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70)
〈 470화 〉 470 소모전
* * *
1.
좀비화한 한정수와 SIZ 대원들은 자이언트 샤우터의 몸에 처절하게 달라붙었다.
살갗을 찢는 우악스러운 공세에도 귀찮다는 듯이 가볍게 손을 뻗어 대원 하나의 목을 분질러버리는 자이언트 샤우터.
특수좀비의 피를 과다복용하여 5m 남짓한 크기로 변하여도 250m급 자이언트 좀비에 비하면 그 체구는 일말의 가치도 지니지 못했다.
개죽음으로 만들어주마.
마치 그렇게 말하듯이 자이언트 샤우터는 서서히 숨을 들이쉬기 시작했다.
두 번째 고함을 내질러 이번에야말로 민간인들을 확실하게 해치울 작정이었다.
“그렇게 둘까보냐!”
“대장, 놈의 다리는 저희가 무너뜨리겠습니다!”
발목의 살갗을 찢고 근육을 파헤친 대원들이 아악 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단단히 조여든 근육이 근육을 파헤치던 대원들의 손을 짓뭉개 터뜨린 탓이다.
“아직 멀었다. 우린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우리는 경찰특공대다. 민간인들을 지키는 소임은 마지막까지 완수해야 한다!”
“손을 잃었다면 입으로라도 물어뜯어주마.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악착같이 근육을 찢고 파헤치며 거대한 인대에 도달한 특수대원들.
그들이 온 몸으로 인대를 쥐어뜯어내는 순간, 자이언트 샤우터의 몸이 기우뚱 기울었다.
고통을 느끼지 않더라도 근육과 인대가 끊어지고도 막대한 체중을 감당할 수 있는 좀비는 없다.
쿠우웅!
한쪽 무릎을 꿇으며 숨이 새어나간 자이언트 샤우터.
그의 가슴팍을 향해 뛰어오른 한정수가 억지로 가슴의 살갗을 비집고 파고들었다.
살아서 다시 나온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이마에는 뿔에 엉덩이 위로는 꼬리가 달린 변태적인 개조를 당했지만 실력 하나는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운 개조인간이 저 뒤에 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이 좀비는 반드시 자신들의 선에서 끝내야만 한다.
삑. 삑. 삑.
품속에서 시한폭탄을 꺼내든 한정수는 자이언트 샤우터의 폐 속에 강제로 폭탄을 쑤셔 넣었다.
덥썩!
몸속에 융합이 덜 된 좀비가 있었는지, 어디선가 팔이 불쑥 튀어나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저항하기도 벅찬 힘에 괜히 애를 쓰느니, 폭탄을 빼앗기지나 않게 꽉 움켜쥐었다.
“갈 때는 멋있게 가야지. 이거 뺏기면 진짜 개망신 아니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자이언트 샤우터의 체내에서 더 많은 팔들이 솟구쳐 올라왔지만 한정수는 악착같이 폭탄을 꽉 붙잡았다.
끝내 정해진 시간이 모두 경과했을 때.
눈부신 빛과 함께 괴물의 폐부에서부터 강렬한 폭발이 십자 형태로 솟구쳤다.
[유니크좀비 자이언트 샤우터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경찰특공대장 한정수가 순직했습니다.]폐부에서의 폭발에 척추가 부러져 반으로 접힌 채 지면에 쓰러진 자이언트 샤우터.
더 이상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거대좀비의 입을 향해 마지막 남은 대원이 기어들어갔다.
삑삑삑삑삑.
폭탄을 든 대원은 빌딩 쪽을 향해 한 차례 엄지를 들어 올리고는 입 속으로 몸을 던졌다.
콰과과과광!
[유니크좀비 자이언트 샤우터를 격퇴했습니다.] [제 2 공세를 막아냈습니다.]엄청난 수의 중상자에 더해 남은 인류의 주 전력 중 하나인 경찰특공대가 전멸했다.
거인좀비 하나를 막는데 적지 않은 희생을 치렀지만 남은 이들의 사기는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크게 솟아올랐다.
[SIZ대원들의 장렬한 자폭에 아군의 전의가 극도로 고양됩니다.]그들은 죽었지만, 그들이 보여준 투지만큼은 모두의 가슴속에 살아가고 있기에.
“이번엔 우리가 희생하겠다!”
“다음은 우리 차례다!”
“뒤를 부탁드립니다, 차지연님!”
줄줄이 들이닥치는 거인좀비들에 맞서 사람들은 하나 둘 희생했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 싸움에 걸린 것이 종의 존속임을 알기에.
먼저 희생한 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죽음을 택했을지를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감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자신들의 최후를.
생을 마감할 순간을.
[유니크좀비 자이언트 크롤러를 격퇴했습니다.] [제 7 공세를 막아냈습니다.]요새화 된 빌딩도 절반은 폭삭 주저앉고 나머지 절반도 뼈대만이 위태롭게 남았다.
생존자들은 12000명대에서 어느덧 2000명 언저리까지 줄었다.
이제는 병기도 물자도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우리가 막을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가 아닐까?’
애써 외면해왔던 절망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길드장이 없는 자신은 여기까지라고.
이 모든 희생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고.
절망이 목전까지 치달은 그 순간.
전장 저편을 망원경으로 바라보던 생존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생존자다!”
“사람들이 오고 있어!”
인류 최후의 전쟁을 목격한 사람들이 저 멀리서부터 전장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차지연의 귀를 의심케 만드는 목소리도 섞여있었다.
“지연아!”
