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18)
1238화 When I was Young (6)
인버티드(Inverted/반대 발) 사이드백의 가장 큰 단점은 정통적인 형태의 윙 수비에 취약하단 부분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반대 발 윙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포지션이기에, 오히려 정(正) 발 형태의 윙에 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SL 벤피카의 에당 아자르. 나아가 포르투갈의 에딩 아자르로 불렸던 하파 실바도 그런 부분을 이용코자 했다.
그러나.
탁-!
“!!”
“…….”
김다온의 약한 발을 노리려던 하파 실바의 시도는 매번 허무한 실패로 끝나고 있다.
이젠 오기가 생길 정도다.
.
(양은석) – SPORTV 캐스터
“다시 차단하는 김다온입니다!”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하파 실바 정도 되는 선수가 꽁꽁 막혀 있습니다. 비록 빅리그에서 뛴 경험은 없습니다만,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멤버이자 포르투갈 리그 정상급 윙어거든요? 하지만 오늘 벤피카는 김다온이 있는 오른쪽 측면에선 전혀 힘을 쓰고 있지 못합니다. 전형적인 맨체스터 시티 경기의 양상인데, 한쪽 측면을 완전히 틀어막고, 거기에서 나온 우위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 나갑니다. 이렇게 되면 이강인과 황인범이 중요해집니다.”
.
.
.전반 26분
맨체스터 시티 1 : 0 SL 벤피카
하파 실바의 오기가 팀의 리듬을 미묘하게 망가뜨리는 동안, SL 벤피카의 중원은 힘든 와중에도 각자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가벼운 몸놀림을 과시하며 수적 우위에서 오는 이점을 잘 활용 중인 것이다.
다만 불안 요소가 없는 건 아니었는데, 기본적인 밸런스가 공격에 너무 치우쳐져 있었다.
엔초 페르난데스가 수비에서 평소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 단점이 크게 드러나고 있진 않았으나,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진즉부터 이 부분을 생각하고 있다.
삐?익!
이강인의 다리에 걸린 김민재가 넘어지며 휘슬이 불리고, 경기가 멈춘 사이 몇 개의 대화가 그라운드를 오간다.
그 손짓들을 유심하게 보는 이가 있다.
제법 멀리 떨어진 곳이다.
‘완벽하군.’
현재 관중석 한곳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감독 파울루 벤투 역시 있었다. 다섯 명의 국가대표팀 선수를 한꺼번에 관찰할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다.
그러나 이 방문엔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올 시즌을 끝으로 클럽을 떠나기로 한 조르제 제주스의 후임으로 파울루 벤투가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펼쳐지기 전, 파울루 벤투는 선수단과 함께 내한한 후이 코스타를 만났다.
후이 코스타는 벤투에게 3년의 계약기간과 함께 넉넉한 연봉을 제안했고, 단순히 옛 동료를 만나는 줄 알았던 벤투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답해야 했다.
SL 벤피카의 제안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처음 한국 대표팀 자리에 지원했을 때부터, 벤투는 언젠가 클럽 축구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상태였다. 기왕이면 독일이나 프랑스 팀이기를 원했다.
A매치 기간이나 특정 대회 때만 훈련과 경기를 치르는 대표팀과는 달리, 클럽은 9~10개월 내내 축구를 했다.
그래서 처음 후이 코스타의 제안을 받았을 때, 파울루 벤투는 내심 반색하면서도 망설이는 자신을 발견하곤 당혹감을 느꼈다.
비록 자신이 바란 분데스리가/리그앙은 아니어도, SL 벤피카 정도 되는 클럽의 제안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축구 감독으로서 인정받는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였다면 별다른 고민 없이 벤피카의 제안을 받아들였겠지만, 어째서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저런 팀은 굳이 조언이 필요 없지.’
이채를 가득 담은 파울루 벤투의 눈빛이 날카롭게 그라운드를 훑고 지나간 뒤, 맨체스터 시티는 곧바로 SL 벤피카를 상대하는 방법을 바꿨다.
