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81
280화 공허(2)
1세트, 맵은 새벽별.
화성(火星)을 본떠 만든 맵에서 대결이 시작되었다.
-이신 선수의 인류 진영은 11시, 이에 맞서는 진철환 선수의 괴물 진영은 1시입니다.
-서로 아주 가까운 거리죠. 가로 거리가 아주 가까운 맵이기 때문에 초반에 기습 전략도 곧잘 나오곤 했습니다.
-예. 특히나 재미있는 기록이 있는데, 이 새벽별 맵에서 가장 승률이 높았던 선수가 바로 이신 선수이고, 2위가 최환열 코치입니다.
-하하하, 그만큼 진철환 선수의 부담감도 아주 클 겁니다. 하지만 당연히 더욱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겠죠?
-예, 과연 이 맵에서 최다승과 최고승률을 보유 중인 이신 선수를 상대로 진철환 선수가 과연 어떻게 게임을 풀어나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아! 말씀드린 순간, 이신 선수가 나갑니다!
-예, 이신 선수가 칼자루를 일찍 뽑아 들었습니다.
이신은 8병영 빌드를 시도했다.
8번째 건설로봇으로 곧바로 병영을 지어서 기습적인 치즈 러시를 하겠다는 의도였다.
건설로봇 2기를 양방향으로 정찰 보내 진철환의 위치를 확인.
-가까운 위치에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새벽별 맵에서 이신 선수는 치즈 러시로 상당히 많은 전과를 올렸습니다. 당연히 진철환 선수도 이에 대한 대비를 했을 텐데요, 과연 얼마나 잘 막을지 한 번 보죠!
그리고 마침내, 건설로봇이 진철환의 앞마당에 참호를 짓기 시작했다.
앞마당에 건설 중이던 부화실 바로 옆에 말이다.
저 참호 안에 보병이 들어가서 총을 쏘면, 부화실은 꼼짝없이 파괴되는 것이었다.
-진철환 선수도 일벌레를 대거 끌고 나옵니다!
일벌레들이 우르르 앞마당으로 나와 방어에 동원되었다.
이신은 보병 3명과 건설로봇 3기로 공격을 시작했다.
-투타타타타타!
-키엑!
삽시간에 일점사로 일벌레 하나가 사살!
건설로봇들까지 일시에 붙어 공격했기 때문에 따낸 득점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악! 이신 오빠!”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관객들은 대다수가 이신의 편이었다.
건설로봇들이 일벌레들을 기가 막히게 블로킹.
보병들은 세 갈래로 흩어지더니 다시금 일벌레 하나를 추가로 잡았다.
-키엑!
일벌레가 2마리째 사살되자
진철환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보병들이 너무 잘 도망가자, 진철환은 일단 참호를 짓고 있는 건설로봇을 노렸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공격 받는 건설로봇이 건설을 중단하고 도주.
다른 건설로봇이 즉시 이어받아서 참호를 계속 짓는다.
그러면서 달아났던 보병들도 돌아와 일벌레를 다시 공격했다.
건설로봇들은 일벌레들의 앞길을 계속 막아서면서 서로를 수리했다.
-정말 정교한 컨트롤입니다! 진짜 사람이 아니에요!
-컨트롤 정말 징그럽습니다! 진철환 선수도 저런 상황을 참 많이 연습했을 텐데……!
결국 참호가 완성되었다.
보병들이 참호 안으로 속속히 들어갔다.
진철환이 할 수 있는 일은 일벌레를 전부 본진으로 대피시키는 것뿐이었다.
-투타타타타타타!
참호 안에 들어간 보병들이 옆에 있는 부화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진철환의 앞마당 확장 기지는 자원 한 번 못 캐보고 박살나게 생겼다.
-아, 방어 실패!
-정말 컨트롤이 압도적입니다!
-아직 진철환 선수도 희망이 남아 있습니다. 앞마당 부화실이 부서지기 전에 바퀴로 저걸 걷어내기만 하면 돼요!
이신은 공격적이었다.
건설로봇들까지 일제히 부화실에 붙어서 공격을 했다.
진철환은 침착하게 바퀴를 생산해 모았지만, 바로 그때였다.
-와아아! 건설로봇을 추가로 끌고 왔습니다!
-아주 끝장을 보겠다는 거죠!
