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46)
645화 Miragem (19)
? 디에고 시메오네, “선수가 올림픽에 참가했다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전혀 다른 환경에서 축구를 새롭게 시작했다. 데뷔를 서두를 이유는 없다.”
***
2016년 8월 27일. 28014 마드리드, 스페인. 에디피시오 프라도(Edificio Prado. 28014 Madrid, Spain).
마드리드에 온 지도 벌써 사흘째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까지 휴가를 얻은 나는, 줄곧 아영이와 함께 집에서 편히 휴식을 취했다.
딸깍-
“열쇠는 어디에다 놔?”
“저기.”
아영이가 가리키는 곳으로 걸어가 열쇠를 내려다 놓은 뒤, 집 바로 근처 고급 식료품점에서 구매해 온 것을 냉장고 안에다 집어넣는다.
마드리드에서 지내는 약 9개월 동안, 우리 부부는 마드리드 시내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지내게 되었다.
레티로 공원(Parque de El Retiro)과 푸에르타 데 알칼라(Puerta de Alcala)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조금 작긴 해도 두 사람이 지내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오히려 아영이는 뮌헨의 집보다 이곳을 훨씬 더 마음에 들어 했는데, 문화생활을 할 공간이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마드리드의 가장 번화한 곳에 있다는 점도, 서울에서의 삶을 떠올릴 수 있게 해 줄 수 있어 좋은 것 같았다.
“우웅~ 피곤하다~”
앉아 있던 소파에 폴짝 뛰어든 아영이가 자연스럽게 품을 파고들어 온다.
“곧 바빠지지?”
“응. 배울 게 너무 많아.”
“매일 마중 갈게.”
“안 그래도 되는데.”
“싫어. 그럴 거야.”
서울에 있을 때 본인의 브랜드를 론칭한 아영이는 크리스티나 가족의 부티크의 마드리드점(店) 지배인 겸 전속 디자이너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제품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곳 마드리드 부티크에 입점할 예정이다.
다만 아영이의 브랜드는 그녀의 디자이너 이름을 알리기 위한 개념 정도로, 언젠가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들을 기존의 명품 브랜드에서 선보이려고 한다.
한복과 자개에서 영감을 얻은 아영이의 디자인은, 소수의 유명 디자이너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아직 대중화가 되진 못했지만, 크리스티나의 부티크에서 일하며 감각을 키워 볼 생각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것을 위해.
“언제 오신다고 했지?”
“음- 다음 주?”
“배웅하러 가야겠네.”
“응.”
다음 주부터, 장모님이 약 3개월 정도 우리와 함께 이곳에서 머문다. 그런 뒤에는 처제들이 또 3개월 동안 있고, 다음엔 다시 장모님이 마지막 3개월을 채운다.
덕분에 나도 조금 더 편안하게 축구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고, 아영이도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물론 조금 불편한 점도 있기야 하겠지만, 어차피 이번 스페인은 우리 부부에게 있어 디딤돌의 개념이다.
서로의 미래를 위해, 온전히 각자의 일에 매진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시간이 더 각별했다.
어느새 우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졸려. 안아 줘.”
관계 후 졸음이 쏟아진 아영이가 몸을 돌렸고, 난 그녀가 바라는 대로 뒤로 다가가 포근하게 안아 주었다.
“너무 좋다.”
“나도.”
지난 48시간은 사실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를 알아 간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장거리 연애가 싫어 동거를 선택한 우리라서, 이렇게 떨어지는 건 익숙하지 않다.
어느새 곤히 잠든 아영이의 숨소리와 그녀의 체취를 느끼며, 나 역시 낮잠을 청해 본다.
이렇게나 안심이 되고, 또 마음이 풀어지는 순간이 달리 있을까 싶은 기분이다.
“…….”
그렇게 잠에서 깬 뒤.
“자기~?!”
“응~ 나 주방~!”
침대 위에 혼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아영이의 이름을 크게 부른 후, 주방으로 걸어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왜 안 깨웠어.”
“잘 자고 있으니까.”
“그래도 깨워야죠.”
“네~ 다음엔 그럴게.”
