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99
198화 팀(2)
‘왜 갑자기 날 보자고 하는 거지?’
비인기 BJ 이지태는 의아해하면서도 일단은 약속장소로 이동했다.
이신과는 한때 같은 소속팀에 있었다. 핸드폰에 이신의 연락처가 있긴 했지만, 서로 연락 안 한 지는 벌써 3년이 넘어간다.
‘설마 코치 같은 걸로 고용하려고 하나? 그럼 좋겠다.’
올도어SCC는 코칭스텝들도 근무 조건이 좋다고 들었다.
어차피 개인 방송도 잘 안 되는데 그쪽으로 일자리가 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 장소인 카페에 들어서서 직원에게 이신의 이름을 댔다.
“이쪽으로 오세요.”
여자 알바생이 이지태를 구석진 자리에 칸막이가 쳐져 있는 자리로 안내해주었다.
“어? 지태도 왔네.”
“이걸로 파프리카에서 죽 쑤는 애들을 여기 다 모였다, 낄낄낄.”
자리에는 익히 알고 지내는 게임 BJ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하나 같이 동시대에 선수 생활을 했고, 은퇴하고서도 파프리카TV에서 활동하며 서로 스폰빵도 하는 관계였다.
“다들 신이가 불러서 온 거야?”
이지태가 물었다.
“그래.”
“니들도 그랬지? 대뜸 방에 나타나더니 별사탕 1만 개 쏘고 가더라.”
“완전 소문 쫙 났잖아. 이신이 여기 저기 불쌍한 BJ들 찾아다니며 1만 개씩 기부하고 다녔다고.”
“기부의 신이라더라, 낄낄.”
“근데 왜 부른 건지 이유를 모르겠네.”
BJ들은 한 자리에 모이자 잡담을 나눴다.
그런데 그때, 이신이 정확한 약속 시간에 나타났다.
“안녕하셨습니까.”
이신은 모두에게 인사했다.
다들 그보다 선배였고, 안면이 없는 사이도 있었기에 말투는 정중했다.
“어, 그래.”
“와, 이신을 다 보네.”
“올스타전 역 올킬 축하한다.”
다들 별사탕 1만 개씩 받은 터라 이신에게 매우 호의적이었다.
무슨 일로 부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번 기회에 친분을 다져놓아서 나쁠 게 없었다.
다 떠나서, 상대는 모든 프로게이머가 추앙하는 신 아닌가.
“여러분께 제안할 게 있어서 불렀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용건을 꺼내는 이신!
“야, 일단 커피라도 좀 주문하고…….”
“와, 성격 진짜 소문 그대로네.”
이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여러분을 전략팀의 연구원들로 고용하고 싶습니다.”
“전략팀?”
“그거 올도어SCC의?”
“전략팀을 만들겠다는 거야?”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신은 차분하게 설명했다.
“언젠간 팀에 전략팀을 만들 생각이긴 하지만, 아직은 실험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정식으로 도입할 수 없습니다.”
“그럼?”
“일단은 실험 삼아 제가 개인적으로 전략팀을 도입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운영하고 월급도 제가 지급하면서 1년 정도 해볼 계획입니다.”
“개인의 전략팀이라고?”
“월급도 사비로 주면서?”
“와, 스케일 보소.”
“하긴, 돈 무지 많으니까…….”
“돈 많은 남자는 저런 생각까지 할 수 있구나.”
“야, 손목시계 하나 팔아도 몇 명 연봉 나온다.”
부름을 받고 모인 BJ 6인은 한마디씩 농담을 늘어놓으면서도 이신의 스케일과 행동력에 놀라워했다.
그중 이지태가 살짝 손을 들며 물었다.
“그럼 네가 우리를 다 고용하겠다는 소리야?”
“어.”
“좀 더 구체적인 조건을 듣고 싶은데, 일단은 앞으로의 비전부터 듣고 싶어.”
올도어가 아닌 이신 개인이 제안한 일자리라고 하니 약간 실망했던 이지태였다.
하지만 일을 벌이는 사람이 저 이신이니, 무언가 원대한 계획이 있을 거다 싶었다.
