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21)
〈 121화 〉 121 끝까지 갔으면 다 죽었겠네
* * *
2.
아산길드 부길드장 정지수.
그녀는 기분이 몹시 좋았다.
“자, 보라고. 던전공략은 앞서간다고 이기는 게 아니야. 제일 뒤를 잡아야 살아남지.”
계획대로 보스룸에 제일 늦게 도착해서 다른 두 공략대가 안에 있을 때 문을 봉쇄했다.
김창식이 데려온 비장의 수단.
바로 용접공들이 보스룸을 외부에서부터 강제로 봉인해버린 것이다.
“안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소리가 들리네요.”
“어.쩜.좋.아. 흑흑.”
“너.무.슬.프.다.”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어요.”
“컷컷. 좀 더 감정을 담아서 말해야지. 우리 간판스타 은호를 보라고.”
카메라 앞에 선 유은호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목이 메였다.
“제기랄! 너무 늦었습니다. 보스룸이 열리지 않아요.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함께 싸워서 저분들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텐데!”
물론 전부 연기다.
카메라가 녹화를 종료하자마자 표정연기가 끝난 유은호가 싱글벙글 웃었다.
“하하. 던전에 용접공을 데려오다니. 너무 미쳤잖아. 개똥도 약에 쓴다더니 이렇게 쓸모가 다 생기시네. 하하.”
“…거 싸가지하고는.”
더러운 일을 해서 이미지를 망치네 어쩌네 불평하던 유은호도 막상 일이 시작되니 남들 이상으로 적극적이었다.
이왕 발을 담근 이상, 철저하게 다른 공략대를 묻어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놈들, 정말로 사고가 났나본데?”
“못 보던 몬스터도 나온 마당에 보스룸이라고 멀쩡하겠어?”
“소리 좀 들어봐. 박살나는 소리가 아주 장난이 아니야.”
문가에 귀를 대며 폭음과 진동을 느끼던 아산길드 공략대원.
그들의 눈에 질린 기색이 어렸다.
“원래 보스전이 저렇게까지 험악한가?”
“이거 우리도 들어갔으면 죽었겠는데.”
“장난 아니네 진짜.”
대체 이 문 너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격한 소음이 언제부터인지 뚝 멎었다.
두려움에 질린 눈들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어? 진동이 그쳤는데?”
“큰소리도 안 들려.”
“다 끝난 건가?”
누군가가 문을 열고 공략에 도전해보지 않겠냐며 정지수를 돌아보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계획을 수정하면 꼭 문제가 생기지. 일단 이대로 돌아간다. 액션캠은 전부 부숴. 던전특공대 카메라는 전부 검사하니까 그렇게 알아두고.”
증거인멸과 상황조작, 거짓진술을 위한 입맞춤을 준비하던 도중.
그것은 갑자기 들이닥쳤다.
꽈아앙━━!
철거현장에 나온 것처럼 단숨에 산산조각 나며 터져버리는 던전 벽.
쏟아지는 암반과 토사 너머로 엄청난 질량을 지닌 거체가 와르르 잔해를 깔아뭉개며 통로로 들이닥쳤다.
“메, 메두사다!”
“미친. 상처 하나도 없잖아!”
“안의 녀석들은 대체 뭘 한 거야!”
메두사는 단단히 화가 나있었다.
자식을 잃고도 리빙아머와 고치에 갇혀 분풀이조차 하지 못했던 울분.
리빙아머에 조종당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그 울분을 해소할 상대가
살육이 허가된 인간들이 눈앞에 있다.
“크오오오오!”
졸지에 보스전이 시작된 아산길드.
김창식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던전을 도망다니다보면 메두사가 부순 공간에서 공략아이템이 나타날 거다! 그걸 쓰면 해치울 수 있어!”
“불허한다! 모두 게이트 입구까지 도망쳐라!”
정지수의 명령을 따라 정신없이 도망치는 아산길드 공략대.
김창식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공략에 성공한다면 세 공략대가 모두 실패한 일을 그가 해낸 것이 된다.
“이대로 돌아가 봤자 우리는 저 재수 없는 정지수와 유은호의 종노릇이나 해야 된다! 칼받이 노릇하다 죽느니 저놈 잡고 인생 다시 펴자!”
김창식을 믿고 따라온 직속부하들도 용기를 내어 공략에 참여했다.
