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66)
〈 166화 〉 166 달라진 그녀
* * *
1.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왜 재밌음?
ㄹㅇ 본방 아닌데 왜 보고 있지?
본방 안하고 딴짓 하고 노는 무친련을 잡아오려고 잔뜩 난동부릴 준비를 하고 찾아온 방랑상인단 팬클럽 회원들.
그들은 준비했던 폭동을 일으키는 대신, 얌전히 가상관중석에 모여 앉았다.
우리 매니져는 출전 안 해?
심사위원들도 출전했으면 좋겠다
굴욕짤의 주인들ㅋㅋㅋ
근데 얘들 의외로 강하구나
묵언검객이 너무 강해서 다른 각성자들은 쩌리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로 수준이 높음
현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각성자 대 각성자의 전투를 다채롭게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설령 전투가 있더라도 전투데이터는 각 길드에서 꽁꽁 감싸며 외부반출을 엄금한다.
소속길드가 없는 개인 대 개인의 대결이라도 정보공개를 막으며 필사적으로 자신을 감추려고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성능력의 노출은 그들을 노리는 각성자범죄에 휘말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무술대회 참가자들은 카메라가 도는 대회장을 아랑곳 않고 모였다.
묵언검객 또한 그들의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들이 있다는 거지
묵언검객이 새로운 무술 가르쳐줄 테니 상관없는 거 아님?
아무튼 눈이 즐거워서 만족
날 것 그대로의 방송.
무술대회가 생각보다 재밌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재미의 이면에는 묵묵히 희생하는 한 사람의 노고도 있었다.
“하아. 이 인간은 사고를 칠거면 말 좀 하고 치면 안 되나. 무슨 대회를 이리 무지성으로 열어서 난리가 나게 만들어.”
시청자 응원석을 관리하려고 한입 먹은 프로틴바도 내던지고 달려온 이소혜.
그녀는 우리는 아무것도 몰?루 하고 시치미를 떼는 관중석에 앉은 시청자들을 노려보았다.
“니들 오늘 폭동짓 하면 바로 채찍 맞는 거야. 킹반인들이 지켜보는 지상파 방송에서 수귀자폭병짓 하면 진짜 죽을 줄 알아. 알았어?”
폭동짓을 하면 채찍을 맞을 수 있다는 거죠?
아ㅋㅋ 당장 폭동짓 하러 간다
츤데레 매니쟈에게 츤츤 당할 수 있는 기회 절대 못 놓치지
처음 겪는다면 어질어질하기 짝이 없을 시청자들의 반응.
아무리 싫은 일도 하다보면 내성이 생기고 적응이 되어서일까.
매니저 감투를 쓴 첫날이라면 부끄러움에 차단을 난사했을 그녀도 이제는 덤덤하게 장난스러운 관심들을 받아넘겼다.
어? 한복남이다
ㄹㅇ?
아니 하필이면 지금?
우리 매니쟈 어떡해!!
ㅋㅋㅋㅋ 운명의 그 남자 등장
“흐즈므르… 진짜 죽는드…….”
흘끈드? 흐믄 으쯜근드?ㅋㅋㅋㅋ
(차단된 채팅입니다. 남은시간 24:00:00)
와씨 노빠꾸 1일 정지ㄷㄷㄷ
도망쳐!
마니쟈의 역린을 건드리면 안 돼!
실연의 상처에 이를 악문 이소혜에게 어떤 장난도 덤덤하게 받아넘길 수 있는 내성은 와장창 무너진 지 오래였다.
오랜만에 다시 본 김제철은 변함없이 강하고 멋있었다.
흩날리는 도포자락도, 허공을 수놓는 검로도, 여성팬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 잘생긴 얼굴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상해.’
그 모든 것이 예전과 다르지 않음을 두 눈으로 확인했는데도, 어째서인지 예전만큼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았다.
‘식어버린 건가? 내 마음이?’
마지막에 차였을 때의 충격이 크기는 컸다.
여자보단 검이라고.
조신하지 않은 여자는 싫다고.
한복이 어울리지 않는 여자는 사절이라고.
온갖 핑계를 대며 그녀를 밀어내던 김제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던 그 시절에도, 그녀는 오뚝이처럼 매번 다시 일어섰다.
생전 땋아본 적 없는 머리를 땋아보기도 하고, 별에 별 전통한복을 한복수집가마냥 한 벌씩 사다가 옷장에 채워 넣기도 했다.
평생 인연이 없을 줄 알았던 사극도 봤다.
한복에 어울리는 옛날 말투도 연구했다.
중전마마 말투가 너무 고압적이어서 부담을 느낀 김제철이 도망치기도 했고.
실의에 빠져 며칠을 집에 틀어박혀 대하사극드라마를 보다가 가슴이 아파서 완결을 앞두고 계정을 삭제하기까지 했다.
‘그 마음이 식은 건 아니야.’
지금도 알 수 있다.
김제철이 싫어진 건 아니라고.
그때 그 시절과의 차이가 있다면 오직 하나.
‘그보다 더 커다란 마음이 생겼을 뿐.’
묵언검객.
이 여자라면 김제철이 좋아해도 어쩔 수 없지, 하고 납득해버리는 자신을 발견할 정도로 모든 점에서 자신의 상위호환인 여자.
엄청난 실력과 독특한 성격, 분할 정도로 전통복장이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지닌 자.
‘분명 처음에는 그렇게나 싫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묵언검객의 인정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어느새 그녀의 칭찬 한 번 듣고 싶어서 아양 아닌 아양을 떨게 되었다.
