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80)
〈 80화 〉 80 귀환자와 우승자
* * *
1.
대회당일로부터 시간을 돌려 약 20일 전.
전직 협회 감시C팀 팀장이자
현직 돈 많은 백수.
현대인이 손꼽는 이상적인 직업을 지닌 유민성은 인생에 큰 불만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평화를 만끽하며 조용히 일상을 살아왔다.
분명 안방 침대에서 잤는데 낯선 천장을 보며 눈을 뜨기 전까지는 말이다.
“다, 당신들 뭐야! 협회 각성자를 납치하고도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유민성씨. 기억이 읽히지 않아서 많이 당황하셨죠?”
“설마 마인드리딩 능력을 노리고 날 납치한 거냐? 빌런조직 따위의 협박에는 굴하지 않아!”
“사안이 급해 불법적인 수단으로 모셔온 점은 사죄드립니다. 저희는 빌런조직이 아니라 국가안보국의 안보4실 요원입니다.”
“국가안보국?”
“협회에서 일하시면서 알음알음 저희 쪽 요원들과도 안면을 튼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하시면 그분들에게 신원보증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원거리에서도 상대를 바라보기만 하면
속마음을 읽을 수 있고
자신보다 강한 상대라도
가까이 다가가거나 신체접촉만 하면
능히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빌런조직이 노리기에 딱 좋은 능력이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자신이 아는 요원들뿐만 아니라
이미 죽은 사람의 이름도 섞어 부른 유민성은
이내 이들이 진짜 안보국 요원임을 인정했다.
“당신들 미친 거 아닙니까? 안보국에서 은퇴한 각성자를 납치하다니. 당신네 각성자 요원들은 전부 이렇게 포섭 당했습니까?”
“죄송합니다. 사안이 워낙 특수하고 시급한지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선 이 문서를 보시면 납득하실 수 있을 겁니다.”
[특급정보접근제한 문서] [TOP SECRET] [경고 관계자 이외에는 취급을 금함] [1급귀환자 최덕배에 대한 전속수사관의 수사일지 기록]2035년 1월 1일, 최덕배(무직백수모태솔로, 만32세 남성) 실종
2045년 1월 1일, 이세계에서 최면능력과 성교능력을 얻은 최덕배가 귀환.
2045년 1월 10일, 최덕배와 같은 빌라의 모든 여성 입주민이 최면에 빠져 82건의 성범죄를 당함.
2045년 3월 15일, ■■동 여성 96명이 최면에 당해 성착취 동영상 촬영, 금품갈취, 성폭행 등의 범죄를 겪음. 범죄횟수 약 1000건 이상.
2045년 6월 11일. 국회의원 ■■■의 아내 ■■■가 정신방어 아티펙트의 잔량이 눈에 띄게 감소한 사실을 깨닫고 각성자에 의한 능력범죄를 자각. 국회의원 ■■■의 주도하에 정신계 각성자에 의한 능력범죄조사 착수.
2045년 7월 5일. ■■동에서 이상징후 발견. 남성들의 치정관련범죄 및 여성들의 공연음란죄 범죄가 10000% 이상 급증.
2045년 7월 17일. ■■동 성범죄 전담수사팀 구성.
2045년 7월 25일. ■■동 성범죄 전담수사팀 집단자살사건 발생. 여검사 1명 실종.
2045년 8월 2일. 국가안보국에 의한 비공식 각성자 수사팀 구성.
2045년 8월 5일. ■■동 주민 3.8%가 최면에 걸린 징후가 포착됨.
2045년 8월 6일. 정보요원 ■■■의 ■■■■■■■능력에 의해 최면피해자들의 최면해제작업 착수.
2045년 8월 7일. 신변위기를 느낀 최덕배가 최면피해자들을 동원해 대규모 폭동을 일으킴.
2045년 8월 8일. (열람불가)
2045년 8월 9일. 최덕배 검거완료. 능력규명성공. 진술확보 개시.
