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00)
〈 100화 〉 100 길드사무소 지원정책
* * *
3.
민우성은 반신반의했다.
“정말로 영구임대를 해주실 수 있습니까?”
어려울 거 뭐 있나. 그걸로 귀환자 한 명을 한동안 잠잠하게 만들 수 있다면 남는 장사지.
“아무리 급매물을 샀다고 해도 45억이나 쓰셨는데 정말 괜찮으십니까? 그 큰돈을 들여서 산 120평짜리 저택부지를 공짜로 넘겨주셔도.”
당장 저택부지가 없으면 곤란해지는 건
국가안보국이 아닌 민우성 본인이었지만
45억을 들인 집을 흔쾌히 주겠다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에서는
오히려 피식 웃는 소리와 함께
그의 상관의 여유 넘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자네, 협회에서 연예계 일을 처리해본 적 있나?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럼 가볍게 듣게. 연예인 한 명이 사고 치면 우선 기자를 찾아가네. 첫 기사는 5천만 원에서 2억 사이로 먹여서 입을 닫게 하지.
큰돈을 쉽게 벌어들이는 각성자에게도 가볍게 취급하기 힘든 단위의 금액.
민우성은 기자들이 특종에 미친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잘 캐낸 비밀은 돈이 되는구나.’
후속기사는 2천에서 1억 사이로 막지만 확실하게 일처리를 한다 치고 일괄 1억으로 스무 곳 정도 입을 닫는다고 치자고.
“최대 22억이 나갔군요.”
이것도 후속기사가 나오면 말짱 도루묵이지. 피해당사자와 현장관계자들의 입을 막고 관계부서에 먹일 돈도 통 크게 20억 잡자고.
“벌써… 42억이나 드는 겁니까?”
이 선에서 끝나는 것도 초동대응이 성공했을 때의 얘기지. 법적분쟁으로 이어지면 소송비나 떨어져나갈 CF 등으로 인한 피해금액도 있네.
계산이 벌써 끝났다.
“45억은 가뿐히 오버되는군요.”
그것도 10위권 대형기획사의 A급 연예인이 대형사고를 쳤을 때에 이런 소동이 나는 걸세.
“귀환자가 사고를 치면 어느 정도입니까?”
3위권 초대형기획사의 S급 간판스타가 초대형사고를 터트리는 대참사에 비해야겠지. 그때는 자릿수가 두 개는 더 붙는 거야.
“사, 사천 오백…!”
어떤 사람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 사람인가.
아이들은 그의 선행이나 인품에 빗대어
그 사람의 중요성을 평가하겠지만
어른들은 달랐다.
직관적인 수치로 중요성을 평가하고
숫자를 토대로 누군가를 평가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어린 시절에는 저런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느꼈던 우화소설 속 어른이 되어버린 기분이 드는군.’
민우성은 4500억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해응응의 진가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놀란 자신이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5년 임대는 훗날 귀환자를 제어할 수 있을지 기대하며 걸어본 목줄일 뿐이네. 걸기 전에 물어 뜯겼다면 버리면 그만인 작은 덫일 뿐이지.
45억을 목줄 삼아 사용하는 대범한 스케일에
민우성은 자신이 어떤 자들에게 협력하고 있는지
뒤늦게 실감했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그에게는
세상물정에서 자유로운 아이의 순수함보다
현실을 자각하는 객관적 지표가 와 닿았다.
그렇다고 의미 없는 포석을 둘 수는 없지. 자네가 잘 말해두게. 자네가 협상을 잘해서 영구임대를 얻었다고.
주택부지를 구매한 대리인에게도 미리 협상내용으로 입을 맞춰두는 철저한 대비까지 갖춘 것이 바로 어제의 일.
무료임대 기간은 결국 5년에서 영구임대로 변경되었다.
“우와~ 정말 이 넓은 곳이 전부 저희 길드사무소에요? 그것도 공짜??”
“민우성씨가 협상실력이 대단하군요. 앞으로는 저희 길드의 실무협상은 맡겨도 괜찮겠습니다.”
