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37)
1.
튜닝의 끝은 순정이지만 커리어의 끝마저 순백으로 하얗게 망치고 싶어 하는 경력자는 없다.
“그래서 쫄보마냥 발을 뺐어요?”
“넌 내가 죽어야 성이 풀리냐? 점핑레빗 그거 봐봐라. 전문 고인물들도 죽을 쑤는 마당에 개사기 무공빨로 깼잖아.”
“형도 하려면 할 수는 있잖아요.”
“헤비쿠커는 어떻고. 그게 피지컬만 된다고 깨지는 게임이디?”
“헬즈 쇼핑호스트는 피지컬로 깨던데요?”
“그건 그러네. 근데 그렇게 하기 싫어. 대요괴급 트라우마면 이제 묵언검객 플레이보고 마선이 생겼는데 난 그거랑 1 대 1 맞다이 뜨고 싶지 않아.”
스피드마스터는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묵언검객과의 내기를 포기했다.
“현실적이네요. 형이라면 안 그럴 줄 알았지만.”
엄길동은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스피드마스터의 실력을 믿은 건 아니고 그가 묵언검객과 대결을 하느라 자연스럽게 헬세살까지 플레이하는 묵언검객을 볼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토스트를 냠 한입 베어물고 우물거리던 엄길동이 발을 동동 구르며 기쁨의 감정을 드러냈다.
“한입 준다는 말도 안 하냐?”
“돈 많은 사람이 왜 이러실까.”
“남의 음식이 원래 맛있어.”
“SNS에 일러야겠다. 반요곡 히든루트 깨야 할 사람이 여기서 놀고 있다고.”
“치사하긴. 안 뺏어 먹고 말지.”
냠 한입을 또 맛깔나게 먹어치우는 모습에 스피드마스터는 군침이 감도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어디서 샀냐 그거?”
“객잔에서요.”
“객잔에서 토스트를 왜 팔아?”
“몰라요. 편의점에서 파는 거 객잔에서도 다 팔던데요. 이번에 편의점 하나 합병했대요.”
“대기업이 하는 짓이 늘 그렇지 뭐.”
“그러게요. 대기업 스트리머들도 지들 하던 게임 하나에 만족 못하고 여기저기 문어발처럼 다리 뻗다가 히든루트도 방치하고 그런다던데 참 너무하죠?”
진짜 얄미워죽겠네.
주먹을 바들바들 떠는 스피드마스터의 눈에 플라스틱 식탁 위에 깐 휴지 한 장과 그 위에 빼놓은 오이조각이 들어왔다.
“야, 저기 묵언검객 매드무비 나온다.”
“어휴 저 지겨운 것. 그거 알아요? 저 반요곡 엔딩공략 했을 때 매드무비만 시청자들하고 같이 300번 보다가 포기한 거. 응? 근데 없는데요?”
“너 돌아보니 끝나더라. 나 먼저 간다.”
“집으로 바로 가세요, 형. 괜히 지나가던 불량마망검객한테 걸려서 헬세살 내기 언제 할 거냐고 재촉당하지 말고.”
뒤도 안 돌아보고 매정하게 떠나는 스피드마스터.
사람 참 칼같네.
냠 하고 또 한 입 토스트를 베어 물었던 엄길동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아 형!”
테이블에 올려둔 휴지를 손가락에 문지르며 전리품처럼 들어 보이는 스피드마스터.
닉값 하는 속보로 잽싸게도 달아나는 뒷모습에 엄길동은 치를 떨었다.
“선빵은 형이 먼저 날린 거야.”
자연스럽게 입으로 가져가던 토스트를 차마 입에 넣지 못하고 내려놓은 엄길동.
그의 눈에 원망어린 독기가 맺혔다.
2.
무림비망록.
묵언검객의 전설의 시작점이자 장삼단봉 어르신의 설교로나 듣던 미지의 무협게임.
사람들은 무림비망록의 출시날짜만 손꼽아 기다렸지만 애석하게도 브이튜브에는 표시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하루 뒤에 열리는지.
일주일 뒤에 열리는지.
한 달, 아니면 일 년이 걸리는지.
기약조차도 없는 표시에 끓는점이 낮은 악질시청자들부터 성을 터뜨렸다.
-이거 오픈 언제함?
-술시에 한다네요
┖술시가 뭔데 씹덕아
┖술 땡기는 시간 아님?
-아 오픈만 하면 무림고수 되고 존나 재밌게 즐길 텐데 이게 오픈을 안 해서 실력을 못 보여주네;
┖이런 놈 특징 : 오픈하면 조용해짐
┖존나 재밌어서 그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 즐기느라 채팅 칠 시간 없다고
-술시에 오픈하면 어쩔건데 니들 막상 겜 시작하면 무림인 아니라서 양민학살 당하잖아
┖수귀자폭병 텐련아 이새낀 반요곡도 끝났는데 어디서 기어 나오고 야랄이야!!
-그래서 술시가 뭐냐고!!
-우리끼리 떠들어봤자 결론 안 나옴
-ㅇㅇ 묵언검객한테 물어보자
해응응이라고 답을 알 리가 없었지만 악질시청자들은 무작정 해남파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그래서 오픈일자를 알려달라는 시위가 열렸다고?”
“예. 틀림없이 확인했습니다.”
“미친 것들이 그걸 왜 우리한테 와서 난리야?”
이소혜는 어이가 없었다.
엄한 곳에 와서 화를 내는 것도 유분수지, 이건 숫제 엄길동이 방송을 막해서 화가 나니까 묵언검객한테 따지는 꼴이 아닌가.