“응.”
올림픽으로 인해 쌓였던 피로가 몸 밖으로 몽땅 빠져나가고 있었다.
***
.경기 결과(La Liga 2R)
레가네스 0 : 0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
※ 2016/17 La Liga League Table
-> 2라운드 종료 기준
1. 라스팔마스
2. 바르셀로나
3. 레알 마드리드
4. 세비야
5. 스포르팅 히혼
6. 데포르티보
7. 레가네스
8. 에이바르
9. 레알 소시에다드
10. 말라가
1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0승 2무 0패 승점 2점
12. 비야레알
13. 알라베스
14. 에스파뇰
15. 오사수나
16. 레알 베티스
17. 그라나다
18. 아틀레틱 빌바오
19. 셀타 비고
20. 발렌시아
***
2016년 8월 28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알라베스와 레가네스라는 리그 중하위권 전력의 팀을 상대로, 승점 단 2점만을 획득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표정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공격에서의 마무리가 크게 아쉬웠다.
첫 두 경기에서 무려 36개의 코너킥과 11차례의 공격 진영 세트피스를 확보했음에도 불구, 고작 1득점에 그치며 승점을 올릴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시메오네를 더욱 고심하게 만드는 건, 수습할 시간도 없이 선수들을 A매치로 내보내야 한다는 점이었다.
부상이 완치되지 않은 앙투안 그리즈만을 포함, 아틀레티코의 핵심 전력 상당수가 어제오늘 스페인을 떠났다.
“…….”
그렇게 우울한 상태로 달갑지 않은 출근을 한 디에고 시메오네. 그는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은 선수들과 B팀이 함께할 회복 훈련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
한데.
“하하하하!!”
“응?”
사람이 아직 있을 리 없는 훈련장이 있는 쪽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가방의 서류를 테이블에 내려두던 디에고 시메오네가 호기심을 느끼며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손을 뻗어, 쳐져 있던 커튼을 걷는다.
드르륵-
“?”
현재 연습용 그라운드엔, 유스 팀의 선수인 것으로 보이는 이들과 한 남자가 보였다.
그들은 훈련에 맞춰 미리 정돈해 둔 그라운드의 곳곳에 디스크 핀과 같은 각종 장애물을 놓아두고, 패스로만 그곳을 통과하는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아틀레티코가 주목하는 어린 포워드 호아퀸 무뇨즈(Joaquin Munoz)를 포함, 다수의 어린 선수들이 즐겁게 세션에 참여하는 모습은, 시메오네를 더 참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사무실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음에도, 그는 발걸음을 옮겨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리곤.
“¡¡Oye!! 지금 뭣들 하는 건가?!”
“!!”
“이크! 촐로야.”
클럽 보스의 등장에 어린 선수들이 움찔하며 동작을 멈추지만, 같은 곳을 돌아본 사내는 디에고 시메오네를 발견하더니 축구공 하나를 슬쩍 발로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파앙-!!
“응?”
“?!?!”
사내. 아니, 김다온의 발을 떠난 축구공이 아주 먼 거리를 날아 디에고 시메오네가 선 곳에 정확히 도착한다.
깜짝 놀란 와중에도 롱패스를 능숙하게 받아 놓은 시메오네는, 황당해하며 축구공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다.
“Bravo!! 멋진 트래핑인데요?!?!”
“…….”
“…….”
누구도 디에고 시메오네에게 이렇게 한 적이 없기에, 김다온의 돌발적인 행동에 아틀레티코의 어린 유망주들은 사색이 되어 버린다.
화가 난 선생님의 불길이 곧 쏟아지기라도 할 것만 같은 얼굴을 한 소년들의 시선은 전부 시메오네에게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팡-!!
“?”
“오?”
그들이 확인하게 된 건, 피식하고 웃으며 다시 축구공을 걷어차는 시메오네의 모습이었다.
뒤이어 그들은 큰 목소리를 듣는다.
“너무 무리하지 말게나!!”
“Si, Boss!! 그냥 몸을 푸는 거예요!!”
“좋군!! 나중에 보도록 하지.”
