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7
16화 경기장의 신(3)
문득 캐스터 이병철이 색다른 제안을 내놓았다.
-우리 책임도 있으니 아예 이신 선수를 여기로 불러들일까요?
-어? 그거 좋은 것 같습니다. 한번 물어보고 가능하면 이신 선수도 아예 여기서 같이 해설을 하든, 조용히 관람만 하든 하면 되니까요.
“와아아아!”
“좋아요!”
“하자, 해설!”
관객들이 열광적으로 호응했다.
잠시 후, 스텝 중 하나가 이신을 찾아왔다.
“이신 선수, 갑작스럽지만 혹시 함께 해설을 하는 게 가능하신지…….”
“제가 그런 거 해도 괜찮겠습니까?”
“예, 해주시면 감사하고, 부담되시면 그냥 거기 앉아서 경기만 관람하셔도 되니까요.”
“그럼 좋습니다.”
이신은 쾌히 승낙하고 일어섰다.
스텝의 안내를 받고 해설진 부스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이신 선수.”
“저희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캐스터 이병철과 해설위원 정승태가 반겼다. 이신은 그들 사이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스텝이 마이크를 가져와 브이넥 셔츠 목가에 달아주었다.
-이신 선수, 환영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캐스터 이병철이 쾌활하게 말을 꺼냈다.
-예, 감사합니다.
이신은 덤덤히 대꾸했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열광하며 그의 목소리를 반겼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개인사를 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안 됩니다.
-아, 예, 안 된답니다.
“하하하!”
“킥킥!”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예, 그럼 정리도 됐으니 이제 시작되는 3세트에 집중해 보죠.
해설위원 정승태가 분위기를 수습했다.
캐스터 이병철이 말을 받았다.
-예! 지금 2킬을 기록 중인 CT의 선봉 박진수 선수, 그리고 MBS는 중견 최찬영 선수를 내보냈는데요. 맵은 ‘유혈의 능선’입니다.
-4인용 맵으로 종족 상성은 8대 5로 신족보다 괴물이 우세를 띠는 맵입니다. 괴물 플레이어인 최찬영 선수에게 약간 웃어주는 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 하지만 박진수 선수 지금 기세가 올랐습니다! 승부는 모르는 거죠?
-물론입니다. 이신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해설위원 정승태가 슬쩍 이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신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MBS가 3패를 걱정해야죠.
-아, 그렇습니까?
-1세트, 2세트 모두 박진수 선수의 도박수에 뒤통수를 맞았죠. 2연속으로 당한 바람에 지금 MBS 벤치가 심리전에 말려든 상태입니다.
-심리전에 말렸다고 하면, 최찬영 선수도 지금 박진수 선수가 뭘 할지 신경이 곤두선 상태라는 뜻이시죠?
-예, 상대가 내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할수록 심리전 걸기 쉽습니다. 저라면 속임수 씁니다.
-어우, 아주 확신을 하시네요.
-결국 박진수 선수는 피지컬이 안 돼서 운영 싸움을 못하기 때문에 저러는 겁니다. 달리 선택지가 없죠.
난데없는 돌직구.
캐스터도 해설위원도 잠시 침묵했다.
나이가 들수록 장기전을 할 피지컬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프로게이머의 선수 생명은 매우 짧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3세트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센터 참회실 같은 무리수가 아닌, 평범한 운영을 택한 박진수였다.
최찬영도 의외로 초반 찌르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운영을 보였다.
아마 겁먹고 방어에 치중하지 말고 과감하게 하라는 방진호 감독의 지시를 받는 듯했다.
그때, 느릿느릿하게 하늘을 날던 괴물 종족의 하늘군주가 박진수의 본진에 들어왔다.
하늘군주는 괴물 종족의 군주다. 모습을 감춘 것까지 모든 걸 보며, 괴물들을 지휘한다.
게임에서는 인류의 식량고처럼 인구수 제한을 늘리며, 보이지 않는 유닛을 보이게 만들기도 하는 유닛이었다.
박진수가 예배당을 건설하는 모습이 하늘군주에게 포착당했다.
-아! 예배당을 짓는 걸 최찬영 선수에게 들키고 맙니다! 박진수 선수, 하늘군주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어야죠!
-저러면 최찬영 선수가 박진수 선수의 전략을 파악하죠. 아, 암흑사제나 대사제구나, 하고 맞춤형 전략을 꺼낼 수 있어요. 자, 저렇게요. 독침충을 잔뜩 뽑기 시작하잖습니까.
두 사람이 박진수의 실수를 지적할 때였다.
잠자코 있던 이신이 조용히 말했다.
-일부러 허용했죠.
-예?
캐스터 이병철이 깜짝 놀랐다.
이신이 말했다.
-암흑사제로 기습할 테니 조심하라고 말해놓고 싶은 겁니다. 이제 하늘군주 처치하고 거신병기 사거리 업그레이드하겠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신병기가 레이저포로 하늘군주를 처치했다.
그리고는 거신병기의 사거리 업그레이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아, 정말입니다! 사거리 업그레이드를 시작했어요!
감탄한 캐스터 이병철.
이신이 계속 말했다.
“이제 거신병기 올인이겠죠. 광신도도 안 뽑습니다.”
5개의 참회실에서 거신병기가 줄줄이 생산되었다.
총 7기의 거신병기가 최찬영의 진영으로 향했다.
-암흑사제 침투 막으려고 건물로 통로까지 막았는데 아예 박진수 선수를 도와준 꼴이죠. 독침충보다 사거리 긴 거신병기에게 완전히 유리한 진영을 만들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늘군주가 본진에 들어올 것을 계산하고 예배당을 훼이크로 지어놓는 센스! 오늘 박진수 선수가 정말 많은 준비를 하고 나왔습니다.
결국 박진수의 의도는 완벽하게 먹혀들었다.
거신병기 7기는 최찬영의 본진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막으려고 덤벼드는 독침충은 거신병기의 레이저포에 녹아버렸다.
한 걸음씩 물러서며 레이저포를 쏘는 컨트롤이 일품.
맵이 독침충의 시체로 뒤덮였다.
-예배당 지은 김에 암흑사제도 뽑아야죠.
이신이 또 툭 내뱉은 한마디.
마치 이신에게 지시라도 받은 것처럼 암흑사제 2명이 생산됐다.
독침충이 거신병기 막는 데 투입된 동안, 암흑사제 2기는 7시 지역의 텅 빈 확장기지를 공격했다.
보이지 않는 암살자, 암흑사제가 식량자원을 채취하는 일벌레들을 살육했다.
서걱― 서걱―
독침충을 끊임없이 생산해 물량공세로 버텨 보려던 최찬영을 좌절시킨 일격이었다.
확장기지의 일벌레가 전부 죽는 바람에 자원도 끊겨 버린 것이다.
최찬영은 죽어가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아아! 최찬영 GG!
관객석에 함성이 울려 퍼졌다.
-MBS 오늘 큰일 났습니다! 박진수 선수에게 벌써 3킬을 당했어요! 그 뒤에도 CT의 쟁쟁한 선수들이 자기 차례만 기다리고 있는데, 이제 이 산 너머 산을 어떻게 넘을 생각입니까!
-그나저나 이신 선수, 정말 놀랐습니다. 전부 다 맞췄네요. 뭔가 비결이라도 있는 겁니까?
-그냥 제 눈엔 다 보입니다.
겸손 따윈 조금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