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00)
499화 De amigos a rivais (5)
제로니모 베가는 최근 10년, 김다온 등과 함께 벤피카를 거쳐 간 재능들 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유로파 우승을 차지한 2012/13 시즌에는 호드리구 대신 결승전에 출전하여 1골과 1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스스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유럽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로 성장하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
그랬던 그가 레알 마드리드의 주목을 받고 또 이적을 하게 된 건, 어떻게 보면 무척 당연한 일이었다.
실제로도 선이 굵은 축구를 펼치는 제로니모 베가는 레알 마드리드가 선호하는 유형의 윙어였고, 합류 당시는 모두가 그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카를로 안첼로티의 지독한 냉대 속에서 제로니모 베가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PLAN A에 주력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감독은, 제로니모를 포함한 젊은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따금 경기에 출전을 하긴 했지만 매번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부여받았고, 한두 번 실수를 저지르게 되자 안첼로티는 곧 제로니모의 이름을 자신의 계획에서 지워 버렸다.
그렇게, 카스티야(Castilla/작자 주 : 레알 마드리드 B팀)를 오가며 기약 없는 기다림을 반복하던 제로니모는 조금씩 지쳐가게 되었다.
그렇지만 제로니모는 강인했다.
그는 쉽게 좌절하지 않았다.
미디어를 통해 들려오는 김다온의 성공 소식을 들으면서, 친구의 성공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또 거기에 자극이 되어 누구보다 훈련에 열심히 임했다.
그러던 2014년 프리시즌.
제로니모 베가는 당시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만나게 된다.
[“뭐? 괜찮다고?”] [“네.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참, 멍청한 생각이네.”] [“뭐라고요?”]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친구의 성공에 위안을 삼는 제로니모 베가를 비웃었다.
자신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축구선수들과 경쟁을 하며 살아왔던 호날두에겐, 스스로의 처지에 울분을 토하기는커녕 친구의 성공에 기뻐하는 제로니모는 연약한 사람이었다.
[“생각해 봐. 걔가 널 기억할까?”] [“그게 무슨…….”] [“걔는 지금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 아마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럴 거야. 하지만 넌? 네가 이대로 A팀에 있지 못하고 카스티야에만 있다가 이적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 [“너희 둘 사이에는 벽이 생겨날 거야.”]사실 이는 어디까지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지독히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었던 그는 12살의 나이에 축구 실력을 인정받아, 가난한 섬마을에서 리스본으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
하지만 사투리가 심하고 촌티를 벗지 못했던 호날두는 따돌림의 대상이 되었고, 심지어 선생님마저 그를 존중하지 않았다.
결국 그에게 남은 것은 가족과 축구뿐이었고, 누군가 자신을 비웃으면 비웃을수록 더더욱 축구로 성공하겠다는 열망을 키워 갔다.
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된 뒤에도, 타인과 교류를 하지 않는 이유로 남았다.
[“날 믿어, 사람들은 쉽게 돌아서.”] [“…….”]절망적이었던 현실을 친구들의 활약과 가족의 지지로 버텨 가던 제로니모였기에, 당시 호날두와 나눈 십여 분의 대화는 그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초반 김다온이 다양한 부침을 겪으면서 연락이 뜸해지게 된 것도, 제로니모가 조금씩 스스로를 고립하게 되는 데 기름을 부었다.
이후 연일 카스티야를 폭격하며 조금씩 마드리드의 언론이 그에게 주목을 하게 되는 동안, 어느새 제로니모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그 안에 자신을 묻었다.
축구를 하며 친구는 절대 만들 수 없다.
중요한 오직 결과일 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보낸 약 열흘간의 길지 않은 시간이, 제로니모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또 여기엔, 레알 마드리드 특유의 클럽 문화도 커다란 몫을 담당했다.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갈락티코스(Galacticos)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의 슈퍼스타들을 돈으로 사들이면서부터, 개성과 자존심이 강한 선수들이 서로 부딪히는 것을 막고자 펼친 선수단 정책이 이젠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아 왔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단은 클럽하우스에서 함께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클럽하우스에서의 식사를 원하는 선수라면 언제든 시설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그곳의 풍경은 늘 한 사람이 하나의 테이블을 점령한 모습이었다.
이들이 팀이 되는 건 철저히 피치 위에 있을 때뿐이었고, 그것이 아닐 때에는 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친구? 그딴 건 이제 없어.’
그리하여, 제로니모 베가는 이제 그라운드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게 되어 버렸다.
