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n's humanity is a little weird RAW novel - Chapter 14_5
“테네브리스의 본질은 어둠이야.”
잠자코 있던 에른스트가 나와 린든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둠을 다스릴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빛이니까, 레오브란테의 신성력이라면 형님을 괴롭히는 술식을 해제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담담한 어조와 달리, 에른스트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지닌 가호의 크기가 다르니까, 평범한 성력으로는 술식을 해제하기 힘들 거야.”
성인이 된 이후에 가호를 발현시킨 셀린느는 다른 발현자들에 비해 가호의 힘이 약한 편이었다.
지금 에른스트는 그 사실을 지목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도, 모르는 거잖아.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지.”
지난밤 테오도르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이미 한 번 보았던 나는, 마음이 절박해졌다.
린든이 레오브란테로 떠난 뒤, 나는 신전에도 사람을 보냈다.
부디, 누군가 테오도르를 그 저주와도 같은 악몽에서 꺼내 주길 간절히 바라며…….
* * *
테오도르가 며칠째 보이지 않았다.
에르빈과 오딜리아는 매일 찾아오던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지지 아조씨 왜 안 오지?”
정원에서 놀던 에르빈이 정문 쪽을 힐긋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놀고 있으면 늘 저 앞에 단정한 자세로 서 있는 테오도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우리가 아조씨 만나러 갈까?”
이때 오딜리아가 에르빈을 향해 고개를 불쑥 내밀며 물었다.
“웅? 어케? 리아 아조씨 집 모루쟈나.”
“있지, 에르. 이고 비밀인데…….”
오딜리아가 단풍잎처럼 자그마한 양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작은 손바닥 위에서 검은 기운이 스르륵 피어났다.
“우와, 이고 모야? 밤하눌 같아!”
“이케 하면 아조씨 만나러 갈 수 있어!”
오딜리아는 검은 기운을 허공에 펼쳤다.
그러자 아이들의 몸이 간신히 통과할 만큼 작은 문이 생겨났다.
에르빈과 오딜리아는 검은 문을 통해 공간을 건너갔다.
그러자 커다란 방이 하나 등장했다.
아이들이 방 안으로 발을 디디자, 검은 문이 스르륵 사라졌다.
“리아! 조기, 아조씨!”
에르빈이 침대 위에 누워 있는 테오도르를 가리켰다.
“아조씨 코 자고 있네.”
“어? 아조씨 피나!”
오딜리아는 테오도르의 복부에 감긴 붕대를 발견했다.
흰 붕대에 피가 얼룩덜룩 묻어나 있었다.
“아조씨 아야 했어.”
“아조씨 아야 해서 에르랑 리아 만나러 못 온 거야.”
아이들은 울상이 되어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을 듣기라도 한 건지, 잠든 테오도르의 잇새로 끙끙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조씨, 어케…….”
“에르가 아조씨 호 해 주면 안 돼?”
“우, 웅?”
오딜리아의 말에 에르빈이 몸을 움찔하며 테오도르의 복부를 쳐다보았다.
붕대에 감긴 면적이 너무나 크고, 또 얼룩덜룩 묻어난 핏물이 무서웠지만…….
“웅! 에르가 아조씨 호 해 줄게.”
그렇지만 테오도르가 아픈 건 싫었다.
에르빈은 용기를 내어 테오도르의 상처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고는 언젠가 무릎이 까진 오딜리아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호오- 하고 입김을 불어 주었다.
정말로 효험이 있던 걸까?
끙끙 앓던 테오도르의 미간이 천천히 펴졌다.
“어어? 술식이다!”
오딜리아가 두 눈을 땡그랗게 뜨며 외쳤다.
테오도르의 상처 위에 새겨져 있던 술식이 허공으로 붕 떠오르더니, 서서히 흩어져 사라졌다.
“술식, 없어졌어.”
“어케 된 거지?”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내내 감겨 있던 테오도르의 눈꺼풀이 스르륵 들렸다.
* * *
테오도르는 어김없이 악몽을 꾸고 있었다.
악몽은 매번 비슷했으나 변주를 가지며 찾아왔다.
이번 꿈에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이브가 등장했다.
꿈속에서 그들은 이브의 부푼 배를 쓰다듬으며 행복에 빠져 있었다.