거칠었던 성미도 부쩍 가라앉고.
늘 사납던 기세도 한결 차분해지며.
난폭함 속에 가려졌던 수줍음 많은 성격도 차츰 드러났다.
‘평상시의 나와는 다른 모습인 건 마찬가지인데.’
김제철의 그녀가 되고자 노력하던 시절.
묵언검객의 그녀가 되고자 노력하던 시절.
두 시절의 그녀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둘의 사이에는 결정척인 차이가 있었다.
김제철에게 어울리고 싶었을 때.
그녀는 스스로를 연기했다.
그에게 어울리는 여자가 되기 위해서.
그의 취향에 맞추고 싶어서.
반면에 묵언검객에게 인정받고 싶을 때.
그녀는 진심을 꺼내들었다.
질투심 많은 성격을 있는 그대로 보이고.
그 안에 감추어진 수줍음 많은 성격을 내비쳤다.
비록 그 성격이 온전히 개화하기도 전에 이소혜 채찍술을 익힌 묵언검객이 단물만 쏙 빨아먹고 합방을 끄는 야랄짓을 하기는 했지만.
그날 이후, 이소혜는 자신의 채찍에 부쩍 자신감이 생겼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졌다.
달라져야 한다는 부담감 대신.
자신의 본모습으로는 좋아하는 남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상처 대신.
자신보다 더욱 뛰어난 여자에게도.
저 대단한 묵언검객에게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인정받았다는.
이대로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자존감을 채워주는 소중한 경험이 생겼다.
‘나보다 더 심한 악질들한테 채찍질을 하는 매니저 일을 해서 그런가?’
본인은 그런 사실에 대한 자각 없이 매니저 활동 덕분이겠거니 여기고 있지만, 매니저 감투 덕분에 묵언검객과 얽힐 일이 늘어나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누구보다도 묵언검객의 방송에 진심이었다.
그러니 오늘도 이 사고뭉치 시청자들이 사고를 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감독할 작정이었다.
“묵언검객의 이름조차 몰랐던 멍청이는 숨을 쉴 가치도 없어!!!”
“난 쓰레기야, 죽어 마땅해!!!”
묵언검객의 이름이 진짜 묵언검객인 줄 알고 묵씨타령을 하던 멍청이.
아니ㅋㅋㅋㅋ
자결쇼 돌았냐고ㅋㅋㅋ
예능파트 개꿀잼이네 ㅋㅋㅋㅋ
저 망할 얼간이가 실시간 공개방송에서 난동을 부리기 전까지는.
매니쟈 괜찮아…?
쉿 그런 거 묻는 거 아님;
눈치 챙겨^^
매니쟈 이거 받고 힘내! 학원 다닐 때 써야될 이번 달 교통비지만 버스 안타고 걸어 다니면 돼!
“그런 코 묻은 돈 좀 주지 마! 이 누나도 묵언검객만큼은 아니어도 C급 각성자야. 직장인보다는 나름 돈 많이 벌거든?”
캡슐이용료도 빠듯할 잼민이들한테 후원은 무슨.
갓 들어온 후원을 환불 처리한 이소혜가 설정창을 조작했다.
“니들 잠깐 기다려.”
누나 어디가!
김제철ㅈ됐다 지금 조지러 가는 듯
츤데레 누나 얀데레로 암흑각성했네ㄷㄷㄷ
워ㄷㄷㄷ
한복남 개같이 멸망 각 떴냐?
잠시 자리를 비웠던 이소혜가 돌아왔다.
시청자들에게 눈에 익은 누군가와 함께.
“매니저 언니, 전 왜 데려왔어요?”
“누구 족치고 싶은 사람이 좀 있어서.”
“근데 저는 왜…….”
“갔다 올 동안 얘들 좀 맡아줘.”
“네?”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님에게 채팅방 매니저 권한을 부여했습니다.]“나 대신 채찍질 좀 하고 있어.”
주아영의 손에 떠넘기듯이 채찍을 들려준 이소혜가 로그아웃을 했다.
“아니, 그냥 가시면 어떡해요! 매니저 언니?!”
슈슉 하는 로그아웃 이펙트와 함께 사라진 이소혜. 사라진 그녀의 빈자리를 앞두고 채찍을 들고 멍하니 선 주아영.
와! 악질 사회자!
아ㅋㅋㅋ 진짜 김제철 잡으러 갔냐고
안녕하세요 사회자님. 매니저 된 기념으로 점핑 한 번만 “해줘”
신참매니저한테 먼 소릴 하는 거야 이놈은ㅋㅋㅋㅋ
점핑 한 번만 해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존댓말이면 되는 줄 아냐고ㅋㅋㅋ
“나 수련해야 되는데…….”
수련방송 “해줘”
안 해주면 폭동 간다 딱대^^
공챗 마망검객 다이스키 함 달려봐?? 공챗 마망검객 다이스키 함 달려봐?? 공챗 마망검객 다이스키 함 달려봐??
미친놈들ㅋㅋㅋ
근데 이 사회자도 쥰내 악질 아니었음?
앗
공책 마망검객 다이스 함 달
(삭제된 채팅입니다.)
(차단된 채팅입니다. 남은시간 72:00:00)
“이렇게 하는 건가…?”
10분 차단부터 시작하던 이소혜와 달리, 시작부터 3일 차단을 박아버리는 주아영.
ㅁㅊ
노빠꾸 72시간ㄷㄷㄷ
독사련이 가니까 만렙토끼가 왔네;
묵언검객 방송 초대 매니저 이소혜의 뒤를 이을 비공식 2대 매니저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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