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74
374화
“어떻게 된 겁니까?”
“먹성 좋은 너의 생기에 저 놈의 신력이 모두 흡수되어 버린 것이다.”
“아…”
이제는 가죽밖에 남지 않아 미이라처럼 되어버린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치우를 발견하고 치우를 노려보며 분통을 터트렸다.
“청룡! 네놈의 짓이더냐?”
“허허허, 청룡이라니? 청룡의 자리를 내어놓은 지가 벌써 수천 년이다. 이 기생충 놈아!”
“빌어먹을 황룡 자식! 청룡을 막겠다고 했거늘!”
“후후..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이미 청룡이 아니라고.. 내가 청룡의 힘을 잃었다고 하여 너같은 기생충 한 마리 막지 못할줄 알았더냐?”
진우는 치우와 그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청룡은 뭐고, 황룡은 뭡니까?”
“지금 그것이 중요하더냐? 멍청한 제자놈아?”
“아니, 꼭 그렇지는 않지만…”
진우가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치우를 바라보자 치우가 웃으며 턱짓으로 그를 가리켰다.
“네가 궁금한 것은 저놈에게 물어 보거라. 그냥 죽기는 싫을 터이니 있는 대로 술술 불겠지.”
“나..나를 살려주겠다는 말이냐?”
그가 발악을 했다. 그러자 치우가 빙그레 웃었다.
“그것은 내가 아니라 이 멍청한 제자놈이 결정할 일이다. 물론 너의 협조가 있어야 되겠지만.”
“물어봐라. 네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겠다.”
그의 표정에서 절박함이 느껴졌다. 진우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한 후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을 시작했다.
“당신은 누굽니까?”
“나는 너다.”
“그런 애매한 답을 원한 게 아닙니다.”
“역시 너는 끝까지 아둔하군.”
그가 이죽거리며 그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나는 신안의 능력자였다.”
“알고 있는 이야기는 생략하죠.”
“신안의 능력자는 고래로부터 차원을 넘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
진우가 인상을 찌푸리자 그가 뒷말을 이었다.
“나의 세상은 다른 어느 세상의 분기로 인해 떨어져 나온 파편이었다. 나의 세상은 죽은 자가 살아있는 자를 억누르는 기형적인 세상이었다. 나는 악귀들과 싸우다가 크게 다쳤고, 악귀들의 신력에 의해 입은 상처는 내 생명을 갉아 먹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천문도룡도를 얻어 천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천문을 열었을 때, 다른 세상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가 크게 숨을 한번 들이 쉬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놀라움을 표현할 정신도 없이 나의 영혼이 그의 몸에 들어갔다. 나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나는 새로운 몸을 가지게 되었다.”
“뒷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되겠군요. 그렇게 시간의 분기가 생긴 차원을 돌며 몸을 얻어 생명을 연장했다는 말이죠?”
“그렇다. 나약하고 권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들 대신 내가.. 바로 이 몸이 그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인생을 대신 살아 준 것이다.”
“허어… 그들의 삶이 나약하고 권태로웠냐고 그들에게 물어본 적이나 있습니까?”
진우의 날선 질문에 그가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런데.. 제가 살던 세상에서는 왜 다른 몸으로 살았던 거죠?”
“어느 차원에서부터인가 시간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천문을 넘어 설 때마다 늘 같은 시간이었던 차원이 시간의 뒤틀림으로 인해 몇십 년 빠르거나 몇십 년 늦게 되는 경우가 생겼다.”
“제가 살던 세상에서 그런 경험을 하게 된 모양이군요.”
“맞다. 나의 영혼은 제 짝이 되는 육신을 찾지 못해 악귀가 되려고 하였다. 하여.. 나는 역사를 비틀었다. 신안의 능력을 가진 육신이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이연성의 인생을 비틀어 그로 하여금 사생아를 낳게 하였다.”
“그때 당신이 가졌던 몸이군요.”
“그래, 하지만 나의 판단은 틀렸다. 내게 맞는 몸은 신안의 능력을 가진 몸이 아니라 바로 너의 몸이었다. 나와 정확히 일치하는 나의 거울 속의 나!”
