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15)
〈 115화 〉 115 신나는 것이에요
* * *
1.
김창식은 자신했다.
“이 던전의 출현몬스터는 뱀이지. 독성도 지독하고 소리 없이 기어 다니는 아주 위험한 놈들이고. 나라면 특히 천장을 주시하겠어.”
던전보스 메두사.
그녀가 기르는 수많은 뱀 몬스터들이
통로 이곳저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끔찍한 뱀소굴.
그것이 명호동게이트 핵심던전의 테마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던전을 완전공략하지 않은 이유는 오직 하나.
‘누구 좋으라고 우리 영역에 나온 게이트를 소멸시켜?’
던전을 모두 닫으면 게이트가 닫히고
게이트를 닫으면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길드의 주 수입원은 게이트.
소유한 게이트에서 얼마나 많은 마석을 채취하는 지로 재정사정이 달라진다.
심지어 그렇게 닫은 게이트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근방에 다시 나타나는데
그게 자신들의 관할구역이 아닌
이웃한 행정동의 다른길드 관할구역이면.
죽 쒀서 개 준 꼴이 되고 만다.
“많이도 해먹었나보네.”
“습성에 출현장소까지 다 짚을 정도면 뺑뺑이만 수백 번도 더 돌았겠지.”
“편해서 좋기는 하네.”
아산길드 공략대원들은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여겼다.
던전에 빠삭할수록 공략을 치일피일 미루는 비도덕적인 길드라는 오명 따위, 동종업계 종사자인 그들이 입에 담을 이유가 없다.
“듣던 대로네. 뱀새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이거 마석 채취하면 뱀술 담글 수 있나?”
“이거 완전 개꿀이네. 우리 게이트보다 여기가 더 좋은 거 같은데?”
거침없이 던전을 전진하던 공략대원들.
그들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갑옷이다!”
“전리품인가?”
“다 비켜. 내가 제일 먼저 발견했어!”
척 보기에도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것처럼 보이는, 장인이 한땀한땀 공들여 제작한 것만 같은 고퀄리티의 천갑옷.
던전에서도 매우 드물게 나오는 완제품 전리품의 등장에 공략대원들이 서로 멱살을 잡았다.
“병신들. 거기서 눈 뜨고 보고만 있어라.”
“악!”
“저, 개새..”
마비된 동료들을 비웃으며 갑옷을 집어든 공략대원 이진구.
그는 으엑 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바닥을 펼쳤다.
“뭐가 이렇게 끈끈해? 거미줄도 아니고.”
기분 나쁜 갑옷이네.
입는 건 포기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선 그는
마비된 채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동료가
눈이 커다랗게 뜨인 채로
필사적으로 무어라 말하려는 표정을 보고
피식 웃고 말았다.
“뭘 그리들 놀라? 처음 당해보는 것도 아니고. 그거 1분만 지나면 풀려.”
동료들은 그의 능력에 놀란 게 아니었다.
좌우로 쩍 벌어진 갑옷이
이진구를 덮치려 드는 모습에 놀랐을 뿐.
콰드득!
“아아악!”
갑옷에 덮쳐진 이진구는
끈적거리는 거미줄로 빚어낸 천갑옷을
강제로 장착당하고 말았다.
꾸물꾸물
스스로 살아 움직이며 숙주의 전신근육을 조종하는 갑옷.
이름하여 .
기생형 몬스터에 조종당하는 이진구가 마비된 동료 하나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우득 우드득
꽈직!
머리가 꺾일 때까지 힘을 싣는 손에
이진구가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흘렸지만
그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아, 안 돼. 그만 둬, 이 개새끼야!”
“나도 멈추고 싶어. 근데 멈추지가 않는다고!”
“쯧. 기어이 사고 한 번 거하게들 치시네.”
따악!
경쾌하게 손을 튕기는 소리가 던전통로 가득 울리는가 싶더니, 리빙아머의 갑옷 이음매가 뚝 떨어져나갔다.
투둑 툭 투두둑
염동능력 스타각성자 유은호.
그의 강력한 능력이 갑옷의 이음매를 전부 파괴하자 이진구가 간신히 자유의 몸이 되었다.
