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
6화
2009년 10월 17일. 셸란, 덴마크. 파룸, 파룸 파크 2. 라이트 투 드림 파크.
·경기 시작 10분 전
F.C 노르셸란 0 : 0 오덴스 BK
오늘 상대하는 오덴스 BK는 작년 수페르리가에서 2위를 기록한 강한 팀이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유로파(Europa)에 진출했고, 그래서 올해 전력보강 작업에 충실했다.
영국 챔피언십 팀인 더비 카운티(Derby County)에서 뛰던 로이 캐롤(Roy Carroll)을 시작으로, 카카(Caca), 루릭 기스라손(Rurik Gislason)과 같은 선수들이 보강됐다.
고 말하는데.
‘······하나도 모르겠어.’
대체 어떤 축구선수들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다.
기껏해야 아는 거라곤, 오덴스 BK의 19번이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다는 게 전부였다.
이름은 에릭 젬바-젬바(Eric Djemba-Djemba).
인터넷에서 많이 보았던 이름이다.
썩 좋은 방향은 아니었던 것 같고, 뭐.
알게 뭐람.
경기의 시작을 10분 앞두고, 나는 사이드라인의 바깥쪽에서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내게, 많은 시선이 쏟아진다.
마치, B팀의 첫 번째 경기와도 같은 분위기다.
아니면 원정을 뛸 때라든가.
이러한 시선들의 의미 대부분은 얼마나 잘 할까? 라는 호기심이고, 일부는 나를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긴 홈이라서, 전부 전자의 느낌이다.
*
(테디 스코브가드) – F.C 노르셸란 전담 아나운서
-경기 전, 정말 놀라운 발표가 있었습니다.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15살의 어린 소년인 다온 킴이 명단에 들어간 거죠. 이 어린 소년은 지난여름, 남한(South Korea)이란 나라로부터 영입되었습니다. 오해는 마세요. 북한이 아니라 남한입니다. 그의 나라가 핵을 쏴 전쟁이 날 염려는 없다는 거죠.
(토르키 비스트) – F.C 노르셸란 전담 해설위원
-모르의 의중이 궁금합니다. 노르셸란이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건, 순전히 득점을 올리지 못하기 때문인데 말이죠. 15살의 수비수를 명단에 올려서 뭘 하겠다는 건가 싶습니다. 확실히 주목은 받고 있죠.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이슈를 만든다고 해서, 승리를 거두는 건 아니니까요.
*
감독님의 말에 의하면, 오늘은 무척이나 어려운 경기가 될 거라고 했다.
물론 이 말은 제철이 형이 통역해 줬다.
축구를 말할 때의 덴마크어는 내겐 너무 빠르다.
저 멀리에서, 에른스트 율 코치님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마찬가지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이제 슬슬 벤치로 돌아오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실제 쓰는 언어는 다르더라도, 축구 언어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한다.
이런 건 알아들을 수 있다는 말이다.
“휴우-!”
벤치로 돌아와 앉아, 아래에 놓인 물병 하나를 집어 든다.
그러곤 뒤를 돌아 관중석을 살폈다.
“······.”
분명 저곳 어딘가엔, 나의 첫 번째 1군 명단등록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이 있다.
그리고 구단에 의해 강제로 벤치에 함께하게 된 제철이 형은 몹시도 저곳에 있고 싶을 거다.
그 이유는 물론 누나 때문이다.
“형! 형!”
“왜?”
봐봐. 이것 봐.
역시나 퉁명스럽다.
하지만 난 형의 화를 풀어주는 방법을 안다.
“누나가 요즘 과거분사를 이해하는 게 힘들대.”
“정말?”
“응, 정말이라니까? 그나저나, 아까 감독님이 잔뜩 말하던데 그건 전부 뭐야?”
“아, 그거라면······.”
누나가 끼어들게 되면, 제철이 형을 다루는 작업은 무척이나 간단해진다.
이러니까 내가 뭐 나쁜 사람이 된 것도 같은데, 오해는 마라. 나는 그냥 조금 약삭빠른 거다.
······그게 그건가?
아무튼!
난 제철이 형에게, 아까 감독님이 코칭스태프들을 모아두고 한 이야기들을 물었다.
경험에 의하면, 보통 저런 경우는 임기응변을 펼칠 때다.
필드에서 본 몸 상태라든가 뭔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을 때, 감독들은 흔히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후반전을 노릴 건가 봐.”
“홈인데도요?”
“뭐, 강팀이니까 그런 거 아닐까?”
제아무리 오덴스가 우리보다 강한 전력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여기는 우리의 홈그라운드다.
그래서 어제까지도, 점유율을 지배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그것을 포기하려고 한다.
