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95)
1215화 Stature (9)
2022년 5월 20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선수전용 식당/카페테리아.
이틀 전 웨스트햄 경기 패배를 극복하기 위해, 펩은 두 개의 특단 조치를 내어놨다.
우선 첫 번째로 전날 팀 전체에 예정에 없던 휴식을 주며, 가까운 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오늘 두 번째로, 놀이에 가까운 훈련을 진행했다.
덕분에 팀엔 다시 활기가 맴돌았고, 일정을 끝내고 식당에 들어섰을 땐 모두의 표정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그렇기에, 가능한 이야기들도 생겼다.
“요즘 뭐가 문제야?”
“…….”
“너답지 않아. 그건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반복해서 말해 온 것처럼, 최근 주앙의 경기력은 단순한 부진이라 말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딱히 다친 곳이 없는데도 그랬다.
그래서 몇 번은 펩이 주앙을 오른쪽으로 보내 봤지만, 상황은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출전할 때마다 좋은 활약을 펼쳐온 키런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게 옳다. 문제는 현재 주앙의 팀 내 위상과 그가 받는 주급이다.
올 시즌에도 주앙은 총 45경기에 출전했고, 모두가 선발로 나섰다.
총 49경기인 나보다는 출전 경기 자체는 적지만, 소화한 분수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펩은 주앙의 성향을 고려, 되도록 풀타임을 소화시켰다.
오히려 로테이션 때문에 희생을 택한 쪽은 나였는데, 키런의 만족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모르겠어. 그냥 전부 꼬여 버린 것 같아.”
“Vamos. 풀지 못할 실타래는 없어.”
“뭔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함께 답을 찾아보자. 그렇게 해 줄 거지?”
“응. 노력한다고 약속할게.”
올 시즌 남은 경기는 두 개뿐이지만, 그중 하나가 가장 중요한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다.
그리고 꼭 올 시즌이 아니더라도, 주앙이 계속해서 폼을 유지하는 건 중요한 문제다. 양쪽 모두를 소화하는 플레이메이킹이 가능한 풀백이 흔한 건 아니니 말이다.
물론 내가 그중 하나긴 하지만, 자고로 이런 것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인 법이다.
“난 언제든 네 곁에 있어. 알지?”
“응. 고마워.”
“별말을. 그럼, 이따가 보자.”
“응.”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주앙을 남겨 두고, 난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안을 돌아다녔다.
이틀 뒤에 에티하드에서 펼쳐질 애스턴 빌라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선, 팬들을 위해 주전들을 선발로 뛰게 하되 상황을 보고 여유를 둘 생각이다.
펩은 내게 이러한 부분을 미리 전달하며, 웨스트햄전 패배로 위축되었을 EDS 꼬맹이들을 잘 돌봐 달라고 했다.
지금 이렇게 부지런히 테이블을 오가는 것도, 펩의 붐업에도 온전히 웃지 못하는 EDS 녀석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봐야 현재 스쿼드에 합류한 EDS 선수는 셋뿐이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신경을 써 줘야 했다.
“그래-! 이따가 봐-!”
콜 파머와 나중에 게임을 한판 하기로 약속한 뒤, 난 마지막으로 친구들이 모인 테이블로 향했다.
“바빠 보이는데?”
“그래- 넌 한가하고. 발 저리 치워.”
“낄낄낄.”
조금 전 모레 경기에서 주전들이 선발로 나서게 될 거라고 했지만, 그중 예외인 사람도 있다.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을 겪은 엘링과 오랜 기간 쌓인 마일리지가 있는 리오는 완전히 엔트리에서 빠질 예정이다. 둘에게는 이미 내용이 전달됐다.
그래서 모레는 리야드가 선발 오른쪽 윙으로 나서고, 흥민이 형이 9번(ST)에 자리를 잡을 것 같다.
흥민이 형의 합류로 엘링의 백업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되었다는 점은 확실히 긍정적인 부분이다.
건방지게 내 의자 위에 발을 얹고 있던 베르나르두의 발을 치우며, 난 자리에 앉아 이들이 지금까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를 물었다.
“뻔하지 뭐.”
“그게 뭔데?”
“넌 휴가 이번에 어디로 갈 생각이야?”