갑옷에서 풀려난 그가 허겁지겁 바닥을 기며 거리를 벌렸다.
“FM대로 보고부터 올렸어야지. 욕심을 부리니까 큰 코 다치는 거잖아요.”
다분히 카메라를 의식하며 잘난 체 훈계를 늘여놓는 유은호.
그러나 그 덕분에 살아난 두 공략대원은 군소리도 못하고 그저 고맙다고 인사하기 급급했다.
“김창식씨. 이런 건 얘기한 적 없었잖아요.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주실래요?”
“…전에는 저런 건 없었어. 던전에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
“그럼 지금까지처럼 하면 안 되겠네요.”
유은호가 싱글벙글 웃으며 앞을 가리켰다.
“뒤에서 뒷짐 지고 서있지 말고 선두로 서세요. 아산길드가 피를 보게 해놓고 이제 와서 겁이 난다고 물러서지는 않겠죠?”
“이 새끼가 누굴 겁쟁이로 보고…. 인마, 나 김창식이야. 이 정도로 기죽을 줄 알아?”
카메라 앞이라 짐짓 호탕한 척 앞장 선 김창식이지만 그도 내심은 겁에 질렸다.
‘젠장. 이 망할 던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리빙아머는 그 뒤로도 계속 나타났다.
그것도 갈수록 더 많이.
2.
태백길드의 신도철.
그는 스스로도 운이 좋았음을 부정하지 못했다.
‘길드장님에게 A급 장비를 받지 않았다면 분명 나도 욕심을 부렸겠지.’
제법 비싸 보이기는 해도
입고 있는 장비만큼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간신히 욕심을 참고 모두에게 알린 갑옷.
그걸 입겠다고 나선 녀석이
순식간에 갑옷에 집어삼켜져서는
갑자기 미친놈마냥 날뛰며 아군 세 명을 도륙을 내버리다가 공략대장의 손에 목이 떨어졌다.
숙주가 죽자 다시금 갑옷을 펼치며
저돌적으로 덤벼들던 리빙아머는
공략대의 집중공격에 노출되어 순식간이 파괴되었다.
안에 들어있는 사람 때문에 섣불리 공격을 못한 것이지, 리빙아머 자체는 충분히 공략대의 전력으로도 파괴할 수 있었다.
“이런 개씨발! 리빙아머라니, 이딴 건 협회에서 안 알려줬잖아!”
공략대장 방배덕이 길길이 날뛰며 분노했다.
길드 내에서 자신의 바로 밑 서열인 신도철이 길드장에게 특별지령을 받았다는 말에 급히 신청한 공략대장 자리였건만.
신도철이 공을 세우더라도 함께 공을 세워서 서열을 굳힐 작정으로 신청한 공략대장 지원이 자충수가 됐다.
대원의 죽음은 무조건 대장의 책임.
이제는 성공해도 본전이나 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고, 실패하면 징계는 기본이요 심하면 폐기처분을 당할 걱정까지 해야 한다.
“신도철! 너 이 자식,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으면서 입 다문 거 맞지?”
“개소리. 저걸 누가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거냐. 니 승진길 닫혔다고 남한테 화풀이하지 마라. 이럴 때 책임지고 인생 조짐 당하는 게 공략대장 역할이잖아.”
“너… 두고 보겠어. 건수 하나만 잡혀라 제발. 확 죽여버리게.”
“그냥 지금 덤비지 그래? 너 정도는 당장이라도 베어죽일 수 있는데.”
서로를 노려보는 신도철과 방배덕.
끝내 칼은 뽑지 않았지만 이미 극에 달한 갈등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선에 도달했으니.
태백길드 공략대의 내분이 벌어지기까지는 이미 초읽기나 다름없었다.
3.
다른 두 길드가 리빙아머와 마주치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해응응과 해남파의 앞에도 예의 리빙아머가 나타났다.
[가까이 가지 마세요. 불길한 기운이 느껴져요.]해응응은 생명체처럼 탁기가 새어나오는 갑옷을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
때마침 시골집 바닥에 수십 년은 붙어살던 구렁이처럼 큰 덩치의 던전뱀이 나타나자 해응응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
망설임도 없이 덥썩 집어든 해응응.