[있지, 테오. 너는 아들이 좋아, 딸이 좋아?] [음……. 너를 닮으면 둘 다 사랑스러울 것 같은데.]테오도르는 빙긋 웃으며 그녀의 콧잔등에 입을 쪽 맞추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화르륵 붉어졌다.
[아니이, 그런 말 말고…….] [그럼 우리 쌍둥이를 낳을까?]테오도르는 키득키득 웃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러나 아득한 행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테오, 당신의 아이예요!]돌연 나타난 카타리나가 웬 남자아이를 가리켜 자신의 아이라 주장했다.
검은 머리카락, 황금색 눈동자…….
누가 보아도 테오도르와 똑같이 생긴 남자아이였다.
이브가 배신당한 눈으로 자신을 보았다.
테오도르는 변명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뺘.]테오도르를 닮은 가짜 아기가 그에게 찰싹 달라붙는 순간.
이브의 두 눈에 경멸이 떠올랐다.
[날 배신했어.] [아, 아니야, 이브!] [날 배신하고 저 여자와…….] [아니야, 아니야, 이브! 정말, 정말 아니야!] […….] [이브! 이브……!]이브는 제게서 뒤돌아 뛰쳐나갔다.
[안 돼, 가지 마, 이브! 정말, 정말 아니…….] [테오! 어딜 가세요? 당신의 피앙세는 나잖아요!] [아뺘! 아뺘!]이브를 붙잡고자 하였으나, 카타리나와 그녀의 아이가 테오도르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테오도르는 그들을 떨쳐내고 싶었다.
그러나 몸이 마치 밧줄로 꽁꽁 묶인 것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까르륵거리는 카타리나의 웃음소리와 칭얼거리는 아이의 목소리가 저주처럼 남아 테오도르를 속박했다.
[안 돼! 안 돼……!]테오도르는 그 자리에 붙박인 채로 절규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같은 자리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죽었습니다.]기사가 전한 말에, 그제야 그의 몸을 속박하던 힘이 풀렸다.
[안 돼, 안 돼, 그럴 리가……!]테오도르는 사늘하게 식은 이브의 시신을 끌어안으며 울었다.
이브가 죽었다.
이브가 또, 죽었다.
악몽의 끝은 늘 이브의 죽음이었다.
그리고 저는 단 한 번도 그 죽음을 막지 못했다.
이브는, 또 저 때문에 죽었다.
[이브, 흑…… 윽…… 이브……. 내가, 내가 널 죽였어……. 나 때문에 네가 죽었어…….]그가 고통스러운 가슴을 짓이기며 괴롭게 울고 있을 때였다.
[아조씨 왜 울어?] [아조씨 속상해?] [에르가 호 해 주까?] [리아가 안아 주까?]에르빈과 오딜리아가 그의 앞에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이내 아이들을 알아본 테오도르가 엉엉 울었다.
[미안해, 미안해, 에르. 미안해, 리아. 내가,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이브가…….] [어? 어머니다!]에르빈과 오딜리아가 테오도르에게 안긴 이브를 발견했다.
[어머니 코 자고 있네?] [아, 아니야, 에르. 너희 어머니는 자는 게 아니라…….]테오도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눈물만 끅끅 삼켰다.
[어머니이, 일어나요!] [아이참, 어머니! 벌써 아침이란 말예요!]그런 테오도르의 속마음을 전혀 알지 못한 에르빈과 오딜리아는 이브에게 매달려 애교를 부렸다.
그런데 이때.
이브의 눈꺼풀이 깜빡이는가 싶더니 그녀가 잠에서 깨어났다.
[어머니, 일어났다!] [어머, 에르, 리아?]몸을 일으킨 이브가 아이들을 발견하고 활짝 웃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그녀의 품에 안겨들었다.
어……?
순간 테오도르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이브가…… 죽지 않았어……?
이브가…… 살아 있어……?
테오도르는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이들과 키득키득 웃으며 대화하던 이브가 그를 돌아보았다.
[왜 그래, 테오?] [아니, 방금 전에…….]이때, 에르빈과 오딜리아가 그들의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어머니, 아조씨 이상해!] [아조씨 울었어!] [아조씨 속상하대!]순간 이브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아이들을 돌아봤다.