네이선 아케를 왼쪽 풀백으로 돌리는 변형 쓰리백 형태를 가져가며, 김다온과 로드리를 나란히 중원에 세운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케빈 더브라위너의 위치는 높아졌고, 중앙 미드필드를 시작으로 두 명의 10번(AM)과 스트라이커가 다이아몬드로 서는 형태로 전형이 바뀌었다.
전술적으로 상당히 독특한 접근이지만, SL 벤피카의 약점을 생각하면 기발함에 더욱 큰 점수를 줄 수 있는 변화다.
‘모두가 흐름을 제대로 읽고 있어.’
맨체스터 시티의 이런 전형 변화는 곧바로 경기 내용에 반영되었다.
상대적으로 수비적인 압박에 취약한 중원 조합이란 SL 벤피카의 약점을 멋지게 이용, 5분 정도가 더 흐른 시점부터 볼이 움직이는 위치를 잔뜩 끌어 올린 것이다.
자연스럽게 SL 벤피카는 하프라인 아래쪽에 가둬졌고, 이때부터 맨체스터 시티의 전형은 다시 한번 변화했다.
네이선 아케를 그대로 왼쪽 풀백으로 쓰며 김다온을 아예 왼쪽 윙(Wing)처럼 끌어 올렸고, 리야드 마레즈가 길게 오른쪽으로 빠져 서며 4-3-3이 됐다.
그러다가도 수비할 상황이 되었을 땐 다시 파이브백으로 돌아왔는데, 볼이 머무는 위치에 따라 세 개의 전형으로 변화하는 시티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도대체 어느 정도로 훈련해야 저러한 식으로 축구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잠깐 의문을 품었던 파울루 벤투는 곧, 자신이 엉뚱한 생각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런 건 훈련으로 되는 게 아니야.’
노력(훈련)은 외의 모든 조건(재능)이 완벽히 동등하다는 전제하에 그 우열을 가를 수 있는 부분이다. 어떠한 것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하다.
그라운드 위에서 고스란히 나타나는 재능의 향연에, 벤투를 포함한 시티 외(外) 축구 관계자들은 전율한다.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필드 플레이어가 최소 두 개의 포지션과 역할을 소화 중이고, 김다온/베르나르두 실바/필 포든은 무려 세 개의 포지션과 역할을 소화 중이다.
이런 진정한 의미의 포지션 파괴에, SL 벤피카는 결국 허점을 드러낸다.
{“와-!”}
‘왔어.’
하프라인 부근에서의 강한 압박을 견뎌 낸 베르나르두가 두 명의 선수를 비집고 나온 순간, SL 벤피카의 수비는 크게 얇아진 상태였다.
망설임 없이 전방을 바라본 베르나르두 실바의 패스가 필 포든에게 향하고, EPL Young Player of the Year에 빛나는 잉글랜드의 재능이 논스톱으로 볼의 방향을 꺾는다.
볼은 어느새 높은 위치까지 올라선 김다온의 발밑으로 향했고, 벤피카는 그들의 포백만을 남겨 두게 되었다.
김다온의 중거리 슈팅에 이미 실점한 SL 벤피카의 수비가 기억에 반응해 라인을 높이고, 이런 심리적인 우위는 대한민국의 풀백에겐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컨트롤 한 상황에서, 김다온의 선택은 수비의 전진을 역이용하는 것이었다.
팡-
“!!”
오른발 안쪽으로 김다온이 패스를 밀어 보낸 순간, 볼과 한 명의 선수를 제외한 그라운드 위 모든 것들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만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한쪽 손으로 턱을 괸 특유의 자세로 경기를 바라보던 파울루 벤투의 눈이 커지고, 벤피카의 수비라인 뒤에서 등장한 손흥민이 오른발로 퍼스트 터치를 가져간다.
공간을 허락한 벤피카의 수비수들이 오프사이드를 어필하고자 손을 들어 올리고, 그에 아랑곳없는 손흥민이 퍼스트 터치 된 볼을 바로 왼발 슈팅으로 잇는다.
퍽-!!
임팩트가 정확히 이뤄진 손흥민의 슈팅은 강력하게 날아, 가까운 쪽 골대 안을 비집고 들어간다.
