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0)
〈 60화 〉 60 빼박이네
* * *
1.
[국민 여러분 여기는 재난관리청 명월2동 경보통제소입니다.] [몬스터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현재시각 명월2동 313게이트의 폭주로 인해 대량의 몬스터가 지상에 리스폰되고 있습니다.] [본 경보가 울릴 땐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가까운 지하대피소나 실내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아나운서의 긴박한 목소리.
야심한 새벽이라 거리를 지나다니던 행인은
없다시피 했기에 불행 중 다행이었다.
“저희 이제 어떡합니까?”
“외벽 계속 지켜야 됩니까?”
경비대장이 이를 악물었다.
“시발. 내 미적미적 공략 미룰 때부터 알아봤다. 현 시각부로 실탄사용 및 중화기사용을 허가한다.”
“옙!”
“1조 2조는 입구 지키고 나머지 조는 거리로 리스폰되는 몬스터들 요격해. 협회지원팀이 파견되기까지 15분만 버티면 된다.”
지시를 따라 거리로 뛰쳐나오는 경비병들.
“각자 할당구역으로 산개해!”
“일 생기면 바로 지원 요청하고!”
조장들의 지시 하에
각자 구역을 나누어 흩어지는 가운데.
눈가에 시퍼렇게 멍이 든
경비병 최호필이 두 눈 가득 독기를 품었다.
“그 개 같은 편의점. 너흰 뒤졌다 진짜.”
점원한테 치근덕거리다가 개망신을 당하고
볼썽사납게 쫓겨난 이후.
명호길드 부길드장에게까지 보고가 올라가
그 악독한 김창식에게 찍혀서
전치10주 진단이 나올 정도로 얻어터진 뒤.
붕대를 다 풀지도 못한 몸으로
두 달 만에 간신히 업무에 복귀했다.
조장진급을 코앞에 두고
잘나가는 경비 2조 대신
밑바닥 경비4조로 추락한 그는
출세가도에서 밀려난 끈 떨어진 연 신세.
그 망할 편의점이 망하는 꼴을 보지 않으면
도저히 성이 풀리질 않았다.
“4조 조원 최호필. 조장님께 담당영역 전환을 신청합니다.”
“이 새끼가 지금 소풍 나왔어? 시키는 대로 뛰기나 해!”
“병원에서 갓 퇴원해서 멀리 뛰기가 힘듭니다. 이쪽 대로변 순찰루트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4조 조장은 욕설을 내뱉으며
그가 바라는 대로 순찰영역을 바꿔주었다.
변경요청까지 받은 마당에
자칫 조원이 사망했다간
인사고과에 강력한 페널티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됐어.’
최호필은 노리던 영역을 손에 넣었다.
그의 순찰구역 내에서는
이제 비상호출과 지원요청을 하기 전까지는
다른 길드원들은 얼쩡거릴 일도 없다.
그가 몬스터 몇 마리가 새는 모습을 무시하고
우연히 그 방향이 편의점 쪽이며
난리 통에 비명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하면
그깟 편의점은 하룻밤 사이에 직원이 죽고
가게는 쫄딱 망할 수 있다.
출세가도가 막힌 이자까지 두둑히 쳐서
제대로 앙갚음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 그 알바생이 목숨을 구걸한다면 한 번쯤은 즐길 수도 있겠지.’
최호필의 눈이 욕망에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2.
이해찬은 초조함을 느꼈다.
“당장 불 꺼요.”
“네?”
“여긴 게이트 코앞이잖아. 지상에 리스폰 되는 몬스터들이 어디에서 제일 먼저 나오겠냐고.”
주아영은 뒤늦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셔, 셔터부터 내릴게요.”
“간판은!”
“아.”
24시간 연중무휴 간판도
오늘만큼은 사람이 아닌 몬스터들을 위한
상시오픈 무료 나눔 뷔페가 된다.
심지어 몬스터의 주된 공격대상은
뭐든 눈에 띄는 것.
환한 빛이 들어오는 편의점이라면
1순위 공격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불 껐어요!”
“다들 손전등 하나씩 들고 손바닥으로 조명부분 가렸다가 필요할 때만 손바닥 열어서 써요. 이렇게. 알았죠?”
“저, 저기! 밖으로 나가시면 안 돼요!”
“간판 불도 내렸어요?”
“그건 전원으로 키고 끄는 게 아닌데…”
“그럼 부숴야죠.”
이해찬이 계산대 위에 캠코더를 올려놓고
어깨에 짊어진 더플 백을 그 옆에 펼친 뒤,
가방에서 진검 한 자루를 꺼냈다.
“이거만 지키고 있어줘요. 금방 돌아올 테니.”