SL 벤피카에서의 일 또한 10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뿐, 성인이 되어 축구를 직업으로 삼은 이에겐 그라운드에서 만나는 상대는 팀원 혹은 적 둘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무렇지 않게,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
볼을 향해 달려드는 일이 늦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제로니모 베가는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무릎을 들어 올리면서 달려들었다.
잠시 뒤, 그의 오른쪽 무릎과 누군가의 복부가 강하게 부딪혔다.
퍼억-!!
“흐억-!”
삐?익!!
숨이 탁 막히는 소리와 함께 베르나르두 실바가 그라운드 위에서 뒹군다.
커다란 야유 소리가 다시 한번 제로니모에게로 쏟아지지만, 그는 옛 동료를 고통스럽게 했다는 것에도 아랑곳없이 오히려 주심에게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고를 피할 수 없었고,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돌아서는 제로니모 베가의 눈앞에 성난 황소처럼 돌진하고 있는 한 남자가 포착된다.
그 주인공도 한때, 제로니모 베가가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
·전반 31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레알 마드리드
지금까지 제로니모와 나는 서로를 넘어뜨리고 팔과 다리를 사용해 서로를 아프게 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공격수와 수비수가 감정적으로 얽혔을 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의 범주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아니었다.
지금은.
“완전 고의잖아-!! 퇴장을 줘야지!!”
“이게 축구야? 이건 격투기였다고!!”
나는 주심을 향해 항의하는 동료들을 그대로 지나쳐, 제로니모에게 곧장 달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를 누군가가 제지했고, 나는 그것이 토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정해-!! 진정하라고!!”
“놔, 이거! 너도 봤지? 어? 너도 봤잖아!”
“그래- 그래서 경고를 받았잖아!”
“경고? 이게 경고로 될 거라고 생각해?”
아직까지도 고통스러워하는 베르나르두는 갈비뼈 부근을 쥐고 있었고, 그를 살피러 온 폴커 브라운 박사가 벤치를 향해 손을 들어 뛸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것을 본 나는 더욱더 화가 났다.
[니모오오오-!!!!!]아무리 실전 도중이라지만, 그래도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존재하는 법이다.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는 하나, 스포츠맨십은 지켜야 한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친구를 다치게 해서 대체 남는 게 뭔데!!!] […….] [니모-!! 듣고 있어?!! 앙?!!]이제는 도저히 모르겠다.
무엇이 저 남자를 바뀌게 했을까?
내가 알지 못하는 스페인의 어떠한 경험이, 순수했던 제로니모를 저렇게 만들어 버렸는지 몹시도 궁금했다.
그렇지만 더욱 서글픈 건.
‘닿지 않아.’
지금의 이런 내 외침 역시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결국 나는 토니와 비달의 만류를 못 이긴 척 받아들이면서,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베르나르두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봐, Amigo. 괜찮아?”
“으…… 아, 아파아-”
“…….”
평소에는 다소 엄살이 심한 것처럼 보여도, 내가 아는 베르나르두는 어지간한 통증으론 드러눕지 않는 남자였다.
그런 그가 이렇게 내 이야기도 못 들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한다는 건, 상황이 정말 좋지 못하다는 의미였다. 갈비뼈 쪽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싶었다.
들것에 실린 베르나르두가 라인 밖에서 대기 중인 앰뷸런스가 있는 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난 베르나르두가 넘어졌던 자리에 서서, 녀석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개새끼가.’
눈을 부릅뜨며 돌아본 곳엔,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제로니모가 있었다.
‘이제는 못 참아.’
본래는 경기가 끝나면 제로니모를 붙잡고 어떻게든 해 보려던 생각이었지만, 이제 더는 녀석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설령 내가 뭔가 나도 모르는 잘못을 저지른 게 원인이라 할지라도, 지금의 플레이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너도 아프게 하겠어.’
이제 경기는, 감정적인 영역에 의해 지배되어 버리고야 만다.
내가 그렇게 되도록 놓아 버리기로 했으니까.
플레이가 시작되고, 나는 몸을 등진 채 패스를 받으려는 제로니모의 몸통을 있는 힘껏 강하게 들이받았다.
쿵-!!!
***
·후반 14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레알 마드리드
종종 축구 경기는 그라운드 위에 있는 모든 사람의 손을 벗어나곤 한다.
그런 날이면 선수와 감독 그 누구도 시합을 자신의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
하지만 현명한 이라면, 원인을 찾아내어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쉽게 찾아낸다.
바로, 펩 과르디올라처럼 말이다.
“…….”
