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4)
〈 24화 〉 24 동물계 절지동물 인면지주
* * *
1.
녹아내리는 대수림.
이 극악무도한 필드의 악명은 커뮤니티의 공략게시판만 봐도 알 수 있다.
[개념글][추천1850][비추천75] [반요곡 필드공략순서(상편)(초회차 기준)]「① 처형자의 시체언덕(공통)(튜토리얼)
② 선각자의 사찰
③ 봉인된 실패작들의 소굴
④ 무너진 요새의 적기사
⑤ 혈둔수로채
⑥ 녹아내린 대수림의 선인
⑦ 1차 요괴전쟁 폭심지
⑧ 최단공략엔딩
위 루트를 따르면 게임 플레이가 아주 쾌적해집니다.
튜토리얼이야 다들 아실 테니 패스하고 우선 선각자의 사찰에서 스킬개방을 하고 채혈기나 와이어 등의 필수아이템을 습득합니다.
사찰에 봉인된 실패작들의 소굴에서는 피독주와 보물고 열쇠만 얻으면 됩니다.
피독주는 혈둔수로채의 공략아이템, 보물고 열쇠는 무너진 요새의 공략아이템인데 없으면 진행이 불가능하므로 필히 습득하셔야 합니다.
무너진 요새와 혈둔수로채 공략 이후, 대수림과 폭심지로 향하는 길이 각각 열리는데 이중 대수림은 깨라고 있는 곳이 아닙니다.
늪의 선인 만나고 신규캐릭터 해금하라고 있는 곳이죠.
이미 해금했다면 대수림은 공략지에서 스킵해도 무방합니다.
이후 1차 요괴전쟁 폭심지로 향하면 [스포일러]를 겪고 최단공략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주의사항 : 녹아내린 대수림 공략에 필요한 기본스펙은 다회차를 기준으로 잡혀있습니다. 멘탈 깨지지 말고 빠르게 포기하십시오.」
원하는 목표만 달성하고 빠지는
히트 앤 런(hit&run) 필드.
플레이어들은 이 맵의 기획의도를 그렇게 받아들였고
실제로도 오랜 시간
많은 플레이어들은 대수림을 그렇게 플레이했다.
불시에 가라앉는 지면
접촉하면 역병이 옮는 역귀들
빛을 찾기 힘든 어두운 숲과 쏟아지는 호우
줄어드는 체온과
침묵 속에 조여드는 공포심까지.
필드공략을 포기하고 싶은 요소는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천하의 스피드마스터조차도 이 맵을 돌파하는데 의의를 두었지, 진심으로 완전공략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이 녀석, 정말로 초보가 맞나?’
묵언검객의 본방.
이를 지켜보는 스피드마스터의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심각해졌다.
센세 저거 버그 아닙니까?
말이 안 되잖아
자네가,,
미친 틀딱련아 딜 좀 그만넣어 ㅆㅂ 혼자 몇 명을 패는 거야
자네가 상산의 조자룡인가?
ㅋㅋㅋㅋㅋㅋ?
기출변형 뭔데 ㅋㅋㅋㅋㅋㅋ
근본없는 드립에 시청자들의 분위기가 한결 풀어지자
스피드마스터는 그 틈을 타서 멘트를 쳤다.
“버그네.”
아니 ㄹㅇ로?
반요곡에 버그가 있다고요 센세?
“핵 같은 거 말고. 물리엔진의 버그를 이용한 고인물 기술. 저거 버니 합이야.”
통상속도를 가뿐히 능가하는
어시스트 액션의 스킬보정효과도 없는
순정 바닐라 그대로의 몸으로 펼쳐내는 가속.
저걸 해명할 수 있는 건
버니 합Bunny Hop(토끼 뜀)이라 불리는 소위 고인물 기술밖에 없다.
“점프를 하면 살짝 가속이 붙는 물리엔진의 특징을 이용한 버그인데, 요즘은 그냥 버그성 가속기술을 총칭하는 말이니 대충 들어. 점프레빗도 아닌데 가서 점프만 하고 있지 말고.”
앗
들 켰 다!
이런
들켰다 ㅇㅈㄹ ㅋㅋㅋㅋㅋ
솔직히 저런 말 들으면 점프 어케 참냐고 ㅋㅋ
“점프는 한 번에 길게. 1스트인가?”
또 또 지만 아는 말 한다
인간계의 말을 써주세요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아 이것도 몰랐어? 스트레이프Strafe는 점프 후에 측면으로 전방이동을 하는 감각으로 움직이는 건데, 이렇게 뛰면 가속이 잘 붙어.”
사람이 옆으로 뛰는데 더 빨라진다고요?