2045년 8월 11일. 최덕배가 차원이동당한 판타지계와 지구에 나타난 게이트의 유사성이 확인됨.
2045년 8월 12일. 강화된 최면능력에 의해 각성자의 정신방어가 뚫림. 최덕배 구금시설 탈출. 최덕배 사살명령서 배부.
2045년 8월 14일. 최덕배 사살성공.
2045년 8월 15일. 최덕배를 최초의 귀환자로 지정, 귀환자 관련범죄에 대비할 필요가 있음을 담은 보고서가 제출됨.
2045년 8월 16일. 현장에서 사살된 인물이 최덕배가 아닌 국가안보국 요원임이 확인됨.
2045년 8월 22일. 밀항선으로 도주를 시도하던 최덕배를 저격. 최면에 의한 인식장애에 대비해 밀항선 선상의 민간인 7명과 최덕배 전원 사살.
유민성의 손이 덜덜 떨렸다.
“정말로 이런 일이 가능합니까?”
“보통의 최면능력 각성자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지성체에게는 쉽게 통하지도 않고, 한 번에 최면을 걸 수 있는 인원에도 한계가 있죠.”
“능력사용에 쿨타임도 없고, 제한조건도 없다시피 하면서 위력까지 강하단 말입니까?”
“그래서 귀환자가 위험한 겁니다.”
“설마… 해응응, 그 여자도 귀환자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판명되었습니다.”
“못 합니다.”
유민성이 딱 잘라 선을 그었다.
“그 여자는 살인에 미친 살인병기입니다. 다가가면 반드시 살해당할 거라고요!”
“진정하세요. 모든 귀환자가 전부 범죄에 미친 싸이코패스는 아닙니다. 실제로 저희 안보국이나 협회에 소속된 귀환자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딴 문서까지 보여줘놓고 어떻게 믿으라는 거야! 게다가 난 그 여자의 머릿속까지 읽었다고. 그건 정상적인 인간의 정신이 아니야!”
겁에 질린 유민성이 난동을 부리는 소동이 있었지만 안보국 요원은 노빠꾸로 그의 팔뚝에 진정제를 꽂았다.
하루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이런 식으로는 안보국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이해한 유민성.
그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안보국의 해응응 감시작업을 돕기로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해응응이 C급 각성자 한 명을 모집하고 있으니 이참에 저희 요원들과 함께 지원을 넣어보시죠.”
“전 이미 얼굴이 팔렸습니다.”
“최고의 성형수술의사를 붙여드리죠.”
“그래도 들키면 어떡합니까?”
“성별도 바꿔드릴까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끝내 얼굴과 신원까지 전부 뜯어고친 유민성은
민우성이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묵언검객배 무술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
2.
대회에 참가한 유민성은
의외로 이번 임무가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진행자 주아영.
그녀를 통해서 해응응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회장에서 위험에 처할 걱정도 없었다.
국가안보국 소속 각성자들이
알게 모르게 그를 지켜준 덕분이었다.
앗싸, 언니가 허락했으니까 바로 맵 바꿔야지!
대회장 맵이 변경되는 돌발사태를 겪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히히. 신난다.
점핑레빗은 초보자들이 하면 엄청 죽어나갈 텐데, 선수들도 막 죽어나가겠지? 너무 좋아!
‘저 저 싸이코패스같은 년!’
그 언니에 그 동생 아니랄까봐
주아영의 생각은 읽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그래도 그녀의 정신을 읽는 건
대회장에서 살아남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주아영이 점핑레빗 공략법을 속으로 떠올렸기 때문이다.
점핑레빗 고산의 전설 맵이 실은 산 바깥이 아니라 안에서도 올라갈 수 있다는 건 경험자가 아니면 아무도 모르겠지?
1100층까지 올라가면 설풍의 장막에 막혀서 더 올라가지도 못하니까 공략아이템을 챙겨가야 하는 것도 모를 테고.
