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7)
116화
포르투갈의 단어 중에 ‘Astuto’라는 말이 있다.
교묘한 혹은 교활한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보통은 후자에 좀 더 가까울 때 쓰는 말이다.
전자는 보통, ‘Complicado’라는 단어를 많이 선택하는 편이니까.
아무튼, 포르투갈에서 나는 꽤 ‘Astuto’한 공격수들을 많이 만나왔다고 생각한다.
SC 브라가의 알랑이나 길예르모, 비토리아 기마랑이스의 주앙 알베스, SC 올랴넨세의 후이 두아르테 혹은 살바도르 아그라 같은 선수들을 말이다.
그들은 자신이 완벽한 축구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고, 그래서 항상 수비수들을 속이는 일에 중점을 뒀다.
그런데, 뭐랄까.
‘얜 대체 뭐야.’
크레이그 벨라미는 그 정반대에 있는 남자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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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2분
대한민국 0 : 0 잉글랜드
현시대, 웨일스의 가장 뛰어난 축구선수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벨라미는 이런 유형의 남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한시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니까, 스스로 피치 위에서 싸움꾼임을 자처하는 부류들 말이다.
말로 날 잡아먹을 것처럼 떠들어대던 벨라미가 조용해지기 시작하면, 몇 초 뒤에는 어김없이 이쪽으로 패스가 보내어져 왔다.
잉글랜드 대표팀과 함께 훈련한 벨라미이기에, 볼의 흐름을 보면 언제쯤 패스가 도달할 것인지를 잘 알았던 탓이다.
그리고 난 이 대단한(?) 정보를 경기 시작 후 몇 분 만에 파악해낸 것 같다.
[OH, BLOODY HELL!!]패스가 도달하려고 할 때마다 번번이 자신의 앞에서 차단되는 것을 보며, 벨라미는 좌절감을 숨기지 못했다.
과격한 만큼, 솔직하다고나 할까.
만약 같은 팀이었다면, 나는 이 남자를 지금처럼 귀찮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형적인 같은 팀이면 좋은, 그런 사람이다.
[대체 뭐야?! 어떤 빌어먹을 마법을 쓰는 것인지는 몰라도, 당장 내 머릿속에서 나가!]“Magic? 지금 마술이라고 한 거야?”
[YES! BLOODY MAGIC!!]“??”
[Fuck off!]가뜩이나 영국식 영어는 알아듣기 어려운데, 거기에 웨일스 억양까지 섞여버리니 완전 제3의 언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래도 마지막 욕은 잘 알아들었다.
‘꺼지라니. 뭐, 그렇게 해야지.’
어차피 지금은 벨라미와 몸을 비빌 때가 아니었고, 전방의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코너킥을 얻어내는 동료들을 보면서 박수를 보냈다.
전반 첫 5분 이후, 경기의 전반적인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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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우드게이트)
“이것이 바로 우려되었던 장면입니다. 이번 대회 내내 그랬죠. 그들은 소유권을 너무 쉽게 헌납하려는 성향을 보입니다. 볼을 지키는데 좀 더 신중해야 하는데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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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올림픽팀이 어떤 준비과정을 거쳐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내가 볼 때 그들은 훌륭한 개인일 수는 있어도 훌륭한 팀은 아니었다.
다니엘 스터리지(Daniel Sturridge)와 크레이그 벨라미를 앞세운 개인 공격 루트가 차단되자, 금세 잉글랜드는 점유율을 우리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미드필드에서 공격진으로 연결되는 과정이라든가 패스의 연결방식 모두 단조롭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우리 역시, 점유율을 높이고도 이렇다 할 공격을 만들어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얻어낸 코너킥도 날카롭게 날아가긴 했지만, 동료들의 머리에는 스치지 못했다.
종우 형이 다시 코너킥을 찬 성용이 형에게 패스를 보내고, 두 번째 크로스가 올라가지만, 이번에도 잉글랜드 선수들의 머리에 먼저 닿았다.
볼이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높이 떠오르고, 램지와 볼을 경합하던 태휘 형님의 머리에 맞은 축구공은 왼쪽으로 크게 벌려있던 흥민이 형의 발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순간.
“형!!!!”
난 큰 소리를 내지르면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닐 테일러(Neil Taylor)와 톰 클레벌리(Tom Cleverley)의 앞에서 고민하던 흥민이 형이 옆쪽으로 볼을 밀어온다.