와 우리 너무 무시하신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게 어딨음 ㅋㅋ 그럼 꽃게들은 다 슈퍼점프 하고 다니겠네
“넌 꽃게가 점프도 하냐?”
ㅋㅋㅋㅋㅋ
점프를 하는 꽃게가 있다면 지금 즉시 게임을 종료하십시오. 그건 꽃게가 아닙니다.
간장게장이 점프를 한다면 즉시 식당에서 도망치십시오. 그건 간장게장이 아닙니다.
미친놈아 다 삶은 요리가 점프하면 당연히 도망쳐야지
오늘 드립학원 수업 일찍 끝났냐? ㅋㅋㅋ
“씁. 근데 1스트의 속도가 아닌데.”
그게 또 차이가 있나요
그럼 김스트의 속도인가요?
60대까지 현역으로 방송하는 노익장 스트리머 김스트면 ㅇㅈ이지ㅋㅋ
이젠 드립도 ㅈㄴ 막 던지는구나?
또 또 또 지만 아는 얘기 한다
“별건 아니고. 스트레이프를 허공에서 여러 번 누적해서 발동하는 기술이야. 진짜 몸 대신 뇌파로 조종하는 거라 가능한 기술이기는 한데.”
그래서 더 믿기지가 않았다.
“키보드랑 마우스로 조종하는 것도 아니고, 뇌파로 지 몸을 2스트를 넣는 초보가 있다니. 진짜 믿기지가 않네.”
한 번 점프에 두 번이나 스트레이프를 넣을 정도의 여유.
이는 이동에 뇌파를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묵언검객이 상당한 여력을 남기고 가볍게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더 기가 막혔다.
어떻게 1회차 게임 첫 경험 뉴비가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재능이 무섭긴 무섭네.’
압도적인 재능으로 남들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를 지녀왔던 신속의 스피드마스터.
그는 오랜만에 타인의 재능을 보며 긴장감을 느꼈다.
앞을 분간하기도 힘든 어둑한 대수림 속.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희미한 햇빛.
일순간만 비치는 5초 앞의 길을 1초만에 암기하고 질주한다.
모든 걸음, 모든 도약마다 이루어지는 2스트 버니합.
가속시간도.
가속길이도.
모두 어지간한 10년차 고인물들을 능가한다.
“근데 저거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그런 대단한 플레이를 보면서도 훈수를 둘 수 있는 자격.
스피드마스터에게는 그런 자격이 있었다.
와 ㅋㅋㅋ
전 레전드가 현 레전드에게 보내는 일침
훈수는 못 참지
근데 뭐가 문제임?
ㄹㅇ 개잘뛰는데
“뛰는 건 잘 뛰지. 근데 이 맵에 느려터진 역귀만 있는 게 아니잖아?”
그렇다.
초급존을 명백히 상회하는 필드.
녹아내리는 대수림에는.
역귀 이외의 종족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 종족은…
파밧
콰가각
달리던 자세를 틀어 근처 바위를 붙잡고
540도 신체를 회전하며
한껏 가속된 운동량을 제어한 묵언검객.
불과 1m의 거리를 앞두고
거대한 거미줄이 펼쳐져 있었다.
“이걸 피해?”
천하의 스피드마스터조차
대수림을 퍼펙트클리어로 끝내지 못해
늪지대로 변하게 만든 이유.
숲속의 은밀한 사냥꾼이자
인간의 얼굴에 거미의 몸을 지닌 반요.
의 거미줄이 나타났다.
2.
길을 나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삼류의 제약을 벗어나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이류무공
해남파의 신법
이 있으니까.
바람을 타고 바다를 달려 나가는 배처럼
빠른 기동력을 보장하는 신법은
한 순간의 가속력만 두고 보면
그리 높은 축에 속하는 신법이 아니지만
막힘없이 긴 거리를 주파하는 데에는
상당한 효율를 자랑했다.
‘대놓고 수상한 거미줄에 걸릴 이유는 없지만요.’
검으로 베고 지나가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무림인에게 거미줄이란
감히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악몽 그 자체다.
‘크기만 봐도 견적이 나오네요.’
강아지만한 크기의 거미는 애교로 보이는
나무 두 개 사이를 가득히 메운 거미줄.
척 봐도 영물급 대형사이즈가 보인다.
해응응은 영물 관련으로는 제법 박식한 편이다.
구음절맥을 고치기 위해
영물의 내단을 찾아다니며 쌓인 지식이 있고
각 집단의 수뇌부가 그녀의 환심을 사고자
직접 전수해준 지식들도 존재한다.
영물이 된 거미들은 덩치가 몹시 거대해서 뽑아내는 실의 탄력성과 끈끈함도 차원이 다르다네.