“아마도 하와이. 아내가 원하고 있어.”
“그것도 괜찮겠네.”
“넌?”
어느덧 이런 이야기를 나눌 계절이 된 거다.
이것들로 난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챔피언스리그를 끝내고 나면 당분간 다시 대표팀에 집중할 테고, 짧은 휴가를 끝마치면 새롭게 시작할 시즌이 기다리고 있을 게 틀림없다.
이와 같은 생활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래서 있잖아. 전에 다큐에서 봤는데.”
“쿡쿡쿡쿡.”
평범한 주제들로 채워지고 있는 시간, 잠시 뒤 나는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몸을 일으켜 세워 콜 파머가 기다리고 있는 휴게실로 향했다.
과거 비니가 내게 했던 말처럼, 일단 주장이 되면 쉴 시간은 거의 허락되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난 그게, 퍽.
아니.
“YEAH-!! 좋았어!!”
무척 마음에 든다.
게임에서 먼저 골을 집어넣은 뒤 한껏 파머를 도발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난 EDS 꼬마들과 한참을 어울렸다.
***
※ 2022년 6월 대한민국 A대표팀 명단
-> 2022.06.02. VS 브라질
-> 2022.06.06. VS 우루과이
-> 2022.06.10. VS 세네갈
-> 2022.06.14. VS 미국
GK ? 김승규(가시와), 조현우(울산), 송범근(전북), 김동준(제주)
DF ? 김태환(울산), 김문환(전북), 김다온, 김민재(맨체스터 시티), 정승현(김천), 홍정호(전북), 김영권(쾨벤하운), 권경원(감바), 김진수(전북), 이기제(수원)
MF ? 이강인, 황인범(벤피카), 손준호(풀럼), 이동경(바야돌리드), 이동준(AZ 알크마르), 이재성(볼프스부르크), 정우영(알 사드), 백승호(전북), 고승범(수원)
FW ? 손흥민(맨체스터 시티), 황희찬(울버햄튼), 황의조(삼프도리아), 조규성(김천),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엄원상(울산), 나상호(서울)
***
2022년 5월 22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후반 16분
맨체스터 시티 3 : 0 애스턴 빌라
삐?익!
나의 2021/22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이걸로 끝났다. 흥민이 형의 두 번째 득점으로 세 골 차로 벌어졌을 때, 난 한쪽에서 몸을 푸는 키런을 보았다.
그때부터 난 교체를 예상했고, 펩은 키런과 제임스를 동시에 사이드라인 앞에 내세웠다.
교체를 확인한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내기 시작하고, 걷기 시작한 나는 양손을 높이 들어 화답을 보냈다.
이런 나와 함께 피치를 빠져나오게 된 건 케빈인데, 저 친구도 체력을 잘 보존해 줘야 하는 쪽이다. 최근 2년 동안 부쩍 자잘한 부상이 많이 늘었다.
“수고했네.”
“별말을요.”
한때는 이렇게 교체되는 것을 두고 펩과 신경전을 펼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익숙함의 무서움이랄까?
요즘엔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잘했어.”
“응.”
먼저 벤치로 와 조금 뒤에 온 케빈과 손바닥을 마주친 후, 곧바로 축구화를 풀고 최대한 편해지는 쪽을 택했다. 그러곤 아래에 있는 도구를 가져와 아이싱을 시작했다.
“후우-”
“무릎은 괜찮아?”
“그냥 그래. 넌?”
“발목에 흉터를 보여 줬던가?”
“쿡쿡쿡. 넌 아마 죽을 때까지 그걸 가지고 그럴 거야.”
“당연하지. 이건 훈장이라고.”
“없었으면 좋았을 훈장.”
“이런! 지금 뼈 때리는 거야?”
“아팠어? 그랬으면 좋겠는데.”
“넌 진짜 개새끼야.”
“나도 알아.”
“하하.”
생각해보면, 케빈과의 관계도 많이 바뀌었다.
처음엔 서로를 경쟁자로 봤던 것 같다.
내가 시티에 합류하기 전 클럽의 현재와 미래는 케빈의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오자마자 상황이 바뀌었고, 저 친구는 거기에 마음이 상했을 수 있다.
