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59)
〈 159화 〉 159 면접방송과 묵언검객 신드롬
* * *
1.
면접장에 모인 각성자들의 수는 엄청났다.
C급 이상으로만 추려도 무려 삼백 명에 달하는 대인원!
심지어 오늘은 면접 첫 날에 불과하다.
내일과 내일모레도 이만한 수의 지원자들이, 혹은 이 이상의 지원자들이 찾아올 수 있다.
이 사실은 촬영진과 함께 방문한 전문 리포터를 통해서 알려졌다.
“현장에 있는 방지철 리포터의 보고에 따르면 C급 각성자가 삼백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오늘의 특별 MC와 함께 심도 깊은 논의와 중계를 해볼까 하는데요.”
“우선 오늘의 특별 MC 조승훈 이사님을 모셔보겠습니다.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조승훈입니다.”
메인 MC의 부름에 이번 특집을 위해 특별히 초빙된 조승훈이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시사특집 프로그램에나 나와야 할 법한 정장차림의 50대 남성의 얼굴 옆에 자막으로 경력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장화길드 에너지사업부 책임연구원] [장화길드 에너지사업무 상무] [마석에너지위원회 부위원장] [에너지대란 비상대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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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옆의 스크린이 그의 경력이 모두 지나갔음을 알리자 촬영감독이 신호를 주었다.
“오늘의 특별 MC 조승훈님의 의견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보통 유명길드의 면접장은 어떤가요?”
“예. 보통 길드에서 경력직 자리에 각성자를 면접채용 하는 경우, 지원자가 약 삼십 명 가량 모이는 편입니다.”
“생각보다 수가 많이 적군요?”
“보통 길드에서 희망하는 외부채용인사는 채용조건이 까다롭게 정해져있어 조건을 충족하는 인원이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차이가 있었군요? 그럼 이번 해남파의 채용조건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파격적이죠.”
조승훈은 근엄한 얼굴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채용조건이 불명확한 면접은 지원자들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로 걸러질지 모르는 함정면접으로 인식되는 편입니다.”
“함정면접이라. 어감이 안 좋네요.”
“채용인사가 미리 정해진 보여주기 식 면접이라고 할까요.”
“낙하산 말씀이시군요.”
“아니면 협회에서 정한 고용법을 합법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합격자가 없는데도 진행하는 가짜 면접인 경우도 있습니다.”
메인 MC 엄보길이 카메라 포커스 밖에서 눈치를 주었다.
‘이 인간이 미쳤나? 한채린이 해남파 띄워주려고 잡은 방송에서 뭔 소릴 해대는 거야?’
다행히도 조승훈은 해남파를 엿먹이려는 의도가 아니었고, 역으로 해남파를 띄우기 위한 빌드업을 했던 것이었다.
“헌데 이번 해남파의 참가인원이나 면면들을 보면 그런 부분을 우려했다는 인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조승훈님께서 흥미로운 시각으로 면접을 보고 계시는군요. 다른 길드들의 채용면접과는 다른 차이점이 있는 건가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지원자들의 길드를 향한 높은 신뢰도입니다.”
조승훈도 나름 대한민국 길드에서 상위 50위 안에 손꼽히는 대형길드인 장화길드의 이사.
각성자 업계에서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그는 비싼 돈을 주고 이 자리에 초빙된 값을 톡톡히 해주었다.
“채용조건이 불명확하면 고등급 각성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들러리 신세로 자신들 이미지만 팔리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신뢰를 보여주며 면접에 참여했다면 특별한 이유가 있겠군요?”
“엄보길 메인MC가 보기엔 어떤 이유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엄보길은 40대 중반의 MC.
각성자는 아니지만 관련 프로그램에 다년간 보조 MC로 참여한 경력 덕분에 그럴싸한 이유를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우선 신설길드라서 인재수혈이 시급하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맞습니까?”
“나쁘지 않은 의견입니다만 정답은 아닙니다.”
“명호길드의 관리구역을 통째로 흡수할 정도로 성장세가 뛰어나기 때문입니까?”
“그것도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겠군요.”
“혹시 길드장이 묵언검객이라는 유명 스트리머라서입니까?”