보병 1명과 건설로봇 4기가 추가로 몰려와 공격에 합류한 것이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 줄을 몰랐기 때문에 진철환은 크게 당황했다.
결국,
-푸하아악!
앞마당 부화실이 파괴되었다.
목적을 달성한 이신은 건설로봇을 1기만 빼고 전부 본진에 되돌려 보냈다.
-정말 과감한 결단입니다. 바퀴를 모으면서 타이밍을 재던 진철환 선수가 그냥 아무것도 못 해보고 앞마당을 잃었어요.
-거기서 추가로 일꾼을 더 동원할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 진철환 선수 망연자실한 표정!
진철환은 결국 썩은 표정으로 GG를 쳤다.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온 진철환이었지만 출발이 최악이었다.
하지만 진철환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또?!
그랬다.
-와아! 이신 선수 또 8병영!
2세트, 맵은 신의 귀환.
이신은 보란 듯이 다시 한 번 8병영 빌드를 꺼내 들었다.
-이건 마치 진철환 선수를 자극하는 겁니다. 1세트 보니까 너 이거 못 막더라? 다시 해볼게 한 번 막아봐! 뭐, 이런 거죠!
-한 번 더 치즈 러시를 해오리라는 것을 진철환 선수가 알까요?
-아, 모르죠! 이번에도 12앞마당을 택했습니다.
진철환은 1세트와 마찬가지로 12마리까지 일벌레를 뽑은 뒤에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펼치는 빌드 오더를 실행했다.
괴물의 정석 중의 정석.
치즈 러시가 무서워서 이걸 못해서야 말이 되지 않았다.
앞마당에 또다시 건설로봇이 참호를 짓기 시작하자, 진철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를 악문 진철환은 다시 일벌레 다수를 동원해 방어에 나섰다.
보병과 건설로봇을 함께 끌고 온 이신과 다시 한 번 뒤얽혀 싸우기 시작했다.
-키엑!
-으악!
이번에는 이를 악물었기 때문일까.
일벌레가 죽고 이신의 보병도 1명 사망했다.
하지만 다른 1명의 보병을 잡기 위해서 일벌레들이 한바탕 술래잡기를 해야 했다.
체력이 많이 닳은 보병은 끊임없이 요리조리 도망 다니며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했다.
-진철환 선수의 대처가 이번에는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데!
-하하하, 저 보병 하나를 못 잡고 자꾸 시간을 내주네요.
-이러는 동안 참호가 완성됩니다!
해설진의 말 대로였다.
보병이 끊임없이 도망 다니며 일벌레들을 끌고 다니는 사이, 앞마당에서 참호가 완성되었다.
-진철환 선수! 저 보병을 기필코 죽여야 합니다!
-참호에 들어가게 놔둬선 안 돼요!
병영에서 생산된 보병이 추가로 합류했다.
진철환은 기를 쓰고 일벌레를 컨트롤했지만,
-키엑!
-키에엑!
이신은 귀신같은 컨트롤로 일벌레 2마리를 잡아냈다.
보병으로 유인하고 건설로봇으로 공격하는 형태로 컨트롤을 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보병들은 시계 방향으로 우회하며 일벌레를 따돌리고 참호 안으로 들어갔다.
-투타타타타타!
-키엑!
참호 안에서 총을 갈기는 보병들.
일벌레 하나가 총에 맞고 또 사살되었다.
-아……!
-이번에도 막지 못하는 진철환 선수. 이건 심리적인 타격이 꽤 크겠는데요.
이번에는 바퀴들이 생산되자마자 일벌레와 함께 총동원되어 참호를 공격하는 진철환.
하지만 이신은 끝까지 건설로봇들로 블로킹하고 참호를 수리하며 시간을 끌었다.
-퍼어엉!
참호가 파괴되고 안에 있던 보병들도 죽었지만, 진철환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이신은 곧바로 2항공 빌드로 전환.
항공정거장 2채에서 스텔스 전투기를 생산해 진철환을 계속해서 흔들었다.
너무 큰 피해를 입은 나머지 스텔스 전투기에 대비하지 못한 진철환은 계속 흔들리다가 탈진한 얼굴로 GG를 쳤다.
-진철환 선수 GG!!
-스코어가 2대 0! 치열한 접전을 예고했었습니다만, 불과 2세트 만에 진철환 선수가 궁지에 몰려버렸습니다.