이러한 판단을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게 될 테니까.
우리도 사람인지라, 기껏 훈련해 왔던 내용들을 경기 직전에 수정하면 기분이 좋을 수 없다.
노력을 무시당한 기분이랄까?
설령 감독이 옳다고 해도, 그걸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상대는 우릴 압도한다.
축구란, 생각보다 더 세심한 스포츠다.
“야. 이제 경기 시작한다. 집중해. 알지? 태도도 중요하다고 말했잖아.”
“쳇. 잔소리는······.”
“뭐?”
“아뇨! 형이 최고라고요!”
“하아- 됐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이기냐?”
고개를 저은 제철이 형이 다시 앞을 바라보고, 나 역시도 정면을 주시하며 주심이 호각을 부는 것을 보았다.
덴마크 리그의 수준은 이미, TV를 통해 대강이나마 체험한 상태다.
그것을 보며 느낀 부분은, 팀 간의 전력 편차가 꽤 극심한 리그라는 것이었다.
전통적인 강호라 부를 수 있는 F.C 미트윌란(F.C Midtjylland)의 전력이 떨어지게 되면서, 지난 시즌 우승팀 F.C 코펜하겐(F.C Copenhagen)과 브뢴비(Brøndby). 마지막으로 오늘 상대하는 오덴스 BK 가 Top 3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 F.C 노르셸란은 2년 연속 하위권을 기록하며, 성적이 별로 좋지 못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
다시 말해, 우리가 약자라는 거다.
삑-!
주심의 힘찬 호각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된다.
전반은 우리가 오른쪽. 상대가 왼쪽이다.
시간이 흐르고 전반 10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덴마크 리그의 수준은 분명 K-리그보다는 높았지만, 전체적인 템포나 스타일은 매우 흡사하다고.
그라운드를 넓게 활용하고, 선이 굵은 축구라는 게 그렇다.
기술적인 면이 부족한 데에서 오는 투박함을 만회하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기교가 많은 선수의 숫자는 이곳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론, 용병의 수준차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다.
덴마크 리그에 유입되는 용병들의 국적과 경력 등이, K-리그보다 좀 더 나았다.
요주의 인물로 꼽히는 오덴스의 스트라이커, 피터 유타카(Peter Utaka)처럼 말이다.
지난 시즌 벨기에 주필러리그의 로얄 앤트워프에서 뛰면서, 46경기 26골이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유로파 무대를 위해 전력보강이 필요했던 오덴스 BK에 합류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유타카는 상대방의 골칫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니까, 바로 우리 말이다.
삐-익!
[오, 이런. 페널티야.]유타카를 전담 마크하던 벤자민 키에베(Benjamin Kiebe)가 그만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반칙을 저질렀다.
주심은 곧바로 PK를 선언했고, 등번호 21번의 루릭 길라르손이 페널티 킥을 차려고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출렁-.
“······.”
너무나도 간단히 허용해 버린 선제실점.
0 : 1.
전광판의 시계는 지금, 전반 12분을 가리키고 있다.
***
‘좋지 않아······.’
F.C 노르셸란의 매니저, 모르텐 비그호스트는 생각했다.
전반 12분에 허용한 PK는 불운한 것이었다.
수비를 하다 보면, 때때로 공을 쳐다보느라 근처에 있는 공격수의 움직임을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선수와 공. 어느 한쪽만 쫓아서는 안 되는 어려움에서 기인한다.
그렇지만 이는 결코, 수비수의 잘못은 아니다.
수비는 항상 어려운 법이었다.
공격도 어렵지만, 그 몇 배로 더하다.
헬렉 킬토프는 그저 자신의 일을 하던 중이었고, 잠깐 볼에 정신이 팔린 순간과 에릭 젬바-젬바의 패스 타이밍이 어쩌다가 맞아 떨어졌을 뿐이다.
1초도 되지 않을 그 찰나의 순간이, 선제실점이라는 안타까운 결과물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안타까운 우연일 뿐. 축구를 하다 보면 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그는 선제실점의 순간 어떠한 선수도 탓하지 않았다.
그건 옳은 일이 아니었다.
개인의 영역을 벗어난 장면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는 게, 얼마나 불합리한 행동인지를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실점은 달랐다.
지금은 나와서는 안 될 장면이 나왔다.
실책의 향연.
후반 30분이 넘어간 시점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들을 무려 네 명이나 되는 선수가 범하고야 말았다.
그 결과, 오덴스 BK의 왼쪽 윙 포워드에게 실점을 허락해 버렸다.
모르텐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오덴스 BK의 윙어, 요한 압살론센(Johan Absalonsen)이 힘껏 점프해 팔을 휘두르고 있다.