“이런 젠장. 이러다가 내가 점핑접대 전담이 되는 건 아니겠지…?”
약 한 사람은 불만을 넘어선 두려움을 보였지만
길드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평.
길드장인 해응응마저도 칭찬을 금치 못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재정압박이 크게 줄었어요.]“하하. 실력 발휘 좀 해봤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괜찮다면 사무직원들도 따로 추천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이참에 국가안보국의 스파이들을 길드 사무직원으로 잔뜩 심어주려고 작정한 민우성의 발칙한 제안!
큰 공도 세운 직후겠다,
직원도 추천해주겠다는 걸 거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예상한 민우성이었지만
뜻밖에도 해응응은 고개를 저었다.
[사무직원은 괜찮아요.]“예? 아니, 그새 재정을 추가 확보하셨습니까?”
[도움을 주겠다고 한 분들이 있거든요.]때마침 저택부지에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들.
해응응과 주아영에게는 안면이 있는 이들이었다.
“강사님이 길드를 만드신다는 이야기, 아영이한테 들었어요!”
“보수는 안 받아도 되니까, 역으로 저희가 수업료 드릴 테니까 길드에서 무술만 배우게 해주시면 안 되나요?”
“강사님이 만져주신 자세, 그동안 소중히 간직해왔어요… 제 자세가 얼마나 잘 가꾸어졌는지 꼭 봐주셨으면 해요!”
명호길드의 예비길드원으로 육성되는
각성자학원의 연습생들.
이들이 제발로 우르르 몰려든 것이다.
그 인원수도 무려 서른 가량.
그녀의 강의를 들었던 연습생들은 물론이요,
입소문을 듣고 함께 온 친구들도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광경이건만
해응응은 한술 더 떴다.
[무술은 가르쳐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해남파가 제 기능을 다하려면 당장 사무와 실무를 수행할 직원들이 필요해요.]“강사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면 사무업무는 기꺼이 도와드릴게요!”
“저 회계프로그램 다룰 줄 알아요!”
“공문이나 내용증명 작성 같은 대관업무 봐드릴 수 있어요!”
“마석채취 아르바이트 많이 해봤어요!”
“운전면허증 있는데 수송팀 만드실 거면 운전수는 제가 할게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고자 다양한 스펙을 쌓아온 연습생들은 길드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역할을 하나 이상 수행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할 줄 몰라도 배우면 가르칠 의지가 가득 보이기까지 하니.
[오늘부터 여러분은 해남파의 일원이에요.]“와아! 감사합니다, 강사님!”
“어서 제 돈을 받으세요!”
“여기 삼 개월 수강비에요!”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기는커녕
돈을 내고 무공을 배우면서
겸사겸사 일까지 도와주겠다는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참된 인재들!
민우성은 진지하게 공포에 빠졌다.
‘최면이라도 당하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되잖아. 이거 어쩌면 혹시… 해응응이라는 신분 자체가 최면으로 만들어낸 가짜 신분 아니야?’
최초의 각성자가 실은 죽지 않았었다면?
최면능력으로 모두를 속이고 도망쳤다가 복수를 위해 돌아온 것이라면?
민우성의 겁에 질린 보고서는 국가안보국으로 올라갔고, 한동안 국가안보국 전체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4.
명호길드 본부빌딩
10F 대표이사실.
신성곽은 본래 명예직이나 다름없는
전무직함 하나만을 지녔지만
명호길드의 대를 이을 3세대 각성자들의
어리석은 추태를 보다 못해
길드를 바로잡고자 손수 나서서
3세대 각성자들의 모든 파벌을 박살냈다.
“신성곽 전무님이 아니면 길드를 이끌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희는 모두 찬성입니다. 그러니 제발 때리지 좀 마십쇼. 이 나이 먹고 뼈마디가 쑤시면 얼마나 서러운지 아십니까?”
그런 신성곽을
물리적으로 인정한 이사진은
만장일치로 그의 대표이사 취임에 찬성했으니.