“하지만 당신은 그때 나의 몸을 차지하지 않았지 않습니까?”
“그 모든 것이 그 인신이라는 늙은이 때문이었다. 그놈은 나의 육신 뿐 아니라 내 육신과 연결된 내 영혼에 상처를 주었다. 그 상태로는 너의 몸을 가질 자신이 없었지. 그래서 일단 내 몸을 치료할 수 있는 나의 세상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누가 뭐래도 그곳은 죽은 자들의 세상이었으니…”
**
“그래서 치료를 마치고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온 것입니까?”
“그렇다. 나의 계획은 완벽했다. 하지만 그 빌어먹을 천문을 지키는 문지기 놈들이 이딴 짓을 꾸밀 줄은 몰랐지.”
“이 세상에서도 시간의 뒤틀림이 있었습니까?”
“그래. 그때와 똑같았다. 아니 네가 살던 세상과 똑같은 세상이었다.”
“그거 참, 이해하기 힘드네요. 어떤 세상은 똑같은 세상이고 어떤 세상은 시간의 뒤틀림이 있고…”
“나도 그 점이 이상했다. 왜 시간이 다른가? 내가 내린 결론은 그 세상이 언제 분기가 되었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시간의 분기가 이루어진 시점의 차이다라…”
진우가 이해를 하였는지 고개를 주억였다.
“하필.. 이 세상은 네놈이 살고 있던 세상과 같은 시기에 분기가 일어난 쌍둥이 세상이라는 것이 문제였지.”
“그래서 또 저를 기다린 겁니까?”
“네놈이 이 세상으로 넘어왔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뻐했을지 상상이 가느냐?”
“허허허, 그딴 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네놈은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
치우가 이죽거렸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말을 이었다.
“제 짝을 찾지 못했을 때 오는 부작용을 알고 있느냐?”
진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자조적인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나에게는 부작용이 시작되었다. 조금 전 네 몸이 날 밀어냄으로써 정확해 졌지. 나는 이제 너의 몸을 차지할 수 없다.”
“그럼 이대로 죽는 겁니까?”
“날.. 나의 세상으로 보내다오. 그 천문도룡도라면 충분히 날 나의 세상으로 보낼 수 있다.”
“그곳에서 죽은 자로 살겠다는 말입니까?”
“나라고 그러고 싶겠느냐? 하지만 이것만이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제가 당신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군요.”
“날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한다면.. 너에게 두 가지 비밀을 알려주마.”
진우가 갈등하는 얼굴이 되자 그가 야비하게 웃었다.
“일단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약속을 해라.”
“비밀이 별것 아니거나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천만에 너는 절대 알지 못할 이야기다.”
“흐음… 좋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내 기준에 흡족하면 당신을 당신의 세상으로 돌려보내 드리죠.”
그가 입꼬리를 올리더니 잠시 뜸을 들였다.
“저자는 청룡이었다.”
“조금 전에 당신에게 들어 알고 있습니다.”
“청룡은 동방을 수호하는 자. 그의 상대는 황룡이다. 서방을 수호하는 자이자 동방의 평화를 깨는 자. 내가 황룡을 깨웠다.”
“황룡이라.. 헌원을 죽인 자를 말하는군요.”
“중요한 것은 동방의 땅에 청룡이 없다는 것이다.”
진우가 치우를 돌아보았다. 치우가 슬쩍 진우의 시선을 외면했다.
“저분이 청룡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후훗.. 한때는 그랬으나 나태를 이기지 못하고 청룡의 자리를 내어놓은 반신이 있었다. 그게 누구인지 저자에게 물어보도록!”
진우의 아미가 살짝 올라가자 치우가 헛기침을 연신하였다.
“너는 황룡을 상대해야 한다.”
“왜 접니까?”
“내가 네 몸을 차지하고 나면 청룡 대신 그를 영원한 안식으로 인도해 주기로 약속하였기 때문이다.”
“영원한 안식?”
“그와의 승부에서 이겨 그를 죽여주기로 했다.”
“당신은 황룡을 이길 수 있습니까?”
“나라면 그렇지. 하지만 너라면 어떨까?”