이런 우리의 관계를 개선시켜 준 건 결국.
‘대화였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부딪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대화가 중요했는데, 자존심을 서로 굽히고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존중하는 일을 조금씩 하는 사이에 우린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쟤는 원래 그래가 아니라, 쟤는 그런 사람이니 내가 이런 방식으로 해 볼까? 가 되었다.
“이봐, 케빈.”
“?”
“넌 진짜 빌어먹게 좋은 축구선수야.”
“갑자기 그런 말을 한다고?”
“그냥 이런 생각이 들었어. 늘 고마워. 진심이야.”
“…….”
잠깐 나를 빤히 쳐다보던 케빈이 빨갛게 변한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조용히 손을 뻗어왔다. 그래서 난 몸을 한쪽으로 숙여 주먹을 맞대었다.
툭.
어떠한 순간보다 진하게 전해지는 감정을 느끼며, 전달받은 우정과 동료애를 조용히 곱씹는다.
삑-! 삐?익! 삐—익!!
다섯 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활용한 경기는 4:0 우리의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우린 올해도 프리미어리그 1위 팀으로서, 35승 2무 1패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이뤄 냈다.
종료 휘슬이 불린 뒤 피치로 걸어 나가, 난 수고한 동료들을 도닥이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팬들의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까부터 경기장은 팬들이 부르는 ‘Blue Moon’ 노랫소리로 가득하다.
.
(알리스테어 만) – City TV 코멘테이터
“또 하나 역사에 남을 시즌을 보낸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만약 지난 웨스트햄전 패배가 아니었다면, 클럽 세 번째의 무패 시즌을 보냈을 겁니다. 그랬다면 정말로 굉장했겠죠. 하지만, 오히려 저는 이런 엔딩이 마음에 듭니다. 이 팀이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거니까요. 이제 남은 경기는 단 하나입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죠. 리버풀은 어려운 상대지만, 저는 이 팀이 또다시 해낼 거라고 믿습니다. 암요. 그렇고말고요. 축구 역사상 가장 강한 축구팀이니까요.”
.
선수 코치들이 모두 함께 이번 시즌 마지막 에티하드 경기를 마무리한 뒤, 통로 쪽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한 나는 앞에서 홀로 걷는 한 남자를 발견하곤 잽싸게 다가갔다.
모두가 리그를 좋은 성적으로 끝마친 것에 안도하고 있지만, 저 남자는 벌써 다음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푹 숙인 고개와 평소보다 빠른 걸음걸이를 보면, 뭔가 생각에 잠긴 게 틀림없다.
“마지막 경기가 남았어요.”
“응?”
“마지막 경기가 있다고요. 지금 그 생각한 거 맞죠? 거짓말할 생각은 마요. 제 눈은 못 속이니까.”
“하하. 거짓말을? 내가?”
“그냥 해 본 말이죠. 어쨌든, 이제 한 경기예요.”
“그래. 마지막 경기지. 올 시즌의.”
“네. 그거 알아요?”
“?”
“내년 이맘때쯤 또 우린 같은 말을 할 거라는 거.”
“…….”
언제가 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난 앞으로 당분간은 계속 5월의 끝자락에 지금과 거의 똑같은 대화를 나누게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펩이 내 어깨 위로 손을 올려오고, 그는 곧이어 이런 말을 내 귀에다 남겼다.
“자네가 최고야. 장담하지.”
“하하. 감사해요.”
월드컵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했던 시즌이지만, 난 그 마무리가 괜찮아 다행이란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이젠.
‘큰 귀를 다시 가져와 볼까?’
다음을 바라볼 때였다.
.
.
