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54
154화.
‘앱솔 라이온즈’.
설정상 앱솔 공작가에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는 자들로 강력한 무력과 지혜를 겸비한 이들만이 될 수 있으며, 신분이나 배경에 관계없이 오직 능력만으로 임명되는 자리였다.
‘대도세’의 외양은 긴 머리칼을 위로 묶고 수염을 길게 기른, 무협이나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스타일이었으며 복장은 금색 실로 사자 문양이 수놓아진 회색빛 도복을 입고 있었다.
“어, 같은 ‘검성’이라는 걸 보니 역시 예상이 맞았네요.”
“뭘 예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는 공무 중일세. 개인적인 용무는 일이 끝나고 말 걸어 줬으면 좋겠네만?”
“일이 언제 끝나시는데요?”
“오늘은 야간이고 나는 이제 막 근무를 시작했기에 내일 아침까지는 이곳에 있을 수밖에 없네.”
사무적이고 무뚝뚝한 반응을 보이는 대도세.
찬성은 뭔가 기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검사’라는 종족은 엄연히 ‘검의 극의’에 모든 것을 바친 자들로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고,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그것에 도전하는 자들이다.
“어, 정말로요?”
“그래.”
“하지만 ‘검성’끼리 잘 만나지 못하는데요? 저 떠나서 다시 안 올 수도 있어요?”
“그럼 인연은 거기까지겠지. 그리고 나는 그런 것엔 더 관심도 없네. 그러니 돌아가게나. 비번일 때 찾아와도 그리 상대하고 싶지 않으니 말이야.”
‘뭐라고?’
[시스템-키워드 ‘이상한 검성 대도세’를 얻었습니다.] [해당 ‘키워드’는 어딘가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키워드? 물론 이상하긴… 이상하지. 검성인데…….’
찬성은 갸웃하면서 새로이 뜬 시스템 창과 현 상황을 생각했다.
‘검성’이라는 키워드이니 자연히 생각이 가는 것은 ‘검의 사원’에 있는 또 다른 검성이었다.
“바로 ‘검의 사원’으로 가 봐야겠네. 으으음… 나가자.”
찬성은 재빨리 움직여서 앱솔 공작가와 왕국 수도를 거친 다음 ‘검의 사원’에서 가장 가까운 근처에 포탈이 열려 있는 영지로 빠져나와서 ‘망자의 산’으로 향했다.
“어이구, 이게 누구야? 오랜만이구먼! 크하핫! 그래, 수련은 잘되고 있나?”
“예. 잘하고 있습니다.”
어둑어둑한 깊은 산속을 들어가자 동굴 안에 있던 산적 같은 검성 NPC가 찬성을 반겨 주었다.
편지 퀘스트에서 ‘비전 1식’을 알려 준 뒤로는 가끔 편지나 식량 같은 걸 전해 주는 일일 퀘스트 외에는 만날 일이 거의 없었던 산적 같은 검성 NPC였다.
“그래, 무슨 일로 왔나?”
“그… 혹시 대도세라는 검성에 대해서 아시는지요?”
[시스템-키워드 ‘이상한 검성 대도세’가 적용됩니다.]“대도세? 당연히 알지! 한데 자네가 어떻게 그 친구의 이름을 알고 있나?”
“그게, 앱솔 공작가의 노예 수용소에 우연히 들렀는데 거기에서 일한다고 들어서 만나러 갔었습니다. 지금은 ‘앱솔 라이온즈’라고, 그… 앱솔 공작가의 친위대 같은 걸로 일하는 중이더군요.”
“그 친구가 일을 한다고? 신이시여, 맙소사! 세상이 깜짝 놀라겠군!”
“예? 놀랄 일입니까?”
“‘검성’들 중에선 누구보다 ‘검’에 진심이었고, ‘검’을 사랑했던 자일세. 뭐, 우리들이 다 그렇지만 그 친구도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시스템-키워드 ‘열정의 검성 대도세’가 적용됩니다.]충격적인 일을 들은 듯한 산적 같은 검성 NPC의 태도. 찬성은 의아할 따름이었다.
‘그렇지? 검성이라면 원래 저 정도로 검을 사랑해야 하는데… 이상해.’