제로니모 베가가 경기 초반부터 김다온을 상대로 거친 플레이를 펼치자, 펩 과르디올라 역시 의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단순히 과잉 의욕에 의해서 생긴 플레이라기엔, 몇몇 동작은 분명한 의도를 가진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의 1:1 대결을 지켜보는 일은 무척 흥미로웠고, 그는 김다온의 수비 실력을 다시 한번 확인함과 동시에 제로니모 베가란 흥미로운 선수 역시도 주목했다.
이미 그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최근 1군 무대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해 잊고 지내던 선수였다.
퍽-!!!
“욱-!!”
공중 볼을 위해 뛰어오른 제로니모 베가가 허공에서 앞으로 고꾸라지고, 그를 넘어지게 만든 김다온이 싸늘한 눈빛으로 아래를 내려 보다 주심의 구두 경고를 받아들인다.
지금의 이런 그의 눈빛은 펩 과르디올라가 지금껏 본 적이 없는 것이었는데, 대체적으로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론 흥분이 되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 버린 김다온은 오히려 냉철하게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고, 절제된 동작에서 나오는 결과물들은 감탄이 나올 만한 그런 것이었다.
게다가 더 놀라운 건, 제로니모 베가와의 1:1에서 패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건 정말이지 놀랍군.’
펩 과르디올라가 제로니모 베가에게 흥미를 느낀 건, 오늘 그의 플레이에서 많은 이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레프트 윙으로 평가받는 파코 헨토(Paco Gento)와 ‘늑대(Lobo)’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프란시스코 호세 카라스코(Francisco Jose Carrasco)를 연상케 했다.
또 상황에 따라 스스로 포지션을 이동할 땐, ‘엘 니뇨(El Nino)’ 엔리케 코야르(Enrique Collar)를 보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런 불세출(不世出)의 스타들로도 현재 제로니모의 스타일을 정의하긴 어려웠다.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과거의 뛰어난 선수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게끔 만들지만, 결국 본인으로서 평가를 받는 선수.
몇 년 전에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그랬고, 현재 김다온이 그러한 것처럼 제로니모 베가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될 거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런 제로니모 베가를 상대로, 김다온은 전반 30분 이후부터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전까진 다소 고전하는 양상에 가까웠으나, 전치 4주 판정이 나온 베르나르두 실바의 부상 이후로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강한 압박을 가했다.
‘그만큼 집중하고 있다는 건가?’
다시 한번 고개를 들어 올린 펩 과르디올라가 전광판의 시간을 확인한다.
이젠, 라파 베니테스와의 약속대로 선수를 바꿀 때였다.
펩 과르디올라는 전반전을 끝내는 휘슬이 울린 뒤, ‘사색의 길’에서 라파 베니테스를 기다렸다가 쪽지 하나를 전달했다.
이는 김다온과 제로니모 베가를 동시에 빼자는 제안이었다.
하프타임 팀 토크가 끝나고 후반전을 위해 다시 그라운드로 나서는 길에서, 이번엔 반대로 자신을 기다리던 라파 베니테스를 만난 펩 과르디올라가 답장을 전달받았다.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복수전의 성격을 띤 경기이긴 했으나, 라파 베네테스 역시 시즌을 앞두고 부상을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전반 17분에 이미, 스스로 통증을 호소한 페페가 자진해서 교체를 요청하는 일이 있었다.
전반전의 거친 경기 내용이 김다온과 제로니모 베가가 내뿜는 열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그에게, 이런 펩 과르디올라의 제안은 무척 반가운 것이었다.
두 선수가 빠지게 되면 경기는 자연스레 진정이 될 터였고, 후반 15분을 뛰게 하며 자존심도 챙겨 줄 수 있었다.
지금 베니테스가 카림 벤제마의 투입을 준비하는 것엔, 이러한 배경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펩 과르디올라 역시, 몸을 풀고 있던 사비 알론소를 가까이로 불러들였다.
“다온과 교체하지.”
“……괜찮겠어요?”
“어쩌겠나. 저대로 둔다면, 뭔가 더 큰 일이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
잠깐 시선을 피치로 가져가는 두 사람.
지치지도 않고 김다온을 상대로 1:1을 시도하는 제로니모가 드리블을 시작하고, 이내 어깨부터 엉겨 붙기 시작한 두 사람은 볼이 사이드라인 밖으로 빠져나간 뒤에 서로의 팔을 거칠게 뿌리쳐 버렸다.
마치, 옷깃이 닿는 것조차 싫다는 듯.
“저어- 펩.”
“?”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는, 오늘 자신의 가장 큰 의문이자 지금까지 수도 없이 들었던 이야기를 사비 알론소로부터도 듣게 된다.
“쟤네 둘. 친구 아니었어요?”
“…….”
“당신도 모르는군요. 알겠어요. 투입을 준비하죠.”