이제 소년들은 큰 혼란을 느낀다.
어째서 이토록 다정한 것인가?
지금의 장면만을 놓고 본다면, 오래도록 우애 깊게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뭐야? 무슨 일인 거야?”
“나도 몰라. 둘이 친한가?”
“내가 어떻게 알아.”
소년들이 혼란함을 이겨 내지 못하고 서로 대화를 주고받던 중, 손뼉을 치며 시선을 자신에게 불러 모은 김다온이 아직 내기가 남았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아이스크림 안 먹을 거야?”
“…….”
“¡Vamos, pequenos! 그냥 포기할래?”
자신들을 꼬마들(Pequenos)이라 부르는 게, 지금 일어난 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보다 더 싫었던 소년들이 발끈해서는 다시 김다온이 건 내기에 참여한다.
김다온은 현재, 자신이 바이에른 뮌헨에서 받던 훈련을 변형시켜 어린 선수들이 특정 동작을 수행하도록 만들었다.
하프 스페이스에 익숙해지기 위한 다섯 개의 세로줄 훈련을 1/4 크기의 피치에 적용한 것인데, 소년들은 좌충우돌하며 적응에 애를 먹고 있었다.
결국 김다온이 내건 스무 번의 시도를 전부 실패해 버렸고, 좌절한 이들이 고개를 돌려 보지만 처음 내기를 제안했던 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어리둥절해진 소년들이 A팀의 연습용 그라운드를 정돈하고 있을 무렵.
“이봐-!! ¡¡Amigos!!”
“응?”
“??”
정리를 대충 끝낸 소년들의 앞에, 양손 가득 무언가를 든 김다온이 나타났다.
자신이 내건 내기에 실패해 버렸지만, 김다온은 소년들을 위한 아이스크림을 직접 구매해 왔다. 그리고 이런 호의에, 아틀레티코의 유망주들은 크게 환호한다.
그리고 이 모습은 사무실 안에 모여 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코칭스태프들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온다.
“허-! 재미있는 녀석이로군.”
“사람을 불러 모으는 재주가 있어.”
“…….”
“응? 디에고?”
소년들과 허울 없이 어울리는 김다온을 바라보는 디에고 시메오네의 표정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스며들어 있다.
어느새, 첫 두 경기에서 얻은 실망감은 시메오네의 뇌리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준비하지.”
“응?”
“뭐?”
“준비하자고. 어서 우리도 힘을 낼 시간이야. 서둘러! 남은 사람들과 함께, 얼른 재정비를 해야 하니까.”
“어? 어? 그, 그래.”
“……대체 무슨 일이야?”
디에고 시메오네가 확인한 김다온의 존재감은, A팀 선수들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도 발휘되고 있었다.
소년들의 웃음소리와 김다온의 스페인어가 뒤섞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클럽하우스에, 흐린 구름을 헤치고 나온 따뜻한 햇볕이 내리쬔다.
***
어제 집에서 아영이와 함께 TV로 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문제점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오래 손발을 맞춘 클럽의 전형적인 문제라고나 할까?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지만, 그래도 문제 대부분이 프리시즌 기간에 해결이 됐다.
그리고 그것이 해소되지 않은 채 시즌을 맞이했다고 해서, 아틀레티코가 준비가 덜 되었다거나 디에고 시메오네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그보단, 오류가 있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제3자의 눈이었기에, 볼 수 있었던 오류.
“오류라고?”
“네.”
.
.
28210 마드리드, 스페인. C. 프란시스코 데 로하스, 2. 라 카브라(La Cabra. C. Francisco de Rojas, 2. 28210 Madrid, Spain).
훈련이 끝난 뒤, 나는 시메오네의 권유로 아영이와 함께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그의 여자친구인 카를라 페레이라도 이곳에 동석한 상황이다.
아르헨티나 출신 모델인 카를라는 아영이의 브랜드에 큰 관심을 보였고, 지금은 둘만의 대화이 푹 빠져있다.
그리고 덕분에, 나와 시메오네 역시 조금 더 편하게 축구에 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당신의 축구는 역습이잖아요.”
“……그렇지.”