[어머, 얘들아! 아저씨라니! 아빠한테 그게 무슨 소리야?] [아빠?] [아저씨가 리아랑 에르 아빠야?]이브는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한테 아저씨라고 하니까, 아빠가 속상해서 울지.]그 말에 아이들이 테오도르에게 쪼르르 달려와 그의 팔에 머리를 비비적거렸다.
[아빠, 미아내.] [아빠, 속상해써?]에르와 리아가 자신을 아빠라고 불렀다.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한참 전부터 그의 육신과 정신을 잠식하고 있던 괴로운 고통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번쩍!
눈이 뜨이고, 제게 찰싹 달라붙어 있는 에르와 리아가 보였다.
* * *
“에르…… 리아……?”
테오도르는 아이들을 보며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럴 적에 그는 몹시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아조씨 일어났다!”
오딜리아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에르가 아조씨 호 해 줘써!”
에르빈 또한 신이 나서 설명했다.
“리아가 아조씨 있는 곳으로 찾아왔어!”
“마쟈, 마쟈! 구러니까 에르랑 리아가 아조씨 호 해 준 고야!”
“……?”
테오도르는 잠시간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정신이 드문드문했던 지난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저는 황제궁 뒤뜰에서 습격을 당하였고…….
암살자의 검이 복부를 뚫고, 그 위에 술식이…….
그러다 그는 자신의 상처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
“아…….”
테오도르는 에르빈이 성력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쉽게 사라질 상처는 아니었다.
테오도르는 조금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에르, 혹시 머리가 어지럽다거나 아프진 않아?”
“웅?”
에르빈은 고개를 갸웃했다.
건강해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테오도르는 안도했다.
만약 저를 치료하다가 에르의 건강이 나빠졌다면, 이미 용서 못 하는 스스로를 더욱더 용서 못 하게 되었을 테니까.
“구론데 요기가 아조씨 집이야?”
“아, 여긴…….”
테오도르는 희미한 기억 속, 제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이브의 집으로 옮겨졌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브가 밤새 자신을 보살펴 주었다.
그리고 저는 이브의 손을 잡고서 가지 말라고 울었고…….
화끈-
얼굴 위로 열이 올랐다.
‘내가…… 무슨 추태를…….’
개새끼가 되겠다더니, 정말 개처럼 바닥을 기며 울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이브가 모두 보았다.
끔찍했다.
“아조씨 왜 구래? 아직도 아파?”
이때, 테오도르의 어두운 안색을 본 에르빈이 두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에르가 또 호 해 줘?”
“리아도 호 해 주께.”
“아, 아니, 아픈 게 아니…….”
당황한 테오도르가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던 순간.
쪼옥-!
에르빈의 입술이 그의 뺨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
테오도르는 놀라 그대로 굳어버렸다.
쪼오옥-!
오딜리아가 이에 질세라 반대쪽 뺨에 입을 맞췄다.
“……!”
테오도르의 눈동자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헤헤, 이제 안 아푸지?”
아이들은 저희의 행동이 테오도르의 심장에 어떤 무리를 일으켰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까르르 웃었다.
에르빈과 오딜리아가 사라졌다.
로라의 말로는 오전부터 아이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저택이 발칵 뒤집혔다.
나는 초조한 마음을 누르며 사용인들과 함께 아이들을 찾아 저택을 헤집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아이들을 찾을 수 없었다.
‘대체, 어디에…….’
저택을 샅샅이 뒤졌다.
들여다보지 않은 곳은 딱 한 군데였다.
‘설마…….’
나는 내내 닫혀 있던 테오도르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어젖혔다.
그러자 그 안쪽에서 도란도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래서, 리아가 물꼬기를 잡고 싶었는데에…….”
“아이참, 리아. 구냥 물꼬기가 아니라 어머니가 좋아하는 물꼬기잖아.”
에르빈과 오딜리아의 목소리였다.
“에르, 리아. 여기서 뭘…….”
서둘러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려던 나는 방 안으로 성큼 들어갔다가, 침대 위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테오도르와 아이들을 발견했다.
“테오도르?”
순간 내 두 눈이 화들짝 커졌다.
테오도르가 멀쩡하게 앉아 있었다.