-2연속 치즈 러시를 감행한 이신 선수의 결단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아픈 곳을 때린 것도 모자라서 때린 데를 또 때렸어요!
-승부의 무대로 올라왔을 때 정말 무섭게 변하는 이신 선수입니다. 자비가 없습니다!
-이대로 피눈물을 흘리며 끝날 것인지, 아니면 3세트부터 다른 본때를 보여줄 것인지, 진철환 선수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보여줘야죠!
***
2세트를 마치고 선수 대기실로 돌아왔을 때, 최환열은 덤덤한 표정의 이신을 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 맥 빠진 얼굴이야?”
“내가?”
이신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별로 의욕이 없다는 표정인데. 평소답지 않게.”
“…그냥.”
이신은 자리에 앉아 물을 마셨다. 그리고 나직이 말을 이었다.
“너무 쉽네.”
“이겨도 불만이냐, 넌?”
“불만은 없어. 그냥 재미가 없어.”
“쯧쯧, 아주 중증이다 중증. 하도 이기기만 하니까 중2병이라고 걸렸냐?”
“형도 나처럼 이기기만 해봐.”
그 말에 최환열은 울컥했다.
사람 열 받게 하는 재주를 타고난 이신이었다.
“그래서 3세트는 어떨 것 같아?”
“게임 끝내려고. 일찍 집에 가자.”
이신은 가볍게 말했다.
하지만 최환열은 이신이 내심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치열한 난투를 바랐던 이신이지만, 생각보다 약한 진철환의 대응력에 투지를 잃은 것이다.
물론 이렇듯 허무하게 상대를 핀치로 몰아넣은 데는 이신의 2연속 치즈 러시 때문이었다.
그걸로 진철환이 뭘 해보기도 전에 날개를 꺾고 멘탈도 꺾었다.
하지만,
‘박영호였다면 저렇게 맥없이 무릎 꿇지는 않았겠지.’
1세트에서 치즈 러시에 제대로 대응 못하고 약한 모습을 보여 버린 진철환의 잘못이었다.
프로리그에서는 치즈 러시를 당해도 곧잘 막는 진철환.
하지만 개인리그 4강이라는 큰 무대는 중압감이 전혀 달랐다.
그런 큰 무대에서 기습을 당하자 평소처럼 잘 막지 못하고 흔들린 것이다.
심리전의 귀재인 이신은 진철환의 흔들리는 심리를 귀신같이 알아차렸다.
그래서 2세트 때 똑같이 또 찔러 버린 것이다.
두 차례나 당해 버렸으니 아마 지금쯤 멘탈이 나갔을 것이다.
마음 다잡고 실력 발휘를 하려고 하겠지만, 이미 컨디션은 정상이 아닐 것이다.
치열한 접전 끝에 진 것과 뭘 해볼 틈도 없이 맥없이 진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까.
“이선 선수, 준비해 주세요!”
경기장 스태프가 들어와 말했다.
“다녀올게.”
이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최환열은 무대로 다시 향하는 이신을 격려했다.
“그래도 방심하지 말고.”
“안 해.”
그렇게 이신은 승부를 끝내 버리러 떠났고, 곧 3세트가 시작되었다.
3세트, 은하수.
-1, 2세트를 모두 이신 선수의 치즈 러시에 내줘버린 진철환 선수!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닙니다.
-예, 다행히 3세트는 맵이 괜찮습니다. 은하수는 인류 대 괴물의 승률이 2 대 6으로 괴물에게 유리한 맵이거든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유리한 맵이라고 방심할 수는 없죠. 왜냐면 그 종족 간 승률 2 대 6에서 2는 거의 이신 선수가 올린 거거든요!
-그렇죠. 이 은하수에서 가장 승률이 높은 사람은 박영호 선수고요, 2위가 황병철 선수, 그리고 3위가 바로 이신 선수예요!
-이렇게 보니까 정말 진철환 선수 입장에서는 진절머리가 날 것 같아요. 아니, 무슨 인류가 괴물 맵에서 승률 3위를 기록합니까?
-뭐, 신이니까요. 그것 말고는 할 말이 없네요.
-하하하!
분위기가 기운 탓일까.
해설진은 어느덧 흥이 나서 이신을 띄워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