마지막 순간 속도를 늦추며, 오른발 앞에 축구공을 놓아둔 나.
다음은 당연히.
“흐읍-!”
퍼엉-!!
“푸우-!”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과 함께, 오른발을 휘둘러 축구공을 골대로 날려 보내는 것이었다.
***
전반전 14분, 생각보다 훨씬 더 이른 시간에 0의 균형은 무너져버렸다.
균형을 깨트린 주인공은 SL 벤피카에서 뛰고 있는 18살의 풀백 김다온이다.
그의 대포알과도 같았던 슈팅이 잭 버틀란드의 손을 통과해 그물을 가른 순간, 웸블리 스타디움에 있던 수많은 이들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이런! 하필이면.’
만약 그 상대가 잉글랜드만 아니었더라면, 축구를 사랑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대영제국 스코틀랜드 왕국의 백작 제임스 그래험(James Graham)은 참 즐겁게 이 광경을 보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나, 오늘은 아니었다.
고개를 슬쩍 옆으로 돌린 제임스 그래험이 신호를 보내자, 그 곁에서 검은색 수트를 입고 있던 다부진 체격의 남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어딘가로 떠났다.
이 세상에는 모든 것에 통용되는 돈이란 단 하나의 수단이 있고, 또 축구에는 홈 어드밴티지라는 많은 논란을 묻어줄 수 있는 기막힌 핑곗거리 역시 존재한다.
그리고 제임스 그래험은 오늘 경기의 주심을 맡은 윌머 론돈(Wilmer Rondon)이 딸의 수술비용으로 꽤 절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스코틀랜드의 백작은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 배팅 사이트 ‘Artfootball’의 운영자로서, 지금까지 축구 경기들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제임스 그래험의 다른 이름은 ‘그림자(Shadow)’.
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재미있군. 오- 재미있어.’
지금까지 그는 축구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를 직접 통제하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역시도 유명했다.
과거 그의 가장 큰 동업자는 ‘칼초폴리(Calciopoli)’로 유명해진, 전(前) 유벤투스의 단장 루치아노 모지(Luciano Moggi)가 있다.
귀빈석에 앉아 우아한 동작으로 찻잔을 채우는 제임스 그래험은 이 경기에 걸린 1억 7천만 유로의 판돈을 생각했다.
그중 가장 많은 파이를 자신이 독점하기 위해서는, 잉글랜드와 대한민국이 무승부로 전반전을 끝마쳐야 한다.
그래야 전반전의 결과에 판돈을 잃은 많은 사람이, 본전을 회수하기 위해 하프타임 동안 더 큰 패닉바이를 저지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호로로로로록-.
인간의 이기심을 지배하는 자가 결국 그들의 위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제임스 그래험은, 사람들을 현혹하는 부드러운 미소로 피치 위에 다시 눈을 두었다.
***
삐?익!!!
“뭐?! 이게?!”
“가슴이잖아!! 가슴에 맞았다고!!”
경기가 묘하게 흘러간다고 느끼게 된 것은 3분 전, 멋대로 넘어진 다니엘 스터리지의 플레이에 주심이 프리킥을 선언하면서부터였다.
축구를 하다 보면 주심이 판정으로 장난을 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때가 정확히 그랬다.
그리고 전반 24분.
이번엔 정말로 말도 안 되는 판정이 나왔다.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될, 그런 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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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아-이!!! 가슴에 맞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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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은 오른쪽에서 스콧 싱클레어가 돌파에 성공해 크로스를 올려보냈다.
그리고 컷백형식으로 올라간 이 크로스는 공격에 깊숙이 가담해 중앙까지 침투한 라이언 버트란드(Ryan Bertrand)의 오른발 슈팅으로 이어졌다.
분명 위기 상황이 맞았고, 우린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버트란드의 슈팅은 바로 앞에서 이를 막아서려던 내 왼쪽 발끝에 튕긴 뒤, 뒤쪽에 있던 영권이 형의 가슴팍에 부딪혔다.
그런데 이 상황을 ‘무려’ 정면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주심이, 핸드볼 파울이라면서 잉글랜드의 페널티킥을 선언해버렸다.
분노한 영권이 형을 태휘 형님이 필사적으로 말리는 사이, 성용이 형과 자철이 형이 주심에게 다가가 어필을 시작했다.
