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72)
571화 Pronto
2016년 3월 17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오늘은 회복 훈련이 있는 날이었고, 출근 직후에 만나게 된 펩은 내게 휴식을 권유했다.
다가올 19일 쾰른 원정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부분을 이야기한 것인데, 전후 사정을 충분히 설명받은 나는 펩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그럼 언제 출발하는 건데?”
“모레 바로.”
리그 27라운드 경기 결정이 확정되면서, 난 한국으로 향하는 일정을 빠르게 수정해야만 했다.
요나스에게 부탁해 본래 20일 오후에 출발하는 비행기 편을 19일 오전으로 바꾸었고, 강찬일 코치님에게도 하루 일찍 도착하게 되었다는 메시지를 보내 놓았다.
물론 오늘과 내일 부상자가 발생한다면 19일 경기를 뛸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없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언제 돌아오는 건데?”
“똑같아.”
“그래?”
“응. 그렇게 됐어.”
본래 이번 A매치 일정은 한국시간으로 24일 레바논, 29일 쿠웨이트와 월드컵 2차 예선을 치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5년 겨울 쿠웨이트 정부가 축구협회에 개입이 가능한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FIFA가 나서 월드컵 예선 경기를 몰수패 시키기 시작했다.
이미 미얀마와의 경기가 몰수패로 처리된 쿠웨이트는 사실상 최종에선 진출이 어려워졌고, 현재까지도 법안이 폐지되지 않아 이번 경기도 몰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단 FIFA는 3월 29일 경기를 연기하기로 하며 추이에 따라 일정을 재편성하겠다고 했지만, 일정상 그러기는 어려워 보여 사실상 몰수승이라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본래는 29일 평가전을 계획 중이었지만, 모든 대륙이 3월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데다가 일정이 빈 국가도 ‘동대륙 원칙’ 때문에 섭외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나마 아시아의 태국 정도가 평가전 후보에 올랐지만, 협회는 그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과감히 29일 일정을 아예 제외해 버렸다.
덕분에 유럽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의 부담이 크게 덜어졌는데, 나는 바로 독일로 돌아오는 대신 아영이와 가족을 데리고 부산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 상황이다.
독일로 돌아오는 건, 대강 29일쯤이 될 것 같았다.
“아, 그리고.”
“?”
“축하 메시지는 받았어?”
“아, 제수스 감독님한테?”
“응.”
“그래. 도착했더라. 답장도 드렸어.”
베르나르두와 함께 아침 식사를 이어 나가며, 어젯밤에 도착한 제수스 감독님의 메시지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 시즌을 앞두고 라이벌 팀에 취임하는 충격적인 행보를 보인 제수스 감독님은 스포르팅을 프레메이라 리가 최상위권으로 이끌고 계셨다.
특히 작년 10월 25일 이스타디우 다 루스 원정에서 벤피카를 3:0으로 꺾었는데, 경기가 끝난 뒤 자리에 남은 관중들이 커다란 시위를 벌이는 일도 있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관중들이 시위한 대상이 제수스 감독님이 아닌 구단주인 루이스 비에이라라는 점이었다.
“사실상 멍청한 짓이지, 뭐.”
“그러니까.”
제수스 감독님과 벤피카의 사이가 어긋나게 된 계기는, 루이스 비에이라가 에두 크루즈와의 이별을 말끔하게 처리하지 못하면서였다.
루이스 비에이라는 벤피카를 위해 헌신했던 에두를 헌신짝처럼 내다 버리려 했고, 이에 분개한 제수스 감독님이 찾아가 항의를 하자 오히려 해고하겠다며 협박을 했다.
이런 어설픈 협박이 통할 리 없었던 제수스 감독님은 그 즉시 관두겠다고 날뛰었고, 후이 코스타가 중재하며 간신히 진정은 되었지만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러던 2014년 11월, 루이스 비에이라가 클럽의 성공을 모두 자신의 공로로 돌리는 인터뷰를 한 일이 있었다.
해당 인터뷰만 보았을 때 루이스 비에이라는 SL 벤피카의 구세주처럼 느껴졌고, 그의 문장 어디에도 에두나 제수스 감독님의 노고를 인정하는 말은 없었다.
오히려 엉뚱한 사람들의 이름을 대며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등. 나중에 내용을 확인한 우리의 어이가 없을 정도로 굉장히 이상한 인터뷰였다.
이것이 결정타가 되어, 제수스 감독님이 연장계약을 거부하고 스포르팅으로 팀을 옮기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스포르팅의 망나니 회장이 삼고초려까지 해 가며 에두 크루즈를 팀의 단장으로 임명한 부분이다.