촤랑-!!!
상상 이상으로 빠른 슈팅에 가까운 쪽 포스트를 헌납하고만 오디세아스 블라호디모스(Odisseas Vlachodimos)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진다.
양발을 모두 쓸 수 있는 선수라 슈팅 방향을 예측하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슈팅까지의 과정마저 짧아 제대로 된 반사 신경을 발휘할 틈이 없었다.
이제 SL 벤피카에 남은 건 오프사이드 판정을 기다리는 것이지만, VAR을 확인한 주심이 골을 인정한다.
{“와아아아-!!!”}
한국 출신의 두 선수가 만들어낸 합작품에 상암이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오르고, 동그랗게 변한 눈 그대로 굳어버린 파울루 벤투를 카메라가 비춘다.
주변의 반응에 상황을 이해한 벤투는 머쓱해져 애써 무표정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런 벤투의 머릿속엔, 지난 10분 동안 맨체스터 시티가 보여준 축구가 끊임없는 영감을 제공하고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샘솟았다.
결국 참을 수 없게 된 벤투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 등장한 대한축구협회의 스태프 하나가 펜과 노트를 전달한다.
생각났던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이를 노트에 옮기고 싶었던 벤투가 정신없이 펜을 움직인다.
그러는 사이 맨체스터 시티와 SL 벤피카의 드림 컵 우승자를 가르는 전반전이 끝난다.
삑-! 삐?익!!
포르투갈 챔피언을 상대로, 맨체스터 시티는 유럽 챔피언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이벤트적인 성격이 짙은 대회라곤 하나, 엘리트 레벨에 더욱 중요한 자존심에 생채기가 난 SL 벤피카의 선수들은 후반전 반전을 도모하며 드레싱 룸으로 들어선다.
빠르게 변화를 주기로 한 조르제 제주스는 측면을 버리더라도 중원을 더욱 강화하는 방법을 택한다.
아직 SL 벤피카의 축구에 덜 녹아든 율리안 드락슬러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드인 플로렌티누 루이스를 투입했다.
라파 실바를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돌림과 동시에, 팀 전형을 익숙한 다이아몬드 4-4-2로 바꾸었다.
“중요한 건, 너희의 축구를 보여 주는 거다.”
승리를 강요하지 않는 조르제 제주스.
그 역시 전반전의 상대를 보았다.
“전혀 다른 레벨이었지.”
조용히 중얼거리며 그라운드로 나서는 조르제 제주스는 지금, 전반전 벤피카를 곤경으로 몰고 간 김다온의 플레이를 떠올리고 있다.
***
.후반 30분
맨체스터 시티 4 : 1 SL 벤피카
삑-!
휘슬 소리가 들려오고, 곧장 몸을 돌린 나는 뒤쪽에 있던 후벵에게 달려갔다. 그리곤 왼쪽 팔뚝에 둘린 완장을 떼어 동료의 팔에 둘렀다.
“마무리를 부탁해.”
“그래.”
오늘 경기 세 번째 교체를 단행한 펩은 나를 불러내고 조슈아를 투입할 준비를 끝마쳤다.
하프타임 이후 케빈과 리오가 교체되어 그라운드로 나왔었고, 10분 정도 전에는 민재와 키런이 물러나고 리암과 리코가 들어왔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 수비가 흔들리며 벤피카에 실점을 허락했지만, 환상적인 돌파를 선보인 리코가 완벽한 어시스트 패스로 리오의 득점을 도우며 다시 점수를 벌렸다.
승리가 거의 유력한 상황에서, 펩은 다시 한번 교체로 체력은 안배하려는 듯했다.
“잘해, 인마.”
찰싹-!
“윽!”
가볍게 휘두른 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조슈아가 목을 살짝 움츠리며 냅다 내달렸다.
씨익 웃으며, 팬들을 향해 손을 뻗는다.
.
(양은석)
“1골 2어시스트. 오늘도 만점 활약을 펼친 김다온입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은 조슈아 윌슨-에스브랜드입니다.”
.
“거의 올라왔군.”
“아직 80% 정도에요.”
“다른 팀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말이로군.”