하지만 오히려, 주심은 영권이 형에게 경고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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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아이, 이건 아니죠! 올림픽씩이나 되는 이런 큰 무대에서, 이런 판정이 나온다는 게 이게, 말이나 됩니까?”
(배정세)
“아- 콜롬비아의 윌머 론돈 주심. 대한민국에게는 정말 뼈아픈 판정을 내리고야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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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페널티킥이 준비되고 있는 지금도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순식간에, 힘이 쭉 풀린다.
대회 내내 잉글랜드에 유리한 판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고, 어제는 그런 의심되는 장면들을 시청하며 특히나 유의해야겠다고도 생각했었다.
태휘 형님은 아예 따로 수비수들만을 불러모아, 판정시비가 일어날 만한 빌미 자체를 주지 말자는 이야기도 했었다.
하지만, 태휘 형님도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 말이 그렇지, 대체 누가 이런 걸 예측해?
이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됐다.
삐-익!!
다시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아론 램지가 찬 슈팅이 성룡이 형님의 겨드랑이 사이를 빠져나가 골라인을 넘어선다.
1 : 1 동점이 되는 순간이었고, 아쉬움과 분노를 감출 수 없었던 우리는 피치 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분노했다.
그리고, 정확히 이때부터였다.
잉글랜드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간 건.
우리는 이어진 킥오프 직후에 곧장 실수를 범했고, 40초 만에 잉글랜드에 또 다른 슈팅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삐이이이-익!!
그리고 실점 후 3분.
정확히 3분 뒤에, 우린 두 번째 페널티킥을 허용해 버렸다.
빠른 공격에 나선 잉글랜드가 왼쪽의 스콧 싱클레어에게로 패스를 보냈고, 싱클레어는 이를 곧장 파고드는 스터리지에게 전달했다.
축구공과 선수 모두 영권이 형이 잡아내기엔 너무 빨랐는데, 볼에 눈이 팔려있던 영권이 형은 다리를 들려다 그만 스터리지의 허벅지를 걸어버리고야 말았다.
그걸 본 순간, 나는 두 번째 경고가 나올 것 같아 심장이 철렁했다.
그런데 천만 다행히도, 주심은 거기까진 행동하지 않았다.
일종의 보상이라고 봐야 할까?
하나도 고맙지 않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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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아, 대한민국.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3분 만에 두 개의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잉글랜드. 홈의 이점을 아주 톡톡히 가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차범근)
“아직 어린 선수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베테랑들과 강찬일 감독이 중심을 잡아주어야 하는데요. 그런데 아직 전반전이 한창이라, 거기까지 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배정세)
“지금은 골키퍼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정성룡 골키퍼. 첫 번째 킥에서도 방향은 정확히 잡아내었습니다. 그가, 잘 막아내길 기대합니다. 키커는 아론 램지, 키퍼는 정성룡. 슈웃-!!”
.
“!!”
첫 번째 페널티킥과는 반대 방향으로 날아간 슈팅에, 이번에도 성룡 형님은 정확한 예측을 보여주었다.
아까와 다른 점이라면, 이번엔 겨드랑이 사이로 흘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걷어내!!!”
재빨리 커버를 간 자철이 형이 축구공을 사이드라인 밖으로 걷어내고, 크게 기뻐하며 파이팅을 드높이는 성룡이 형과 소리를 내지르는 우리를 태휘 형님이 얼른 진정시킨다.
“야, 야!! 아직 아니야!!”
기뻐하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라는 것에 비로소 생각이 미친 우리가, 퍼뜩 정신을 차려 날쌔게 움직였다.
페널티킥 실수에 맥이 빠진 것인지, 잉글랜드는 드로인으로 연결된 공격권을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그리고 이후 경기는 다시 5 : 5의 분위기.
양 팀 모두 이후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지 못한 채, 전반전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삑-!! 삐익-!!! 삐이이익-!!
“후우-”
분명히 나는 크레이그 벨라미와 신경전을 펼치고 또 거기에서 승리해 기뻐하다가, 첫 번째 골을 집어넣고는 절정의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도대체 어쩌다가, 전반전이 이렇게 끝났는지 모르겠다.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기분이었다.
“크흠, 자. 다들.”
주심에 대한 원망을 각자 실망과 욕설 등으로 드러내는 사이, 우리 앞에 모습을 비춘 강찬일 감독님은 조용히 이쪽을 바라보면서 한 사람 한 사람과 눈빛을 맞추고 계셨다.