그가 길드장과 부길드장을 대신해서
명호길드를 이끄는 임시수장이 된 이유였다.
“저 노인네는 도대체 언제 가시냐?”
“돌아버리겠네. 리베이트 받았던 것도 다 토해내고 쪽도 못쓰네.”
“제발 좀 훅 가셨으면 좋겠다.”
날마다 지극정성으로 신성곽이 죽기만을 바라며
정성어린 저주를 퍼붓는 이사진과 달리
중간관리자인 간부진들은
역으로 신성곽의 장수를 기원하였다.
“대표이사님이 취임하신 뒤로 길드가 꽤 깨끗해지지 않았어?”
“실력 대신 인맥으로 설치던 새끼들도 모조리 쓸려나가서 속이 다 시원하지.”
“앞으로도 계속 이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제 수명을 깎아가면서도
길드의 미래를 위해 애쓰며
길드의 부패와 악습을 처단하는 신성곽.
그의 노고를 알아주는
밑에서 따르는 직원들이
윗선에서 차단하라는 압박을 무시하고
신성곽에게 직접 긴급보고를 올렸다.
“길드의 미래를 책임질 연습생들이 대거 이탈했다니. 이게 사실인가?”
“틀림없습니다. 전현도 이사님의 친인척이 학원장으로 계시느라 묻히려던 소식을 보고체계 무시하고 저희가 직접 전하려고 올라왔습니다.”
“잘했다. 뒷일은 걱정 말거라. 오늘부로 길드에서 전현도 그 친구 볼 일은 영영 없을 테니까.”
곧바로 부패한 싹을 잘라낸 신성곽.
그러나 이미 잘려나간 성한 싹들이 문제였다.
“임비서. 타 길드의 유망주 빼앗기에 당한 건지, 아니면 학원장의 착복 때문에 연습생들이 보이콧을 한 건지 시급히 알아오게.”
학원장의 착복 때문이라면
학원장만 잘라내면 연습생들도 곧 돌아온다.
문제는 다른 길드에 연습생을 뺏기는 경우다.
“연습생들이 다른 길드에 드나든다고?”
“해남파라는 길드라고 합니다.”
“듣도 보도 못한 곳이군. 안내하게.”
신성곽은 비서를 앞세워 상도의도 모르는 건방진 길드에 쳐들어가기로 결심했다.
“간혹 이런 놈들이 있지. 토착길드가 흔들린다고 주제도 모르고 송곳니를 드러내는 이리 떼처럼 간사한 녀석들 말이지.”
“정말로 지원을 부르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약해빠진 놈들은 방해만 될 뿐이다. 내 직접 혼쭐을 내주어야 정신을 차릴 거다. 알아서 기지 않으면 아예 사무소를 박살내야겠지.”
연습생을 건드린 괘씸한 길드를
홀로 개박살을 내겠다며 단단히 벼르는 신성곽.
그런데 어째 가는 길이 익숙했다.
“집 가는 길처럼 익숙하군.”
“운전연습을 한 보람이 느껴지는군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런가? 운전을 아주 잘 배웠어.”
운전기사의 넉살에 처음에는 정말로 운전을 너무 잘해서 그런 착각이 들었다고 여긴 신성곽이었지만, 창밖의 광경이 익숙해도 너무 익숙했다.
“아니… 여긴 진짜 내 집이잖아?”
급매물로 팔아 치운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그가 살던 집이 있던 자리.
그 저택부지에 해남파라는 현판과 함께
명호길드 각성자학원 연습생들이
해남파의 현판 아래를 드나들고 있었다.
“이런 건방진 새끼들. 감히 명호길드의 임원인 내 집을 길드로 개조하고, 심지어 여기로 연습생들을 빼돌려?”
신성곽의 이마에 혈관이 돋아났다.
“안 되겠군. 사람은 안 건드리려고 했지만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겠어. 본보기로 길드장 한 놈 정도는 박살을 내줘야겠어.”
신성곽이 위풍당당하게 해남파의 문턱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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