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98
197화 팀(1)
-바로 저 장면입니다.
-와, 정말 이신 선수의 집요한 견제가 빛나던 순간이었죠.
한국.
올킬을 앞둔 이신의 마지막 경기의 하이라이트가 리플레이 되고 있었다.
건물로 캐논포의 공격을 받아내고, 그 틈에 항공수송선 2척이 고속전차 8기를 드롭한다.
고속전차들은 빠르게 신도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동시에 알렉산더 스테인의 본진과 앞마당도 급습해 시선을 빼앗았다.
알렉산더 스테인이 본진과 앞마당을 막았을 때, 3시 섬 확장 기지는 신도가 전멸한 상황.
그 순간에 3시에서 벌어진 이신의 컨트롤은 예술적인 수준이었다.
캐논포가 고속전차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을 때, 이신은 일일이 컨트롤해 한 번에 신도 3명씩 사살하는 미친 컨트롤을 펼쳤다.
신도를 전멸시키고도 절반에 가까운 고속전차가 살아서 항공수송선을 타고 살아 도망갔다.
여러 군데에서 동시 다발적인 테러를 가하여 일시에 불리했던 전세를 다시 팽팽하게 맞춰버렸다.
-알렉산더 스테인 선수의 계속 되는 탄탄한 디펜스에 견제가 계속 막혀서 자연스럽게 불리해졌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더 집요한 견제로 기어코 성공시킨, 이신 선수의 무서운 공격 본능이 돋보였습니다.
-아, 표정 보세요. 아주 죽기 살기로 컨트롤했습니다. 4킬 하느라 지쳐 있어서 더 힘들었을 거거든요.
영상에 나타난 이신은 투혼을 발휘하고 있었다.
한국의 해설진은 이신의 플레이를 낱낱이 분석하며 연신 감탄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견제에 크게 당하자 발끈한 알렉산더 스테인이 총공격에 나섰다.
거기서도 이신의 고속전차들은 활약했다.
신속하게 길목에 지뢰를 매설한 뒤, 곧장 우회해서 척후를 급습.
신족 전투의 핵심인 대사제들을 저격해버렸다.
-알렉산더 스테인 선수의 판단도 좋았죠?
-예, 대사제를 잃으니까 바로 회군해버렸죠. 대사제 없이 싸웠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었거든요. 그 대신 수송기를 활용한 소소한 견제 플레이로 대신 타격합니다.
-세계올스타 10인에 선정된 선수다운 냉정한 판단입니다.
두 사람은 장기전을 준비하면서 끊임없이 서로를 괴롭혔다.
치열하게 서로를 물어뜯는 혈전!
-이신 선수가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진 게 눈에 보입니다.
해설위원 정승태가 문득 말했다.
-어떤 점이 말입니까?
캐스터 이병철이 물었다.
-예전의 이신 선수였으면, 이렇게 견제를 계속 주고받는 난타전이 벌어졌을 때 템포를 더 끌어올려서 상대가 숨차서 쫓아오지 못하게 만들었을 거거든요.
-아, 그렇죠. 확실히 이신 선수한테 같이 견제를 펼치며 맞받아치는 경우는 참 오랜만에 봅니다.
-이제는 세계 수준이 이신 선수를 따라잡았다는 뜻도 되지만, 반대로 이신 선수가 예전과 달리 다른 방식으로 자기 스타일을 바꿨다는 뜻도 됩니다.
-스타일을요?
-디펜스가 점점 좋아지는 추세다 보니, 이신 선수도 이제 무조건 더 빨리 하기보다는, 한 번의 견제를 해도 정교하게 설계해서 제대로 타격을 입히겠다는 마인드로 바뀐 거죠.
그리고 언급은 피했지만 이신의 피지컬이 예전처럼 압도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컸다.
더 이상 옛날처럼 속도로 상대를 압살할 수만은 없는 것이었다.
마이클 조셉이나 박영호, 최영준 등 피지컬에서 이신에 필적하거나 능가하는 신진 강자들이 탄생했다.
옛날처럼 해도 능히 일류는 유지할 수 있지만, 이신은 권좌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스타일에 수정을 가하였다.
심지어 반쯤 장난삼아 했던 신족과 괴물까지도 실전에 써먹기 시작했다.
마침내 경기가 끝났다.
이신은 녹초가 된 얼굴로 부스에서 걸어 나왔다.
지쳐서 걸어 나온 이신은 관객석을 향해 손을 들었다.
그것은 세리머니였다.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
“카이저! 카이저! 카이저!”
