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47)
646화 Efecto Daon
2016년 9월 8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A매치 주간이 이어지는 동안, 난 완전히 아틀레티코에 스며들었다. 훈련 일정에 맞춘 새로운 루틴을 장착했고, 이곳의 사람들과도 많이 가까워졌다.
탁-!
에이전시를 통해 미리 구매해 두었던 488에서 내리며, 나는 근처에 있던 스태프에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라고 몬테스(Lago Montes) 씨는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으로, 아틀레티코에서만 자그마치 27년을 근무한 분이다. 더 대단한 건, 단 한 번도 지각이나 결근이 없다는 점이다.
정확히 30년을 채운 뒤 은퇴해서 노후를 보내기로 계획을 세워 두셨는데, 꽤 성대한 은퇴식이 될 거라고 본다.
“드디어 오늘이로군!”
“네. 드디어 오늘이 왔죠.”
“큭큭. 내가 한 말을 기억하지?”
“Si, Senor. 꼭 말씀드릴게요.”
“그래야지! 그 건방진 자식보다, 자네가 몇 배는 더 나아!”
금방 몬테스 씨가 말한 건방진 자식이란 나와도 인연이 깊은(?) 앙투안 그리즈만을 뜻한다. 어째서인지, 그리즈만은 이 사람 좋은 분의 미움을 받고 있다.
사실 대체로 평판이 좋지 못하다고 볼 수 있었는데, 많은 이들이 그리즈만을 ‘Bastardo descarado’로 불렀다.
건방진 새끼라는 뜻이다.
Bastardo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데, 만약 건방진 녀석 정도로 표현을 원했다면 ‘Advenedizo’라고 칭했을 것이다.
굳이 비속어에 가까운 Bastardo를 팀 내 최고의 선수에게 붙일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
대체 얼마나 엉망인 녀석이기에 스태프들에게 미움을 받는 건가 싶다가도, 이내 한심한 기분이 들어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곤 했었다.
프랑스가 괜히 ‘유럽의 중국’이 된 게 아니라는 편견만 더 강해지는 건 별로 달갑지 않았다.
딸깍-
“올라~ 부에노스 디아스.”
“올라. 오늘도 똑같지?”
“네. 물론이죠.”
들고 온 가방을 라커룸에 놓아둔 후, 나는 오전 훈련 준비하고자 마사지 베드 위에 누웠다. 아직 다른 사람들은 도착하지 않은 듯했다.
마사지를 받으며 바라보는 아틀레티코 클럽하우스의 풍경도 이젠 온전히 눈에 들어오고 있다.
시설 자체는 그리 뛰어나진 않았지만, 조용한 분위기와 고즈넉함이 느껴지는 풍경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딸깍-
“응?”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 때, 머리 위쪽에서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난 고개를 틀어, 안으로 들어선 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모습을 비춘 이는 벨기에 출신의 공격수 야닉 카라스코였다. A매치에 참여했던 선수라, 만나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올라. 너무 편안해 보이는데?”
“하하. 그렇게 보여?”
“응. 마치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던 것 같아.”
“큭큭. 반가워. 잘 부탁해.”
“나야말로.”
속해있는 대륙에 따라 하루 정도의 일정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이 어제 9월 A매치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래서 완전체가 모인 훈련은 오늘부터 시작이었다.
딸깍-
“이제, 슬슬 온다.”
“그러네.”
야닉 카라스코와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다시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얼굴을 비췄다. 그리고 날 발견한 이들 대부분의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환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어 오거나, 조금 쭈뼛거리다가 멀리에서 가볍게 눈인사를 보내어 왔다.
물론 예외는 있는 법이다.
딸깍-
“…….”
“…….”
조금 늦게 등장한 그리즈만이 안에 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곤, 아무런 말 없이 등을 돌려 어딘가로 사라졌다.
어색한 공기가 내 주변을 채웠지만, 나는 그것을 가볍게 무시하며 멈췄던 대화를 다시 이어 나갔다. 그러자 주변의 이들도 금세 표정을 풀었다.
기대가 없어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그리즈만이 저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살갑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면, 그편이 더 나를 어색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여우는 못 되네.’
만약 그리즈만이 여우 같은 남자였다면, 태연하게 인사를 했을 것이다.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드는데.’
수많은 이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게 전혀 기억나지 않는 답답함이다.
하지만 내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Ay! Amigo!!”
“!! 니코!!”
금세 나타난 니코 가이탄이 내가 허전해하는 이유를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대체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예요?!”
“뭐?! 출근 시간은 5분 남았다고.”
“하하. 여전한데요?”
“뭐, 그렇지.”
