다.
이후 무리뉴는 인테르를 거쳐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붙잡았고, 그때까지도 바르셀로나를 지키던 과르디올라는 자신을 증오하게 된 옛 친구를 라 리가에서 조우했다.
벌써, 10년도 전의 일이다.
“주제는 늘 그랬어. 자신이 넘쳤지.”
“그래, 맞아. 정말 대단했어.”
A매치 일정으로 한가하게 변한 클럽하우스, 일정 도중 휴식을 선택한 과르디올라가 그의 코치들과 함께 과거 무리뉴와의 일화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서로의 비범함을 알아차린 건, 바비 롭슨의 기하학과도 같은 그림을 이해하면서부터였다.
빼어난 명성과는 별개로 FC 바르셀로나 선수들로부터는 존경심을 얻지 못했던 바비 롭슨은 분필로 바닥에 그림을 그려 전술을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문제는 형편없는 그림 실력과 스페인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당시 기준으로 무척 복잡한 전술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때,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과르디올라와 무리뉴가 동시에 바비 롭슨이 그린 판화에 손을 가져갔다.
맞은편에 있었던 두 사람은 본인과 가까운 곳을 지목했는데, 같은 곳을 가리킨 것은 아니어도 서로가 같은 시각으로 롭슨의 전술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롭슨이 그린 그림을 과르디올라와 무리뉴가 문장으로 만들어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계속되었고, 롭슨의 재임 기간 동안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이 두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린 무척 비슷해 보였어.”
“이야기를 들었네. 매일같이 어울렸다면서?”
“그랬지. 주제와 축구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와인을 기울이던 저녁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 중에 하나야. 덕분에 내 시야도 넓어졌지.”
“하지만 그는 자넬 증오하지 않나.”
“불행하게도 말이야.”
인테르 시절부터 인터뷰 자리에서 대립각을 세우던 감정의 골은 무리뉴가 레알 마드리드에 부임하면서부터 본격화되었다.
당시 무리뉴는 자신이 FC 바르셀로나를 사랑했던 만큼 정확히 그 반대로 증오하기로 했는데,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전달했을 정도다.
[“만약 너희가 국가대표팀에서 바르셀로나의 개새끼들을 만난다면, 그들과 악수하지도 말을 섞지도 말라. 걔네는 너희의 친구가 아니다.”]무리뉴는 그렇게 시드 로(Sid Lowe)가 쓴 ‘라리가의 공포와 혐오’에 나온 감정을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 사람이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으로 있던 두 시즌 동안 ‘엘 클라시코’에서는 총 35골이 터졌고, 모든 경기에서 최소 한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무리뉴는 과르디올라와 바르셀로나를 저격하고 대중을 선동하는 인터뷰를 했다.
FC 바르셀로나가 심판들의 비호를 받고 있고, 유니폼에 있는 ‘유니세프’의 로고 때문에 자신들보다 훨씬 더 후한 판정을 받는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등을 했다.
또 과르디올라에게 [“축구가 아닌 연기를 가르치는 광대.”], [“바르셀로나를 망치고 있는 주범.”]이란 인터뷰 등을 하며, 끊임없이 정신적으로 괴롭혔다.
처음 이를 최대한 냉정하게 받아들이려던 과르디올라였지만, 무리뉴가 가족들까지도 거론하자 참지 못하고 [“Jose Mourinho is Fucking Boss.”]라 말한 것은 유명한 일이다.
“나는 그게 멈췄다고 생각했지.”
“…….”
“착각이 아니라고 믿었어. 내가 바르셀로나를 거쳐 시티로 오는 동안, 주제도 많은 일을 경험했지. 우린 그때보다도 더 나이를 먹었네. 해묵은 관계는 정리된 줄 알았어.”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시티에서 눈부신 성공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동안, 주제 무리뉴는 다소 힘겨운 감독 생활을 이어 나갔다.
스스로 [“Special One.”]이라 칭할 정도로 거침없었던 무리뉴는 첼시/맨유/토트넘에서 단 두 개의 메이저 대회 트로피만을 들어 올렸고, 그의 명성은 옛 과거의 것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무리뉴는 과르디올라를 특별히 저격하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옛 감정은 이미 끝났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인터뷰를 했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엔, [“과르디올라가 지금 이 시대 최고의 감독.”]이란 극찬도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작년 맨체스터 시티를 강타했던 FFP 사건 이후, 무리뉴는 다시 이빨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그는 그저 기다리고 있던 것일 수도 있겠어.”
“기다렸다고?”
“그래. 다시 강한 팀을 얻게 될 때를 말이야.”
“…….”