쓸데없이 옆으로도 넓은 맵에서 정상이랑 동떨어진 방향의 산봉우리에 공략아이템이 있다는 건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거야!
답안지를 미리 지니고 문제를 푸는 건
엄청난 이점을 지닌다.
외운 답만 적으면 만점을 얻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어디로 가면 됩니까?”
“거기 길을 막은 바위를 위에서 다른 바위를 굴러 떨어뜨려서 깨뜨리면 지하동굴이 나타납니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합니다.”
“이게 무술대회인지 점핑레빗 대회인지 모르겠군요. 아무튼 큰 일 해주셨습니다, 유민.. 아니 민우성 씨.”
문제는 답에 도달하는 풀이과정까지 요구하는
주관식 서술형 문제를 마주할 때다.
“여기서 슈퍼점프를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슈퍼점프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요.”
“예? 그건 저도 모릅니다만.”
슈퍼점프 같은 당연한 상식의 발동방법까지는
머릿속으로 생각하지 않은 주아영.
덕분에 민우성을 조금이라도 높이 보내고자
국가안보국 각성자들이 제 몸을 희생해가며
그를 위로 던져주거나
자신들의 능력을 쥐어짜내 올려 보내야만 했다.
“전 틀렸습니다. 더는 능력을 쓸 마나도 없으니 이제부터는 혼자 가셔야 합니다.”
“안 돼! 여기까지 기껏 같이 개고생을 하며 올라와놓고 포기할 셈이야?!”
“이게 제 마지막 서포트입니다. 부디 저희들의 몫까지 힘내서 4강전에 진출하시길 바랍니다.”
국가안보국 각성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최후의 4인에 입성하는데 성공한 민우성.
그는 내심 생각했다.
‘잘 뒤졌다, 쓰레기 같은 새끼들.’
혼자 멀쩡히 잘 살던 사람 붙잡아다가
얼굴까지 뜯어고치더니
괴물 같은 귀환자 감시하라고 등 떠밀고는
무슨 얼어죽을 동료 타령인가.
마음 같아서는 확 도망이라도 치고 싶지만
가상세계에서 도망을 쳐봤자
캡슐 밖으로 나오면 국가안보국 한복판이다.
‘무조건 이 대회에서 우승해야해. 그래야 이 망할 놈들 소굴에서 벗어날 수 있어.’
팬심으로 묵언검객과 만나고 싶다거나,
그녀와 실력을 겨루고 싶다거나.
그런 어설픈 마음과는 차원이 다른
국가안보국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절박함!
마음가짐의 차이는
집중력의 차이로 이어졌고
이는 점프액션의 높은 정밀도로 귀결되었다.
‘이딴 망겜을 진지하게 플레이하며 즐기는 플레이어가 있다니. 분명 변태가 틀림없어.’
점프각도나 세기가 조금만 잘못되어도
저 밑으로 미끄러져 다시 등반해야 하는 게임.
한 번만 방심해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임에서는
지친 정신을 회복할 휴식시간은 필수였다.
킬로그를 올려다보던 그가
이미 생존자가 4명 밑임을 깨닫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4명 이전에 진행자까지 죽었잖아. 이거 끝내려면 정상 찍어야하는 거 아니야?’
불안한 마음도 잠시.
오히려 잘됐다 싶기도 했다.
공략아이템 중 몇 개를 이미 입수했기 때문이다.
정상과 동떨어진 공략루트에 도전하느라
등반속도는 조금 늦어졌지만
크게 걱정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정상은 자신만 정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공략아이템도 없이 이걸 깨는 사람이 나온다?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묵언검객 님이 정상에 도달했습니다.] [점핑레빗 맵 고산의 전설이 정복되었습니다.] [맵이 클리어 되어 기본설정으로 돌아갑니다.]“…공략아이템 없으면 못 깬다며?”
규격 외의 강함을 지닌
귀환자가 아닌 이상에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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