상황을 대충 파악한 사비 알론소가 고개를 끄덕인 후, 교체를 알리는 용지를 들고 대기심이 있는 곳으로 걸어 나간다.
그와 동시에 먼저 레알 마드리드가 선수를 교체했고, 자신의 등번호를 확인한 제로니모 베가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더니 유니폼의 목 부분을 입으로 가져가 잘근잘근 씹어 댔다.
교체가 되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다.
잠깐을 멈춰 서 있던 제로니모 베가가 어쩔 수 없이 발을 떼어 움직이고, 오늘 그 때문에 내내 성나 있던 뮌헨의 팬들은 드물게 특정인을 저격하는 욕설을 날린다.
{“베가-!!!!”}
{“FUCK YOU-!!!!”}
{“베가-!!!!”}
{“FUCK YOU-!!!!”}
장내 아나운서의 교체 알림마저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했던 분노의 표출이 끝나고, 바로 다음 데드볼 상황에서 교체가 된 김다온은 곧바로 유니폼을 벗으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사비 알론소와 건성으로 손을 맞춘 뒤에, 펩의 곁을 스쳐 지나며 간단한 한마디를 남겼다.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러게나.”
한발 늦었던 펩 과르디올라의 대답은, 김다온이 떠난 뒤에 주변에 남아 금세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지금은 대답이 늦었다고 말하기엔, 상대방이 애초부터 대답을 기다릴 마음이 없었다고 보는 게 옳았다.
그리고 몇 초 뒤.
[씨이파아아아아알-!!!!!!]복도에서 내지른 김다온의 커다란 목소리가 펩 과르디올라 주변과 벤치까지 생생하게 전달이 된다.
동요하는 선수들을 향해 돌아선 펩 과르디올라가 두 손을 뻗어 진정하란 제스처를 보낸다. 선수단은 곧바로 수군거림을 멈췄고, 다시 피치를 바라본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친구에서 적이 되었군.’
축구에서 이런 일은 의외로 흔히 발생한다.
한때 친구였던 이가 라이벌이 되기도 하며, 더 심한 경우는 피치에서 만날 때마다 으르렁대는 사이가 된다.
펩 과르디올라 역시 현역 시절 그러한 경험이 있었으며, 자신의 친구인 루이스 엔리케도 레알 마드리드에서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후 같은 일을 겪었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이유는 천차만별이 되지만, 축구를 하다 보면 이는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였다.
중요한 건 이런 관계의 변화가 자신을 망가뜨리게 내버려 두지 말고, 스스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으로 삼는 방법을 알아 가는 일이다.
아마도 김다온에게 이러한 경험은 처음일 터인데, 앞으로 조금 더 예의주시하여 그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펩 과르디올라다.
‘분명, 서글픈 날일 거야.’
지금쯤 라커룸이나 다른 어딘가에 틀어박혀 오열하고 있을 김다온이 떠오른 펩 과르디올라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렸다.
축구는 때때론 그를 사랑하는 이에게, 너무나도 가혹하게 대하는 변덕쟁이였다.
아무 생각 없이 발바닥으로 쓸어 낸 잔디 위, 하늘에서 내린 물방울이 조금씩 그 숫자를 늘려가며 기세를 더한다.
쏴아아아아-
남은 경기는 이제, 수중전으로 치러진다.
.
.
·경기 결과(Audi Cup Final)
바이에른 뮌헨 1 : 0 레알 마드리드
[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후반 43분(마리오 괴체)김다온 ? 61분 출전
***
[9월 중순이 되어서야 복귀가 가능한 베르나르두 실바. – 바이에른 뮌헨 홈페이지/2015.08.06.(오후)] [SL 벤피카의 사이좋은 동료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데일리 미러(영국)/2015.08.07.(오전)]***
작가의 말 ? 본 에피소드의 제목인 De amigos a rivais는 친구에서 라이벌로라는 포르투갈어입니다. 그냥 친구에서 적으로라고 할까 하다가, 쓸데없는 MSG일 것 같아 조금 더 ‘직관적’으로 지었습니다.
네. 약간의 복선입니다.
그리고 또 아시다시피 제가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뇌압 검사 및 여러 수치 검사를 받는데, 오늘 병원 예약을 다녀올 것 같아서 아마 내일은 1편이 업로드될 것 같습니다.
일요일은 정상 2편 업로드 가능할 것 같고, 토요일 분량부터는 분데스리가 시작입니다.
이번 아우디 컵(독일)을 통해 깔아 두었던 복선들은 이후 당분간 다뤄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추후 딱히 제로니모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없을 겁니다.
그러다 적당할 때 회수하겠습니다.
그럼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