벤피카에서 함께했던 옛 동료와의 재회(再會)에, 난 그리움과 반가운 마음을 가득 담아 있는 힘껏 니코를 끌어안았다.
“정말 잘 왔어. 나 무척 기쁘다고.”
“네. 저도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의 첫 정식 훈련을 앞둔 오전, 지금 내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
【같은 날 오후】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훈련이 끝난 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코칭스태프들이 평가를 시작했다.
훈련의 성과와 선수들의 컨디션을 포함, 하루 동안 관찰한 종합적인 의견을 교환하고 복기하는 자리다. 하루 중, 가장 많은 피드백이 이뤄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오늘의 풍경은 조금 달랐다.
“놀랍더군요.”
“그랬지.”
“첫 훈련이라곤 믿겨지지 않았어요.”
현재 감탄을 보내오는 이는, 코치 중 한 명인 이반-라파엘 디아즈(Ivan-Rafael Diaz)다.
이반-라파엘 디아즈는 컨디셔닝 코치로, 레알 마드리드와 헤타페를 거쳐 현재는 9년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월드클래스다웠어요. 분명 생소한 훈련이었을 건데, 너무나 쉽게 소화하더라고요. 오늘 훈련 전부가 그랬어요. 마치, 이 훈련은 나한테는 너무 쉽다고 말하는 것 같았죠.”
“내일이 기대될 정도였지.”
“제 말이요!”
“하하하. 자네들 지금 너무나 들떠 있군.”
“…….”
코치들 사이에서 극찬이 오가는 것을 보며, 디에고 시메오네가 사람들의 열기를 진정시킨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도 거기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감독으로서 중립을 유지해야 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부족한 점을 짚어가는 게 더 중요했다.
“다온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어때 보이던가?”
“크흠. 우려대로예요.”
“…….”
“몇몇 친구들의 컨디션이 떨어져 보였어요. 앙헬과 케빈은 아예 가벼운 염좌를 당했고요.”
많은 클럽의 코치들이 그런 것처럼, 시메오네 역시 A매치 주간이 마냥 달갑지는 않았다.
전술적으로 정비하는 시간을 얻을 수 있고 나쁜 흐름을 뒤바꿀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선수들의 체력 낭비가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온다.
가뜩이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라 리가 첫 두 경기는 내용과 결과 모두가 좋지 못했다.
“개인적으론, 로테이션이 옳다고 봐요.”
“미래를 보면 그렇지. 하지만 초반에 너무 승점을 벌지 못하는 것도 좋지 않아.”
“…….”
처음 일정이 발표되었을 때만 해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코칭스태프들은 리그 4라운드까지 전승(全勝)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알라베스-레가네스-셀타 비고-스포르팅 히혼 모두가, 충분히 승리를 거둘 만한 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에고 시메오네는 리그 초반 일정의 가장 큰 고비인 FC 바르셀로나와의 5라운드 경기 전에, 최대한 많은 승점을 벌어 두려고 했다.
하지만 그 목표는 리그 첫 번째 경기에서부터 실패한 것이 되었고, 이제는 벌써 라 리가 우승을 걱정해 봐야 하는 상황이 되고야 말았다.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매년 90~95점 사이의 승점을 획득해 왔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현재까지 놓친 승점 4점은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A매치 일정으로 인한 피로 누적과 13일부터 시작될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 일정을 잘 알면서도, 셀타 비고와의 경기에 전력을 다해야만 하는 이유였다.
기본적인 틀이 정해지자, 이후의 미팅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그래서? 아까 못했던 이야기를 하지.”
“네? 아- 그거 말이로군요.”
“그래.”
미팅이 끝나고, 다시 주제는 김다온으로 돌아간다.
“첫 번째 훈련부터 그런 영감을 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 또 그 부지런함은 어떤가? 듣자 하니, 오전 8시에 이곳으로 출근을 했다더군.”
“네. 라고의 말이니 정확할 거예요.”
“두 시간이야. 무려, 두 시간이라고.”
기존의 선수들보다 훨씬 일찍 출근해 하루를 시작하는 김다온의 모습은, 다양한 이유에서 조금 경직되어 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신선한 자극으로 작용했다.
시즌 후 가장 큰 목소리가 훈련 내내 이어졌다는 점만 보더라도, 김다온의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
당장 이틀 뒤를 장담하긴 어렵지만, 시메오네와 그의 스태프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중이다.
김다온 합류 후 첫 번째 팀 훈련에서 모두가 공감한 건, 그가 클럽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 주었다는 것이었다.