그걸 듣고 싶었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신이 말했다.
“일단 1년. 급여는 월 2백. 일단 개인적으로 전략팀을 운영해보고, 성과가 좋거든 그대로 올도어SCC의 정식 전략팀으로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성과가 좋으면 정식으로 올도어SCC 소속의 스텝이 된다는 거군.”
“확실히 전략팀이 뭘 어떻게 일하는 건지 우리도 잘 모르니까.”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월 2백이면 나쁜 건 아닌데…….”
“1년 뒤에는 어찌 될지 모른다니까 선뜻 뛰어들기도 좀 그러네.”
의견을 모두 듣고 난 이신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 하시는 개인방송을 계속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날그날 일을 한 결과만 있으면 됩니다.”
하던 개인 방송을 계속 할 수 있다니 일단 불안감은 조금 수그러들었다.
이신은 계속 말했다.
“일단 제가 이 전략팀에 당장 바라는 것은 통계 분류입니다. 이 선수가 이 맵에서 이 종족 상대로 이 빌드를 쓰더라, 하는 참고 자료 말입니다.”
“아.”
“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네.”
BJ들이 수긍을 하기 시작했다.
“이걸 보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이신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만든 분석 자료를 내밀었다.
그것은 바로 숙적 황병철에 대한 분석 데이터.
이신은 자신이 만든 분석 자료 중 가장 큰 효과를 거둔 것을 참고로 제시한 것이다.
“와, 되게 꼼꼼하다.”
“이렇게 보니까 병철이 불쌍해.”
“이렇게까지 분석당하면 계속 박살나지.”
분석 데이터를 읽어보며 6인이 감탄을 했다.
“그걸 보면 객관적인 데이터도 있고, 제 주관이 들어간 데이터도 있습니다. 일단 객관적인 데이터 위주로 자료를 짜되, 각자의 의견이 반영된 사항은 전략팀 멤버 중 몇 명이 동의했는지 퍼센티지로 표기하면 좋을 겁니다.”
이신이 계속 설명했다.
“그렇게 분석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나중에는 저격 전략·전술까지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리라 생각됩니다.”
“잠깐.”
그중 가장 연장자인 30세의 BJ 박중호가 문득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잘 들었어. 나름 생각이 깊다는 것도 알았고. 그런데 왜 우리에게 먼저 이런 제안을 한 거야?”
“일단 길든 짧든 1군 경험을 해본 사람 위주로 물색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게임을 손 놓지 않은 조건도 있었고, 그게 이 자리에 모이 여러분입니다. 그리고…….”
이신은 덧붙였다.
“이 전략팀의 책임자는 우리 팀의 플레잉코치인 박진수가 맡을 겁니다.”
이들을 고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
전략팀의 팀장이 될 박진수의 아래에서 일하게 된다 해도 별 불만이 없을 사람들 위주로 선별했다.
현역 시절의 커리어로 따져보았을 때, 박진수를 능가하거나 필적할 사람은 이 자리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들보다 어린 박진수가 팀장이 된다 해도 잡음이 없으리라 싶었다.
미리 얘기를 해놓은 이유는, 이 점에 불만이 있는 사람은 제안에 응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아무튼 우리가 모여서 이 정도 퀼리티로 분석 데이터를 만들면 된다 이거지?”
“예, 일단은 그게 첫 목표입니다. 차차 퀼리티가 높아지리라 생각됩니다.”
“업무 시간 외엔 하던 일도 계속 해도 되고?”
“예.”
“4대 보험은 당연히 없겠고, 업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업무 시간이 길어봐야 의미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기에 널널하게 정했다.
“계약 기간은 1년에, 그 뒤에 팀이 해체될 수도 있고 올도어SCC 소속으로 정식으로 합류할 수도 있다 이거지?”
“맞습니다.”
박중호는 연장자답게 중요한 사항을 전부 정리했다.
그는 다른 5인에게 물었다.
“다들 어때? 난 해볼 생각인데. 진수와도 친한 사이라 걔가 팀장이 되는 것도 거부감 없고.”
정규직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시작하는 프로젝트라는 점.