.경기 결과(2021/22 EPL 38R)
맨체스터 시티 4 : 0 애스턴 빌라
로드리 : 전반 38분(케빈 더브라위너)
일카이 귄도안 : 후반 36분(베르나르두 실바)
김다온 ? 62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7.8)
MoM ? 손흥민(2골/평점 8.6)
***
※ 2021/22 EPL 김다온의 성적
: 35경기/33선발/2,713분 출전
: 2교체(IN)/10교체(OUT)
: 13골/51어시스트
: 평균 평점 ? 8.18
: MoM ? 9회
***
※ 2021/22 EPL Awards
1. Player of the Month
-> 8월 : 리오넬 메시(맨체스터 시티)
-> 9월 :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
-> 10월 : 모하메드 살라(리버플)
-> 11월 : 김다온(맨체스터 시티)
-> 12월 : 김다온(맨체스터 시티)
-> 1월 : 김다온(맨체스터 시티)
-> 2월 : 조엘 마티프(리버풀)
-> 3월 : 리오넬 메시(맨체스터 시티)
-> 4월 : 김다온(맨체스터 시티)
2. Manager of the Month
-> 8월 :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 9월 :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 10월 :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 11월 :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 12월 :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 1월 :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 2월 :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 3월 : 미켈 아르테타(아스널)
-> 4월 : 마이크 잭슨(번리)
3. Golden Boots
-> 리오넬 메시(34골)
4. Playmaker of the Year
-> 김다온(51어시스트)
5. Golden Glove
-> 에데르송(24 클린시트)
6. Player of the Year
-> 김다온(맨체스터 시티)
7. Coach of the Year
-> 펩 과르디롤라(맨체스터 시티)
8. Young Player of the Year
-> 필 포든(맨체스터 시티)
9. Game Changer of the Year
-> 리오넬 메시(맨체스터 시티)
***
[펠레, “현시점 역대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넷뿐이다. 나, 마라도나, 메시, 다온. 누가 위라고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 – ESPN(U.S)/2022.05.23.(오후)].
.
[파올로 말디니, “최소한 내게 있어, 역대 최고를 논하는 건 무척 쉬운 일이다. 펠레/마라도나/메시는 많은 득점을 만들 수 있지만, 다온은 그와 비슷한 공격포인트를 기록할 줄 아는 역대 최고의 수비수다. 그리고 다온이 하는 일을 다른 세 명은 할 수 없다. 심지어 흉내조차 낼 수 없다.” – Sette(이탈리아)/2022.05.24.(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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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에서 시작된 역대 최고 논쟁에 뛰어든 리오 퍼디난드와 폴 스콜스 ? 맨체스터 이브닝(U.K)/2022.05.24.(저녁)]? 폴 스콜스, “내가 함께 뛰어 보았던 이들 중에서 최고는 지네딘 지단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현재 네 명을 꼽고 있고, 그중 순서를 정하라면 내 기준은 펠레/다온/메시/마라도나의 순이다.”
? 리오 퍼디난드, “왜 이게 논쟁이 되는가? 다온은 수비수다. 그걸로 게임 끝난 거다.”
.
.
[제이미 캐러거, “리오넬 메시의 플레이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가 외계에서 온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온의 플레이를 보면서는 그가 축구를 위해 선택된 남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축구의 모든 영역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풀백과 윙백의 가치를 다른 포지션의 수준까지 높여 놨고, 이적시장에서 풀백이 가장 비싼 가격표가 붙도록 만들었다.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 Sky Sports(U.K)/2022.05.25.(오후)]***
2022년 5월 26일. 맨체스터 WA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축구인들이 쉽게 심심해한다는 것은 알지만, 이토록 한가한 사람들인 줄은 몰랐다.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한 각 국가의 리그가 끝나기 무섭게, 누가 역대 최고냐를 두고 논쟁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내가 하기 힘든 이야기였다.
당사자 중 한 명이라서도 맞지만, 디에고 마라도나가 서거(逝去)한 이후는 줄곧 그랬다.
“그게 왜?”
“몰라요. 그냥, 공평하지 않아 보여서요.”
“하하. 그거 알아?”
“?”
“은퇴한 사람은 자신들이 현대에 와서는 더 잘했을 거라고 해. 정작 현역에서 뛰는 사람들은 조심하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은퇴와 동시에 공손이란 것도 벗어던지나 봐.”
“시대가 다르니까요.”
“뭐. 여러 의미에서 말이지.”
오늘 요나스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나와 시티의 계약을 갱신하고 몇 개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함이다.
현재 나와 시티의 계약 중 보장된 기간은 2025년 여름까지로, 이후 2년은 각각 선수(2026년)와 클럽(2027년)에서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내가 2025/26 시즌 이후 클럽을 떠나길 바란다면, FA로 팁을 떠나는 게 가능하다.