모처럼의 가벼운 분위기가 내려앉은 디에고 시메오네의 사무실엔,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난 뒤까지도 대화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
2016년 9월 9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똑똑똑-
“응?”
퇴근을 준비 중이던 디에고 시메오네의 사무실에, 노크를 한 앙투안 그리즈만이 찾아왔다.
“잠깐 시간 되나요?”
“물론. 무슨 일이지?”
“…….”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권하는 시메오네.
실은 그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너무 이른 것 같아서요.”
“다온의 선발 출전 말이로군.”
“네. 지금은 무척 중요한 시기잖아요?”
“…….”
앙투안 그리즈만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였다. 아무리 김다온이 더 높은 명성을 지녔다지만, 임대 신분이란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디에고 시메오네가 가장 경계하는 것도, 클럽 내에서 김다온의 권력이 너무 커지지 않게 통제하는 것이었다.
워낙에 매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사람들을 끌어모으곤 있었지만, 팀에 필요한 요소만을 취사하는 것은 선수단을 이끄는 감독인 자신이 해야 할 몫이라 믿고 있었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현재도 또 앞으로도 그리즈만은 아틀레티코의 목소리가 되어 주어야 한다.
실제로도 오늘 오전, 앙투안 그리즈만은 ‘아스’와의 인터뷰에서 팀이 조금 더 나아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동료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경기력이 나쁜 이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는데, 그건 그리즈만 나름의 방식이었다.
“이미 결정된 것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저는 앞으로 더 신중해야 한다고 봐요.”
앞서 김다온의 합류는 받아들인 그리즈만이지만, 둘 사이에서 매듭지어지지 않은 감정의 잔재는 여전히 팀이 하나로 뭉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무척 아쉬운 시메오네였지만, 섣불리 손을 대기보단 지켜보는 게 최선임을 알고 있었다.
“고려해 보도록 하지.”
“네. 그거면 충분해요.”
“그래. 또 다른 문제는?”
“없어요.”
“그렇군. 조심해서 돌아가게. 내일 만나도록 하지.”
“네. 당신도요.”
고개를 끄덕인 그리즈만이 자리를 떠나고, 홀로 앉아 있던 시메오네가 몸을 일으켜 창가 앞으로 다가섰다.
그러곤 길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앙투안 그리즈만이 김다온을 불편해한다는 것은, 그리 유심하게 관찰하지 않더라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리즈만은 늘 김다온과 가장 먼 곳에 자리를 잡았고, 그가 가까이 오기라도 하면 표정을 굳히며 조용히 다른 곳으로 움직이고는 했다.
균열이 일어나게 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결국, 키는 그가 쥔 셈이야.’
디에고 시메오네는 내일 펼쳐질 셀타 비고 원정에, 무척 많은 것이 걸려 있음을 확인한다.
승점 3점을 확보해 선두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앙투안 그리즈만이 만든 미묘한 기류를 해결하는 것 역시 다음 경기에서 결정될 것이다.
만약 김다온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역시 승점 3점을 확보하는 것에 실패하게 된다면, 그리즈만의 입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선수단의 분위기를 주도해, 김다온의 선발 출전이 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거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면, 시즌 초반의 모든 근심을 한꺼번에 해소해 버릴 수 있다.
단순히 승리를 거두는 것만이 아니라, 김다온이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경기력을 함께 보여 줘야 한다.
더구나, 내일 그는 낯선 리그와 낯선 전술 아래에서 어쩌면 처음일 수도 있는 왼쪽 미드필드로 출전하게 된다.
난이도는 거의 최상급이다.
그러나.
‘자네는 늘 경이로웠지.’
디에고 시메오네는 김다온의 별명을 떠올리며, 내일도 역시 마찬가지로 모두에게 놀라움을 선사할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종국(終局)에는 마드리드에 붉은색 꽃가루를 하늘 가득 뿌리게 되는 결말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도 말이다.
다시 퇴근을 서두르는 디에고 시메오네의 복잡한 머릿속엔, 걱정과 기대가 반반 뒤섞여 있었다.
이제, 경기까진 단 20시간이 남아 있었다.
***
2016년 9월 10일. 36210 폰테베드라, 스페인. 비고, 데 발라디오스 거리 s/n. 발라이도스 경기장(Estadio de Balaidos. Av. de Balaidos, s/n, 36210 Vigo, Pontevedra, Spain).