수만 관객석은 그야말로 열광의 바다.
0대 4의 상황에서 홀로 상대팀 5인을 격파했다.
그것은 환상의 역전극이라 불리는 역 올킬이었다.
-이것으로 이신 선수는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아직 자신이 e스포츠의 정점에 서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예! 엔조 주앙, 마이클 조셉 등 최강자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세계 유수의 선수들에게도 똑똑히 보여줬습니다. 원하는 그 자리는 자신을 넘어야 가질 수 있다고요.
이신의 역 올킬은 전 세계를 흥분케 했다.
특히나 한국 팬들의 열광이 대단했다. 전 세계에서 최고의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인 축제에서 거둔 역 올킬이었다.
그 같은 이신의 활약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저런 위대한 선수가 같은 한국인이라고 말이다.
[2021 월드 SC 올스타전, 이신의 독무대로] [이신 세계 최강자들 상대로 역 올킬!] [신이라 불리는 이유] [월드 SC 협회 “세계 e스포츠는 아직 카이저를 따라잡지 못했다.”] [더욱 더 진화한 이신, 3종족 모두 플레이해 올킬!]복귀 후 이신이 처음으로 가진 세계 무대였다.
그가 돌아왔을 때 팬들이 가졌던 기대를 완벽하게 부응시킨 한 방이었다.
2021년, 세계 e스포츠의 최강자는 아직 이신이었다.
***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이신은 올스타전에서 맹활약을 떨쳐 다시금 전 세계 팬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모두를 경악시키고 감탄시킨 역 올킬!
아쉽게도 그 희대의 명경기는 유료로 판매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e스포츠 팬들을 위한 축제인 올스타전은 무료 공개였기 때문.
심지어 올스타전 출전도 돈을 받지 않고 명예만 보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신은 아쉬울 이유가 없었다.
돈에 관한 한 제갈량처럼 신을 받드는 이신교의 교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수민은 이신의 역대 경기들 중 명장면만 추려서 판매했다.
시즌이 지난 경기는 무료로 공개되지만, 그녀가 노린 점은 바로 해외 팬들.
명장면만 추출한 뒤에 한국 해설진의 해설에 자막을 붙여서 판매한 것이다.
e스포츠 경기에 해설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자막이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패키지 상품은 해외 팬들에게 불티나게 팔렸다.
이신의 계좌로 돈이 소나기처럼 꽂히고 있었다.
그렇게 이신이 올스타전에서 히트를 친 동안, 올도어SCC도 팀 제미니를 상대로 3대 0의 승리를 거두었다.
선수들의 역량과 최환열의 전략적인 엔트리가 모두 적중된 압승이었다.
1세트는 기량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차이가 언제나처럼 가볍게 승리를 따냈다.
2세트는 한태화가 출전했다.
도박성 깜짝 전략을 즐기는 이색적인 괴물 플레이어 한태화.
그의 상대는 팀 제미니의 간판 에이스인 광전사 오광태였다.
상대팀 에이스를 맞이한 올도어의 1.5군 한태화는 타이밍을 꼬고 꼬는 심리전을 펼쳤고, 예측 못한 타이밍에 올인 러시를 감행했다.
결과는 승리!
한태화 본인의 아이디어에 최환열까지 붙어서 보완해준 그 전략은 완벽하게 먹혀들었다.
2세트에 오광태가 나올 거란 걸 예측하고 한태화를 저격수로 내보낸 최환열의 엔트리 전략의 승리였다.
한태화의 전략은 너무도 치밀하고 완벽했기에 모두를 감탄시켰지만, 아쉽게도 오늘의 명경기상은 한태화의 것이 아니었다.
3세트에 출전한 박진수.
박진수는 인류를 상대로 만나 열심히 갈고 닦은 철갑충차 컨트롤을 선보였다.
수송기에 태운 철갑충차 2기는 절묘한 컨트롤에 힘입어 무려 48킬을 올렸다.
철갑충차는 묘한 매력이 있는 유닛이었다.
느릿느릿하고 짜증나지만, 한 번 쏜 충격탄이 제대로 적중만 하면 짜릿한 폭발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무려 47킬!
경기가 얼마나 짜릿했을지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박진수가 어지간히도 컨트롤을 잘 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렇게 팀 제미니를 셧아웃 시켜버려 4, 5세트에 대기 중이던 주디와 유진영에게까지 기회가 오지는 않았다.
“한태화랑 박진수를 활용해서 승리 하나씩 줬군.”
“응. 두 사람 다 출전 기회 주기가 쉽지 않았는데 잘 됐지 뭐.”