“정답에 조금은 근접해졌습니다.”
“제 머리로는 이 이상의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군요. 그만 뜸들이고 말해주시죠.”
“묵언검객의 채용면접에 참여하면 인지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인지도.
직원이 되길 희망하는 지원자가 추구하는 가치로는 다소 황당한 요인이었다.
“직원에게 인지도가 왜 필요합니까?”
“면접에 지원하는 모두가 채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해남파의 채용면접은 면접보다는 경연대회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경연대회요?”
“경연대회는 대결을 통해 경쟁자를 점점 추려내며 우승자를 뽑습니다. 최고의 수혜자는 우승자이지만, 다른 경쟁자들도 인기를 끌곤 하죠.”
“명품조연처럼 말입니까?”
“맞습니다. 묵언검객이 직접 주관한 공식채용행사였던 무술대회만 해도 수많은 각성자들이 인지도를 얻고 크고 작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연령은 많지만 세상을 보는 눈만큼은 젊은 조승훈은 무술대회의 성공을 눈여겨보았다.
“가상세계에서 펼쳐진 지난 묵언검객배 무술대회에서 참가인원의 반 이상을 홀로 대량학살했다고 알려진 번개맨. 아십니까?”
“이름은 들어보았습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 강한 각성자일줄은 몰랐다는 평가가 많았었죠.”
“대회 이후로 번개맨은 고압펜스를 비롯한 전기목책기를 주로 다루는 한 회사의 광고모델로 선정되어 큰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몬스터를 내쫓는데도 사용되는 전기목책기는 게이트 출현 이후 떡상한 제품들의 선두주자를 달리는 알짜배기 제품.
잦은 몬스터 접촉으로 유지보수 및 교체, 제품의 회전율까지 높아지면서 관련제품의 소비도는 엄청나게 급증했다.
당연히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이 돈 되는 사업에 뛰어들었고, 경쟁사를 끌어내리기 위해 벌이는 홍보비와 광고개재도 엄청났다.
그런 시국에 광고모델로 선출되었으니.
번개맨이 번 광고수익도 당연히 엄청났다.
“번개맨 외에도 대회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였던 가시맨이나 안동검가의 김제철, 독사눈의 이소혜 등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광고가 붙었나요?”
“가시맨은 모 연구소와 계약해서 몬스터 소재를 통해 가시의 강도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실험에 의한 인위적인 능력강화라니, 정말 기대되는군요!”
“독사눈의 이소혜는 묵언검객의 개인방송 매니저로 채용되어서 해남파에도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출연진들에 대한 해남파와 묵언검객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군요!”
“안동검가의 김제철은 여자의 고백을 매몰차게 거절하는 기개가 높은 인기를 끌며 전용 팬클럽까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하하하. 재밌는 참가자들이 많았었군요. 오늘 집에 가면 무술대회 영상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채용인원은 1명에 불과했지만 사실상 대회에서 활약한 명품조연들은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다.
“프리랜서 각성자가 아닌 소속길드가 있는 각성자들도 이미지에 커다란 개선효과가 있었습니다. 묵언검객의 파급력을 알 수 있었죠.”
“어떤 개선효과가 있었습니까?”
“가령 꼴통트리오라고 불리던 창원길드의 경우는 준수한 성적과 기발한 능력사용으로 창원길드에 대중친화적인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이미지 개선효과라. 보통 길드에서 이미지 한 번 바꿔보겠다고 들이는 홍보비가 수백억 상당에 달한다지요?”
“그렇습니다. 그마저도 보통은 소비자들의 무관심과 반발심리만 자극하며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니 더욱 놀라운 일이죠.”
창원길드가 노리고 저지른 짓인지는 모르지만, 이후 감각링크에 이사진과 길드대표까지 참전하며 같은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켰으니.
“묵언검객과 얽혀서 두 번째로 큰 이득을 본 길드가 있다면 단연 창원길드가 손꼽힐 겁니다.”
“두 번째라는 말은 첫 번째도 있다는 뜻이겠죠?”
“무술대회 우승자 렉스의 소속길드이자 10대길드 중 하나인 오션월드길드. 이들이 가장 큰 이득을 본 행운아입니다.”