아무튼 다른 검성과 대화를 했지만 키워드만 찾을 수 있었을 뿐.
아직 퀘스트가 열리지 않은 찬성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다.
‘음… 일단 이첸성 근처 쪽 검의 사원에 가 볼까? 아니, 아마 같은 이야기만 나올 것 같은데…….’
하루에 접속 시간 제한이 있는 게임이기에 생각을 잘해야만 했다.
결국 찬성은 역으로 ‘노예 수용소 관리소 본관’의 사람에게 물어봐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결국은 다시 돌아가야겠네. ‘귀환 주문서’가……. 정말이지 D.E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알 것 같아.”
한번 손대니 너무나 편해서 손을 떼기 어려운 캐시 아이템의 마력을 새삼 깨닫는 찬성.
그는 ‘귀환 주문서’를 사용해서 순식간에 앱솔 공작령으로 돌아갔다.
“…보자. 그러면 일단 노예 수용소로 가서 정보를 모아 볼까? 자, 우선 이걸 낀 다음에…….”
[칭호:배식의 왕(앱솔 공작가)]“아, 소시지 2개만 더 줘요.”/“안 됩니다.”
착용 시 효과:‘소속’을 ‘앱솔 공작가’로 취급해 주며, 앱솔 공작가의 조리실에서 요리 전문 기술 관련 일일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일전에 잠입했을 때 딴 칭호를 착용하고, 찬성은 노예 관리소 내부로 들어가 NPC들에게서 ‘대도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대도세 님? 글쎄~ 여기서 일하신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 한 1년 전쯤인가? 갑자기 공작님 앞에 나타나서 충성을 바칠 테니 자길 써 달라고 대뜸 말하면서 다른 ‘앱솔 라이온즈’와 겨루더니 이겨 버리더군. 그러곤 공작님이 곧바로 앱솔 라이온즈에 임명시키고는 여기 지하 감옥 관리자로 삼았지.”
“무뚝뚝하고 조용하지만 뭐, 일은 정말 칼 같을 정도로 잘하시더군. 역시 검성이라고 해야 하나? 지각이나 사소한 실수도 안 하시고 뇌물 한 점 안 받는다는군. 그래서 그런지 공작님의 다른 가신들이나 귀족, 또 다른 앱솔 라이온즈분들은 별로 안 좋아해서 다른 활약을 못하고 있지만 말이야.”
“한데 그분이 이상한 게… ‘앱솔 라이온즈’라면 보통 본래 주거지를 ‘앱솔 영지’에 두기 마련인데, 그분은 특이하게 이 영지에 두시더군.”
[시스템-‘앱솔 라이온즈-대도세’에 대한 정보가 갱신됩니다.]여기저기 다니면서 정보를 계속 갱신시켰지만 뭔가 뚜렷한 퀘스트가 나오지 않는 상황. 이렇게 퀘스트를 찾아다니는 데 헤매 본 적이 없는 찬성으로서는 난감할 지경이었다.
‘어, 이걸 어떻게 하지? 참…….’
“당신,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죠?”
“아……? 레오나… 앱솔?”
찬성은 문득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엔 화려한 황금 갑주에 돌돌 말린 황금빛 롤빵 머리칼을 휘날리는 미인, 레오나 앱솔이 찬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제대로 경칭을 사용하세요. 오호호홋! 당신이 어떻게 여기서 일하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나는 이곳의 관리소장이에요. 오호호홋! 그러니 그에 따른 존중과 예의를 갖추시길. 오호호호호홋!”
일전에 패배했음에도 여전히 아가씨 캐릭터다운 하이 톤의 웃음소리와 함께 찬성에게 삿대질을 하는 당당한 모습이 일품인 그녀였다.
“예, 그런 것 같네요.”
“그래서? 여기는 무슨 일로 돌아다니고 있는 거죠?”
“그게, 다름이 아니라 검성 대도세 님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말이죠.”
“대도세 님? 그런 거라면 진작 저에게 상담하러 왔어야지요. 오호호호홋! 자, 일단 따라오시죠.”
‘오오! 이렇게 풀리네.’