정지수와 유은호의 독한 모습들이 여기서 나간다고 한들 좋은 대우를 받지는 못할 거라는 불신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모 아니면 도라고 목숨 걸고 공략에 임하지만 점점 그 수가 줄어드는 김창식파 잔당들.
“나왔다!!”
“거대 발리스타입니다!”
“하늘이 이 김창식을 버리지 않았구나! 여기서 진을 쳐라. 무조건 발리스타를 지킨다!”
많은 희생을 딛고 마침내 기회가 왔다.
석화 때문에 제대로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어떻게든 버텨보고자 안간힘을 쓰는 이들.
그 필사적인 저항에 힘입어 김창식이 마침내 발리스타를 발사했다.
팅─
메두사의 비늘을 뚫고
몸통을 꿰뚫어야 할 거대화살은
황당하게도 맥없는 소리를 내며 튕겨나갔다.
“화살이 안 먹힌다고?!”
“자, 잠깐. 저거 비늘이 아니잖아.”
“갑옷? 설마 저거, 리빙아머야?”
허망함을 금치 못하는 각성자들.
그들이 메두사의 거대한 꼬리에 치여 즉사했다.
어느덧 혼자가 된 김창식.
“하. 이 김창식이가 이렇게 개죽음을 당하다니.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쿵━.
메두사의 발이 짓밟고 지나간 자리.
그곳에는 부서진 거대 발리스타와 납작 짓눌린 시체만이 남아있었다.
3.
TV에서는 정지수의 공식기자회견이 연일 회자되었다.
“게이트 난이도 상향으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사고를 겪은 공략대원들과 다른 공략대에 진심으로 조의를 표합니다.”
“저희 아산길드에서는 이번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명호동 게이트의 다른 위탁경쟁자들이 모두 사라진 이상, 책임을 통감하며 아산길드의 본 전력을 동원해서라도 던전을 정복하겠습니다.”
기자회견 뒤에는 인터뷰 자료와 영상이 각종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충격. 십대길드 공략대 전멸. 보스룸이 봉쇄되어 탈출하지 못한 이들의 비극.]아산길드는 자신들을 제외한 다른 이들이 모두 죽었노라 밝혔고,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선사했다.
와씨; 태백길드 공략대가 전멸해? 그 미친 마초새끼들이?
십대길드가 이렇게 개작살나는 던전은 진짜 오랜만 아니냐?
원래 강한 각성자가 들어간 게이트는 한 번씩 난이도가 오르긴 하더라. 아마 묵언검객 때문에 난이도가 올랐을 듯.
각성자업계에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있을법한 비극이라 여겼다.
아니 그럼 묵언검객은??
우리 방장님 돌아가셨어???
하 씨발
말이 돼? 어케 묵언검객이 죽을 수가 있어??
이거 아산에서 개수작 부리는 거 아니야?
아니 씨발 영상을 보라니깐. 요괴장군 저 지랄하는 것도 리얼모드로 정면승부해서 이긴 인간이 어떻게 던전공략 도중에 죽냐고!
아산새끼들 액션캠은 왜 제출 안하는데? 빨리 까라고 해!!
어쩐지 이번 주는 주 2회나 묵언검객 얼굴도 보고 운수가 좋더니만 “운수 좋은 날” 당했네ㅠ
그러게 안전한 반요곡에서 놀 것이지 지상파는 왜 나가서… 에휴
드디어 죽었구나, 묵언검객 Mk1. 묵언검객 Mk2. 세상은 이제 네 것이다! 와서 세상을 가져라! 마크2. 마크2…? 어라, 어째서 눈물이…
그렇게 묵념을 좋아하시더니 이제 시청자들이 묵념을 하게 되는구나…
묵언검객 우주장례식 치릅니다… 시청자분들 모여주세요…
묵언검객 시청자들은 납득할 수 없는 소식에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허탈함을 금치 못했다.
지상파 방송까지 나가면서 앞으로 무럭무럭 성장하겠구나 흐뭇해하였던 스트리머가 시체도 못 남기고 죽었다니, 허탈할 만도 했다.
팬들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진상조사를 위한 단체시위.
우주대기공간에서 열리는 합동장례식.
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묵언검객의 죽음을 대하였다.
주아영은 후자였다.
“흑흑. 언니… 보고 싶어요…”
“훌쩍. 훌쩍…”
“강사님이 잡아주신 자세, 평생 잊지 않을 거예요… 흐허엉”
“야아, 울지 마. 나도 참고 있었단 말야. 흐끅. 흐끄윽.”