***
·후반 36분
F.C 노르셸란 1 : 2 오덴스 BK
지금은 너무나도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그 시작은 중앙미드필드부터다.
우선,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파트리스 버니어(Patrice Bernier)가 볼을 너무 안이하게 관리했다.
다이아몬드 4-4-2 서 후방 미드필드 역할을 맡는 그는, 항상 신중하게 볼을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경기의 80분이 될 때까지만 해도, 버니어는 노련한 베테랑다운 면모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결정적인 순간, 주변을 살피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이는 교체 투입된 오덴스 BK의 미드필더, 카카의 가로채기로 연결이 됐다.
곧바로 시작된 오덴스 BK의 역습.
저것은 당연히 시도해 봄 직한 것이다.
또한, 우리도 당연히 막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게 유일한 문제이지만.
내 생각에는 역습이 시작된 순간 모두가 당황했던 것 같다.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가져다 팔고 있어? 앙?! 눈알은 장식품으로 달려 있냐고!]잔뜩 분노한 감독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의 장면은 축구 감독이라면 당연히 화를 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무려, 네 명이나 되는 선수가 실책을 저질렀다.
특히 역습 상황에서 나온 수비수들의 실수는 무척 뼈아팠다.
센터백 두 사람은 무리하게 앞으로 뛰쳐나갔고, 오른쪽 수비수인 헬렉 킬토프(Henrik Kildentoft) 역시 자신의 임무인 오프사이드 라인 조절을 수행해 내지 못했다.
덕분에 침투해 있던 유타카에게 기회가 났고, 그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압셀론센에게 완벽한 어시스트를 보냈다.
바히람 페타이(Bajram Fetai)의 원더골로 얻을 수 있었던 승점 하나. 그것이 지금 허무하게 날아가 버렸다.
이제, 오덴스 BK는 잠그기에 돌입한다.
새로이 투입된 선수들 모두가 소극적인 위치로 향하고 있다.
*
(테디 스코브가드)
-정말 잘 풀리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뭐, 1 : 2 의 스코어라면 팀으로서도 그리 나쁜 결과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상황이라면 반드시 승점을 얻었어야죠. 실점 순간에 보인 선수들의 플레이는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토르키 비스트)
-이런 승점 하나하나가 모여, 순위를 끌어 올리는 법이죠. 높은 곳에 있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격을 보여야 합니다.
(테디 스코브가드)
-바로 그렇습니다. 대기심이 남은 시간을 알립니다. 3분이로군요. 기적과도 같은 동점골이 터져 나오길, 두 손을 모아 기도해 봅니다.
*
어느덧 경기 종료의 시점이 다가오고, 감독님이 마지막 교체카드를 꺼내 들려 하고 계신다.
오늘 후반 막판 실망스러웠던 라베즈 라완(Rawez Lawan)을 빼고, 니키 빌 닐센(Nicki Bille Nielsen)을 투입하려고 했다.
이것으로, 나의 데뷔는 물 건너간 것 같다.
난 괜찮지만, 가족들이 걱정이다.
잔뜩 기대했을 건데.
삑-!
“응?”
주심의 호각소리 전후로 필드가 부산스러워지는가 싶더니, 곧이어 커다란 박수와 함성이 쏟아져 내렸다.
뭔가 싶어 앞을 바라보니, 페널티 라인 근처 프리킥이다.
보고 있는 모습으로 미루어 보건대, 니콜라이 스톡홀름이 반칙을 얻어낸 것 같다.
어느덧 경기는 추가시간으로 접어들었고, 파울을 확인한 순간 감독님이 급하게 손짓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교체되려던 닐센이 급하게 다시 돌아온다.
이거 어째, 익숙한 장면인데?
머릿속에 몇 개월 전 기억이 스쳐 지나고 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꼬마!]감독님이 저 앞쪽에서 나를 불렀다.
놀란 눈이 되어 버린 내가 손가락으로 가슴팍을 가리켜보지만, 감독님은 계속 손짓만 반복하실 뿐이다.
“아, 씨팔. 이거 뭐야?”
비록 명단에 포함되었다곤 하나, 어디까지나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경험을 쌓으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감독님이 했던 말도 그랬다.
데뷔가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야, 솔직히 절반쯤은 그냥 해본 말이었다.
그런데.
*
(테디 스코브가드)
-뭐라고요?!?! 지금 보이십니까?? 대체 무슨 생각이죠, 모르? 1 : 2 뒤진 상황에서, 15살의 어린 꼬마가 투입되려고 합니다! 그것도 심지어 오른쪽 수비수인데 말이죠! 이런! 아무래도 팀의 매니저는 경기를 포기하고 있는 것 같군요.
*
지금 막, 나의 데뷔가 결정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