아직 안색이 창백하고 눈 아래가 거뭇하긴 했지만, 바닥을 기며 울지도 않고 나를 찾아 괴롭게 흐느끼지도 않았다.
“아, 이브.”
테오도르는 머쓱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너, 어떻게……!”
순간 나도 모르게 눈가가 왈칵 뜨거워졌다.
“이, 이브?”
그런 내 반응에 테오도르가 당황하여 나를 불렀다.
“어, 어머니?”
“어머니 울어요?”
에르빈과 오딜리아도 놀라 두 눈을 똥그랗게 떴다.
“……아니야. 어머니가 왜 울어.”
나는 금세 감정을 추스르고 차분하게 가라앉힌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물었다.
“에르, 리아.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없어져서 한참 찾았잖아.”
그 말에 에르빈과 오딜리아가 테오도르의 뒤로 쏙 숨었다.
“아조씨가 아파서 호 해 준 거예요.”
“마쟈! 나뿐 짓 안 했어요!”
몸은 테오도르의 뒤로 숨긴 채, 고개만 빼꼼 내밀어 변명하는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나오려 했다.
축 늘어진 눈썹과 강아지처럼 올망졸망한 눈동자, 그리고 꼼지락거리는 손가락.
혹여나 혼이 날까 봐 눈치를 보는 모습이 테오도르와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진짜야, 이브. 내가 아파서 아이들이 같이 있어 준 거야.”
안절부절못하던 테오도르가 아이들을 대신해 변명해 주었다.
“에르랑 리아가 너무 착해서 내가 아픈 걸 지나치지 못하고…….”
“그래, 알겠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테오도르와 아이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렇지만 에르, 리아. 자리를 비울 때는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가야 하는 거야. 걱정했잖아.”
“네에…….”
에르빈과 오딜리아가 말끝을 길게 늘이며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테오도르를 돌아보며 물었다.
“몸 상태는 어때?”
“아……. 이제 좋아졌어.”
“좋아졌다고?”
쉽게 믿지 못하는 내 눈빛에 테오도르가 재빨리 덧붙였다.
“정말이야. 에르가 치료해 줬어.”
테오도르가 자신의 복부를 보였다.
불과 오전까지만 해도 아프게 짓물러 있던 상처가 깨끗이 아물어 있었다.
“에르가 치료를……?”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테오도르의 복부와 에르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지간한 신관들이나 레오브란테의 가주인 셀린느도 저렇게 큰 상처는 치료하지 못했다.
대륙의 가장 뛰어난 의사들에게조차도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일전에 테오도르로부터 에르빈이 성력을 발현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너무 대단하지, 우리 에르?”
에르빈이 치료한 건 비단 육신의 상처뿐만이 아니었다.
눈을 뜨고 있을 때면 늘 나를 찾아 울부짖던 테오도르가 멀쩡하게 나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게. 정말, 정말 대단하네.”
멍하니 대답하자, 그때까지도 테오도르의 뒤편에 숨어 있던 에르빈이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이들을 향해 손짓했다.
“그렇지만, 에르, 리아. 아저씨를 괴롭히지 말고 이쪽으로…….”
“괜찮아. 이제 아프지도 않고 아이들이랑 더 놀아도 돼.”
“마쟈요!”
“마쟈!”
테오도르의 말에 아이들이 잽싸게 맞장구를 쳤다.
그 모습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간식이라도 가져다줄까?”
“네! 리아는 딸기 주스가 먹고 싶어요!”
“에르는 딸기 맛 마까롱이요!”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먹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했다.
나와 에르빈과 오딜리아의 시선이 테오도르에게로 향했다.
“으, 응……?”
가만히 앉아 있던 그가 갑작스럽게 제게 시선이 모이자 당황해하며 두 눈을 끔뻑였다.
“너도 먹고 싶은 걸 말해야지.”
“아조씨도 빨리 말해!”
“아조씨는 먹고 싶은 거 없어?”
한마디씩 던지자, 그가 두 뺨을 슬쩍 붉히며 나직한 탄성을 터뜨렸다.
“아…… 나는…….”
그러더니 이내 두 눈을 접으며 포스스 웃었다.
“시원한 딸기 셔벗 부탁해도 될까?”
오랜만에 보는 그 웃는 얼굴에, 내 입가에도 야트막한 미소가 슬그머니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