“으아아아앙”
해남파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하루아침에 길드장을 잃은 직원들은 서러움을 금치 못했고, 주아영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여러분. 모두들 죄송해요. 언니가 없으니 저희 길드도 더는, 더는…”
“무리하지 마십시오. 장례식 절차는 제가 돕겠습니다.”
“고마워요, 경석아저씨. 지우아저씨는요?”
“상심이 큰가봅니다. 어디서 뭘 하는지 저도 연락이 닿질 않습니다.”
“…장례식이 끝나면 같이 찾아봐요.”
장례식 같은 거, 처음에는 그녀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믿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각성자학원에서 오랜 교육을 받았던 그녀이기에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아산길드… 그쪽 짓이 틀림없겠죠?”
“엄한 생각은 마십시오. 복수도 체급이 맞아야 가능한 겁니다.”
“당장 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어요. 때가 된다면, 언젠가 충분히 힘을 기른다면 그때는…….”
소경석도 그것까지는 말리지 않았다.
“그 복수, 나도 돕게 해줘.”
“우리 애들도 한 손 보태주지.”
“얼굴 펴요. 우는 여자는 보기 싫더라. 나까지 울적해져서.”
시신 없는 장례식.
조촐하게 치르려고 주소도 알리지 않았건만.
어디서 소식을 접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었다.
“채찍매니저씨, 대산길드 여러분. 한채린 대표님…!”
해응응과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이 직접 장례식 일정을 알아내어 찾아온 것이다.
“일일매니저라고는 해도 매니저는 매니저야. 멋대로 감투만 떠넘기고 훅 가버리면 쓰겠어?”
“해사범이 아니었으면 대산길드는 제대로 된 무술을 영영 배우지 못했겠지요. 그분에게 배운 무공으로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내 사람을 건든 대가는 치르게 해줘야지. 아산길드가 무너질 때까지 해남파는 제가 지원해줄 테니 그렇게 알아둬요.”
해응응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이는 3만 명의 시청자가 모인 온라인장례식을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이상 생전 고인의 개쩌는 매드무비였습니다.
ㅠㅠㅠㅠ
진짜 리빙레전드 블랙 이후로는 유일무이한 초단기 슈퍼루키였다…
(슬퍼 이모티콘)(슬퍼 이모티콘)(슬퍼 이모티콘)
(눈물 이모티콘)(눈물 이모티콘)(눈물 이모티콘)
엔딩 보면 반요곡 하려고 했더니 영영 히든루트 독차지하려고 이렇게 가냐… 추모의 의미로 묵언검객루트는 공략하지 않겠습니다…
차단은 풀어주고 가시지…
후. 첫사랑이었다…
약소하지만 장례비용에 보태주세요.
유명스트리머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도 많은 이들의 장례식 도네가 이어졌다.
고인도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면 조금쯤은 기뻐했을 광경이 아닐까.
주아영은 눈물을 닦으며 마음을 굳게 품었다.
‘언니가 준 가르침, 저를 위해 만들어주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무공비급서. 열심히 익혀서 반드시 강해질게요.’
결의를 다진 얼굴로 장례식 방송의 끝을 알리려던 그때였다.
묵언검객 안 죽었대!!!
아 넌 씨발 눈치가 없냐? 장난 딴데 가서 쳐라
뉴스 틀어 병신아!
이왜진?
낚시ㄲㅈ
진짜야?
구라 아님?
채팅방에서 일어난 작은 파문이 현실 장례식장까지 퍼졌다.
“다들 이것 좀 보셔야겠습니다!”
잔뜩 상기 된 얼굴로 달려온 소경석.
그가 스크린폰을 펼쳤다.
[특보> 해남파 공략대 생환!] [해남파 긴급기자회견]게이트를 막 빠져나온 해남파 공략대.
그들 사이에서 하프타임의 두 연예인이 나와 기자들 앞에서 폭로했다.
“아산길드가 저희를 죽이려고 했어요!”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에요!”
세상을 발칵 뒤엎을 아산길드 용접사건.
그 충격적인 비밀이 폭로되는 가운데.
화면 한 구석에 선 해응응은
아니 씹ㅋㅋㅋㅋ
존나 킹받을 정도로 리액션 해맑네
눈치가 보이면 하지를 말라고!!
남들의 눈치를 보며
구석에서 작게 생환기념 브이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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