그가 이죽거렸다. 진우는 그의 신력에 눌려 변변한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몸을 내주고 말았다. 그와 진우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그가 황룡을 이길 수 있다고 하여도 진우가 황룡을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제가 황룡을 이길 수 있습니까?”
진우의 물은 치우가 피식 웃고 말았다.
“청룡의 기운을 거의 다 잃어버린 나조차도 상대하지 못하는 놈이 어찌 황룡을 이기겠느냐? 너는 이대로 도망을 치는 것이 최선이니라.”
“허어… 당신은 절 죽일 생각이군요.”
“그럴 생각은 없었다. 단지 네놈의 힘이 약해 그런 결과가 예상되는 것 뿐이지.”
“점점 당신을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두 번째 비밀을 듣도록 하죠.”
진우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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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들고 있는 천문도룡도는 가짜다.”
황룡의 이야기보다 더 충격적인 이야기가 그의 입에 흘러나왔다.
“진실을 호도하지 말거라.”
“크크크.. 그렇지. 저자가 있었지. 말을 정정하마. 네가 들고 있는 천문도룡도는 내가 그 여유같은 놈들에게 빼앗긴 내 세상의 천문도룡도다.”
“그게 뭐, 어쨌다는 겁니까?”
“문에 맞는 열쇠는 하나뿐이다.”
“그게 무슨…. 아! 이런 씨!”
“후후, 그 천문도룡도는 내 세상으로 갈 수 있는 천문만을 열 수 있다.”
그의 말에 실망을 하던 찰나 문득 드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당신은 내가 살던 세상의 천문도룡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까?”
“내가 방금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천문도룡도를 빼앗겼다고. 설마 내 세상의 것만을 빼앗겼겠느냐?”
“그럼?”
“당연하지.”
“이런 빌어먹을!! 누가 가지고 있는 겁니까?”
“누구겠느냐?”
“…. 황룡?은 아니겠죠?”
“생각보다 똑똑한 놈이군.”
진우의 인상이 다시금 와락 일그러졌다.
“결국 황룡과 한판 떠서 이겨야 내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군요.”
“거기에 하나 더, 그 늙은이들이 황룡에게 붙었다.”
“그들이 한패라구요? 왜요? 왜?”
“그들은 나에게 악귀를 사냥하는 법과 신력을 모으는 법을 배웠다. 그들에게 힘이 생기자 날 경계하더군. 나의 힘을 능가하는 장군신을 불러내기 위해 그들이 잠들어 있는 황룡을 깨웠다. 어찌 되었겠느냐?”
“죽을 뻔 했겠군요.”
“당연하다. 그들은 나의 힘을 능가하는 황룡을 불러냈지만 영원한 안식을 바라는 황룡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결국 나의 의도대로 널 나에게 보내야 했다.”
“상당히… 답답한 짓을 했군요.”
“멍청한 놈들이었지. 크크크”
그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암담한 미래만 그려지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들으니 치우가 직접 세상 밖으로 나온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문제는 황룡의 뜻대로 그를 영면시킬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잠깐만.. 치우 스승님?”
번개처럼 진우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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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이 무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그를 보낸 것이 그리 못마땅하십니까? 지금 그런 사소한 일로 저를 책망하실 상황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직.청.룡.님??”
“허음.. 크음…”
“도대체 왜 청룡 짓을 때려 치신 겁니까?”
“이 세상에 세워지고 나는 처음부터 청룡이었다. 약해 빠졌던 인간들이 번성하며 아기자기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을 때에도 나는 방관자였다. 황룡은 내가 태어나고도 아주 오랜 뒤에 태어난 존재였다. 서방에 인간들이 생겨나며 그들을 수호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니 말이다. 그런 그도 권태를 이기지 못해 영원한 안식을 원하고 있다. 하물며 나는 어떻겠느냐?”
“이해는 됩니다만, 그럼 후계라도 정해 놓고 사표를 내셨어야죠.”
“청룡은 임의로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에 의해 점지되고 스스로 능력을 키워 각성하지 않으면 절대 태어날 수 없는 존재다. 지금껏 수많은 자들이 잠룡으로 점지되었지만 청룡은 커녕 이무기로도 성장한 인물조차 없었다.”
