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15)
815화 Unbeatable (11)
.전반 13분
맨체스터 시티 0 : 0 샤흐타르
샤흐타르 도네츠크의 오른쪽 윙어 마를루스(Marlos)는 우크라이나 축구 대표팀 역사상 두 번째 ‘브라질 귀화 선수’가 될 예정이었다.
2017년을 기해 귀화 조건을 채운 마를루스는 이미 이중 국적을 획득했고, 다가올 10월 A매치 주간 우크라이나 대표팀에 소집될 거란 사실을 미리 전달받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브라질 축구 협회가 카나리아 일원으로의 소집을 보장했지만, 마를루스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마를루스 역시, 우크라이나 대표팀이 되길 원했다.
탁-
‘……또?’
“…….”
브라질 쿠리치바(Curitiba) 외곽 상조세두스피냐이스(Sao Jose dos Pinhais)라는 도시에서 태어난 마를루스는 현시점 우크라이나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는다.
‘우크라이나 프리미어리그의 메시’로 불리며, 측면과 중앙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리그 내의 수비수들에게 악몽을 선사해 왔다.
2015/16 시즌을 기점으로 잠재력을 폭발시켰고, 2016/17 시즌에는 팀의 3관왕을 이끌며 ‘우크라이나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를 수상키도 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을 사용하는 반대 발 윙어였지만, 샤흐타르의 감독 파울루 폰세카는 그의 자유를 보장했다.
그러나.
삐-익!
“!!”
마를루스는 오늘 신통찮은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이런, 빌어먹을.’
팬과 미디어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프로 생활을 하는 축구 선수들 사이에서도, [리오넬 메시 VS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항상 첨예한 대립을 일으키는 주제였다.
언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선수들은 메시 혹은 호날두를 최고라고 주장했다.
때로는 격렬한 논쟁도 일어났고, 심지어 클럽 내에서 파벌이 만들어질 때도 있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마를루스는 매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최고라고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후우-”
바라는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인상을 잔뜩 구긴 마를루스가 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도 그는 팀으로부터 많은 공격책임을 부여받았지만, 중앙에서 한 차례의 슈팅을 시도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특히, 자신의 주 영역이 오른쪽 측면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хто зак?нчив суперечку.
논쟁을 끝낸 사람.
앞으로 몇 년은 더 계속될 것 같았던 양강 구도가 마침내 끝나버린 지난 1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공신력 높은 일간지인 ‘코만다’는 발롱도르를 손에 쥔 채 환히 웃고 있던 김다온의 사진을 1면에 게재하며 위와 같은 헤드라인을 올렸었다.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내쉰 마를루스가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린 후, 동료의 손을 잡아 일어나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마를루스는 생각했다.
최고의 축구 선수란 과연 무엇일까?
의외로 대답은 쉽게 나왔다.
발롱도르를 손에 쥐는 자.
그를 위해서는 당연히 팀을 최고로 이끌어야 하고, 동시에 많은 경쟁자 사이에서도 돋보일 수 있는 개인적인 기록 역시 만들어야만 한다.
바로 득점과 어시스트.
단순한 진실이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보여 준 것 역시 바로 그러한 부분이며, 두 사람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것들을 보여 줘야 한다.
만약 똑같은 50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한다고 가정했을 때, 표가 누구에게 갈지는 뻔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김다온의 발롱도르 수상이 놀랍고도 특별한 것이었으며, 수상 직후 의외로 많은 전문가가 [“아마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과연 세상의 어떠한 축구 선수가, 인생에서 한 번 이상 메시와 호날두의 퍼포먼스를 뛰어넘는 시즌을 보내겠는가?
오랜 기간 그러한 세상에서 살아온 마를루스기에, 그 역시 김다온을 최고로 인정하는 부분은 조금 힘들었다.
사이드백 중 최고라면 혹은 최고 중 하나라면 모르겠으나, [“명실상부를 가져다 붙일 만큼 압도적인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재.
팡-
‘제기랄. 언제 또 저기에.’
마를루스는 깨닫는 중이다.
어째서, 수많은 윙어가 김다온을 상대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악몽과도 같았다.”]는 말로 표현했는지를 말이다. 수비도 수비지만, 진짜 힘겨운 건 다른 곳에 있었다.
강한 전방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빌드업을 가져간 맨체스터 시티가,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기회를 붙잡는다.