“어? 엄마? 엄마 맞아요?”
“이노무 지지배가 지 어매 목소릴 그새 잊어부렸네. 참나, 배 아파 낳은 보람이 없어.”
좀비사태 속에서 만나는 것은 진즉에 포기했던 엄마와의 우연한 만남.
생긴 것도 모르고 전화통화로 목소리나 들어본 가상의 엄마지만, 힘든 시기에 마주한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마음의 긴장을 탁 풀게 했다.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차지연의 얼굴을 억척스럽게 생긴 아줌마가 주름진 손으로 닦아주었다.
“울긴 왜 울어?”
“그냥. 자꾸 눈물이 나오네…. 훌쩍.”
차지연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그것은 엄마를 만났다는 반가움이나 안도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야 한 편에 자리한 미니맵.
그곳에 비친 적아를 구분하는 커서의 색깔.
엄마를 가리키는 커서의 색깔이 적을 가리키는 명백한 붉은빛을 띄고 있다.
그녀가 우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 분명 야속하기 짝이 없는 그 알림 때문일 거라고 그녀 자신은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왜 적으로 뜨냐고ㅜㅜㅜ
진짜 못됐다
사람인줄 알았더니 사람 흉내 내는 좀비였네ㅠㅠ
소름;;;
미니맵 피아구분 없었으면 무조건 속았다ㄹㅇ
엄마는, 인간이 아니었다.
“엄마. 그동안 어디서 뭐했어요?”
“우리 딸 만나려고 열심히 돌아다녔지. 좋은 사람들 만나서 같이 연주시로 돌아왔어.”
“다행이네요.”
“우리 딸도 좋은 사람들 만나서 참 다행이야.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 하는데, 우리 딸이 신세 지고 있는 조직의 대장님은 어디 계시니?”
“…안내해줄게요. 일로와요.”
차지연은 차량 하나에 탑승해서는 엄마와 나란히 도시 밖으로 빠져나갔다.
“딸? 여긴 도시 밖인데? 제대로 가는 거 맞아?”
“여기 맞아.”
해가 뜰 때부터 시작되었던 싸움은 어느덧 석양이 저물 무렵까지 이어졌다.
저무는 태양과 석양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보며 차지연은 애써 울음을 참았다.
“다 왔어요, 엄마.”
“그래? 여긴 또 어디니?”
“교외에요.”
“대장님은?”
“길드장님은 여기 안와요.”
차지연의 말에 엄마의 얼굴이 굳었다.
“왜? 왜? 왜?”
“가짜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엄마랑 한번쯤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엄말 속였어? 엄말 속였어? 엄말 속였어?”
“저, 조금은 기뻤어요. 진짜 엄마는 이렇게 건강하게 걸어 다니지 못하거든요.”
“감히 엄말 속이다니. 넌 쓰레기야. 너 같은 건 낳지 말아야했어. 죽어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당장 죽어. 당장 죽어. 당장 죽어!”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차지연은 스위치를 들었다.
[유니크좀비 자이언트 붐버를 식별했습니다.] [제 8 공세를 감지합니다.]엄마로 위장한 유니크좀비. 자이언트 붐버.
자이언트라는 이름에 속아 접근을 허용했지만, 인간 사이즈의 외견과 달리 폭발의 위력은 자이언트 급으로 강력한 좀비.
범위 내의 인간과 건물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자폭좀비병의 강화버전을 두 팔로 껴안았다.
본색을 드러내는 엄마좀비.
어깨의 살갗에 파고드는 날카로운 이빨과 따끔한 고통에도 꺼내든 스위치를 누르는 일 정도는 충분히 혼자서도 할 수 있었다.
“뒤를 부탁해요, 알티어 로엔 씨. 전 엄마랑 같이 폭사할게요.”
“…수고했습니다. 차지연씨.”
무전 너머로 울리는 총성과 사람으로 위장한 좀비들이 죽으며 폭발하는 소리를 뒤로한 채, 차지연은 눈을 꼭 감았다.
‘길드장님. 마지막까지 함께 살아남지 못한 건 아쉽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플레이를 했어요.’
‘부디 길드장님은 끝까지 살아남아 만족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시기를 기도할게요.’
마음속으로 최후를 맞이할 각오를 다지던 그때.
그녀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지연아.”
“엄마……?”
“엄마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인간의 피를 마시며 소실되었던 기억의 일부가 되살아나기라도 한 걸까.
가상세계에서 매칭 된 만들어진 관계에 불과하지만, 낯선 얼굴의 엄마가 전한 감정은 진짜 엄마와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차지연은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도 활짝 웃었다.
“괜찮아. 하나도 안 힘들었어.”
강제로그아웃 직전.
폭발이 일어나기 전의 일순간에 차지연이 내뱉은 마지막 말이었다.
[유니크좀비 자이언트 붐버를 격퇴했습니다.] [제 8 공세를 막아냈습니다.]예지수도, 김한나도, 차지연도, 주아영도.
다른 합방멤버들은 모두 강제로그아웃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묵언검객뿐.
‘실수였군요. 그날, 당신을 살려서 보낸 건.’
그녀가 바라던 것은 최강의 적과의 사투였지, 인간의 마음을 부수는 사악한 계략이 아니었다.
바라던 결말을 빼앗긴 플레이어의 분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것이 묵언검객이라면 더더욱.
‘저는 지금 분노를 느끼고 있어요. 분노의 대가는 당신이 치러야만 할 거예요.’
해응응의 동공에 살의가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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