“허어.. 그럼, 소룡이는 요?”
“아직 한참 모자라지. 겨우 이무기가 될까? 말까?”
“미치겠네.”
“지금이라도 그놈의 세상으로 넘어가 그놈을 끌고 오거라.”
“그럼 답이 나옵니까?”
“네 몸을 공손히 바친다면 어찌어찌 답이 나오겠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
치우의 딴죽에 진우가 화를 내며 이젠 주인을 잃은 석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어? 이건?”
그림도 글씨도 아닌 낙서가 석실에 그려져 있었다. 기억에 있는 글자들이었다. 진우가 괴상한 글씨에 집중을 하자 치우가 진우 곁에서 이죽거렸다.
“황룡, 그 녀석의 [약속의 서]로군.”
“약속의 서요?”
진우가 품에서 호리병을 들어 탈탈 털었다. 그러자 아주 오래된 책 한 권이 튀어나왔다.
“읽을 줄 아십니까?”
진우가 내민 책을 받아든 청룡이 책장을 넘기며 내용을 살피더니 피식 웃곤 진우를 바라보았다.
“네놈이 아주 재수가 없는 놈은 아닌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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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실을 나와 보니 몽달과 길동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미몽 속에서 탈진해 있길래 오는 길에 주워왔다. 너 가져라.”
진우가 큰 부상을 입은 몽달과 길동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전전긍긍하고 있던 은혜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야. 괜찮아?”
“응, 괜찮아. 많이 무서웠지?”
달달한 두 사람 곁에서 소룡이 밝은 미소를 머금었다. 이들과 함께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유여름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치우가 바라보는 시선이 소룡의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
그가 사라지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공간을 빠져나갈 수 있는 포탈이 열렸다. 포탈 앞에는 진우를 기다리고 있던 팀원들이 있었다.
“걱정했습니다. 부총리 각하.”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귀환하시죠.”
진우가 먼저 포탈에 올라탔다. 울렁임이 사라지고 새로이 나타난 풍경은 가관도 아니었다. 헌터들이 하나둘씩 포탈을 빠져 나오며 눈이 휘둥그레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난들 알겠습니까?”
실컷 고생을 하고 돌아온 헌터들을 반긴 곳은 황궁 지하 감옥이었다.
**
참으로 크게도 만들어 오천 명이 들어가도 넉넉할 대형 감옥이었다. 창살이 없었다면 강당으로 착각할만한 규모였다. 한쪽 구석에 박민국과 그의 떨거지들이 빈사상태로 쓰러져있었다.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본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쟤들은 밥도 못 먹고 다닌 모양인데?”
길동이 이죽거렸다. 처음부터 진우를 무시하며 나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쌤통이라고 여기며 갖가지 비웃음을 머금어 주었다. 그러나 박민국은 길동의 냉소에 열 받을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는지 감옥 철창살을 잡고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먹을 것을 달라고 신음하고 있었다.
“저들에게 남은 음식을 나눠 주십시오.”
진우의 명령에도 팀원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배식 담당인 5팀은 저들에게 방출된 인원들이 아니었나? 저들의 입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공기도 아까운 심정이었다. 그러나 진우가 재차 명을 하자 하나둘씩 간단한 음식과 물을 가지고 가 그들에게 던져주었다.
“거지도 저런 거지가 없구먼.”
치우가 혀를 찼다. 음식만 등장하면 어디에 숨어 있다가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맞춰 나타나는지 그것도 참 재주라는 생각을 하며 진우가 박민국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자초지종을 물었다. 박민국이 손에 들린 주먹밥을 입에 밀어 넣으며 상황을 설명했다.
한참을 듣고 있던 진우가 고개를 주억이더니 몸을 일으켜 몽달에게로 갔다. 다시 몽달과 한참을 소곤거리던 진우가 길동을 찾았다. 진우의 속삭임에 길동이 히죽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헌터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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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룡아, 무슨 일이 생겨도 앞으로 나서지 말고 은혜씨를 잘 지켜다오.”