“그렇게 될 거예요.”
“하하.”
농담처럼 말하긴 했지만, 정말로 현재 내가 느끼는 컨디션은 80%~90% 사이였다. 벤피카가 우릴 낯설어한다는 점의 덕을 본 상황이 꽤 있었다.
그리고 거기엔 경험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몇 년 전부터 경기는 달라도 이전에 경험했던 것만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늘었는데, 오늘만 해도 몇 번이나 거기에 도움을 받았다.
“후우~”
“형, 고생했어.”
“그래. 너도 고생했다.”
“아- 아까 그거 진짜.”
“아직도 생각나냐?”
“당연하지.”
에데르송의 실수가 치명적이었다곤 하지만, 민재에겐 실점 상황은 막을 수 있었는가 보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론 시티에서나 대표팀에서나 나와 자웅을 겨루는 녀석인지라, 아무리 이벤트성 경기라고 해도 용납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실은 나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시즌 전 허둥지둥하는 상황을 겪게 되었다는 점과 SL 벤피카가 영패를 당하진 않았다는 사실이 그런 상황을 견디도록 해주었다.
“뚫렸다.”
“?”
발목과 무릎에 아이싱을 하던 중 곁에서 민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고개를 들자 우리의 포켓(Pocket)에 선 강인이의 모습이 보였다.
패스를 받아 든 강인이가 몸통 정면을 골대 방향으로 가져간 순간, 나와 민재는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말을 내뱉었다.
“쟤 찬다.”
“슛이네.”
팡-!
예상대로 왼발을 휘두른 강인이가 슈팅을 가져가고, 그대로 굳어버린 에데르송이 공의 궤적을 멍하니 바라본다.
지금은 에데르송이 아닌 어떤 골키퍼가 오더라도 마찬가지의 행동을 할 것 같았는데, 골대 왼쪽 위를 겨냥한 저 슈팅은 미리 대비가 된 게 아니고야 막아 내기 어려웠다.
보통 저러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행동은 기도하는 것이다.
“빗나가라.”
“골대.”
투웅-!
“그렇지!”
“나이스-!”
거의 골이 될 것 같았던 슈팅이 골대를 맞으며 튀어나오자, 민재와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지금 우리 모습은 대표팀의 동생이 골을 놓친 걸 두고 좋아하는 짓궂은 형들처럼 비치겠지만, 뼛속까지 수비수인지라 이런 반응은 어쩔 수 없었다.
10:1로 승리하는 것보다도 1:0의 승리가 더 뿌듯한 우리기에, 실점이 하나라도 적은 게 좋았다.
튀어나온 세컨볼에 달려든 후벵이 그대로 라인 밖으로 걷어내고, 잔뜩 화가 난 그는 어설픈 볼 처리를 보여준 로드리에게 분명한 불만을 표출했다.
지금 로드리는 약간 집중력이 떨어져 보인다.
“주드!!”
여지없이 교체를 택한 펩의 모습을 보며, 나는 민재와 나만큼이나 완벽을 추구하는 남자가 이곳 맨체스터 시티에 또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따지고 보면, 가장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주드에 이어 훌리안 알바레스 역시 라인 앞으로 걸어가고, 아마도 마지막 교체일 선수 교대가 이뤄진다. 빠져나오는 건 로드리와 흥민이 형이다.
.
(한희준)
“이번 드림컵 내한한 맨체스터 시티가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경기장 안과 밖에서 많은 볼거리를 안겨 줬는데, 오늘도 최대한 많은 선수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주드 벨링엄과 훌리안 알바레스. 이 두 선수 모두 맨체스터 시티의 미래입니다. 두 선수 다가올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 대표로 충분히 뽑힐 수 있는 실력을…….”
.
“수고~”
“고생~”
벤치로 돌아온 흥민이 형과 손을 맞댄 후, 나란히 앉은 우리 셋은 비슷한 상태로 수다를 떨며 남아 있는 경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지켜봤다.
잔뜩 젊어진 시티의 일레븐(Eleven) 속에서 리오와 케빈은 중심을 잡아 주는 베테랑이 됐다.