6승 2무로 프리미어리그 2위에 올라 있는 토트넘 홋스퍼는 시티와 함께 현재까지 PL 패배가 없는 클럽이었다.
해리 케인(5골 5어시스트), 손흥민(8골), 제로니모 베가(4골 4어시스트), 잭 그릴리시(2골 3어시스트)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과 함께, PL의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폼이 불안정한 다닐루를 백업하고자 맷 도허티(Matt Daugherty)를 영입했고, 지난 시즌 세리에 A Best 11에 선정된 프란체스코 아체르비(Francesco Acerbi)를 라치오에서 영입했다.
그리고 피에르-에밀 호에비에르의 임대를 끝내고 완전 이적 옵션을 발동했으며, 탕기 은돔벨레를 유벤투스로 보내고 로드리고 벤탄쿠르(Rodrigo Bentacur)를 데려오는 스왑딜을 성사시켰다.
제임스 그래험이 새로운 구단주로 부임한 이후 이적시장에서만 벌써 5억 유로 이상을 투자했는데, 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이런 대대적인 투자와 함께, 토트넘은 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강한 전력을 구축하게 됐다.
“주제는 단 한 번도 나를 넘어서지 못했어. 어쩌면 올해를 적기라 생각했을 수도 있지. 만약 우리가 FFP로 처벌을 받았다면, 상황은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 거야. 그런데 지금처럼 일이 진행되니까, 그의 성격이라면 참을 수가 없었을 걸세.”
“하지만 최근 말들은 도가 지나쳐.”
“말했지 않은가. 그게 주제라고.”
“바보 같은 행동이야.”
“후후. 그것도 알고 있네.”
“…….”
무리뉴가 지속해서 도발해 오는 것을 침착하게 받아쳐 왔던 것처럼, 과르디올라는 지금까지도 냉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겠지.’
카를레스 플랜차르트는 과르디올라의 대처법이 조금 변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과거 그 유명한 [“Fucking Boss.”] 인터뷰를 했을 때만 해도, 과르디올라는 무리뉴와의 감정싸움을 피하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어른으로서 어린아이와도 같은 무리뉴를 점잖게 꾸짖는 게 아니라, 불량배에게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울먹이며 이제 그런 것은 그만하자고 말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때의 과르디올라는 티토 빌라노바의 암 발병 소식과 클럽 내의 정치싸움으로 지칠 대로 지쳐 있는 때였다.
하지만 그렇긴 해도 그러한 대처는 남자답게 보일 리가 없었고, 이후 플랜차르트는 감독에게 실망한 선수들에게 설명을 하느라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 과르디올라는 무리뉴를 천박하고 자극적인 사람처럼 느껴지도록 행동하고 있다.
이에 관한 증거는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오늘 기고한 기사 문장에 잘 담겨 있다.
[‘주제 무리뉴는 과거 한때 그의 가장 친한 벗이었던 펩 과르디올라에게 추한 질투를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자신이 세 개의 대형 클럽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해당 기사가 시티 코치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캡처되었을 때, 모두가 환호하며 기쁨의 목소리를 높였었다.
‘펩을 이렇게 만든 건, 아무래도 그 녀석이겠군.’
클럽하우스 내에서 점심을 해결코자 식당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카를레스 플랜차르트는 로비 한쪽에 걸린 시티의 로고가 새겨진 하늘빛 걸개를 보았다.
TOGETHER : NEVER LOSE, ONE MORE-!!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맨체스터 시티의 2017/18 시즌을 다시 한번 재연하려는 김다온의 의지는 1군 선수단이 자리를 비운 현재 클럽하우스 내에 슬며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한편으론, 플랜차르트는 이 목소리가 단순히 시티만을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부상과 그에 못지않은 충격으로 다가온 공격수로의 복귀. 시즌 50골과 70개의 공격포인트 기록. 그리고 불과 2개월 만에 풀백으로 회귀.
영화나 소설의 시나리오로 써먹는다고 해도 욕을 먹었을 일들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김다온의 시계는 여전히, 2018년 러시아에 멈춰 있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만약 자네가 진정으로 기적을 만든다면…….’
확률이 희박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김다온의 영웅적인 활약과 함께 대한민국이 쥘리메 컵을 들어 올린다면 그가 의심할 여지 없는 역대 최고의 선수로 도약할 거라고 확신했다.
물론 펠레나 마라도나 등 과거 영웅적인 축구 선수들과의 비교와 순위 나열은 끊이지 않겠지만, 최소 그들과 대등커나 더 위에 자리 잡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다른 대륙도 아닌 아시아의 국가를 이끌고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다는 건, 전 세계의 상식에서 벗어나 있는 일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이 2014년 브라질에서 위용을 떨치기 전만 해도,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의 높은 단계까지 올라서는 건 그들의 홈에서 개최되는 대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졌다.