“그들이 오는군요.”
소룡도 그들의 기척을 느꼈는지 창살 밖 텅빈 공간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룡의 예상처럼 노인 한 명과 중년인 둘이 나타났다. 진우가 그들 앞에 섰다.
“내 약은 어디 있누?”
이연성이 웃으며 먼저 말을 꺼냈다.
“상관없는 이들은 풀어주시죠.”
“그럴 수야 있나? 그들도 모두 보았을 것인데.”
“그들은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장담할 수 있느냐?”
“저 꼴을 보고도 모르시겠습니까?”
진우가 상거지 꼴을 하고 있는 박민국과 그의 떨거지들을 가리키자 이연성이 인상을 썼다. 옷차림만 보아도 대한제국 헌터팀이 두 패로 갈렸고, 그 결과 진우를 선택하지 않은 이들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모자란 것들! 쯧!”
이연성이 혀를 한번 차더니 자신을 호위하는 헌터에게 눈짓을 했다. 진우가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나자 철창이 열리고 황궁 호위 헌터들이 헌터들을 인솔하여 감옥을 빠져나갔다.
진우가 이연성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너는 어쩔 거냐는 의미가 담긴 미소였다.
“약을 내놓겠다면 생각을 해보겠다.”
“이 넓은 곳에 혼자 있으려면 무척 심심하겠습니다. 하하하”
진우가 이연성을 지나 김상필을 거쳐 인신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서운합니다. 스승님. 극진히 모셨다고 할 순 없지만 성심성의를 다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네요.”
“네 아비의 팔과 다리를 고쳐주었으니 너와 나 사이에 부채는 없는 것이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동생.”
“미안하시면 제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천문도룡도를 주시겠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 하지만 동생이 가버리면 황룡이 이 세상을 무너트리고 말 것이야.”
“애석하게도 저는 황룡을 막을 힘이 없습니다. 제가 있든, 없든 이 세상은 황룡의 손에 끝장나고 말 것이니 젊은 저라도 살려주십쇼.”
“하하하, 자네는 늘 유쾌해서 좋아. 내가 자네였다면 모든 능력을 잃었을 때 그렇게 웃지 못했을 거야. 그래서 나는 자네를 높이 평가한다네.”
“말씀이라도 고맙습니다. 어르신.”
진우가 마지막으로 이연성을 돌아보았다.
“내게도 젊어질 수 있는 약을 내놓겠느냐?”
“약은 이미 완성되었습니다. 아마도 30년은 너끈히 젊어질 겁니다. 제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면 폐하께서는 이미 중년의 몸을 가지고 계셨을 겁니다. 하지만…”
진우가 뒤로 물러나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이젠 못 드리겠습니다. 방!”
진우가 아예 감옥 안에 방어 주술을 쳐버리자 이연성이 황당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당연히 도망을 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감옥 안을 사수하겠다는 저 발상은 도대체 무슨 정신머리에서 나오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제가 도망을 치면 저와 제 가족, 그리고 제국헌터 협회까지 말살을 시키실 것이 아닙니까? 힘없는 제가 무슨 배짱이 있어 폐하의 심기를 거스르겠습니까? 폐하께서 풀어주실 때까지 그냥 여기서 버티고 있으렵니다.”
“허허… 허허허… 우리에게도 사정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러셨겠죠. 욕심이라는 사정, 권력의 달콤함이라는 사정, 이기심이라는 사정, 뭐.. 다 이해합니다.”
진우가 벌러덩 누워버리자 이연성이 걸음을 돌리다 말고 물었다.
“그는 어찌 하였느냐?”
“그가 있던 세상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어찌 죽이지 않았지? 그는 너의 원수이지 않느냐?”
“그의 말에 허점이 있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천문 너머로 보내버렸습니다. 같이 갈까도 생각해봤는데 괜히 갔다가 차원 이동의 부작용이라도 생길까 싶어 포기를 했죠. 하지만 여차하면 튈 생각도 있습니다.”
