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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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화 〉 205 오지랖을 좀 부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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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녀 이브.
그녀의 차림새는 언제나 눈에 띄었다.
몸에 들어맞는 검은색 원피스에 하얀 허리띠와 베일이 조화를 이루는 수녀복.
늘 단정하고 성스러운 분위기와 달리,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지 않도록 옆트임이 들어간 실전적인 수녀복은 그녀의 성정을 비치기도 한다.
“오셨군요. 시스터 해응응.”
창가 앞에 앉아서 광합성 하는 식물마냥 햇볕을 쬐는 이브.
성스러운 분위기와 달리, 허벅지 옆으로 드러난 단검벨트와 사이에 끼워진 단검들이 아찔하고도 위험한 분위기를 드러냈다.
[능력은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했잖아요.]“다른 이의 부상이라면 참았을지도 모르죠. 시스터의 부상이라 참을 수 없었어요.”
[곧 가라앉을 환통이에요.]해응응은 오히려 이브가 걱정됐다.
이브의 종말점은 B급 종말점인 신성곽의 것과 달리 A급 종말점.
많은 탁류가 발휘하는 부작용은 B급 각성자일 때보다 A급 각성자일 때가 당연히 더 심하다.
경화계열 능력자 신성곽.
그는 자신의 몸이 경화되었다.
이브도 이와 비슷했다.
신성마법 능력자 이브.
그녀는 때때로 자신의 몸에 신성마법이 걸렸다.
경화보다는 훨씬 좋은 능력이 아닌가.
사정을 모르는 이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신성이 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미안해요. 그래도 이 몸에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걸요.”
[병원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일단은 현상유지라고 했어요. 주기가 유의미하게 느려진 덕분에 더 이상 수명이 줄지는 않고 있다고요.”
생명체의 노화와 수명은 텔로미어에 의해 결정된다.
체세포가 정해진 횟수만큼 세포분열을 하도록 설계되어있는 텔로미어에는 복제 한계 횟수가 정해져있다.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라 불리는 한계횟수는 인간의 경우 통상 60회를 넘기지 못하며, 모든 횟수를 소모하면 세포의 재생이 중지되고 노화와 죽음이 찾아오게 된다.
문제는 탁기에서 비롯된 이 가짜 신성마법이 텔로미어의 발동을 촉진한다는 점이었다.
‘아주 타락신성마법이 따로 없죠.’
인체의 회복횟수를 소모하여 강제적으로 즉각적인 회복을 이루는 마법.
능력을 받는 이는 당장의 전투력을 되찾는 대신, 수명이 줄어든다.
신성마법은 개뿔, 금단의 흑마법이 따로 없다.
“남은 시간은 제 뜻대로 다루고 싶어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앞당기는 한이 있더라도요.”
그런 능력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것도 점점 빠른 주기로 스스로를 향해 발동한다.
신성곽과는 다른 의미의 시간제한에 쫓기는 종말점이 찾아왔음을 알게 된 뒤로, 이브는 공식석상에서 은퇴를 선언하였다.
어떻게든 신성마법을 자력으로 제어해보고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식으로 묵언검객을 찾아왔고.
마력운용법의 전수를 요청하는 그녀에게 해응응은 흔쾌히 청을 받아들였다.
‘이브를 보면 자꾸만 빙소소가 떠올라요.’
그녀와 같은 시한부인생이었던 북해빙궁의 소가주, 빙소소.
자신의 내공을 해응응에게 전해주고 죽음을 맞이했던 시한부 동료.
금발벽안의 슬라브계 미소녀.
차림새는 달라도 처지와 성품이 같으니 빙소소를 겹쳐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자신보다 남을 챙기는 이브의 모습에 가슴을 졸이는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시한부동료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저를 살리는 상황은 한 번조차도 과했어요.’
그런 경험,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이브는 해응응의 새로운 약점이자 트라우마 시한폭탄, 움직이는 피폐트리거였다.
“자, 어서 팔을 내밀어주세요. 치료를..”
덥썩
“우부부?”
이브의 양 볼을 엄지와 검지로 꾹 누른 해응응.
저 우울한 소리를 계속 하게 두었다가는 그녀까지 정신이 어떻게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말아요. 해결방법을 찾았잖아요.]신성곽의 탁기가 정화되면서 경화되었던 신체가 탄력을 되찾고 회복되었듯, 이브의 탁기도 정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
소모되었던 텔로미어를 다시 회복시켜주는 텔로머레이스 성분이 발생한 것이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어요. 기의 행공과 효능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죠.]해응응의 종말점 치료를 받을 때마다 이브의 신체는 조금씩이지만 말단소립이 재생되어 세포분열횟수가 연장되고 있다.
치료를 받을 때마다 매번 주어진 수명을 되찾고 있다는 뜻이다.
‘시한부 환자가 시한부 환자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상황이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어요.’
이브는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시스터 해응응의 그런 자비가 저를 난처하게 만들어요. 저만 아니었다면 좀 더 젊음의 시간을 누릴 수 있을 분이 저 때문에 주기적으로 치료에 시간을 할애하고 계시잖아요.”
[마음이 쓰이면 부단히 행공을 계속하세요. 탁기를 한 자리에 전부 가둘 수 있도록 모두 길들여야 할 거예요. 그때가 되거든 제 치료가 없이도 수명을 되찾고 천수를 누릴 거예요.]연명치료와는 별개로 해응응이 이브에게 처방한 영구적인 치료법.
그것은 바로 수제자 주아영에게도 새겼던 자궁문신에 의한 속성내공의 봉인술이다.