그것도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100% 등에 업거나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의 도움을 받았을 때만 말이다.
하지만 이제, 기적의 가능성은 예전보다 커졌다.
물론 그들에겐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모두와 함께라……. 그 모두엔 2년 전의 자네도 포함되어 있겠지?’
김다온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유추해 보며, 플랜차르트가 다시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조용한 에티하드 캠퍼스.
시티는 토트넘 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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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제압한 멕시코는 어떤 팀? – OSEM(한국)/2020.11.12.(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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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축선수들이 대거 빠진 대한민국 대표팀. 벤투의 선택을 받을 남자는? – 스포츠뉴스24(한국)/2020.11.12.(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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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실시한 PCR 테스트 결과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힌 대한민국 대표팀. – 풋볼베스트일레븐(한국)/2020.11.12.(저녁)]***
2020년 11월 13일. 2700 비너 노이슈타트, 오스트리아. 페르디난드-그라프-폰-체펠린-슈트라세 10. 슈타디온 비너노이슈타트(Stadion Wiener Neustadt. Ferdinand-Graf-von-Zeppelin-Straße 10, 2700 Wiener Neustadt, Austria).
약 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비너노이슈타트 스타디움은 시설이 썩 좋은 곳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천연잔디의 상태와 경기장의 컨디션 자체는 무척 만족스러웠는데, 중동이나 남미의 경기장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오스트리아의 11월 날씨가 기온이 16도를 넘어가는 적이 거의 없는데도 잔디가 이 정도로 잘 관리되어 있다는 건, 클럽의 사람들이 정성을 기울인다는 뜻이 된다.
“야, 생각보다 괜찮지 않냐?”
“그러네. 잔디가 좋아.”
말을 걸어온 재성이 형에게 동의를 표하며, 나는 한 번 더 몸을 숙여서 잔디를 매만졌다.
적당한 높이와 물기.
모든 곳이 비슷하다.
“자- 모두 집합하자-!!”
각자 여기저기 흩어져서 잔디의 상태를 살피고 경기장의 풍경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밟고 있을 무렵, 한쪽에서 최태욱 코치님이 목소리를 높여 왔다.
우린 곧장 코칭스태프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고, 뒷짐을 진 채로 미팅을 시작했다.
최종 적응 훈련을 시작함에 앞서, 벤투 감독님은 조금 전 드레싱 룸에서 내일 경기에서 뛸 선발 명단을 발표했다.
전형은 4-3-3으로, 기본적으로는 역삼각형 형태를 취하곤 있지만 중앙 미드필드가 유기적으로 움직여 주는 전술이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우영이 형을 벤치에 앉힌 사실인데, K리그와 지난 10월 대표팀에서 워낙에 좋은 활약을 보인 준호 형을 선발로 기용했다.
그리고 그 위에 재성이 형과 세종이 형을 메짤라(Mezz`ala)로 배치했고, 좌우 윙에는 흥민이 형과 21살의 원상이. 마지막으로 최전방에는 의조 형을 배치했다.
코로나로 결장자가 대거 발생한 골키퍼 포지션에 성윤이가 들어선 것을 빼면, 수비는 현재 쓸 수 있는 최고의 선수들이 선발이었다.
수비는 안정감을 추구하고, 미드필드와 공격진에서 약간의 시험을 시도한 셈이다.
[마지막이니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강도는 가볍게. 그렇지만 집중해서 훈련하도록. 밝게 웃고, 목소리는 크게. 오늘도 즐겁게 축구를 하자.]“네-!!”
우렁찬 대답과 함께 손뼉을 두드리며, 본격적인 대표팀 훈련이 시작된다.
합류 이튿날부터 신입생들을 중심으로 팀을 챙겼던 나는 어제부터는 계속 강인이에게 붙어 다니고 있다. 작년 강인이는 꽤 많은 성장을 보여 줬고, 대표팀에서도 활약이 괜찮았다.
벤투 감독님도 U-20 월드컵에서 MVP급의 활약을 한 강인이를 높게 평가 중이었는데, 다만 한 가지 팀 전체의 템포를 죽이는 부분은 나쁘게 보고 계셨다.
개인적으로 이는 예전부터 강인에게 쭉 조언해 주곤 했었던 내용인지라, 이번 기회에 많은 대화를 나누려 하고 있다.
“야, 이강인. 형이 준 거 먹었어?”
“아- 몇 번이나 물어요오~”
“어쭈? 먹었어, 안 먹었어. 말해.”
