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89)
1.
TNT 본인도 자신이 설마 도주를 택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애초에 자신이 있었다.
━파지직.
12초를 넘어서 60초 뒤의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예지능력이 발동하기 전까지는.
-우선은 인사부터 시작해볼까요.
가뜩이나 얼굴을 마주했을 때부터 제대로 조졌다는 불길한 감각을 떨칠 수 없었던 묵언검객이 예지된 시간 속에서 권능을 발현했다.
요괴들이 사라졌다.
정확히는 주인의 영혼으로 되돌아갔다.
-당신은 혼을 연료로 삼는 이계의 성좌 특유의 기술을 쓰더군요. 하지만 혼은 한 가지 방법으로만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영혼들의 원한을 매개체로 삼아 그들의 힘을 자신과 합일하였던 대요괴 토벌전에서의 필살기.
요괴왕으로의 진체를, 미래의 힘을 빌려와 각성하였던 최강의 대요괴를 상대로 대등 그 이상, 조금의 시간만 더 허락되었다면 단독승리마저 얻을 가능성이 있었던 기술이 바로 만백공묘였다.
혼을 다루는 최고위 기술이 재현되었다.
단지 합일에 사용되는 감정만이 달라졌다.
충심.
오직 충성심 하나만으로 뭉친 묵언검객의 군단은 혼령으로 돌아온 상태에서도 그들의 결속의 단단함을 보여주었다.
TNT의 블록은 만백공묘로 힘을 얻은 묵언검객이 검을 한 번 흩뿌리자 모조리 얼어붙었다.
‘만백공묘가 있는 한, 내게 승리는 없다.’
예지 속의 TNT는 그렇게 한 차례 죽음을 맞이했다.
“…!”
예지가 끝났다.
오싹한 공포심.
그 뒤로 찾아오는 죽음을 피했다는 희열.
TNT는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삼았다.
만백공묘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다음번에는 그 기술을 피해 공략할 수 있겠지.
그의 머릿속으로 빠르게 작전이 떠올랐다.
진명을 회수하는 것을 저지하자.
우선 이 자리에서 달아나면 도원향 인근의 요괴들이 즉시 회수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파지직.
그렇지만 그가 을 사용하기 무섭게 예지가 그를 뒤따라왔다.
쩌저정!
공간이 좌우로 갈라지며 뚝 떨어져나간다.
혼돈의 틈새 너머로 뒤를 쫓아오는 묵언검객.
-방금… 공간을 벤 거냐?
-능력과 격이 충분함에도 실현하지 못한다면 흔들림 없는 믿음을 관철할 자기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제게는 확신이 있어요. 당신은 어떻죠?
-그게 무슨 미친 소리야. 인간이 공간을 베는 건 이상하잖아!
-그렇군요. 그게 저와 당신의 차이에요.
공간이 갈라질 때부터 묵언검객이 선 자리에 를 전개했던 TNT.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절대로 밀릴 리가 없었을 테트리스 필드가 묵언검객의 참격에 베이며 깎여나갔다.
만백공묘는 플레이어의 다양한 경험으로 그 작동원리와 파훼법을 간파라도 할 수 있었다.
요괴들을 흡수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지거나 묵언검객이 없는 틈에 다른 요괴를 전멸시키면 된다.
본래 이것은 고민할 필요도 없는 사안이었다.
도원향의 옥좌를 부순다면 고유영역의 힘으로 탄생한 잡귀들 따위는 순식간에 소멸할 테니까.
계획은 적의 강함으로 인해 어긋났다.
도원향의 3대장이 너무나도 강하고 또 부기걸이 예상치 못한 강함으로 옥좌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백령신군, 사생아왕, 3대 요괴왕.
그리고 부기걸.
이들과의 교전에 걸린 시간이 길어진 탓에 현실지구에서 이블아이 신웨이가 목숨과 맞바꾸어 번 시간을 허비하고 만 것이다.
‘헌데 어찌하여 공간이동으로 도망친 좌표를 정확히 쫓아올 수 있었지?’
어쩌면 묵언검객은 공간이동의 궤적을 꿰뚫어보는 강력한 권능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감각링크를 통해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그녀는 이라는 기묘한 사술로 적의 생각이나 심리, 다음 공격초식이나 스킬, 그 궤적과 위력을 펼쳐지기도 전부터 미리 읽어내기도 했으니까.
‘묵언검객이 쫓아올 수 없도록 다중 공간이동을 펼쳐야한다. 쿨타임이 긴 권능을 사용하기 아깝다고 아껴서는 안 돼.’
예지 속의 TNT는 그렇게 두 번째 죽음을 맞이했다.
예지에서 깨어난 TNT는 공간이동의 권능을 발현하며 그 즉시 또 다른 권능도 사용했다.
15각형의 악마의 테트리스필드 권능조차도 영혼의 재수급 없이 15만 줄의 블록을 격파하면 죽음에 이르는 제약이 있다.
복원은 간단하지만 강력한 효과를 지닌 대신, 재사용을 위해서는 무려 10억 단위의 영혼을 성좌에게 다시 바쳐야만 했다.
사실상 두 번은 사용할 수 없는 힘!
하지만 공간도약을 이중으로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은 그의 도주에 크게 힘을 실어주었다.