수비를 등진 세르히오 아궤로가 밀어내는 것을 버티며 리로이 자네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가브리에우 제주스와 순간적으로 위치를 바꿨던 독일의 공격수는 바로 왼발 슈팅을 가져갔다.
샤흐타르의 골대 오른쪽 상단을 겨냥한 축구공이 그대로 그물에 안착하는 듯했지만, 한 끗 차로 벗어난 슈팅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유발했다.
{“우오오-!”}
{“아아…….”}
샤흐타르 도네츠크가 다시 우크라이나 프리미어리그의 강자가 될 수 있었던 건, 감독 파울루 폰세카의 정교한 전방 압박과 유망주 육성 성공 때문이었다.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에서 경험을 쌓은 폰세카는 빠르고 활동량이 많은 공격수를 선호했고, 잘 조직된 수비 전술로 많은 숫자의 인터셉트를 만들어 냈다.
특히 브라질 출신들로 채워진 2선의 활동량은 빅리그의 감독들도 혀를 내두를 수준이라서, 감독들은 샤흐타르를 상대하기 껄끄러운 팀으로 꼽고 있었다.
그러나 전반전의 1/3이 지나가는 현재까지, 샤흐타르는 단 한 차례도 전방 압박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상대를 잘 몰아넣었다고 생각될 때마다, 어김없이 엉뚱한 위치에서 튀어나온 김다온이 전방 압박을 방해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과 타이송(Taison) 등으로 하여금 더 많은 거리를 뛰도록 만들었다.
빌드업이 시작될 때 전방 압박 임무를 부여받은 공격수들은 전술과 상황에 따른 포지셔닝을 가져가는데, 그의 주요 목적은 상대의 선택을 제한하기 위함이었다.
선택지가 좁아지면 플레이는 단순해지고, 단순해지게 되면 다음 과정을 예측하는 일이 수월해졌다.
괜히 위르겐 클롭이 전방 압박을 두고 [“양 떼 몰이를 생각하면 된다. 만약 클럽에 보더콜리가 있다면, 앞쪽에서 볼을 빼앗는 건 몇 배나 쉬워진다.”]고 말한 게 아니다.
포르투갈 출신의 감독치고 특이한 ‘게겐프레싱’의 신봉자인 폰세카는, 이런 생각에 동의하며 샤흐타르의 전방 압박 전술을 끊임없이 보완해 왔다.
선수들 역시 감독의 전술적 능력과 본인들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으며, 상대가 아무리 강팀이라고 해도 쉽게 전방 압박을 뚫지 못할 거라고 믿었다.
한데 계속해서, 김다온이 이런 샤흐타르의 전술 실현을 방해하고 있었다.
‘이번엔 중앙이야.’
후방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볼을 돌리던 중, 마를루스는 김다온이 중앙으로 좁혀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며 거기에 맞춰진 포지셔닝을 가져갔다.
이렇게 되면 측면이 비게 되는데, 보통이라면 리로이 자네가 아래로 내려와 공간을 채워 줘야 한다.
처음엔 보흐단 부트코(Bogdan Butko)가 잘 따라주지 않아 자네에게 패스가 갈 경우 전방 압박이 맥없이 뚫렸지만, 폰세카의 피드백으로 인해 약간은 개선이 된 상태였다.
팡-
‘역시.’
패스를 줄 곳을 찾던 에므리크 라포르트가 당연하다는 듯 아래로 내려선 리로이 자네에게 패스를 보냈다.
그 뒤를 보흐단 부트코가 바짝 쫓고 있었고, 마를루스는 앞쪽에서 자네를 막아설 생각으로 볼이 움직이는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했다.
한데 바로 그 순간.
“헤이!”
“?”
측면으로 볼이 보내짐과 동시에 몸을 돌려 달려 나가기 시작한 김다온이 앞으로 손을 뻗었다.
‘이런, 젠장!’
탁-
“…….”
공격진영을 등진 채 아래로 내려서던 리로이 자네가 에므리크 라포르타가 보낸 패스를 원터치로 꺾어 놓는다.
살짝 떠올랐던 축구공은 김다온이 달려가는 곳으로 정확히 떨어졌고, 오른발을 들어 올려 볼을 앞쪽으로 받아둔 김다온이 텅 비어 있는 샤흐타르의 왼쪽 진영을 파고든다.
이 장면만 놓고 본다면 자네가 풀백이고 김다온이 윙어인 것처럼 보였는데, 이러한 점도 샤흐타르의 선수들을 혼란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였다.