멋있게 등을 보이며 편의점을 나온 이해찬.
그는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이 정도면 반했겠지? 솔직히 내가 봐도 방금 나 좀 멋있는 듯.’
모름지기 미녀 앞에 서는 남자는
시도 때도 없이 자아도취에 빠지기 마련.
하지만 이해찬이 흠뻑 빠진 미녀는
일반적인 미녀와는
근본부터 다른 무림인이었으니.
딸랑딸랑
“나오시면 안 돼요. 밖은 위험… 응?”
재난상황에 준하는 공습경보를 듣고도
두려움을 느끼지도 않았는지
한 손으로 사다리를 들고 나온 미녀, 해응응.
간판 앞에 사다리를 대고
주섬주섬 올라가면서도
이해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내가 예상했던 그림은 이게 아닌데, 하고.
쨍강 쨍강
검손잡이로 망치질을 하듯이 간판을 깨자
100m 밖에서도 환히 보이던
편의점간판의 불이 꺼졌다.
“이제 안에 들어가 계세요. 진짜 위험… 아니 시발 저건 또 뭐야?”
간판은 깼는데, 문제는 도로에 있었다.
대로 저편에서부터 형광도료로 칠해진 화살표가
편의점 주변까지 이어져있는 것이 아닌가.
멀리 어둠 속에서 그들을 염탐하던
명호길드 경비4조 조원 최호필이
썩소를 지으며 몸을 숨겼다.
‘내 혹시나 이럴까봐 작업을 쳤지.’
웬 더럽게 호쾌하게 생긴 녀석이
여자 앞에서 잘 보이려고 발 벗고 나섰지만
간판의 불은 꺼도
길바닥의 형광도료까지 들어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게 안도하던 그때,
남자를 제치고 기다란 무언가를 든 여자가
형광도료 앞까지 걸어 나왔다.
스윽
보폭을 벌리고 하단세로 드리운 무기로
지면을 노려보는 자세는
아무리 봐도 땅을 깨부수려는 것처럼 보였다.
‘미친. 저걸 깨겠다고? 허세지. 백 퍼 허세야!’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공포심을 부르는
심상치 않은 기세의 여자.
말도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저러다 진짜 땅이라도 엎어버리는 건 아니냐고
긴장 때문에 손에 땀을 쥐던 그때.
“아니 뭐하세요? 얼른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시라니깐. 여긴 저한테 맡기고 빨리.”
이해찬의 재촉에 멀뚱멀뚱 눈만 깜박거리다가
검을 거둔 해응응이 편의점으로 물라났다.
‘와, 씨, 무슨 자세만 잡는데도 이리 긴장감이 들어. 저거 각성자 아니야?’
그래도 저쪽은 기껏해야 두 사람.
반면에 인이어 이어폰으로 들리는 무전에 따르면
리스폰 된 몬스터들의 추정개체수만 무려 3천.
그것도 3분 사이에 나온 물량만 이 정도다.
‘드디어 미끼를 물었구나!’
때마침 백 마리는 우습게 넘어 보이는 물량이
형광도료를 따라 대로를 질주했다.
등장한 몬스터는 늪지대의 리자드맨.
[대집단] 단위로 몰려다니는 특성에 [무기술]을 전문적으로 구사하며 [변칙성]으로 돌발상황을 자주 만들고 [엘리트]몹의 발현빈도 또한 대단히 높은최하급 F랭크 기준으로
3랭크에서 4랭크 상승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C랭크에서 B랭크를 오가는 몬스터.
저깟 편의점을 단 둘이서 지키기에는
터무니없이 강한 몬스터 대집단이다.
‘꼴좋다. 그러게 벌리랄 때 벌렸으면 얼마나 좋아. 나만 좋은 것도 아닌데 말이야. 어?’
어차피 죽을 처지,
마지막 가는 길에 똥폼이라도 잡고 싶었는지
여자를 뒤로 물린 남자가 홀로 앞장섰다.
‘병신 같은 보빨충 새끼. 빨리 칼침이나 맞고 자빠져. 비명이나 지르다가 뒈지라고!’
속으로 저주나 다름없을 악담을 퍼붓던 그때.
최호필의 계획에는 없던 일이 벌어졌다.
한 명뿐인 남자가
엄청난 속도로 리자드맨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일반인을 명백히 상회하는 실력.
‘웃기지 마! 저 새낀 또 어디서 튀어나온 뭐하는 새낀데 혼자 날뛰고 지랄이냐고!’
국뽕검사 이해찬이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3.
2047년 상반기 스트리머 검술대회 1위
2048년 하반기 스트리머 검술대회 1위.
2049년 하반기 스트리머 검술대회 1위.