레오나 앱솔의 초대에 찬성은 잘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찬성은 맨 위층에 있는 관리소장실에 도착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자, 앉으세요. 리프넬, 이분에게 차를 내 드리렴.”
“예, 아가씨.”
‘어? 엘프다.’
관리소장실엔 녹색 머리칼을 가진 엘프 메이드가 있었다.
그녀는 레오나 앱솔의 지시에 따라 차를 내오기 위해 움직였다.
그것을 보며 찬성은 예쁘다고 생각하는 한편 이제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며 반응을 지켜봤다.
“엘프를 처음 보시나요?”
“어… 그러니까… 어… 네. 실제로 본 건 처음이네요. 기억을 아무리 뒤져 봐도 없으니까요.”
“오호호호호홋! 그것은 정말 좋은 의미네요. 지금 대륙의 엘프 노예 상권을 저희가 쥐고 있다는 증거이니 말이죠. 오호호호호홋!”
“아.”
“물론 실제로는 ‘앱솔 공작가’라고 하는 그늘에서 보호하면서 서로 돕는 거지만요. 오호호홋!”
“그, 그런 거였나요?”
“그렇답니다. 우리 가문의 내막… 오라버니에게 들으셨잖아요? 엘프들 또한 우리 가문의 비호를 받으며 협력하는 관계랍니다. 그 증거로 ‘앱솔 라이온즈’ 안에는 엘프들도 소속되어 있고, 가신들엔 은연중 하프 엘프와 엘프들도 소속되어 있지요.”
“아하.”
“현재 대륙의 혼탁한 상황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니까요.”
6개의 왕국과 1개의 제국, 특히나 강성한 제국의 힘 때문에 6개의 왕국은 서로 협력해도 모자랄 판.
그런데 이 와중에도 서로 싸우고 또 각각의 왕국도 내분이 일어나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종족은 더더욱 박해를 받는 상황.
결국 왕국 내의 엘프들은 우호적인 귀족과 손을 잡고 일단 ‘노예’라는 간판만 걸고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튼 대도세 님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대도세 님은 어느 날 갑자기 오라버니에게 찾아와서 앱솔 라이온즈가 되고 싶다고 하셨어요. 실력을 증명하신 다음 이곳에 부임하시고, 책임 맡은 구역을 성실하게 지키며 근무 중이시지요.”
‘여기까진 다른 NPC에게서 들은 대로다.’
“그리고 이건 외부엔 비밀이지만, 그분은 이 수용소 성내에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현재 자녀가 벌써 넷인가 그럴 겁니다.”
“가정! 아아, 그런 거구나!”
짝!
찬성은 손뼉을 치며 탄성을 내뱉었다.
그제야 왜 ‘대도세’가 자신에게 소극적으로 대하고, ‘검’엔 이제 관심 없다고 한 건지 대강 이해할 수 있었다.
가정을 이룬 가장이라 하면 역시 무모한 짓은 그만두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 수입을 얻어서 가정을 부양해야 하는 것이 본분이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대강 이해가 가네요. 그러면 안타깝지만 포기해야겠네요. 다른 ‘검성’을 만나서 겨루고 싶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 여기에 침투했을 때 밑에 가자고 하는 건데…….”
자르엔 백작 측 퀘스트 할 때라면 모를까, 이제는 루트를 되돌릴 수 없으니 안타까운 찬성이었다.
“흐음… 꼭 그와 겨루고 싶은 건가요?”
“그렇죠. 더 강한 검과 싸워 경지를 드높이는 것이 검사의 숙원이니까요.”
“그러면 좋아요. 겨루게 해 드리죠. 대신 나중에 제 부탁 하나를 들어주세요.”
“아, 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찬성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창이 나타나면서 레오나 앱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직접 가서 설득할 테니, 당신은 대련장으로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세요.”
띠링!
당신은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며 이야기를 한 끝에 겨우겨우 검성 대도세와 결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것엔 대가가 따르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검’이지 않겠는가? 얼른 그와 대전을 하도록 하자.
조건:검성 대도세와의 대전을 위해 대련장으로 가기
레오나 앱솔이 말한 부탁이라는 게 뭔지는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그냥 새로운 퀘스트일 거라고 생각하며 찬성은 곧바로 대련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