결국 벤피카의 영광을 재현한 단장과 감독 모두가 스포르팅으로 직장을 옮긴 셈인데, 처음 배신이라 분노하던 이들은 전후 관계가 알려진 후엔 비에이라를 원망하게 되었다.
그나마 올 시즌에도 1위 다툼을 하고 있어서 망정이지, 만약 성적마저 형편없었다면 더욱 큰 비난을 받았을 거다.
“그래도 후이가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
“응. 나도 그렇게 듣고 있어.”
졸지에 에두와 제수스 감독님을 쫓아낸 인물이 되어 버린 후이 코스타는 가장 많은 비난을 받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청용이 형의 말에 따르면 벤피카에서 가장 팀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후이였고, 1월에 팀을 옮긴 창훈이도 후이를 정말 좋은 사람이라 말하곤 했다.
대충 요약하자면, 루이스 비에이라가 사고 친 것을 후이 코스타가 수습하고 있다는 거다.
“누구 연락하는 사람 있어?”
“뭐? 벤피카에서?”
“응. 궁금해서.”
“많지. 빅토르, 헤나투. 또 니코도 있고. 넌?”
“나도 비슷해.”
모처럼 만에 나온 벤피카 시절의 이야기에, 베르나르두와 나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갑자기 제로니모의 이름이 나왔고, 동시에 머쓱해진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황급히 주제를 바꿨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여전히, 나는 알 길이 없다.
“넌 그럼 모레 뛰는 거야?”
“글쎄, 펩이 별말은 없던데?”
“그래?”
“응.”
전날 경기로 인한 피로감이 남아 있는 오전, 창밖으로 잔뜩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비가 오려나.’
기왕이면, 훈련이 끝날 때까진 맑았으면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내 바람이 무색하게도.
쿵-!
쿠궁-!!
저 멀리에서부터 천둥이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아무래도 오늘은, 비가 잔뜩 내릴 것 같다.
***
※ 2015/16 챔피언스리그 8강 조 추첨 결과
-> 2016.03.18. 추첨
Match-Up 1. 볼프스부르크 VS 레알 마드리드
Match-Up 2. 바이에른 뮌헨 VS SL 벤피카
Match-Up 3. FC 바르셀로나 VS A.T 마드리드
Match-Up 4. PSG VS 맨체스터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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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과 상대하게 된 S.L 벤피카 ? 아 볼라/2016.03.18.(저녁)]? S.L 벤피카는 굉장히 복잡한 심경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클럽을 만난 것에 대한 실망감과 김다온과 베르나르두 실바를 다시 만난다는 두근거림이 교차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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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retorno do Rei(왕의 귀환) – 사푸 데스포르투/2016.03.18.(저녁)]? S.L 벤피카의 팬들은 클럽의 4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 슬프면서도, 한편으론 다온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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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디에 있나? – 아 볼라/2016.03.19.(오전)]? S.L 벤피카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 상대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결정되면서, 2013년 5월 길고 긴 저주를 끊었던 이들의 현재 거취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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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어디에 있나?
-> A Bola/Written By. Nuno Balente
-> 2016년 3월 19일 기준
-> 몸값은 ‘transfermarkt’ 기준
-> 이름 ? 포지션/나이/국적
-> : 현 소속팀/소속팀 국가/몸값
아르투르 모라에스 ? GK/35세/브라질
: 오스만리스포르/터키/700만 유로
얀 오블락 ? GK/23세/슬로베니아
: A.T 마드리드/스페인/2,500만 유로
에제키엘 가라이 ? CB/29세/아르헨티나
: 제니트/러시아/2,000만 유로
막시 페헤이라 ? RB/31세/우루과이
: FC 포르투/포르투갈/800만 유로
주앙 칸셀루 ? RB/21세/포르투갈
: 발렌시아/스페인/1,500만 유로
김다온 ? RB/22세/대한민국
: 바이에른 뮌헨/독일/1억 1,000만 유로
네마냐 마티치 ? DM/27세/세르비아
: 첼시/잉글랜드/3,000만 유로
엔초 페레스 ? DM/26세/아르헨티나
: 발렌시아/스페인/2,500만 유로
안드레 고메스 ? CM/22세/포르투갈
: 발렌시아/스페인/2,000만 유로
베르나르두 실바 ? AM/21세/포르투갈
: 바이에른 뮌헨/독일/4,000만 유로
제로니모 베가 ? LW/22세/아르헨티나
: 레알 마드리드/스페인/8,000만 유로
호드리구 ? SS/25세/스페인
: 발렌시아/스페인/3,500만 유로
오스카 카르도소 ? ST/33세/파라과이
: 트라존스보르/터키/350만 유로
***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2013년 벤피카의 유로파 리그 우승을 이끈 세대가 벤피카 역사상 최고의 세대 중 하나라는 것. 현재 그들이 뛰는 클럽과 리그의 수준이 그것을 증명한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그 어떠한 셀링 클럽도, 이보다 화려한 유망주로 가득한 스쿼드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 Eric Krakauer Via Twitter/2016.03.19.(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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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다온을 꿈꾸는 벤피카의 유망주는 누가 있을까? ? ESPN(미국)/2016.03.19.(오후)]?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 중 하나인 헤나투 산시스가 선두에 있으며, 에데르송(GK)/빅토르 린델뢰프(CB)/후벵 디아스(CB)/넬송 세메두(RB)/브라얀 크리스탄테(CM)/곤찰루 게데스(LW) 등이 빅리그로 진출할 후보로 꼽히고 있다.