“물론 다른 것들도 있지만, 그냥 첫 두 경기에 초점을 두고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크흠, 말해 보게.”
자신의 축구를 역습이란 한 단어로 요약하자마자 표정이 굳어졌던 시메오네가 머쓱해하며 헛기침을 했고, 싱긋 웃어 보인 나는 다시 어제의 감상을 풀어 나갔다.
역습(逆襲).
말했듯, 디에고 시메오네의 축구는 두 줄의 플랫을 바탕으로 한 견고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빠른 역습을 추구한다.
하지만 승격 팀인 알라베스는 비센테 칼데론 원정에서 완전한 수비로 나섰고, 아틀레티코는 그런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세기와 다양성이 크게 부족했다.
어제 CD 레가네스와의 경기에서도 같은 약점이 피치 위에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뭐랄까, 볼을 점유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요.”
“뼈아픈 말이로군. 하지만 공감할 것 같네.”
“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롱 패스를 해야 하는 팀이지, 롱 볼을 하는 팀이 되어서는 안 됐다.
무슨 차이냐고 묻는다면, 단숨에 수비 뒷공간에 패스를 떨어트리는 것과 특별한 무작정 페널티 박스 안으로 볼을 집어넣는 만큼의 차이라 대답하고 싶다.
앙투안 그리즈만, 케빈 가메이로(Kevin Gameiro), 페르난도 토레스로 구성된 아틀레티코의 공격진은 개인적인 생각으론 헤더를 그리 잘하지 못한다.
당연히 헤더로 득점이야 올릴 수 있겠지만, 머리 높이로 띄우는 크로스가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데 어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페널티 박스 주변에서 안쪽으로 무작정 크로스를 띄워 올리기만 했다.
바로 여기에서, 내가 금방 시메오네에게 말한 볼을 점유하는 방법론이 나오게 된다.
“다들 너무 굳어 있어요.”
“…….”
바이에른 뮌헨을 예로 설명하면, 우린 볼을 점유했을 때 최소 세 가지 정도의 공격 패턴을 염두에 두고 있다.
토마스 뮐러와 베르나르두 실바가 중원과 연계해 만든 공간으로 오른쪽 풀백인 내가 뛰어든다거나, 아니면 단순하게 리베리의 1:1 돌파에서 발생하는 공간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상대 수비를 특정 위치로 유도한 뒤, 하프 스페이스를 활용해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볼을 점유했을 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는 점이다.
“그리즈만은 거의 아래로 내려서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가메이로는 완전히 따로 노는 것 같았어요. 또 양쪽 미드필드도 너무 뛰는 게 일관적이에요.”
나는 펩으로부터, 축구에서 좋은 기회는 상대의 허를 찌를 때 더욱 쉽게 얻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제아무리 완성도가 높은 축구라 할지라도, 움직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면 상대는 전력의 차이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것을 대비할 수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두 줄의 플랫을 활용한 지도 벌써 세 시즌이 더 지났다.
너무 많은 정보가 퍼져 나갔다는 뜻이다.
완성도 역시,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차라리 점유율을 포기하는 것도 괜찮을 거라고 봐요.”
“음-”
“극단적인 말이지만, 현재 상태로는 그게 최선일 것 같더라고요. 물론 제가 뛰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요.”
“하하하. 마지막 말은 농담인가?”
“들켰나요?”
“후후. 그런 것 같군.”
“네. 농담이었어요. 하지만 완전 농담은 또 아니에요.”
“…….”
짧은 휴가 기간 동안, 나는 마냥 쉰 것은 아니었다.
경기를 보고, 아틀레티코의 강령과 훈련을 외웠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와는 전혀 다른 템포와 스타일을 지닌 라 리가의 특성에만 적응한다면, 시메오네의 축구에 녹아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어차피 시메오네 역시, 펩과 같은 포지션 축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솔직한 말이로군. 그리고 무척 유익했어.”
“그런가요? 사실, 혼나도 괜찮은데 말이죠.”
“아니, 그렇지 않네.”
“휘-유. 그럼 다행이네요.”
“하하하.”