“이놈들은 목숨이 뭐 두 개라도 되나?”
묵언검객이 아니라 악질시청자들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이소혜!
길드장이야 원체 멘탈도 튼튼하고 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다니는지라 이런 소란이 귀에 들릴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문도들 풀어서 해산시킬까요?”
“미쳤어? 9시 뉴스 올라갈 일 있게? 시위허가 받았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경찰서에 연락해. 이럴 때 귀찮은 일 대신 하라고 경찰들 남겨뒀잖아.”
“아아. 관아 놈들은 힘도 더 약한데 뭐 하러 살려두시나 했더니 그런 깊은 뜻이 있으셨군요!”
우지우의 비서실 직원이 하는 말에 이소혜는 참 어디서 지 같은 부하들만 데려왔다고 생각했다.
“어? 잠깐만요. 이것 좀 보셔야겠습니다.”
“또 뭔데. 시위대가 어디서 각성능력이나 무공 좀 배웠다고 객잔에 무전취식이라도 해보려다가 두들겨 맞고 있어?”
“그건 10분 전부터 얻어맞고 있고 제가 보여드릴 건 다른 겁니다.”
비서실 직원의 노트북 화면을 본 이소혜는 직원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느꼈다.
오늘(1) ━━━
무림비망록.exe┃응용 프로그램┃시미럴 사
━━━
당장 저 밖에 시위대들이 찾아헤매는 게임이 버젓이 노트북에 깔려있다.
“이게 왜 여깄어?”
“저도 모르는 일입니다.”
“너 뭐야. 마선 분신이야?”
“진짜 아닙니다!”
“마선 개새끼 해봐.”
“마선 개새끼!”
“그럼 게임은 어디서 났는데?”
“그걸 저도 모르겠어서 보여드린 겁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실행해볼까요?”
“미쳤어? 너 장삼단봉 어르신 수다 안 들었어? 게임 한 번 잘못 실행했다가 게임에 납치된다고.”
이건 그녀 선에서 감당할 일이 아니었다.
경험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해남파에 무림비망록을 겪은 사람은 단 두 명뿐.
“백소천 내원주님. 어떻게 하면 될까요?”
“내게 가져온 건 잘한 판단이었네.”
백소천은 이소혜의 올바른 대응을 칭찬하며 마우스커서를 쥐었다.
“간단한 해결책이 있지.”
[무림비망록을 삭제합니다.] [휴지통을 비웁니다.]“아아앗!! 그걸 그냥 지워버리면 어떡해요!!”
“이런 만악의 근원 따위, 없애버리는 편이 낫다.”
“반요곡의 후속작이잖아요!”
“진입한 플레이어의 대부분이 아직까지도 무림에 갇힌 게임이기도 하지.”
무림에 대한 어설픈 환상이 심어진 이들은 천하제일인 해응응의 무공만 보고 무림을 꿈과 낙원의 도원향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그곳이 어떤 인외마경의 지옥인지는 직접 겪어본 이들만이 알 수 있다.
“그래도 저흰 각성자 아니면 무림인이잖아요. 기본스펙이 있는데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무림에는 장문인보다 더한 고수들도 있다.”
“!!”
“어설픈 마음가짐으로 들어갔다간 네 실력으로도 살아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거다. 목숨을 건져도 돌아올 수 없는 신세가 되기도 하겠지.”
백소천의 대응이 엄하기는 해도 올바른 선택이라는 사실은 느낄 수 있었다.
길드장님도 마음고생을 단단히 했던 세계이고 까딱 잘못하면 장삼단봉 어르신처럼 클리어 불가능한 미션에 발이 묶여서 영영 무림에서 살게 된다.
최신게임도 배달음식도 냉난방도 냉장고도 없는 원시중원에서 생을 마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기연만 잘 만나면 되지 않을까요?”
“큰일 날 소리만 골라서 하는군.”
무림에 대해 알만큼 아는 이소혜의 입에서도 이런 소리가 나오니 일반인의 반응이 어떨지는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기연은 선인만 골라서 얻나?”
“아.”
“애초에 무림비망록은 반요곡의 정식후속작이 되었다. 반요곡에도 널 해칠 수 있는 강자가 수두룩한데 무림비망록은 어떨 것 같나.”
기연에 눈이 멀어 자신이 얼마나 철없는 소리를 했는지를 깨달은 이소혜.
그녀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원주님 안보여 드렸으면 저 지금쯤 그 게임 실행하고 벌써 무림 도착해있었을 것 같네요.”
그래도 이걸로 일단락은 되었겠지.
안도하는 두 사람에게 노트북을 가져다줬던 비서가 더욱 사색이 된 얼굴로 스크린폰을 펼쳤다.
“아직 안심하기엔 이른 것 같습니다.”
[무림비망록.exe 이거 뭐하는 파일임?]-용량이 안 잡히는데
-해킹프로그램 아니야?
-실행해보니까 게임캐릭터 생성화면 뜨는데
-너도 있음?
-나만 있는 거 아니었네
포럼 개념글에 하나 둘씩 떠오르기 시작하는 무림비망록 게임에 대한 목격담.
백소천은 깨달았다.
장문인과 자신이 겪었던 경솔함을 수많은 이들이 실시간으로 반복하고 있음을.
“이소혜. 당장 빛의 정령을 꺼내서 장문인께 전하게. 무림비망록의 플레이어 납치가 대대적으로 시작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