***
2016년 3월 20일. 대한민국.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8. 파주풋볼팬타지움.
삶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사흘 전 클럽하우스에서 베르나르두와 벤피카 이야기를 하자마자, 귀신처럼 벤피카가 우리의 다음 챔피언스리그 상대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어-! 적이다!”
“꺼져!!”
“아~ 뭐래.”
파주NFC 숙소 건물의 객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서자마자, 청용이 형과 창훈이가 적이라며 장난을 걸어왔다.
난 일단 두 사람을 가볍게 무시하며, 배정받은 안쪽의 객실로 가 짐을 놓아두었다. 이건 따로 챙긴 작은 캐리어고, 진짜 짐은 공항으로 마중 온 부모님에게 맡겼다.
아영이도 우리 부모님의 차에 함께 타고 서울로 향했고, 오늘은 가족들과 하루를 보내고 내일부터는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낼 예정으로 안다.
모레는 나도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 참석하기로 했는데, 그날 보게 될 대부분이 유명 연예인이다.
DM으로 종종 비슷한 또래의 남자 연예인들이 팬이라며 말을 걸어왔고, 또 알리안츠 아레나에 경기를 보러 오기도 해서 연예인을 만나는 게 딱히 부담스럽지는 않다.
그래서 꽤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도착했냐?”
“응?”
한창 짐을 풀고 있을 때,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문에 기대어 선 의조 형이 있었고, 난 반가운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포옹을 했다.
“멘탈은 잡았어?”
“야, 내가 언제 흔들렸다고.”
“에-이. 아니면서.”
“새끼. 오자마자 지적질이냐?”
“시끄럽고. 멘탈 잡았어?”
의조 형은 다 좋은데, 사생활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딱히 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주변에서도 말을 많이 하니까 말이다.
그래도 한 가지만 말하자면, 뭔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의조 형은 일탈(逸脫)을 택한다는 거다.
클럽. 사람들.
뭐, 그런 거다.
어쨌든 의조 형은 작년 겨울에 강력히 유럽행을 추진했었다. 대표팀과 클럽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리그 앙의 여러 팀과 포르투갈 상위권의 팀에서 정식 문의가 왔었는데, 소속 팀인 성남이 의조 형을 보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그렇게 겨울 이적시장이 닫혀 버렸고, 이에 큰 실망을 한 의조 형은 크게 흔들렸다.
위로차 전화를 걸었을 때 시끄러운 음악이 들려왔었고, 어디냐고 묻자 스트레스를 풀러 왔다고 대답했다. 대강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챘던 난, 곧바로 형에게 진지한 권유를 했다.
실망스러운 것은 이해하지만, 형이 그러면 여자친구와 주변 많은 이들이 슬퍼할 거라고 말이다.
전화를 끊고 난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며칠 뒤 다시 통화했을 때는 괜찮아 보였다.
“담판했다, 인마.”
“오- 보내준대?”
“응. 이번 시즌 끝나면.”
“오-! 그럼 올림픽만 남았네, 뭐.”
“그러니까. 그래서 X 빠지게 훈련하고 있다. 그런데 넌 안 가냐? 야, 좀 가서 나 군대 좀 빼 줘라.”
“그게 뭐 내 마음대로 되나.”
일단 나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올림픽 팀에 참여하려고 노력 중이다.
신대용 감독님도 뛸 수만 있다면 무조건 뽑는다고 말씀을 하셨고, 한국의 여론 역시도 무조건 날 브라질로 데려가야 한다고 말을 한다.
다만 올림픽은 FIFA가 주관하는 대회가 아니기에, 모든 클럽은 참여를 거부할 수 있다.
“조만간 다시 이야기해 보려고.”
“제발, 좀. 형이 진짜 부탁한다.”
“맨입으로?”
“야, 군대만 빼면 형이 인마…….”