쟁쟁한 정상급 피지컬 스트리머들 사이에서도
3년 연속 부동의 1위를 고수하는
검술 하나로는
명실상부 현역 스트리머 최강자나 다름없는
국뽕검사 이해찬.
‘실전에서도 이게 되는구나.’
이해찬의 눈과 손, 발이
전장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며 움직였다.
‘소드 오브 엠페러의 고증이 뛰어나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잘 통할 줄이야.’
국뽕검사 이해찬의 스트리머 데뷔게임이자
오늘날의 그를 있게 만들어준
가상현실검술게임 .
어시스트 액션에 의존하는
어설픈 플레이어들과 달리
검술스킬을 실제 몸으로 구현해내는
‘체화’를 완벽하게 달성하기로 유명한
이해찬의 진가가 실전에서 발휘되었다.
‘이 정도면 이깟 도마뱀인간들은 몇 마리가 몰려와도 무섭지 않아.’
여덟 개의 보법과 여덟 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져
어떤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알려진
연환계 최상위검술
체력만 뒷받침된다면
다수의 적을 상대로 하는 난전에서
특히나 효율이 좋은 이 검술은
삽시간에 열댓 마리의 리자드맨을 쓰러뜨리며
이해찬의 검술경지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크르륵”
“케륵”
쇳소리를 내며 주변을 포위하려 드는 리자드맨.
그러나 이해찬은 포위를 허락하지 않고
한쪽 벽을 등진 채
서서히 좁은 골목으로 리자드맨들을 유인했다.
“옳지. 이리로 따라와라, 멍청한 놈들아. 편의점에 눈 돌리지 말고.”
편의점.
그 말에 돌연 리자드맨 한 마리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더니
불이 꺼진 편의점을 발견하고는
샤아아, 하는 혓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저 새끼, 방금 내 말을 알아들은 건가?’
등줄기가 절로 오싹해졌다.
사람 말을 알아듣는 몬스터라니.
‘그래, 들어본 적이 있어. 동급대비 지성이나 힘 따위가 월등히 높은 엘리트몹이 존재한다고.’
녹색 피부의 헐벗은 다른 리자드맨들과 달리
가죽옷에 검까지 찬 엘리트몹은
부하들 중 일부를 편의점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야, 이 미개한 도마뱀 새끼야! 엄길동주택청약담보대출처럼 생겨먹은 주제에 꼴에 권력 좀 잡았다고 대장 노릇 하니까 좋냐?”
사람 같으면 이게 뭔 해괴한 소리냐며
코웃음을 칠 도발.
그러나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몬스터들은
이해찬의 도발에 담긴
조롱과 멸시의 감정을 읽고는
세로로 갈라진 눈동자가 선처럼 가늘어지도록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샤아아!”
엘리트 리자드맨의 외침과 함께
이해찬을 향해 우후죽순 몰려드는 리자드맨들.
리자드맨들은 수가 많았지만
좁은 골목에서 많아봤자 두세 명씩 달려들며
의 이점을 살리지 못했고
그들의 위험도가 올라가는 원인인
뛰어난 또한
이해찬의 연환64검을 넘지 못했으며
특유의 마저도
그의 도발 앞에 무용지물이 되었고
유일한 변수가 될
몬스터도 근접전투 특화가 아니었다.
촤아악━
─철퍽
핏물에 잠긴 골목길.
서른 구가 넘는 리자드맨의 시체를 딛고
당당하게 우뚝 선 이해찬.
‘헉, 헉. 더럽게 힘드네.’
그는 극심한 체력소모에 시달렸다.
‘리얼모드로 게임할 때보다 더 힘든데. 하긴, 여긴 현실이니까 당연한가?’
리얼모드로 게임을 하더라도
진행내역에 따라 신체능력증진 따위의
패시브 스킬에 의한 보정효과를 얻는 경우는
심심찮게 존재한다.
스킬 하나 없이 쌩몸으로 다 쓸어버리는
묵언검객이 괴상한 거지, 그가 부족한 게 아니다.
‘멍청한 생각이나 하기는. 정신 차려, 이해찬. 쓸데없는 힘이 너무 들어갔어.’
현실에서 몬스터를 베는 건 처음인지라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몸의 긴장도를 너무 높여버렸다.
“개미새끼들도 아니고 숫자만 더럽게 많네.”
그나마 다행이라면
리자드맨들도 공세가 주춤하며
호흡을 가다듬을 여유가 생겼다는 점일까.
“샤샤샤.”
골목길의 에어컨 실외기 위에 올라서서
그의 모습을 줄곧 주시하던 엘리트 리자드맨이
돌연 그를 비웃기 시작했다.