진우가 손가락으로 천문도룡도를 빙글빙글 돌리며 웃자 진우가 이 감옥 안에 자신만의 술법을 편 이유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천문을 열고 도망을 칠 때까지 자신들의 방해를 막겠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그의 세상이 어떤 곳인지 듣지 못했느냐?”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곳이 지옥이라고 해도 이곳에서 황룡의 밥이 되어 영혼까지 소멸되는 것보다야 낫겠죠.”
“네가 구차하게 삶을 연장할 줄은 생각도 못했구나.”
“듣지 못하셨습니까? 그는 접니다. 본래 같은 뿌리지요. 기본은 다를 수가 없습니다. 폐하.”
진우가 이죽거렸다. 하지만 이연성은 그런 진우를 나무랄 수 없었다. 진우가 아끼는 이들을 인질로 삼으면 진우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이연성의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기본이 같다라… 그렇군.”
이연성이 피식 웃어버리곤 감옥을 나가버렸다. 김상필이 뒤를 따랐고 인신이 뭔가를 이야기할까 하는 표정이었지만 끝내 말을 하지 못하고 앞선 이들의 뒤를 따랐다.
“길동아.. 지금이다.”
저들은 모두 신속의 능력자! 영체를 정확히 볼 수 있는 능력자들이었다. 하여 몽달이나 소룡이 신체화를 하여도 그들의 눈을 속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길동은 달랐다. 길동은 변신술이라는 도술을 가진 장군신! 모기나 파리쯤으로 변신을 한다면 그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을 염탐하고 와.”
**
“어찌 그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것입니까?”
“이미 그 아이에게 도움을 청할 단계는 지나지 않았나? 그 아이가 자신을 사지로 밀어 넣은 우리를 순순히 도와 줄 것이라고 생각하나?”
김상필과 이연성 사이에 언쟁이 붙었다. 두 친구가 군신의 예를 다 갖추며 싸우고 있는 동안에도 인신은 딴 생각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형님, 말씀 좀 해 보시구려.”
“맞소. 인신 선생. 선생이 답을 내보시오.”
“입들 다물고 있어. 생각하고 있는 중이니까!”
까칠한 인신은 황제 앞에서도 굴함이 없는 모양이었다. 김상필도, 심지어 이연성도 순간 벙어리가 되었다. 인신이 눈을 감은 채 한참 동안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번쩍 뜨곤 입을 열었다.
“황룡이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이지?”
“영원한 안식! 그러니까 소멸이오.”
“그래,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이지. 그럼? 그런 놈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
“그게 무슨 말이오?”
“죽고 싶으면 그냥 죽으면 돼. 하지만 황룡은 그냥 죽고 싶지는 않은 것이야. 강자와의 싸움에서 장렬하게 전사하고 싶은 것이지. 그럼 강자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보내주면 어떨까?”
“설마? 황룡에게 천문을 제안하겠다는 거요? 그가 그걸 받아들일 것 같소?”
“황룡 그가 우리에게 준 책이 있지 않나? [약속의 서] 그것이 있다면 우리는 그에게 한 가지를 요구할 수 있네.”
인신이 김상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김상필이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그.. 그게 그런 것이었소?”
김상필이 심히 당황하자 인신이 뭔가 잘못 되었다는 걸 알았는지 추궁을 하였다.
“그 책을 어디에 두었나?”
“그게.. 진우, 그 아이가 기력을 잃고 심난해 하고 있길래, 심심풀이 삼아 그 이상한 글자의 의미나 해독해 보라고 주었습니다. 형님.”
“뭐라?”
인신도, 이연성도 모두 놀란 눈이 되었다. 황룡을 움직일 수 있는 히든카드까지 진우의 손에 쥐어졌다. 그러나 김상필도 할 말이 있었다.
“형님께서 그 책의 의미를 정확히 말씀해주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그게 그렇게 중요한 책이었는지 제가 알 수가 있었겠습니까?”
인신이 허털한 얼굴이 되었다. 인신의 시선을 피한 김상필이 머뭇거리며 이연성에게 물었다.
“말이라도 꺼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끝까지 그 어린 녀석의 비웃음을 참아내야 할 팔자인 모양이군.”
이연성도 도리가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연성이 한숨을 내쉬자 고개를 돌린 김상필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드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