얼마 뒤 후반 40분이 지났을 때 몸을 풀던 이들이 전부 벤치로 돌아왔는데, 경기에 뛸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몇몇 친구들은 약간 실망스러워 보였다.
특히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이들의 경우, 이번 한국 투어를 시간 낭비로 생각하는 듯도 했다.
“핀리-!!”
“?”
“웃어! 왜 그렇게 울상인데??”
“뭐가요?”
“정말? 정말 지금 말대꾸한 거야?”
“얘 또 시작이다.”
“아냐. 쟤가 잘못한 거지.”
살짝 삐딱한 태도의 핀리 번스(Finley Burns)에게 다가서는 나를 보며, 등 뒤에서 민재와 흥민이 형이 수군댔다.
그래서 난 말이 뒷발질하듯 행동했는데,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낄낄대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음 같아선 꿀밤 하나씩 쥐어박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 벤치 몇 칸을 옮겨 핀리 번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사이에 있던 이들이 한 칸씩 옆으로 옮겨야 했고, 난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으려는 베르나르두를 꼬집어 자리를 바꾸도록 만들었다.
지금 이렇게 하는 이유는 내가 약간 꼰대라서기도 하지만, 핀리의 행동이 미칠 영향을 알아서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필연적으로 경기에 뛸 기회가 부족한 이들이 생겨나기 마련이고, 그럴 때마다 벤치에서 쉽게 짜증을 낸다면 분위기가 좋을 수 없다.
지금의 난, 주장으로서 그러한 상황으로 진행될 작은 가능성 하나라도 억눌러야 한다.
“그런 태도는 좋지 않아.”
“…….”
“네 불만을 이해해. 하지만 선택은 펩이 내리는 거야. 그리고 나중에 네가 더 좋은 선수가 되더라도, 뛸 수 없는 상황은 나오게 되어 있어. 그게 싫다면 네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존재가 되면 돼. 그러니 네가 할 일은 짜증을 내는 게 아니라, 오늘을 더 나아질 계기로 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해?”
“……알겠어요.”
“바로 그거야.”
처음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까 했지만, 베르나르두와 실랑이를 하는 것도 지겹고 하여 그냥 여기 있기로 했다.
경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어 벤치의 긴장감은 완전히 느슨해져 있었는데, 어딘가에서 뭔가가 날아와 고개를 돌려보니 베르나르두가 코딱지를 던지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던 난 주먹 감자를 날렸고, 이런 우리의 사이에 있던 키런이 한숨을 내쉬며 작게 읊조렸다.
“하아- 너희 제발 어른 좀 돼라.”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들어왔던 이야기였기에, 키런의 이야기는 조금의 타격도 없었다.
주먹 감자에서 혓바닥과 눈으로 그리고 그것이 가운뎃손가락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한창이던 때, 핀리 번스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조언을 요청해왔다.
“당신도 뛰지 못할 때가 있었나요?”
“뭐, 없었던 건 아니지.”
“그때는 어떻게 했어요?”
과거 나의 경험을 물어 조언을 구하려는 빈도가 늘어났다는 점도, 현재 나의 위치를 실감케 한다.
베르나르두를 향해 단호히 손을 뻗은 나는 장난을 그만둘 때임을 알렸고, 언제나처럼 내 가장 좋은 친구는 멈춰야 할 때를 정확히 지켜주었다.
그래서 난 마음 편히 핀리를 향해 몸을 돌리며, 한국에서 꼰대 발언으로 가장 유명한 말머리를 띄웠다.
“When I was young…….”
라떼는 말이지.
어느덧, 나는 이런 시작이 일상인 사람이 됐다.
.
.
.경기 종료
맨체스터 시티 4 : 1 SL 벤피카
[골] 김다온 : 전반 15분(손흥민)손흥민 : 전반 42분(김다온)
필 포든 : 후반 07분(김다온)
리오넬 메시 : 후반 28분(리코 루이스)
***
[완벽했던 내한, 맨체스터 시티!! : 세계 최고 클럽의 품격과 모범을 보여준 지난 일주일 ? OSEM(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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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개막 D-1 ? BBC(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