“아, 먹었어요~”
“그래, 인마. 잘했어.”
강인이는 지난 시즌 발렌시아 CF에서 굉장히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본인을 인정하지 않는 감독으로 인해 거취가 불안해졌고, 구단주와 단장이 대뜸 강인이 편을 들게 되면서 발렌시아 CF 선수단 사이에서 따돌림을 받았다.
감독인 마르셀리노를 지지하는 세력이 강인이를 ‘검은 양’으로 지목한 것인데, 수뇌부와 마르셀리노가 서로 한발 물러서서 감독을 지지하면서 겉으론 일이 봉합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강인이는 마르셀리노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받았다.
특히 카를로스 솔레르(Carlos Soler)가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강인이가 아닌 다니엘 바스(Daniel Wass)가 선발로 나섰다.
심지어 백업도 강인이가 아닌 페란 토레스가 차지했고, 그에 불만이 컸던 강인이는 에이전시를 통해 클럽을 떠나겠다는 뉴스를 계속해서 흘렸다.
그러던 9월, 갑자기 발렌시아 CF의 감독이 바뀌었다.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던 때였기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경질이었는데, 이후 부임한 알베르트 셀라데스(Albert Celades)가 꾸준히 강인이를 기용하자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생겨났다.
현재 발렌시아 CF에서 가장 높은 몸값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평가되는 강인이를 위해, 셀링 클럽인 발렌시아가 감독을 교체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이다.
당연히 강인이를 괴롭히던 무리는 다시 저격을 시작했고, 그를 둘러싼 갈등은 시즌 내내 이어졌다.
그러한 상황에서 강인이가 살아남을 방법은 실력으로 입증하는 것뿐이었는데, 결과적으론 셀라데스 체재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내며 시즌 중반부터는 완전히 백업으로 전락했다.
전환과 속도가 중요해진 현대 축구에서, 일단 볼을 받아 두고 룩업(Look Up) 이후 다음 동작을 가져가는 강인이의 스타일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알 마드리드와의 라 리가 29라운드 경기에서 교체로 출전하자마자 라모스를 걷어차며 다이렉트 퇴장을 당한 뒤엔, 강인이를 향한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것이 어느 정도냐면 성적 부진으로 해임된 셀라데스의 후임으로 누가 보임하든, 강인이가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진 않는 수준이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클럽을 떠나는 것이었지만, 발렌시아는 여름 내내 바이아웃 금액 이하로는 팔지 않겠다는 배짱을 부렸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팬데믹 시대에서 발렌시아에서조차 벤치 자원인 19살의 선수를 누가 8천만 유로나 주고 영입하겠냐는 부분이었다.
강인이는 이제, 본인이 축구 선수로서 성장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대축구에 맞춰, 고집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가장 먼저, 강인이에게 신체적으로 좀 더 탄탄해지라고 조언했다. 한나에게 부탁해 강인이를 위한 영양제를 따로 구매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만약 제대로 본인의 재능만 발휘해 준다면, 강인이는 10번(AM)에서 대표팀을 위해 많은 것을 해 줄 수 있다.
“대표팀에서는 혼자 안 해도 된다- 형이 말했지?”
“아우~ 또 잔소리.”
“이 새끼, 옛날에는 말 잘 듣더니 대가리 컸다고 자꾸 반항하는 것 봐. 야. 니가 나보다 축구 잘하냐?”
“아, 여기에서 축구 잘하냐는 말이 왜 나와~”
“그러니까~ 형 말 들으라고 좀!”
발렌시아 CF에서 어떠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는, 이번 대표팀에 합류한 강인이의 방어적이고 날 선 태도에서 보면 알 수 있다.
분명 이런저런 사람에게서 다양한 말을 들었을 거다.
감독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본인의 장점을 버려 가며 잘 보이기 위해 애를 썼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보상이 돌아오지 않자, 비뚤어지기로 한 거다.
대표팀 선수라 해도, 겨우 18/19살이다.
“잘 들어. 형이 많이 도와줄 테니까. 너도 나한테 솔직하게 뭐든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어. 지금처럼 삐딱하게 굴지 말고, 인마. 축구는 다 함께 또 즐겁게 해야 하지 않냐?”
“…….”
“오늘 잔소리는 여기까지. 가자.”
“후우-”
클럽에서도 또 대표팀에서도, 내가 해야 할 일은 전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이 나는 무척 마음에 든다.
“자~ 파이팅, 파이티잉-!! 힘내자, 힘내-!!!”
훈련하는 내내, 난 끊임없이 동료들을 독려하는 목소리를 힘차게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