챙.. 챙…
귓가에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
병장기가 부딪힐 때 나는 특유의 소리였다.
“너 이 자식, 설마!”
“샤샤샤.”
골목길에 모든 몬스터가 몰렸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적의 숫자가 많았기에 일어난 착각일 뿐.
그가 보지 못하는
골목길 저편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설마 그 여자가?’
겁도 없이 사다리를 들이밀지를 않나
우산 하나를 들고 얼쩡거리던
묵언검객과 같은 매화향을 품은 여자.
그 사람이 틀림없다.
이해찬은 몬스터들을 속여
골목길로 유인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엘리트 리자드맨이 그를 속여서
편의점으로부터 그를 떼어놓은 것이다.
“이 버러지 같은 도마뱀 새끼가! 당장 개수작 집어치우고 나한테 덤벼. 나한테 덤비란 말야!”
“샤샷. 샤샤샷.”
막무가내로 달려들다가 죽어나가던
리자드맨들의 지금까지의 돌격패턴과 달리.
엘리트 리자드맨이 지휘에 나서자
골목길에 들어온 리자드맨들이 검을 집어넣고
일제히 등 뒤에 맨 창을 꺼내 전면을 겨냥했다.
돌파해야만 하는 좁은 공간.
찌르기에 특화된 긴 사거리의 무기.
수를 헤아리지도 못할 대집단.
이해찬이 무용지물로 만들었던
리자드맨들의 강점이
한 여자와 편의점의 위기만으로 180도 뒤집혔다.
‘이 새끼들, 일부러 날 끌어내려고 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이토록 일사분란하게 무기를 전환하며
기세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리자드맨들이
탁 트인 평지에서
여자 한 명을 쓰러뜨리지 못하는 건
말이 되질 않는다.
초조함을 견디지 못한 그가
손목에 찬 스크린폰의
각성자협회 긴급지원 어플리케이션을 돌아봤다.
[협회 소속 길드원이 현장에 향하는 중입니다.] [파견 각성자 코드네임 거미인간(C), 사마귀인간(C)] [도착예정까지 남은 시간 7분 39초]7분이면 바깥의 여자는커녕
이해찬 본인도
무사할지 장담할 수 없는 시간이 아닌가.
“미친 세금도둑 새끼들. 7분은 너무하잖아.”
그렇다고 이대로 한가하게 푸념이나 하다가
제 한 목숨 살아보자고
비겁하게 골목에 틀어박힐 수는 없었다.
“가상현실게임 스트리머는 말이야. 연중무휴에 매일같이 몸을 쓴다고. 이 정도로는 눈 하나도 깜빡 안 해, 이 새끼들아!!”
어째서인지
그의 머릿속에 묵언검객의 방송을 보며 겪었던
1 대 다수의 난전상황들이 떠올랐다.
화려한 스킬빨이나
동화율로 찍어 누르는 사기 플레이가 아닌
실력 하나로 임하는 철저한 진검승부.
그 요령과 묘리가
아주 조금이나마 묻어나기 시작했을 때.
리자드맨들의 창은
더 이상 그에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내밀어진 창대를 칼로 쳐내 뒤엉키게 만들고
노출된 다리를 걷어차 꺾으며
제압한 적을 방패삼아 단숨에 베어내는 적들.
“허억, 허억!”
리자드맨들의 시퍼런 피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친 창에 생겨난 붉은 피로
얼룩덜룩 물들어버린 소매로
눈 주변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낸 이해찬.
손에 쥔 엘리트 리자드맨의 수급을 내던지며
그가 골목길 밖으로 걸어 나왔다.
‘늦었다.’
나오기 전부터 각오는 했다.
밖에서 들리던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끊긴지도 5분이 지났다.
괜한 허세 따위는 집어치우고
차라리 여자들을 데리고
편의점에서 도망쳐야 했는데.
시체의 눈이라도 감겨줄 작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그에게
눈부신 빛이 덮쳐들었다.
“윽!”
“언니, 사람한테 손전등을 겨누면 어떡해요?”
언니라니.
이 목소리는 점원이 아니었나?
눈살을 찌푸리며 눈을 가늘게 뜨자
꺼진 불빛 너머
가로등에 비치는 두 여자의 모습 뒤로
자신이 골목길에서 벤 것보다
두 배는 더 많은 몬스터들의 주검이 보였다.
‘빼박이네.’
이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무슨 피크닉이라도 나온 것처럼
피가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빙그르르 돌리며
손장난을 하며 이쪽을 바라보는 여자.
그 무심한 시선과
쓸려나간 몬스터들을 감안하면
이 여자, 아무리 생각해도 묵언검객 본인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