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92
291화. 결승(3)
결승전 당일, 화젯거리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SC스타즈의 왕춘 감독과 리우의 방한.
결승전을 관람하겠다고 e스포츠 빅 리그의 프로 팀 관계자가 한국까지 찾아오는 일은 진풍경이었다.
보통은 인터넷 생중계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신의 플레이를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싶어서 방문했습니다.”
“연습 상대로서 대체 누구를 꺾기 위해 그토록 강력한 공격을 구사한 것인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었습니다.”
인터뷰를 하고 경기장에 입장한 두 사람.
그렇듯 이신을 노리는 SC스타즈의 적극적인 행보는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저 전략은 저한테는 안 보여준 거네요.”
“아직 그 정도로 우리를 신뢰하지 않았을 테니까.”
2세트에서 절묘한 심리전으로 박영호를 무력하게 패배시킨 이신.
그건 8병영 치즈러시보다 더 치명적이다.
완전히 속아 넘어갔다는 불쾌감은 꽤 오래 남기 때문이다.
박영호가 그 감정을 과연 빨리 떨쳐내고 3세트에 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 와중에,
“랜덤…….”
“결승전에서도 저 짓을 할 수 있었군.”
리우와 왕춘 감독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 되었다.
이신의 심리전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3세트가 시작됐을 때 ‘생 더블’을 시전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상대가 보면 무조건 ‘이 치사한 새끼’라는 말이 나오는 부유한 빌드 오더 말이다.
“이제 러너(Runner)는 반드시 덤빈다.”
왕춘 감독이 말했다.
“연속된 심리전에 분노가 누적됐어. 명분도 있지. 첫 정찰로 빨리 발견했고, 저걸 방치하면 불리해지니까.”
“이신이 유도한 걸까요?”
“첫 정찰로 발견당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겠지. 하지만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이신이 아니야.”
박영호의 일벌레가 분노의 무빙을 펼친다.
이신의 앞마당 통로에 계속 얼쩡거리며, 심시티를 방해한다.
군량고 2채와 병영 1채로 통로를 빈틈없이 틀어막으려 하는 이신.
하지만 일벌레가 마지막 군량고 1채를 못 짓게 방해했다.
계속 ‘그곳에는 지을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게 만든다.
-박영호 선수의 일벌레가 계속 방해합니다!
-바퀴 6마리가 이제 생산됩니다!
이신은 판단이 빨랐다.
하는 수 없이 한 칸 아래쪽에 참호를 짓기 시작한 것.
그러는 동안 바퀴 6마리가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이거 참호가 완성되기 전에 도착할 것 같은데요!
-이신 선수는 이제 막 보병 1명이 생산되려 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피해로 막지 않으면 생 더블의 의미가 없습니다!
중계진이 다급한 어조로 소리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중첩된 분노로 상대가 누군지 잊어버렸다.”
왕춘 감독이 말했다.
“상대는 이신인데…….”
리우가 중얼거렸다.
물론 이 상황에서 박영호의 공격 판단은 옳았다.
다만 상대가 이신이라는 것 말고는 말이다.
이신이 가장 잘 컨트롤하는 유닛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에 고속전차, 보병, 스텔스 전투기를 제치고 건설로봇이 선정된 적이 있었다.
“1세트의 일을 잊어버릴 정도로 심리전에 말려 버렸다.”
1세트, 패배의 위기를 엄청난 건설로봇 블로킹으로 살아남고 역전까지 해낸 이신이었다.
왕춘 감독의 말이 이어졌다.
“러너라면 차라리 수정관 없이 부화실 3채를 가져가는 부유한 출발로 맞불을 놓는 게 나았다. 이신의 건설로봇 블로킹을 돌파하려는 시도보다는 그 편이 나았어.”
“여기서 실패하면 러너도 끝장이네요.”
그리고 마침내 교전이 시작됐다.
이신은 이제 막 병영에서 보병 1명을 생산한 때였다.
바퀴 6마리가 도착.
이신은 앞마당에서 일하던 건설로봇을 일제히 싸움에 동원했다.
참호는 아직 완성되기 전.
박영호로서는 최적의 러시 타이밍이었다.
-박영호 선수가 들어갑니다!
-이신 선수의 위기!!
바퀴들이 덤비는 순간, 건설로봇들은 심시티의 빈틈을 완벽하게 메꿔 버렸다.
바퀴들은 뒤에서 총을 쏘는 보병에게 접근할 수 없어 우왕좌왕했다.
박영호는 결국 바퀴를 한 번 뺐다.
그리고 다시 달려들어 건설로봇부터 1기씩 처치하기 시작했다.
-퍼엉!
-키엑! 켁!