만일 거미줄의 면적이 사람 크기보다 크다면 절대 상대하지 말게.
3m가 넘는 크기의 거미는 껍질에 날붙이가 박히지도 않아요. 검기상인의 경지를 이루지 못했다면 무조건 도망치세요.
눈앞의 거미줄의 면적은 2m.
예상되는 거미의 크기는 2.5m가량.
영성에 눈을 뜬
성체영물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에 준하는 강함이 예상되는 상대.
어지간한 절정고수도
영물거미의 영역에서 함부로 싸웠다가는
불귀의 객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분석되었다.
“….”
해응응은 물끄러미 거미줄을 쳐다보다가
나무막대기를 하나 주워들었다.
휘적휘적
거미줄에 칭칭 휘감기게 휘젓고는
마구 위아래로 흔들며 진동을 주는 나무막대기.
피해가도 모자를 판에
거미를 역으로 불러내는 무식한 행동에
채팅방은 아비규환이 되었지만
꾸준하게도 방송인으로서의 자각이 없는 그녀는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게임을 했다.
‘조금 시험해보고 싶어졌어요. 영물거미에 준하는 몬스터의 강함이.’
그녀의 대담한 호출에
바스락 소리와 함께 나뭇잎 사이로
거미줄을 길게 드리우며 모습을 드러낸 거미.
그 크기는 예상대로 2.5m가량에
여덟 개의 홑눈과 네 개의 턱을 지닌
위협적인 머리를 지닌 흡사 괴물 같은 몰골.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묵언검객의 1인칭 시점을 관람하던 시청자들은
먹던 치킨을 떨어뜨릴 정도로 기겁했다.
야 이 악질련아!
일부러 그러는 거 맞지?
기강 ㅈㄴ 씨게 잡네 ㅠㅠㅠ
누나제발그만해누나제발그만해누나제발그만해
와 진짜 방금 구라 안치고 의자 뒤로 자빠짐
채팅을 치지 말고 병원을 가세요 ㅁㅊ놈아
낙법해서 ㄱㅊ
그 스트리머에 그 시청자 ㅋㅋㅋ 보통 거기서 낙법이 가능하냐?
턱과 다리를 덜그럭거리며
이 인간을 어떻게 맛나게 먹을지 고민하던 거미.
그 머리가 대뜸 180도 뒤집어지더니
흉한 노파의 얼굴이 나타났다.
“?!”
해응응조차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혐오스러운 광경.
느닷없는 공포영화 직관에 혼비백산한
무고한 시청자들을 뒤로 한 채
거미의 몸에 인간의 머리를 지닌
반요 가 입을 열었다.
“참으로 곱구나. 그 얼굴, 그 미모, 그 몸매. 얼마나 많은 남자들에게 사랑받았을까.”
그 얼굴을 내 것으로 삼아주마.
모두가 알고 있던.
응당 나와야 할 인면지주의 대사.
【축복】
이왕 야캐를 만들 겸
수간플레이까지 염두에 두었던
성욕에 미친 과거의 잔재.
반요곡이 아닌 무림비망록의 축복효과가
인면지주의 호감도를 상승시켰다.
“하지만 너라면 왠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도 같구나.”
?
?
친구요?
이게 뭐임
아니 시발 거미 몸에 인간 머리 달린 친구가 세상에 어딨어
마주쳤던 모든 생물체를 몰살해왔던
묵언검객의 이미지 상
당연히 문답무용으로 베리라 생각한 시청자들.
그들의 앞에
거미가 내민 다리를 빤히 쳐다보다가
냅다 검으로 손목을 베어버리는 묵언검객의 모습이 펼쳐졌다.
아니 ㅋㅋㅋㅋ
설마 했지만 진짜 베냐고
친구는 필요 없다. 몰살검객 on
동물이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그녀도 동물과 친구가 되고 싶은 건 아니기에.
해응응은 검을 휘둘렀고
손목이 저릿해지는 금속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타격은 입혔지만 절단에는 실패한
절반의 성공을 거둔 기습 때문이 아닌
도통 살의를 보이지 않는 거미 때문이었다.
“사악한 인간! 내 호의를 무시하다니.”
“….”
“용서하지 않겠다. 그 못된 손을 꺾어주마!”
죽인다도 아니고 손을 꺾겠다니.
마치 죄 없는 착한 영물을 괴롭히는 것처럼
맥 빠지는 외침이 아닌가.
상대하는 해응응조차
이걸 진짜 죽여야 되나 싶은
반쯤 힘이 빠진 상태가 되어버린 채,
묵언검객과 인면지주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