‘내공이 적었던 아영이에게 그릇을 새기는 것조차도 20년 공력이 필요했죠. 이브의 공력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역량 밖이에요.’
이브의 탁기를 공력으로 환산하면 무려 2갑자.
120년을 넘는다.
주아영과 달리, 이브는 꾸준한 노력만이 답이니.
당장 확실한 성과가 보이지 않아서 이브가 초조해지는 마음도 이해는 갔다.
[초조해하지 말아요.]이브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야 해응응의 손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아우우. 볼이 아파요. 시스터 해응응의 못된 손버릇은 고쳐야 해요.”
[그렇게 따지면 이브도 마찬가지에요.]틈만 나면 덥썩덥썩 남의 팔을 붙잡고 몸을 치료하려 드니까.
심통 맞은 표정을 짓던 두 사람.
귀여운 여자 둘이 서로를 밉지 않게 살며시 노려보던 냉전은 대쉬맨이 다과를 가져온 뒤에야 끝을 맞이했다.
“또 싸우셨습니까? 두 분의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면 기겁할 겁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영웅과 한국의 차기 S급 각성자가 다툰다고요.”
“흥. 몰라요, 그런 거.”
“그래도 주의해주세요. 얼마 전에도 묘한 탐지능력을 지닌 기자가 담벼락 뒤에서 이브님을 염탐하려다가 발각되지 않았습니까.”
몬스터에게 점령되었던 고국의 수도를 탈환한 동유럽에서 온 A급 미녀 각성자.
전쟁영웅이자 성녀라고도 불리는 이브 크리스티나에 대한 세간의 관심사는 예상 외로 대단했고, 각성자 스토커가 붙기에 이르렀다.
민우성이 마인드리딩으로 기자보다 스토커에 가까웠던 능력자들을 색출해내지 않았다면 온갖 구설수가 언론으로 퍼졌을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그게 제 잘못도 아닌데요.”
이브가 입술을 삐죽였다.
“길드장님도 의기양양한 표정 짓지 마세요. 처지는 마찬가지십니다.”
해응응이 움찔했다.
“제가 뭘 어쨌다는 건가요, 같은 표정 짓지 마세요. 정문에 사람이 너무 많다고 건물 지붕을 뛰어넘는 모습을 사진 찍혔잖습니까.”
“!”
“모르셨습니까? 휴우. 기사까지 떴습니다. 여기 한 번 보시죠.”
【화제의 기사】
[해남파 길드장의 통행로는 마천루?] [조회수 200만 이상] [댓글수 1500 이상](지붕에 걸터앉은 사진)
(건물 사이를 넘나드는 사진)
(조류몬스터 쫓는 주파수발신기 앞에서 싫은 표정을 짓는 사진)
(건물주민들이 옥상에 남긴 팬레터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사진)
이분 철새신가요? 왜 지붕에 앉아계시죠?
바람 쐬고 있는 듯
ㅈㄴ 예쁘긴 하다
쌉가능
아니 왜 존나 자연스럽게 저기로 다니냐고
조류퇴치제 성능 확실하네ㅋㅋㅋ
주민들도 무슨 철새 반기듯이 선물 남겨놨네ㅋㅋㅋ
솔직히 저런 미녀가 우리 아파트 옥상에 왔다갔다는 얘기 들으면 나 같아도 뭐 하나 남길 듯
저거 사인지 사인 남겨달라는 거 아님?
응 그런 거 없어 그냥 들고 갈거야~
머야 돌려줘요 내 사인지
ㅋㅋㅋ 그걸 왜 가져가냐고
어느 커뮤니티든 인기게시글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3페이지 내로 하나씩은 걸려있는 이달의 인기 게시글이다.
“밖에서 돌아다니는 모습만 찍혀도 이 정도인데 성녀님이랑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걸렸다간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제분쟁도 벌어질 겁니다.”
농담으로 흘려듣기엔 일이 너무 커진다.
이는 해응응에 대한 대중의 관심사가 이브 못지않다는 증거였다.
[미안해요. 주의할게요.]이브와의 대면이 끝난 뒤.
대쉬맨이 조용히 그녀를 따라 나왔다.
“길드장님. 성녀님을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브의 일을 언제나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 시종노릇을 해온 대쉬맨.
그의 정성이 오늘따라 갸륵해보였다.
[고백은 언제 할 건가요?]“쿠, 쿠흡! 쿨럭, 컥, 컥!”
사례가 들려 눈물을 찔끔 흘린 대쉬맨.
그가 시뻘개진 얼굴로 물었다.
“농담이 과하십니다. 고백이라니요. 어떻게 저 따위가 성녀님에게.”
설마 제 딴에는 여태껏 잘 속여 왔다고 믿고 있는 건가.
대쉬맨의 애처로운 순정은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남자였을 적의 자신은 꿈도 못 꿀 미녀를 넘본다는 사실이 질투가 나기도 했다.
[이브가 많이 아깝기는 하죠.]“그, 그렇겠죠……?”
거봐라.
한 마디 했다고 금방 쭈그러들 거면서 내숭은.
[이브도 당신에게 항상 감사해하고 있어요.]“성녀님은 심성이 착한 분이니까요.”
저 따위를 특별하게 생각하지도 않을 테고, 주변 사람에게는 원래 친절하신 분이고, 특별한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고 어쩌고.
현실에 사기 게이지가 있다면 진즉에 바닥을 뚫고 마이너스를 찍을 꼬락서니가 한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고백, 도와줄까요?]그런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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