건설로봇 1기와 바퀴 2마리를 교환.
체력이 떨어진 건설로봇을 뒤로 빼버리는 이신의 컨트롤 때문이었다.
결국 참호가 완성됐다.
-막았어요!
-역시 명불허전, 이신 선수의 블로킹! 이신 선수가 컨트롤하면 건설로봇이 사기라는 소리가 나올 만해요!
박영호는 결국 공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바퀴들로 계속 위협을 가해, 건설로봇들이 돌아가서 일하지 못하게 만들어줄 뿐이었다.
“역시 막았다.”
왕춘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 더블을 한 인류가 첫 정찰에 발각당하면 보통은 낭패를 당한다.
하지만 그렇게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였으면, 애당초 전 세계가 이신을 이기려고 그토록 골머리를 앓았겠는가?
-피해를 못 입혔고 도리어 바퀴 6마리를 뽑은 보람이 없어졌습니다. 이러면 박영호 선수에게 또 좋지 않은 그림이 그려지는데요.
-박영호 선수로서는 어서 멘탈을 챙기고 침착하게 장기전을 노려야 합니다. 끈질기게 견디면서 버티고 또 버티다가 마침내 장기전에서 역전을 이루는 능력이 박영호 선수에게는 있어요. 그걸 보여줘야 철벽괴물인 겁니다!
이신은 병영을 계속 늘리며 병력 확보에 나섰다.
-이신 선수 병영을 늘려 짓고 병력을 꾸준히 모으고 있습니다.
-1세트도 2세트도 마찬가지였고, 이번 대결에서 이신 선수는 대체로 승부를 빨리 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입니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박영호 선수의 장기전 능력이 살아나기 때문에 그걸 경계한 것 같네요.
공격 실패로 인해 불리한 상황 속에 놓인 박영호.
모두가 박영호의 패배를 확실시했다.
이신은 단 한 번도 유리한 상황에서 역전을 허용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3-0 완패를 눈앞에 두었을 때, 박영호의 집중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롭게 곤두섰다.
***
이신의 파상공세가 시작되었다.
앞마당에 이른 보병·의무병 부대가 박영호를 압박.
그러면서 항공수송선이 앞마당 안쪽 구석에 병력을 드롭했다.
-투타타타타타타!
-키엑!
-키에엑!
일벌레 2마리가 죽었다.
피해가 그것밖에 안 되는 이유는 순전히 박영호의 반사 신경 덕분이었다.
일벌레들을 땅굴로 피신시켰다.
땅굴은 괴물 종족의 건물로, 점액이 깔려 있는 땅이면 어디든 연결시킬 수 있다.
그렇게 양쪽이 연결되면 거리와 상관없이 통행이 가능해진다.
일벌레들이 땅굴로 연결되어 있는 2번째 확장 기지로 피신.
그리고 동시에 촉수충과 바퀴 떼가 드롭된 적병 퇴치에 나섰다.
-촤촤?!
-으악! 악!
보병 2명이 촉수에 긁혀 사망.
나머지 병력은 다시 항공수송선에 올라타 후퇴했다.
그 순간,
-폭탄충이 달려듭니다!
-박영호 선수 정말 대응이 빠르죠!
폭탄충 2마리가 항공수송선을 향해 날아들었다.
격추시키면 안에 탄 병력까지 모두 날려버리는 성과를 얻는다.
그 짧은 순간에 일벌레 대피, 지상군으로 대응, 폭탄충으로 항공수송선 공격을 모두 실행!
박영호의 탁월한 디펜스 능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물론 상대 역시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파아앗!
-펑! 퍼엉!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폭탄충 2마리가 항공수송선과 자폭하는 순간, 건너편에서 날아온 전술위성이 디펜시브 실드를 걸었다.
디펜시브 실드에 보호된 항공수송선은 폭탄충의 자폭 공격으로부터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와아아아!”
팬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싸움은 이제 시작이었다.
앞마당을 압박하는 이신의 병력이 다시금 공격을 시도한 것!
-꾸어엉! 꾸엉!
-으악!
-으아악!
보병들이 한순간에 부채꼴로 펼쳐져 촉수충 2마리를 잡아냈다.
촉수충들도 촉수를 긁어서 보병들을 사살했지만 말이다.
박영호의 대응은 쐐기충 편대!
2번째 확장 기지 방면을 지키던 쐐기충 편대가 어느새 날아와 이신의 지상군을 공격했다.
-쐐애액! 쐐액!
-으악! 으아악!
쐐기충들이 엄청난 터닝 샷 컨트롤로 후방에서 보병들을 한 명씩 커트했다.
동시에 앞에서도 바퀴 떼와 촉수충들이 달려들었다.