몬스터답게 상당한 공격성을 지닌 던전뱀을 저런 식으로 잡는다면 당장 팔이 물려도 할 말이 없을 미친 짓이다.
붙잡힌 뱀도 당장 혀를 날름거리고는 이를 드러냈지만…….
“스스스?”
【축복】
[동물친구] : 모든 동물계 생물과 친구가 될 확률이 대폭 상승합니다.호1감 인간이 되는 특성이라는 변수가 뱀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비인간적인 100의 매력에 동물친구의 시너지가 합쳐지니 공격성이 현저히 저하됐다.
“스스슷(저 뒤에 있는 맛있게 생긴 여자들을 제물로 바치면 친구가 되어줄게)”
던전뱀은 호의를 보였다.
해응응은 그 호의를 인지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루이드도 아니고
피리 하나로 뱀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뱀꾼이나 뱀술사도 아니었으니까.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갑옷을 향해 뱀을 던지자 갑옷이 쩍 벌어지며 이를 삼켰다.
인간이라는 흉악한 생물에게 함부로 호감을 보였던 던전뱀은 가엽게도 리빙아머의 먹이가 되고야 말았다.
“헉! 리빙아머다!”
“레어아이템으로 위장하는 몬스터인 것이에요.”
해응응의 사기적인 기감능력은 이번에도 위험을 사전에 감지해내었다.
여자와 어린아이, 노인을 상대로도 방심하지 않는 무림인의 신중함은 아무리 그럴싸한 갑옷으로 변해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무림에서는 기를 감추는 건 기본에 속했죠.’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처럼 기를 감춰
경솔하게 접근하는 목표를 단숨에 암습한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사파오왕으로 불리는
왕의 별호를 딴 다섯 고수들이 만든 문파 중 하나인 살왕문의 살수들.
그들은 의지마저도 능히 감추었다.
내공도 살의도 모두 감춘 이를 경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살왕문의 살수들이 유독 위협적인 이유였다.
‘그 모든 살수들을 키워냈던 살왕은 생명반응마저도 감출 수 있는 엄청난 살수였고요.’
무림공적이 되어 세외무림으로 도망칠 무렵.
그녀의 목에 걸린 막대한 현상금은 천하의 모든 살수들에게 도전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개중에는 살왕문도 있었고, 독왕이 죽고 독왕문이 멸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로는 독왕과 마찬가지로 사파오왕의 일원인 살왕이 직접 암살에 나섰다.
분명 맥을 짚어 죽은 걸 확인했던 시체가 등을 돌리자마자 살아났을 땐 어찌나 놀랐던지.
그에 비하면 리빙아머가 얼마나 형편없는 암살자인지는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 기운, 어디론가 실처럼 얇은 선이 이어지고 있단 말이죠.’
실처럼 얇게 펼친 기의 끝에는
리빙아머들을 만들어낸 주인이 있을 것이다.
주인이 수하보다 강한 것은 당연지사.
[이쯤에서 잠시 훈련 좀 하고 갈까요?]해응응이 수첩을 내민 직후.
니나는 일생동안 단 한 번도 발휘한 적 없던 초집중을 발휘하며 능력구현증폭사출의 과정을 거쳐 단 일격에 리빙아머의 마석을 관통했다.
나나세는 다른 통로에 있는 리빙아머들을 발견하고 한 손으로 벽을 부숴서 길을 봉쇄했다.
와르르
부서진 통로와 일격에 부서진 리빙아머의 잔해를 앞두고 니나와 나나세가 활짝 웃으며 물었다.
“무슨 훈련이요?”
“적이 안 보이는 것이에요.”
훈련 당하기 전에 먼저 상황을 종료시킨다.
해응응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훈련의 성과가 나오는 두 사람.
해응응은 그녀들이 훈련을 기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긴, 이 아이들의 수준에 잡몹은 지루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나 잡몹상대가 지루하다면 보스부터 바로 상대하는 수밖에 없겠지.
해응응이 정확히 보스가 있는 곳으로 앞장서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를 니나와 나나세.
“예에~!”
“신나는 것이에요♬”
그들은 당장의 작은 위기를 모면했다고 기뻐하며 카메라맨의 앞에서 하이파이브를 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