이신은 최환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봐?”
“질투 나서.”
“……??”
“엔트리랑 선수 관리는 나보다 낫네.”
최환열은 순간 황당해졌다.
“부러울 게 다 있다. 난 딱 한 번밖에 못 나가본 월드 SC 올스타전에 단골 출장을 하고 역 올킬까지 한 녀석이!”
“내 감독 자리 넘보지 마.”
견제까지 하는 이신.
최환열은 갈수록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단체 생활에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이신이 최환열보다 감독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주디, 차이, 존 등을 보면 알 수 있듯 제자 몇 명 키우는 데는 탁월하지만, 수많은 선수를 관리하고 장점을 찾아주는 역할은 최환열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신조차도 최환열이 발굴시켜준 케이스이니 말이다.
애당초 그걸 알기에 이신도 수석코치로 최환열을 앉힌 것이었다.
“참, 너 없는 동안 연습생 애들 3명 준 프로 자격증 땄다.”
“그래?”
“애들 자질은 괜찮은 것 같아. 솔직히 1군까지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지켜봐야지.”
여기저기서 성과가 나고 있었다.
‘팀이 잘 돌아가고 있군.’
신생팀으로서의 불안 요소가 전혀 없이 모두가 호흡이 척척 맞고 있었다.
‘이제 전략팀을 슬슬 도입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해외의 명문 팀처럼 제대로 된 첨단적인 전략팀을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미국에는 심지어 수학을 전공한 전략연구원까지 있을 정도였다.
한국에서는 그런 인력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전략팀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시피 하니 말이다.
자칫 섣불리 도입했다가는 호흡이 척척 맞던 분위기 좋던 팀에 쓸데없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따로 개인적으로 운영해볼까?’
요즘 돈이 차고 넘치는 이신이었다.
네댓 명쯤 고용해서 월급 줘가며 전략팀 운영하는 일쯤이야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개인적으로 해보는 일이니 안 되겠다 싶으면 그냥 계약 만료 후 해체시키면 되는 일!
‘선수 생활 은퇴하고 일거리가 없는 사람들을 좀 찾아봐야겠군.’
되도록 1군 출신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식경기에서 좀 뛰어봤어야 아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아무튼 은퇴 후에 변변한 일거리가 없는 선수 출신들을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장소가 있었다.
이신은 파프리카TV에 접속했다.
***
신족의 항공모함 한 부대가 유유히 날아왔다.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전투기들이 메뚜기 떼처럼 인류의 진영을 초토화시켰다.
“아! 젠장!”
개인 방송을 하던 BJ 이지태는 신경질을 내며 GG를 쳤다.
방금 별사탕 300개짜리 스폰빵에서 패배해버렸기에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와 진짜, 항공모함 알고 대비했는데 왜 졌지?”
단지 져서 별사탕을 놓친 것뿐이라면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ㅉㅉㅉ또 졌냐?
-이제 그만 한강 가자.
-네 다음 변명
-ㅋㅋㅋㅋㅋ소문난 맛집.
-여긴 무슨 다른 BJ들 별사탕 자판기냐?
-병력 꼬라박기 오졌고요.
30명밖에 안 되는 시청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지태를 조롱하고 있었다.
‘정말 살 맛 안 난다.’
한때 프로팀에서 10년을 몸담으면서, 1군 선수로도 1년간 뛰었던 이지태였다.
다시 2군으로 강등된 뒤에는 개인 방송 쪽이 더 유망해보여서 BJ로 전향하였다.
하지만 개인 방송의 세계는 쉬운 일이 아니었고, 선수 생활을 은퇴하자 자기 관리가 되지 않아 기량까지 급격히 하락에 이 지경에 이르렀다.
‘정말 어디 취직이라도 해야 할까?’
그런데 그때였다.
-Player_SIN: 싸우는 장소가 잘못됐잖아.
처음에는 가짜인 줄 알았다. 저 유명한 아이디를 사칭하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Player_SIN님께서 별사탕 1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어, 어어?!”
기겁을 한 이지태.
시청자들도 덩달아 놀라 흥분했다.
-헐, 뭐야. 진짜 이신이다.
-여길 왜 왔대?
-신님, 아무리 여기가 맛집이라고 소문이 났어도 신님까지…….
-통 큰 기부!
-이지태의 불쌍함이 신님의 마음을 움직였도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이신은 말 한 마디만 남겨놓고 퇴장해버렸다.
-Player_SIN: 연락해.
그날, 파프리카TV의 몇몇 비인기 게임 BJ들 사이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