더 플래시맨의 공간도약 권능은 미니맵의 이웃한 맵의 특정장소로 이동하는 권능이기에 묵언검객의 추적이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권능설명 내역에서 ‘모니터의 끝을 넘나들 시’로 규정되는 이동 도중의 순간에 재차 공간도약을 펼치면 그 위치를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공간이동 도중에 뚫린 작은 구멍을 찾아 뒤를 쫓는 것은 바늘구멍에 넣는 실 사이에 뚫린 더욱 작은 구멍을 손끝으로 감지해 실을 꿰는 것과 같으니까.
“살았다.”
이중공간도약을 펼친 뒤에야 TNT는 깨달았다.
예지가 발동하지 않음을.
묵언검객이 자신의 추적에 실패했음을.
“여기까지인가?”
모든 것을 건 기습조차도 실패했다.
묵언검객은 이제 두 번 다시 영혼을 자유롭게 풀어두지 않을 것이다.
모든 혼을 거두고 언제든지 를 펼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겠지.
도원향을 지키는 전력도 지금 이상으로 강해질지도 모른다.
반요곡의 그 삼대장보다 더욱 강한 존재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한 차례 그를 저지하는데 성공한 부기걸이 남아있고, 또 다른 전력들도 있으니까.
‘플레이어. 그중에 재능 넘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심지어는 각성자들도 있지.’
심지어 이블아이마저도 죽었음이 확실시 되는 증거가 지금 그의 눈앞에 떠오르고 있다.
[의 성좌가 당신에게 권능을 하사하길 원합니다.] [의 성좌가 당신에게 권능을 하사하길 원합니다.] [의 성좌가 당신에게 권능을 하사하길 원합니다.]사도가 죽지 않았다면 저 많은 성좌들이 뒤늦게 자신에게 힘을 더할 리가 없다.
이블아이가 없는 이상, 이제 묵언검객은 자신만 해결하면 된다.
메탈드래곤이 뭐하는 놈이고 얼마나 강한지는 궁금하지도 않다.
어차피 묵언검객과 마주하는 순간이 끝이다.
녀석은 지구인이 외계에 맞설 무기인 캡슐을 무용지물로 만들 기믹을 지녔을 뿐인 존재.
본신의 강함이 묵언검객보다 대단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존재이니까.
남은 대적자가 자신밖에 없으니 현실의 강력한 각성자들도 이제는 자신을 쫓을 것이고, 결국은 어떻게든 찾아낼 것이다.
어쩌면 캡슐 밖을 나서는 순간이 자신의 최후일지도 모른다.
이 모든 정황을 고려하면 도원향의 옥좌를 지키는 전력은 사실상 이블아이를 죽이고 현실에서 자신을 찾는 이들을 제외한 인류 전체의 전력이나 다름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니, 포기하기엔 아직 일러.’
그에게는 새로운 성좌들이 가세했다.
이들의 성좌능력을 더욱 조합하면 부기걸을 단숨에 돌파하고 옥좌를 부술 콤보를 깨우칠지도 모른다.
어쩌면 저 묵언검객에게조차 유효한 수단이 나올지도 모른다.
‘아니, 잠깐만. 이 권능은?’
TNT는 순간 엄청난 발상을 떠올렸다.
자신의 예지능력에 퍼펙트챌린지를 걸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는 곧 답을 깨달았다.
예지를 볼 수 있다.
60초의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묵언검객에게 도전하는 예지를.
직전의 예지의 정보를 토대로 정보력이 향상된 채로 침공을 재개하는 자신의 미래를.
‘이거다!’
자신이 아직 사용하지 않았던 성좌들의 권능도 예지 속의 자신이 대신 사용한다.
권능의 상세한 효과를 미리 엿보고 그것이 어떻게 가로막혔는지 데이터를 얻었다.
각 권능의 연계발동의 실효성은 물론이고 어떤 콤보에서 묵언검객이 어떻게 응수하는지 ‘파훼식’을 답안지처럼 미리 훔쳐보고 그것을 방해할 수 있다.
-?
43번째 예지에서 묵언검객이 고개를 갸웃했다.
-기묘하네요, 당신.
125번째 예지에서 묵언검객이 반응을 보였다.
-신기하군요. 처음 개발한 무공조차도 이미 겪어본 것처럼 능숙하게 회피하다니.
879번째 예지에서 묵언검객이 감탄했다.
조금씩 묵언검객에게서 살아남는 시간이 늘어났다.
희망이 보였다.
60초를 다 버티는 때도 있었다.
어쩌면 먼저 침공을 하고도 이길 수 있을지도 몰라.
조금만 더 시간이 있다면.
조금만 더 예지를 반복한다면.
조금만 더!
희열에 가득 찬 그때, 처음으로 이변이 벌어졌다.
-그래도 여기까지네요.
어느 순간부터인가 묵언검객이 자신을 해치우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59초.
57초.
52초.
거침없이 줄어드는 공략속도.
영문도 모르고 죽어나가던 예지 속의 자신이 어느 순간 이유를 깨달았다.
‘내가 쳐들어가지 않았어.’
묵언검객이 이쪽의 위치를 찾았다.
이중공간도약의 도착점을.
반복되는 예지는 살해당하는 시간이 30초까지 줄어든 뒤에야 답을 찾아내었다.
“성좌권능!!”
당했다.
성좌권능은 독이 든 성배였다.
반복되는 예지마다 능력을 수락하고 쳐들어가서 싸우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던 TNT.
그가 예지를 잠시 풀고 성좌권능을 모조리 수락한 순간부터가 지옥의 시작이었다.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결과는 분명하다.
묵언검객은 성좌권능의 소유자를 추적하고 살해할 수 있다.
이제 자신은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