맨체스터 시티에 체계라는 건 없는 걸까?
축구의 절반은 정교한 기계와도 같다.
특히나 그것이 포지셔닝이나 수비 같은 전술적인 부분이 큰 영역이라면, 축구의 이러한 부분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오늘의 맨시티는 기계와는 거리가 멀다.
만약 이런 기계가 있다면, 틀림없이 작동하지 않을 거다.
포백과 쓰리백을 자유롭게 오갔고, 때로는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윙어가 내려서며 다섯 명이 수비진영에 서기도 했다. 그리고 때론, 더블 볼란치가 작동됐다.
쓰리백의 형태도 두 명의 센터백 + 사이드백, 두 명의 센터백 + 볼란치처럼 일정치 않았다.
달려 나가는 김다온을 보며, 열심히 그를 뒤쫓기 시작한 마를루스는 이것이 얼마나 말이 되지 않는 축구인지를 생각했다.
축구는 굉장히 역동적인 스포츠고, 높은 수준의 경쟁이 이뤄지게 되면 정보수용 능력은 다른 부분에 할애된 정신적 에너지로 인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사고는 단조로워지고, 이따금 확보되는 짧은 몇 초의 자유가 주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게.
‘상식 아니야?’
평생을 축구 선수로 살아오며, 몇 년 전부터 엘리트 레벨로 올라선 마를루스는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어쩌면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전반 초반이라는 점과 0:0의 스코어가 이성을 붙잡게 했다.
그러나 샤흐타르의 왼쪽 하프 스페이스를 파고든 김다온의 패스가 세르히오 아궤로에게 도달한 순간, 마를루스는 이성을 붙들고 있는데 큰 어려움을 느꼈다.
{“이야아아아아아아-!!!!”}
“YEAH–!! COME ON!!”
“…….”
“…….”
지금까지 마를루스가 느끼고 있는 부분은 절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경기를 본 이들은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좋고, 패스가 매우 쉽게 연결되는 중이라며 생각하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김다온이 어떠한 방식으로 샤흐타르의 전방 압박을 무효화 했는지, 그것이 경기의 흐름을 어떻게 이끌고 가는 중인지는 피치에 있는 이들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보통이라면 전술을 무효화 하는 데에서 그쳤어야 할 사이드백이 포지셔닝만으로 확보한 공간을 40M가량 질주한 후 어시스트를 기록했다는 거였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논쟁을 끝내버린 건가?’
무기력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마를루스가, 희망을 잃지 않으며 팀 전체에 목소리를 높인다.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아 있다.
***
.후반 09분
맨체스터 시티 2 : 0 샤흐타르
시즌은 길고 험난하다.
수개월 간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하며, 다양한 곳으로부터 전해지는 압박을 견뎌야 한다.
또 변수도 고려대상이다.
그중 몇몇은 통제할 수 없다.
가장 쉬운 예가 바로 이거다.
“…….”
“…….”
부상(負傷).
샤흐타르의 수비수 이반 오르테츠(Ivan Ordets)와 부딪힌 쿤이 넘어졌을 때, 우리 중 누구도 그것이 심각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쿤은 드러누운 채 꽤 오랜 시간 일어나지 못했고, 급기야 피치로 들어선 에두 마우리가 벤치를 향해 뛸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갈비뼈 손상.
쿤을 면밀하게 살핀 에두 마우리는 갈비뼈에 금이 갔거나, 최악의 경우 부러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젠장.’
최근 우리의 축구를 본 사람이라면, 쿤이 얼마나 환상적으로 뛰었는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비로소 펩이 바라는 공격수가 되어, 공격 전반에 지대한 기여를 보여 줬다.
가뜩이나 중앙 공격수로 설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쿤의 결장은 우리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더구나, 다음 상대는 첼시 FC다.
.
(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이렇게 되면 첼시 FC가 방긋 웃을 수도 있습니다. 제주스가 있긴 합니다만, 아궤로에 비해서는 분명 조금 떨어지거든요? 오늘 경기만 뛸 수 없는 거라면 모르지만, 지금의 이 부상은 맨시티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황은석) – SPORTV 캐스터
“최근 흐름이 좋은 맨체스터 시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세르히오 아궤로의 부상이란 악재를 만납니다.”
.
교체를 피할 수 없는 상황.
펩의 선택은 스털링이었다.