“오션월드길드는 이미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대표길드 중 하나인 십대길드에 선정된 길드인데요. 직접 주체하지도 않은 대회로 어떤 이득을 볼 수 있었나요?”
“대회 참가자 렉스의 우승요인은 등산을 메인테마로 하는 무술대회장 맵에서 참가선수 중에 가장 높은 곳까지 등반한 겁니다.”
“등반을 했더니 이득을 보았단 말인가요?”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입니다. 지리산에 열린 새로운 게이트의 입찰에서 렉스가 만들어낸 산에 강한 오션월드라는 이미지가 추가점수 획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입니다.”
엄보길이 흥미진진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오션월드길드에서 본 이득을 산정한다면 어느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까?”
“제 소속길드인 장화길드의 게이트연구소에서 추측한 결과에 따르면, 지리산게이트의 가치는 대략 25조원에 해당합니다.”
“예에?! 아니, 그렇게나 엄청난 게이트를 얻었단 말입니까?”
“게이트 출현 당시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레어몬스터가 발견되고, 해당몬스터의 부산물에 상업가치가 있음이 확인된 결과입니다.”
“얻어걸린 거나 마찬가지군요?”
“덕분에 렉스는 50억 원에 달하는 장비의 영구대여 및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대박을 친 셈이죠.”
하나의 대회에 출연한 참가자들이 겪은 행운이라기에는 너무나도 다채롭고 놀라운 결과!
이래서야 묵언검객의 채용공고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묵언검객의 대회에 참가자들이 깊은 관심을 보일만도 했군요. 메인 MC인 저도 당장 지원서를 넣고 싶어집니다. 하하.”
“길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묵언검객 신드롬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묵언검객과 얽히면 좋은 의미로 대박을 친다는 신조어죠.”
“묵언검객 신드롬. 정말 듣기 좋군요.”
아무리 홍보목적으로 편성된 방송이라도 쓰레기를 이쁘게 포장하는 것과 원래부터 이쁜 것을 더 이쁘게 포장하는 건 다르기 마련.
조승훈 MC의 이야기만 들어도 묵언검객과 해남파는 방송소재로는 S급 그 자체였다.
덕분에 스튜디오의 분위기는 화기애애 그 자체.
“자, 이쯤에서 해남파 면접장에 있는 방지철 리포터를 통해 현장중계를 다시 보겠습니다. 방지철 리포터? 현장 상황은 어떤가요?”
대충 지원자 몇 명 얼굴도 보여주고 호의적인 인터뷰만 따면 15분은 더 날먹하겠다며 계산을 세우던 엄보길 메인MC.
그는 중계화면 너머로 사람이 날아가고 비명이 울려 퍼지는 광경에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아,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방지철 리포터. 현장에 테러리스트가 습격했습니까?”
정신없이 흔들리는 카메라 화면 너머.
간신히 얼굴을 비춘 방지철 리포터가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외쳤다.
“대회가 열렸습니다!”
“예?”
“제 2회 묵언검객배 무술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심지어 이번에는 가상이 아닌 현실입니다!”
“아니, 사상자가 발생하면 어떡합니까?”
“마침 해남파를 방문한 동유럽의 전쟁영웅으로 유명한 성녀가 무술대회에 관심이 생겼다고, 선수들의 치료를 약속해주셨습니다!”
성녀의 국내방한 및 해남파 방문에 현실판 묵언검객배 무술대회 개최까지.
“PD님, 저희 시청률 좀 보십쇼!”
“속보 터지기 전에는 몇이었는데?”
“5%였습니다!”
“지금은. 지금은 몇이야!”
“1분 만에 8% 돌파했습니다!”
가뜩이나 높은 인지도에 인기를 끌던 면접방송에 엄청난 속보까지 터지며 시청률이 떡상했다.
이제는 특집방송을 신청해줘서 고맙다며 PD가 한채린의 자택으로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찾아가서 엎드려 절을 해야 할 지경이다.
“이게 묵언검객 신드롬?”
멍한 얼굴로 내뱉는 엄보길 메인MC의 말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향후 수년 간 밈으로 회자될 신조어 의 공식짤방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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