그러곤,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판정에 대한 불만은 나도 충분히 이해해. 그렇지만. 화를 내더라도 경기가 끝난 다음에 내고, 억울해도 경기가 끝난 다음에 억울하도록 하자. 영권이! 괜찮아. 실수할 수도 있지. 정신 바짝 차리고, 후반전엔 제대로 해보자.”
“…….”
“김영권!”
“네.”
“알겠지?”
“네.”
“그래. 목소리를 낼 힘도, 지금은 아껴둬라.”
영권이 형을 다독이는 걸 시작으로, 강찬일 감독님은 필드에서 뛴 선수 하나하나를 칭찬하거나 감싸는 일을 계속하셨다.
그러곤 예전, 자신이 뛰었던 대회를 이야기했다.
“월드컵에서도 판정은 우리 편이 아닐 때가 많았어. 축구는 그런 거야. 주심들도 사람이라서 축구를 잘하는 나라의 애들이 할리우드나 그런 걸 하면 파울을 불고, 우리가 진짜 걸려 넘어져도 연기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그들 생각에 쟤네는 축구를 잘하는 나라고, 우리는 축구를 못하는 나라니까.”
“…….”
지금까지도 항상 그래오기는 했지만, 감독님의 말씀은 참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만약 내가 축구를 그대로 관뒀다면 평생 몰랐을 일이고, 설령 계속했다고 해도 지금 이 시점에 알지 못했을 일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 의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FC 노르셸란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다들 동양인이 축구를 잘해봤자 얼마나 잘하겠느냐는 시선을 보내왔었다.
A팀 선수들은 그래도 16살에 프로 계약을 한 나를 제대로 봐줬지만, 유스팀의 동년배들이라든가 혹은 처음 경기장에서 날 보았던 팬들은 자신의 동료이거나 응원하는 팀의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었다.
처음엔 그게 무척이나 힘들었는데, 정작 가장 힘든 시기는 그때가 아니었다.
‘적당히’ 축구를 잘한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었을 시기가 내겐 가장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그들은 내가 실수하기를 원했고, 실수가 나왔을 때 그것을 마음껏 비웃을 준비 역시도 되어 있었다.
이영표 형님과 박지성 형님이 유럽인들의 시각을 바꿔놨다는 말들이 많기는 하나, 고작 한두 사람의 노력으론 ‘동양인은 유럽인들보다 축구를 잘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완전히 깨트리기에는 무리였다.
예전만큼은 아니라도, 나 역시 그런 편견과 맞서 싸웠다.
그리고 아마 강찬일 감독님의 현역 시절 때는, 그런 편견이 더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주심? 그래, 쟤네 편 하라고 해. 부심? 그래~ 걔네들도 쟤네 편 하라고 해. 어차피 여긴 잉글랜드 홈이고, 처음부터 우리보다는 잉글랜드에 더 기울어져 있었던 게 사실이니까. 그런데 그거 알지?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축구 경기는 단 한 번도 5:5였던 적이 없어. 항상 6:4나 7:3이고, 아무리 비슷해봤자 5.1:4.9야.”
강찬일 감독님은 어쩌면, 자신이 겪어온 일들이 우리에겐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거다.
“불리하다고 또 주심이 마음에 안 든다고 최선을 다하기도 전에 찡찡거리는 녀석은, 절대 좋은 축구선수가 될 수 없어. 하지만 난 너네들이 좋은 축구선수라고 생각하니까, 후반전에 최선을 다해주리라 믿는다. 준비 잘 하고, 집중하고. 이제 할 말은 다 했으니까 나중에 밖에서 보자.”
“…….”
감독님께서 먼저 라커룸을 나서고, 조용해진 라커룸에서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 한번 해보자. 경기 끝난 거 아니잖아.”
“가자, 가자! 이기면 돼! 이기면 돼!!”
우린 그렇게 전반전의 아쉬웠던 일들을 잊기로 했다.
사실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까.
감독님의 말처럼 주심과 부심 전부, 잉글랜드의 편이 되더라도 상관없다.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우린 결국 그것을 극복해낼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
‘우선은…….’
전반전에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일단 거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
작가의 말 ? 현실에서 판정은 꽤 정확했습니다. P.K 허용한 것 모두 충분히 줄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