제주스를 쿤이 있던 중앙으로 보내고, 스털링이 오른쪽 윙 포지션에 설 것 같다.
그런데.
“리로이!!”
“응?”
피치로 들어선 스털링이 자네를 불러 반대편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제주스는 예상한 대로 중앙으로 움직였지만, 좌우가 바뀐 상태로 경기가 재개된다.
카일 워커가 스로인을 샤흐타르의 진영으로 보내고, 이를 전달받은 이스마일리가 재빨리 볼을 중앙으로 연결하며 공격 진행을 서두른다.
용맹한 팀인 샤흐타르는 우리에게 두 방을 얻어맞았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축구를 펼치는 중이다.
‘정신 차리자.’
쿤의 부상을 머릿속에서 잠시 지워버리기로 하며, 나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투입 된 덴티뉴(Dentinho)에게 다가섰다.
파울루 폰세카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베르나르드를 빼고, 과거 네이마르/파투와 함께 전도유망한 재능으로 평가받던 덴티뉴를 투입했다.
전반 내내 나와 어울렸던 마를루스는 왼쪽으로 이동했고, 이후 덴티뉴와 타이송이 동시에 나를 상대하고 있었다.
이 말은 즉, 1:2가 되었다는 뜻이다.
“붙었어!!”
페르난지뉴가 목소리를 높여, 자신이 타이송을 마크하고 있음을 알린다. 현재 내 앞에서 볼을 잡은 덴티뉴는 다음 선택지를 열심히 찾고 있다.
그래서 난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덴티뉴가 먼저 선택을 가져갈 때를 기다렸다.
후반전이 시작된 이후 두어 차례 호기롭게 드리블을 시도해온 덴티뉴였는데, 계속해서 막혔기 때문인지 지금은 쉽게 다음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볼은 뒤로 향한다.
팡-
.
(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군요.”
(오웬 하그리브스) – BT Sports 컬러-코멘테이터
“완벽하게 진로를 가로막았죠. 덴티뉴는 지금 어떠한 곳으로도 파고들 수 없었을 겁니다. 계산이 되었을 테니까요.”
.
팀 전체의 기량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내가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 역시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남게 된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쓰이고 있다.
조금 전의 상황만 하더라도, 페르난지뉴와 베르나르두가 내게 다가와 준 부분이 컸다.
두 사람이 타이송과 프레드를 마크해주면서, 나 또한 덴티뉴만을 보고 수비를 가져갈 수 있었다.
공격수들에게 플레이 존(Play Zone)이 존재하듯, 수비수들 역시 본인만의 영역이 있다. 그리고 만약 실력에서 자신이 있다면,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의 플레이 존이 영향을 미친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본다면, 나는 덴티뉴의 플레이 존 안쪽에서 수비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밀착한 것은 아니고, 플레이 존의 경계에서 한 발 정도 안에 들어간 위치였다.
거리로 보면 대략 1.8~2.1M 정도?
스탠딩 태클을 가져가기까지 한 번의 스텝이 더 필요한 거리로, 내가 가장 선호하는 포지셔닝이다. 이 위치에선 공격수가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이 없다.
기껏해야 상체로 페인팅을 주는 게 전부다.
또 달려오던 상황이라면 모를까, 볼을 멈춘 지금 상태로는 돌파 자체가 힘들다.
왜냐하면 공격수가 대치한 수비수를 뚫고 지나가기 위해서는 힘/속도에서 동등 혹은 그 이상이거나 전반적 기량 자체가 우위에 있어야 하는데, 이미 이전의 대결을 통해 누가 더 나은지가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건 내가 또 자신 있지.’
지금까지 축구를 해오면서, 내가 뛰어온 클럽에는 늘 발이 느려 고민한 수비수들이 있었다.
SL 벤피카의 루이장, 바이에른 뮌헨의 하비 마르티네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고딘 모두 기본적으로 발이 빠르지 않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래서 이들은 늘 자신의 약점인 스피드를 만회할 방법을 연구했고, 팀 내에서 가장 발이 빨랐던 나를 파트너로 삼아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기도 했다.
축구 선수라면 은퇴할 때까지 계속해서 공부해야 하는 만큼, 그들의 열의는 내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열심히 하는 부분도 부분이지만, 그들이 결론으로 얻은 것을 운 좋게 배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난 볼이 멈춰선 상황에서 대치 구도가 이뤄졌을 때, 지금까지 배워온 것들을 녹여낸다.
탁-
“?!”