클럽이 삭제하고 싶은 부분도 바로 이것인데, 요나스는 시티가 계약기간은 그대로 유지하고 옵션 조항 전부를 보장 형태로 바꾸길 원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냥 바뀌는 건 아니고, 상당한 금액의 보너스와 추가적인 다른 옵션을 약속했다.
주급은 따로 바뀌지 않았는데(£ 1,398,615/약 19억 원), 나도 애초부터 돈을 더 받을 생각은 없었다.
상금과 마케팅 등으로 막대한 수입을 버는데도, 나와 리오의 주급은 벅차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요. 제안을 받죠.”
“그렇게 하자. 조건 자체는 나쁘지 않아.”
“네.”
“그럼 다음인데, 광고 제안이…….”
하루에도 족히 열 개는 들어온다는 광고 모델 제안 대부분은 에이전시에서 먼저 걸러 준다.
아무리 조건이 좋더라도 내 이미지에 해가 될 만한 것들은 철저히 배제했고, 광고가 공익과 관련된 것이라면 저렴한 가격에라도 적극 참여를 했다.
그리고 광고가 공익에 관련된 게 아니라고 했을 때, 메이저를 기준으로 보통 6개월에 700~1,000만 유로 사이에서 모델료가 형성됐다.
수입의 절반이 세금으로 빠져나가긴 하지만, 그래도 전과 비교해 광고 몸값도 몇 배나 높아졌다.
“솔직히 상상이 잘 안 가.”
“뭐가요?”
“지금만 해도 엄청난데, 만약 네가 월드컵에서 성과를 만든다면…….”
“쉿. 너무 일러요, 요나스.”
“그냥 그렇다는 거야.”
“돈은 돈일 뿐이죠. 결국 중요한 건 제가 피치 위에서 그것을 해내느냐 해내지 못하느냐에 달렸어요.”
“나도 알아. 하지만, 난 에이전트라고.”
“그전에 제 형제기도 하죠.”
“이런! 날 완전히 묶어 버렸네.”
요나스에겐 금방 돈은 돈일 뿐이라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가 말한 것처럼 이것 또한 나를 설명하는 지표라는 걸 안다.
작년 호날두가 기록한 인스타그램 계정 광고료 160만 달러를 뛰어넘었을 땐, 짜릿한 역전승을 차지한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좋아. 이건 마무리하자.”
“네. 후우- 여전히 이게 제일 힘들어요.”
“하하. 그래서 내가 있는 거니까.”
“늘 고마워하는 거 알죠?”
“물론. 나도 마찬가지야.”
더는 괴롭히지 않겠다고 말한 요나스는 집으로 돌아가 업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그를 배웅코자, 함께 현관 밖으로 나섰다.
“이번 시즌도 하나 남았어.”
“네. 비록 완벽하진 못했지만요.”
“응?”
“카라바오 컵요. 그걸 놓쳤잖아요.”
“이런! 그래, 그래. 어련하려고.”
“하하. 아무튼, 가요.”
“그래. 도착하면 메시지를 남길게.”
“네.”
부릉-
차에 올라탄 요나스가 밖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걸 확인한 뒤, 난 잠깐 기둥에 기대어 서서 곰곰이 생각했다.
‘하나 못한 게 있었네.’
생각해보면 나는 아직, 리그/UCL/FA 컵/카라바오 컵/커뮤니티 실드/유럽 슈퍼 컵/FIFA 클럽 월드컵을 모두 한꺼번에 거머쥐는 것은 이뤄 내지 못했다.
전승으로 끝낸 지난 시즌도, 직전 시즌 리버풀에 정규시즌 우승을 내주어 커뮤니티 실드를 치르지 못했다.
또 FIFA 클럽 월드컵도 코로나19 이슈로 아예 개최되지 않았고 말이다.
“헤헤. 뭐야. 아직 멀었네?”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또 하나의 목표를 찾은 나는 기분이 무척 좋은 상태였다.
몰랐던 다음을 바라볼 수 있게 됐으니까.
바로 이게, 나라는 놈인 거다.
***
[2021/22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예상? – ESPN(U.S)]? 맨체스터 시티 승 : 89%
? 리버풀 FC 승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