그리고 사랑하는 게임을 계속 직업으로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박중호의 마음을 움직였다.
“저도 할게요.”
이지태도 찬성하고 나섰다.
“나도.”
“잘됐네. 난 개인 방송 아예 때려치우고 여기에 올인해야겠다.”
“뭐, 잘하면 올도어에 취직할 수 있다니까.”
“그래, 까짓 거 이신이 하는 일이니 해본다.”
6인 모두가 찬동했다.
이신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그럼 일단 조만간 사무실을 마련해놓고 연락드리죠. 박진수는 플레잉코치라 시간을 많이 낼 수 없으니, 중호 형이 부팀장이 되셔서 평소에는 책임자 역할 해주세요.”
“오케이.”
이신은 나름대로 치밀하게 인사를 꾸몄다.
이중 가장 연장자인 박중호가 CT 출신으로 박진수와 절친한 사이라는 점!
자연스럽게 박중호가 모두를 관리하면서 책임자인 박진수와도 원활하게 소통되는 체계를 설계한 것이었다.
박중호가 거절했으면 이신의 의도가 크게 벗어나는 것이었는데, 운이 좋았다.
그렇게 이신의 전략팀이 탄생했다.
***
이신은 굉장히 빨랐다.
올도어 본사 인근에 빈 사무실을 월세로 1년 계약했다.
그리고 책상·의자·PC를 7세트씩 구매해 갖다놓고 이신과 고용 계약을 맺은 6인을 불러들였다.
“오, 좋은데?”
“책상, 의자, PC 전부 새삥이야.”
모두들 깔끔한 사무실을 좋아하는 가운데, 박중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것들 다 네 사비로 한 거 아냐?”
“맞습니다.”
“사무실 규모나 시설 보니까 월세도 비쌀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사무실을 차리고 6인에게 연봉 2,400만 원씩 지급하는 것까지 전부 떠맡았지만, 이신에게는 정말로 별게 아니었다.
“액수야 어쨌든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잖아. 그냥 올도어SCC 측에 말해서 지원을 받지 그랬어.”
“그깟 돈은 상관없습니다. 팀에 전략팀 도입해서 실패했다는 전례를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이신이 말을 이었다.
“전략팀을 도입했다가 별 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다른 팀들은 역시 팀에 더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걸 피하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실험하는 겁니다.”
“……거기까지 생각을 한 거야?”
박중호는 경외 어린 표정으로 이신을 바라보았다.
“물론 성공적일 경우에는 올도어SCC 소속으로 편입되어서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래, 한 번 최선을 다 할게. 후배가 그렇게까지 깊은 생각으로 시작한 일인데 우리도 적당히 할 수는 없지.”
게임에 대한 이신의 열정은 박중호의 감동을 샀다.
그렇게까지 의미 있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 다른 이들 또한 숙연해졌다.
그렇게 속성으로 탄생한 이신의 개인 전략팀은 실험적인 첫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 대상은 바로 당장 일전을 앞두고 있는 쌍성전자였다.
박중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전략팀은 의욕적으로 쌍성전자의 1군 선수들을 분석했다.
지난 경기들을 전부 보며 통계 데이터를 수집하고, 각자의 의견이 첨언된 강점과 약점 분석까지 들어갔다.
그런 주관적인 분석 평은 (5/6)처럼 몇 명이나 그 의견에 동의했는지도 표기되어 객관성을 더하였다.
나름대로 이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꽤 체계적인 분석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의욕적으로 만들어진 분석 데이터 결과물을 보고, 이신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뭐가 이렇게 개발새발이야?’
온통 장문의 글로 이루어진 허접한 문서 파일!
보기 쉽도록 하는 표나 그래프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띄어쓰기와 맞춤법 또한 엄청난 자유도를 자랑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려서부터 게임만 죽어라 했던 인간들.
파워포인트나 엑셀을 다룰 줄 아는 작자가 있겠는가?
결국,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을 딴 사람은 월급을 50만 원 인상하겠습니다.”
그리고 전략팀 사무실로 맞춤법과 문장 등에 관련된 책을 잔뜩 주문해서 보냈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을 터.
최연장자인 박중호가 가장 민망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