‘어딜.’
우리가 샤흐타르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측면으로 빠진 파쿤도 페레이라가 보흐단 부트코의 패스를 그대로 통과시켜 전진하려고 했다.
축구공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상체 동작만으로 내게 혼선을 주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다.
사이드백인 내가 이와 같은 상황을 한 경기에서 몇 번이나 경험할 거라고 보는가?
특히 지금처럼 공격수에게 바짝 달라붙지 않아도 되는 하프라인 위치라면, 우수한 사이드백들은 모두 선수보다 뒤쪽에 놓아둔 공간을 생각하고 수비에 나선다.
그러니, 돌파를 허용한다면 그건 수비의 실수다.
하지만 나는 실수하지 않았고, 오히려 페레이라를 스쳐 보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아래로 내려서던 스털링이 재빨리 몸을 돌리며 왼쪽 측면으로 벌려 움직이고, 그를 따라 부트코가 움직이면서 하프 스페이스에 널찍한 공간이 생겨났다.
프레드가 이를 커버하려고 움직였지만, 베르나르두가 그의 시야에 등장하자 멈칫할 수밖에 없게 됐다.
공격을 진행하려다 오히려 역습을 허용한 지금, 샤흐타르 선수들의 판단력은 크게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나라면 어떨까?’
만약 내가 프레드였다면, 어떠한 전개를 가장 까다롭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건 내가 가장 먼저 배제해야 할 선택지다.
“…….”
“?”
전진을 이어가던 내가 드리블의 속도를 점차 늦춘다. 그러자 뒷걸음질을 치던 프레드와의 거리는 자연스레 벌어졌다.
페널티 박스 주변으로 진입한 스털링과 베르나르두가 패스를 요구하는 손짓을 보내오고, 일찌감치 두 사람을 미끼(Dummy)로 쓰기로 했던 나는 바로 시선을 달리 가져갔다.
샤흐타르 진영 정면.
제주스가 내려선다.
‘딸려 나올까?’
상대의 센터백은 피지컬(이반 오르테츠)과 축구 지능(야로슬라프 라키츠키)라는 정석 조합이다.
피지컬이 전진, 지능이 커버를 담당한다.
그러나.
‘물었어.’
90분 내내 모든 플레이가 완벽하게 이뤄질 수는 없다. 그리고 공격은 수비의 균열과 실책을 유도하는 것이고, 역습 상황이 되면 그것이 일어날 확률은 자연스레 높아진다.
연습대로라면 오르데츠가 앞으로 나와야 했지만, 현재 제주스의 뒤에 있는 것은 라키츠키다.
물론 실수가 아닐 수도 있다.
공격이 왼쪽에서 진행되고 있기에, 오른쪽 센터백인 오르데츠를 낮은 곳에 두고 볼이 없는 쪽의 센터백이 전진해 앞쪽 공간을 커버하는 건 하나의 수비 방법이다.
그렇지만 지금 중요한 건, 내가 바라는 대로 상대가 움직여 줬다는 부분이다.
탁.
오른발의 바깥쪽을 이용해 축구공을 옆으로 돌려놓은 후, 라키츠키의 전진으로 인해 생겨난 공간으로 축구공을 띄워 보낸다.
팡-
피치 왼쪽에서 오른발로 감아 찬 패스는 골대를 향해 휘어져 들어갔고, 어느새 거기로 뛰어든 리로이 자네가 완벽한 터치로 축구공을 받아두며 골키퍼와 1:1 상황을 맞이한다.
그리곤 별 무리 없이, 골대의 빈 곳으로 정확히 슈팅을 굴려 보냈다.
‘그렇지!’
삑-! 삐?익!! 삐—익!!
오늘 경기 팀의 세 번째 득점.
후반전 13분 빠르게 점수를 벌린 우리는 환호성을 내지르는 팬들의 앞에서 셀레브레이션을 나누며, 최근 이어 오고 있는 강인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 주고 있었다.
이젠, 실점 없이 올바로 매조지 할 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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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2017/18 UCL Group Stage)
맨체스터 시티 4 : 0 샤흐타르 도네츠크
[골] 세르히오 아궤로 : 전반 16분(김다온)케빈 더브라위너 : 후반 03분(베르나르두 실바)
리로이 자네 : 후반 13분(김다온)
라힘 스털링 : 후반 45분(베르나르두 실바)
김다온 ? 96분 출전(2어시스트/평점 9.1/M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