작년 가을부터 은근슬쩍 올림픽 참여 의사를 밝히고는 있지만, 클럽은 단호한 거부로 일관 중이다.
올림픽에 참가하게 되면 프리시즌 전체와 8월 일정을 건너뛰어야 하는데, 마케팅과 성적 모든 측면에서 나를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단다.
그거야 무척 고마운 말이었지만, 나 역시 뜻을 쉽게 굽힐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몇몇 형들과 동생들의 군 면제를 위해서 뛰고 싶은 바람도 큰 편이다.
한국 야구에 이승엽 선수에게 병역 브로커라는 별명이 있는 것처럼, 나도 같은 별명을 한 번쯤 가져보고 싶다.
이번에는 성인 대표팀과 올림픽팀이 파주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는데, 기회가 되면 신대용 감독님과 올림픽 팀 선수들을 만나 얼굴을 틀 생각이었다.
“그럼, 이따가 보자.”
“어, 형.”
의조 형이 돌아가고, 다시 캐리어 앞으로 돌아온 나는 마저 남은 짐을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형, 형!”
“??”
쪼그려앉기 무섭게 다시 뒤쪽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창훈이가 서 있었다.
“왜 또? 또 놀리게?”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럼?”
“희찬이랑 애들이 형한테 인사하고 싶다고 하는데, 그래도 돼?”
“…….”
고작 인사를 하는 건데 허락이 필요한 걸까?
하지만 그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얼른 짐을 풀고 침대에 잠깐 누워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나를 보러왔다는 말에 마음이 약해진 나는 귀찮음을 감추고 일어서 문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방문을 나서자.
“오오오-!!”
“우와. 진짜잖아.”
복도를 따라 줄지어 선 올림픽 팀 선수들이 보였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숫자에 당황한 나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는데, 이유는 이번 올림픽 대표팀 멤버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또래이기 때문이었다.
1993년생과 1994년생이 중심이 되는 나이라서 그렇다.
하지만 일부 어린 친구도 있다.
바로 여기.
“통수냐?”
“!!”
“푸흡-!”
나보다 3살이 어린 희찬이처럼 말이다.
“아차, 실수. 미안. 초면에 놀리는 건 좀 아니지?”
“…….”
“상처받았냐? 미안하다, 진짜. 선물 줄까?”
“…….”
“싫어? 그럼 뭐…… 미안하다 야 진짜.”
나름 친근한 인상을 주고자 농담을 던진다는 게, 건드려서는 안 될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던 것 같다.
희찬이는 포항 유스 출신이었지만, 오스트리아의 레드불 잘츠부르크가 K리그 룰의 허점을 파고들어 작년 여름에 이 친구를 데려갔다.
규정상으로는 그 어떠한 문제도 없는 이적이었지만, 말한 대로 K리그 규정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라 포항만 꽤 억울한 입장이 되어 버렸다.
이 과정에서 희찬이와 포항 모두 감정이 크게 상하는 말들이 오갔고, 포항 팬들은 희찬이를 배신자로 낙인찍어 가혹할 만큼의 비난을 보냈다.
물론 희찬이도 조금 더 현명하게 일을 처리했다면 좋았겠지만, 진짜 문제는 K리그 규정이지 선수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후 KFA가 적극적으로 나서 K리그와 협력해 규칙 개정을 도왔다는 점인데, 네티즌은 새롭게 만들어진 조항을 ‘황희찬 룰’로 부르고 있다.
앞으론 K리그 팀이 투자한 유스에서 뛴 유망주는, 무조건 이적료를 내야만 영입이 가능해졌다.
크게 보면 희찬이가 일종의 희생(?)을 해서 K리그 규정을 바꾼 것이라, 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생각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처가 남은 희찬이는 내 농담에 기분이 나빠졌고, 난 녀석을 달래느라 한참 진땀을 빼야만 했다.
“형 병신이야?”
“하아~ 닥쳐, 이 새끼야.”
“병신이네. 누가 지금 그 이야기를 해?”
“아, 닥치라고.”
희찬이에게 한 행동을 두고, 창훈이가 곁에서 놀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었지만, 잘한 게 하나도 없으니 그러기도 어려웠다.
다행인 점이라면 희찬이를 뺀 나머지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과는 원만하게 인사를 나눴다는 점이다.
“야, 빵훈아.”
“어?”
“자리 좀 만들어 봐라.”
“화해하게?”
“그래야지, 인마. 잘하면 맨날 대표팀에서 볼 건데.”
“그러게, 누가 통수라는 말을 하래?”
“아- 알았다고 쫌!”
“큭큭큭큭. 알았어. 한번 말해 볼게.”
“어. 부탁한다.”
4개월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의 첫날부터, 난 자그마한(?) 사고를 쳐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