.경기 시작 1시간 전
셀타 비고 0 : 0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Match-Up`s Best Eleven(아틀레티코/상대팀)
&Tactics(아틀레티코/상대팀) : 4-4-2/4-3-3
GK ? 얀 오블락 / GK ? 세르히오 알바레즈
RB ? 후안프란 / RB ? 우고 마요
CB ? 스테판 사비치 / CB ? 세르히 고메즈
CB ? 디에고 고딘 / CB ? 구스타보 카브랄
LB ? 필리페 루이스 / LB ? 조니 오토
RAM ? 사울 니게스 / DM ? 네마냐 라도야
CM ? 가비 / CM ? 파블로 에르난데스
CM ? 코케 / CM ? 다니엘 바스
LAM ? 야닉 카라스코 / RW ? 조셉 세네
ST ? 앙투안 그리즈만 / LW ? 테오 봉곤다
ST ? 페르난도 토레스 / ST ? 이아고 아스파스
.
.
총 29,000의 좌석을 가진 셀타 비고의 홈 경기장 에스타디오 데 발라디오스는, 지난 3년 동안 단 한 번도 만원 관중을 기록해 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이곳이 꽉 들어찼던 건, 2012/13 시즌 레알 마드리드와 가진 라 리가 27라운드 경기였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주제 무리뉴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워 인기몰이 하던 중이었고, 다니는 곳마다 만원 관중을 기록하며 라 리가 인기에 큰 영향력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이후, 발라디오스는 늘 조금 허전했다.
평균적으로 15,000~18,000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고, 데포르티보와 치르는 ‘갈리시아(Galicia) 더비’나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 때만 25,000 내외를 수용했다.
인구 200만이 조금 넘는 주(州)에 네 개의 클럽이 모여 있는 데다 하키의 인기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빈약한 관중 동원 능력을 보여 준 것이다.
그런데 오늘.
딸깍딸깍딸깍딸깍-
딸깍딸깍딸깍-
매표 입구에서 입장 관중의 숫자를 세는 이들의 손은 평소보다 무척 분주했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경기장 안으로 몰려들었고, 그 행렬은 꽤 많은 관중이 입장한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았다.
딸깍딸깍딸깍딸깍-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손가락이 거의 마비될 지경이 된 네이잔 이달고(Neizan Hidalgo)가 혀를 내두르는 와중에도 입장하는 이들의 숫자를 세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이달고의 머릿속엔 아까부터 든 생각이 있었는데, 입장하는 관중 중 3할 정도가 셀타를 응원하는 이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갈리시아는 스페인의 가장 서북쪽에 있다.
그리고 그중 비고는 서남쪽에 자리했다.
차로 약 1시간 정도만 운전하면, 국경을 넘어 포르투갈의 도시인 브라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이달고는 이상한 방언이 유독 많이 들린다고 생각을 했었다. 처음엔 발음이 좋지 않거나 촌구석에서 온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건 포르투갈어였다.
지금도 웬 남성 무리가 스페인어와 거의 흡사한 언어로 대화를 나눴지만, 이달고는 그걸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달고의 바로 옆을 스쳐 지난 이들은 현재, 등번호 2번이 새겨진 SL 벤피카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설마?’
딸깍딸깍-
딸깍-
드디어 사람들이 조금씩 줄어가고, 커다란 응원가가 들려오기 시작한 경기장에서는 출전 선수를 알리는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처음은 셀타 비고의 선수들이다.
{“우고-!!!!”}
{“세르히-!!!”}
선수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하나 된 목소리로 외치는 비고 팬들의 목소리는 평소의 풍경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우—!!!!”}
{“꺼져 버려!!”}
{“나가 뒤지라고!!”}
원정을 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의 소개 때 보내는 야유 역시도 평소와 같았다.
한데.
【“No. 25. 다온 킴.”】
{“우…….”}
{“예에에에에에에-!!!!!!”}
{“?!?!”}
“???”
김다온의 이름이 들려온 순간, 홈과 원정을 착각한 듯한 환호성이 발라디오스 경기장 가득 울려 퍼졌다.
오늘 셀타 비고는 3년 만에 처음으로 29,000개의 좌석 전부를 관중으로 채워 넣었다. 이는 평소보다 적게는 만에서, 많게는 만사천까지 많은 인원이었다.
무조건 그렇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최소 수천 명의 인원은 김다온을 보기 위해 국경을 넘은 것이다.
벌써 5년째 셀타 비고의 입장 관중 조사원으로 일해 온 네이잔 이달고는, 도대체 어떤 선수이기에 국경까지 넘을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이봐-! 안 가?”
“…….”
“응? 네이잔!!”
“어? 어?? 아, 지금 가. 간다고.”
사무실로 향하면서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본 경기장 안의 모습은, 마치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치르는 것과도 같은 거대한 열기로 휩싸여 있었다.
곧, 김다온이 라 리가 무대에 데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