나의 능청에 시메오네가 웃음을 터뜨리고, 수다와 와인에 흠뻑 빠진 각자의 연인을 잠깐 챙긴 우리는 와인 한 병을 더 주문한 후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참고로 나는 와인을 반 잔 정도만 마셨고, 시메오네 역시 한 잔 정도를 비워 냈다.
저 술을 전부 여자들이 마셨다는 거다.
아마 두 병으로도 모자라지 싶다.
“긴 밤이 되겠네요.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려면요.”
“하하. 나야 좋지. 개인적으론, 이 시간이 무척 즐겁네.”
“저도요. 그럼, 디에고?”
“?”
“말해 보세요. 제가 어떻게 해야, 당신과 이 클럽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알려 달라고요.”
“하하하, 자넨 정말 솔직하군.”
“이게 더 나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인 시메오네가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는 동안, 거기에 온전히 몰입한 나는 라 리가에서의 내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였다.
본래의 포지션인 풀백에서 뛸 일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누차 말해 온 것처럼 나는 스페인에서 일어날 모든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게 꽤 오랜 시간 정체된 나를, 새로운 경지로 이끌어 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자네가 말한 단조로움도 그러면…….”
“…….”
사랑하는 여자와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축구가 있는 테이블은 무척 호화롭기만 하다.
난 이렇게, 조금씩 마드리드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잠시 뒤.
“보게나.”
“?”
식당의 테라스로 나를 인도한 시메오네가 담배 하나를 입에 다물며 마드리드의 전경을 바라보라고 말을 한다.
난 근사한 풍경이라 말하려고 했지만, 어쩐지 그게 이유가 아닐 것 같아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딸깍, 딸깍-
금빛 지포 라이터를 이용해 연초에 불을 붙인 시메오네가 연기를 내뿜고, 술보다는 분위기에 취한 것 같은 그가 마드리드에서 살아가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해 준다.
그가 말하길 마드리드란.
“레알을 위한 것이야. 이 도시의 사람 대부분은 레알 마드리드를 더 응원하지.”
“…….”
“우리는 언제나 2인자였어. 아틀레티코 소속으로 라 리가에서 우승하고 빅이어를 들어 올린다는 건, 대회에서 경쟁하는 팀뿐만이 아니라 이곳의 오랜 역사와 싸운다는 것과도 같네. 어떤가? 나와 함께, 그 신기루를 잡아 보겠나?”
담배를 물고 있는 입의 한쪽 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어 보인 시메오네가 내게 손을 내밀어 온다.
이 악수는 지금까지 나눈 것들과는 많이 다르다.
진정으로, 자신의 식구가 될 준비를 묻는 것 같다.
“임시직이라도 괜찮나요?”
“물론이지. 자넨 내가 원한 영입이었어.”
“그럼, 기꺼이요.”
탁.
시메오네의 손을 맞잡으며 눈빛을 교환하는 동안, 내 머릿속은 다음의 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조금 더 먼 미래.
‘이거군요, 펩.’
펩 과르디올라는 바로 이 부분 때문에, 내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행을 추천한 것 같다.
‘거기도, 여기와 같으니까.’
맨체스터 시티 또한, 유나이티드라는 절대적인 존재의 그늘에 늘 가려져 있다. 그는 그곳에서 그 그늘을 걷길 원하고, 그러기 위해 나를 필요로 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의 9개월은 내겐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지만, 펩에겐 일종의 예행연습이다.
하여간.
‘짓궂은 양반 같으니라고.’
다시 안으로 들어선 우린, 이번에는 서로의 사랑과 함께 평범한 이야기를 오래도록 주고받았다.
지금부터, 당분간 펩을 잊고 새로운 신기루(Miragem)를 찾아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과연 그 끝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
작가의 말 ? 조금 나아지던 상태에서 한국 축구 선수를 쓰레기로 지칭하는 댓글을 받고 나서 다시 공황장애가 심해져서, 요즘 두 편이 너무 힘듭니다.
제 글이 너무 부족해 보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내 글 구려병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네요.
2편 연재를 자주 하지 못해 늘 무거운 마음을 가진 채 살고 있습니다.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