-앞뒤에서 싸먹으려고 덤빕니다!
-저걸 싸먹으면 한숨 돌리게 되는 거죠. 하지만 이신 선수, 위험한 걸 알고 바로 빠집니다!
이신의 보병들은 각성제까지 흡입하며 빠른 속도로 퇴각했다.
박영호도 더는 쫓지 않았다.
쉴 틈 같은 것은 없었다.
앞마당에서 계속 압박하는 이신의 플레이는 박영호의 이목을 붙잡아두려는 용도.
진짜 일격이 반대편에서 터졌다.
아까 드롭을 시도했다가 물러난 항공수송선이 박영호의 2번째 확장 기지에서 나타난 것이다!
이번엔 2척이었다.
박영호가 앞마당 전투에 신경 쓰는 사이,
항공수송선 2척은 그 근처를 순찰하는 폭탄충 2마리를 피해 우회하는 데 성공했다.
-퍼어어엉!
뒤늦게 이를 발견한 박영호가 폭탄충으로 항공수송선 1척을 격추시켰다.
하지만 이미 병력은 모두 내린 뒤였다.
‘썅.’
박영호는 나직이 욕설을 내뱉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는 양손이 맹렬하게 움직인다.
2번째 확장 기지에서 일하는 일벌레들을 땅굴을 통해 앞마당으로 대피.
앞마당에 있던 촉수충들이 땅굴로 건너와 넓게 포진했다.
보병의 천적인 촉수충.
하지만 이신이 컨트롤하면 얘기가 사뭇 달라진다.
-투타타타타타!
-꾸어엉!
좌편의 촉수충을 날렵하게 잡아낸 이신.
보병들이 각성제를 흡입하고 돌진해, 곧바로 땅굴을 난사했다.
-땅굴! 땅굴이 무너지면 2번째 확장 기지는 날아가 버립니다!
-박영호 선수 어떻게 할 겁니까?!
땅굴을 통해 무수히 많은 바퀴 떼가 건너왔다.
또한 땅속에서 튀어나온 촉수충들이 위쪽에서 달려 내려왔다.
위쪽에서 촉수충들이,
우측에서 바퀴 떼가!
양방향에서 보병·의무병 부대를 일시에 덮쳤다.
협공을 당하자 이신은 즉시 아래쪽으로 후퇴.
하지만 바퀴 떼가 따라붙으며 공격하고,
촉수충이 넓게 포진한 채 포위망을 좁혀와 인류의 병력을 구석에 몰아넣었다.
코너에 몰린 보병들이 마지막으로 각성제를 흡입하며 최후의 항전.
바로 그때였다.
-또! 또 왔습니다! 이신 선수의 항공수송선이 또 병력을 싣고 접근합니다!
-정말 정신을 못 차리게 사방팔방을 난타하고 있습니다!
그랬다.
보병들이 항전을 벌이며 시간을 끄는 동안, 또다시 항공수송선을 써서 드롭 공습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쐐애애액-!
쐐기충들이 날갯짓하며 빠르게 날아왔다.
접근하는 항공수송선을 맹렬히 공격했다.
이신은 격추당하기 전에 다급히 병력을 지상에 내렸다.
하지만 절반도 못 내리고,
-퍼어엉!
항공수송선이 격추당했다.
쐐기충은 절반밖에 못 내린 적병까지 모두 전멸시켰다.
-철벽! 박영호의 철벽!
-앞마당을 지키던 쐐기충이 언제 또 거기로 온 건가요! 홍길동처럼 신출귀몰합니다!
그러는 동안, 대피했던 일벌레들도 다시 돌아와 자원을 채집했다.
질기게 버티면서도, 박영호는 어떻게든 자원을 꾸역꾸역 파먹었다. 처절한 투혼이었다.
-이신 선수의 후속 병력이 또 박영호 선수의 앞마당을 공격합니다!
-쐐기충이 저쪽으로 가서 앞마당의 방어가 약해졌거든요. 그걸 알고 귀신 같이 약점을 찌릅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중계하는 옵서버가 못 따라가고 있어요!
-이신 선수의 공격 템포가 그야말로 빛의 속도입니다! 저렇게 빠른 인류 플레이어가 있었던가요?
-박영호 선수,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또 위기!
그때였다.
-퍼엉!
흑안개가 펼쳐졌다.
그토록 기다렸던 괴물주술사가 마침내 생산된 것!
흑안개는 모든 원거리 공격을 무효화시킨다.
보병 200명이 총을 쏴도, 흑안개 속에 있는 바퀴 1마리를 못 죽인다.
계속 난타당하는 불리한 상황.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괴물주술사의 등장과 함께 철벽괴물이 각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