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03
302화 계산(4)
-어떻게 저런 싸움이… 믿을 수가 없다.
푸르카스가 신음을 하며 중얼거렸다.
그레모리도 숨 막히는 템포로 정신없이 진행되는 싸움에 넋을 놓았다.
니콜라 폰타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주 자연스럽게 불리해지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최소 2군데 이상은 열기구를 타고 침투한 병력에게 공격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니콜라 폰타나는 신속하게 공격 받은 지점에 병력을 적절히 투입해 막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큰 데미지가 일어난 공격은 없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 상황은 점점 니콜라 폰타나에게 안 좋게 되어가고 있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니콜라 폰타나는 공격을 막는 데 정신이 없어서 다른 운영에 신경 쓸 틈이 없다는 점.
때문에 지시가 계속 느려지고, 그만큼 운영에 차질이 빗어졌다.
그에 반해 이신은 단 1초의 시간 낭비도 없이 철두철미하게 운영을 하고 있었다.
멀티태스킹!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에 신경 쓰는 능력이 압도적으로 이신의 우세였다.
동시다발적으로 싸움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이신은 자기 할 일을 재깍재깍 하고 니콜라 폰타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가랑비에 옷 젖듯이 니콜라 폰타나는 불리해졌다.
‘이런 방법으로 이길 수도 있었군.’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듯한 싸움이었다.
멀티태스킹에서 따라갈 수가 없으니 정밀한 계산에 입각한 운영이고 뭐고 소용이 없었다.
이신은 더 이상 석궁병 등을 소환하지 않고, 병영을 1채만 남기고 다 부숴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특수병영을 여러 채 짓기 시작했다.
특수병영에서 기사들과 공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공병들이 일제히 투석기를 제작했다.
석궁병·장창병·방패병을 열기구에 태운 교란 작전에서 기사+투석기로 체제를 전환하는 것이었다.
신속하고 스무스한 체제 전환.
전장은 빠르게 이신에 의해 잠식되었다.
마력석 채집장을 곳곳에 가져가고, 모여드는 마력량이 어마어마한 병력으로 나타났다.
차곡차곡 모아놨던 기사단과 투석기 군단이 장대한 진군을 시작하였다.
‘이제 휴먼이 강해지는 시점에 접어들었군.’
경험상 나폴레옹은 이신이 이제 패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후반에 강해지는 휴먼이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고 제대로 덩치가 커버렸다.
니콜라 폰타나는 정말 정신없이 휘둘리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신이 대군 운용에 서두른 모습을 보이고, 이 점을 파고들어 대승을 거둔다면 그나마 해볼 만해지겠지만…….’
니콜라 폰타나가 역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쳐보았지만, 그 희망이란 정말 실낱같았다.
게다가 이신은 대군 운용에 결코 서툴지 않았다.
‘오히려…….’
나폴레옹은 이신의 물샐틈없는 대군 운용에 감탄을 느꼈다.
이신과 그의 사도가 된 마르몽의 대단한 합작이 탄생했다.
투석기가 여러 곳에 나눠서 조립되어서 세 방면을 동시 타격하기 시작했다.
니콜라 폰타나는 날아드는 바위에 곳곳에 타격을 입으면서도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반격을 가해서 투석기를 걷어내는 게 급선무였는데, 다수의 기사단이 지키고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패배하게 되는 것이었다.
거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니콜라 폰타나는 총력전에 나섰다.
마물 군대가 우르르 몰려나와 꼬라박듯이 총공세를 펼쳤다.
그리고 그 순간,
‘허!’
아직 살아 있는 열기구 2척이 귀신 같이 니콜라 폰타나의 본진에 침투했다.
그토록 게릴라 작전에 써먹고도 여전히 살아 있는 석궁병·장창병 무리로 카운터펀치를 날린 것이다.
모든 병력이 공격에 나선 틈에 얻어맞은 일격!
니콜라 폰타나는 삽시간에 거꾸러졌다.
[악마군주 푸르카스 님의 계약자 니콜라 폰타나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께서 마력 5만을 획득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께서 악마군주 아가레스 님으로부터 마력 5만을 받았습니다.] [마력 총량 52만 9천으로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께서 서열 49위가 되셨습니다.] [마력 총량 40만 1천으로 악마군주 푸르카스 님께서 서열 54위가 되셨습니다.]승자와 패자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그레모리는 53위에서 49위로 4계단이나 점프해 버렸다.
총 10만이나 되는 마력을 한꺼번에 차지한 덕분이었다.
반면 최대치인 5만 마력을 배팅했다가 패배한 푸르카스는 52위에서 54위로 2계단 추락을 당해야 했다.
게다가 아직 푸르카스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소원은 마력으로 한다.”
이신의 말에 푸르카스는 분노를 절제하지 못하고 푸들푸들 떨었지만 도리가 없었다.
마력 총량의 1%인 4,010마력이 이신에게 이양되었다.
[마력: 14,471/14,471]‘당장은 쓸 일이 없으니 일단 모아놔야겠군.’
최하위에서부터 연승행진을 해오면서 악마군주들로부터 받은 마력이 많은 이신.
하지만 최대치가 배팅된 서열전을 이긴 경우가 많아서 서열이 2계단씩 점프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이번에는 무려 4계단이나 서열이 점프됐다.
서열이 너무 빨리 오르는 바람에 비슷한 서열권의 계약자들에 비해 마력량이 적을 거라고 이신은 생각했다.
무엇보다 계약자가 된 지 이제 막 1년째인 이신이 훨씬 더 오랫동안 있었던 다른 계약자들과 비교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악마군주들로부터 소원으로 마력을 챙기는 이신의 성장 속도는 그레모리의 상승세만큼이나 무서웠다.
그런데 그때, 니콜라 폰타나가 이신에게 다가왔다.
“잠깐 나 좀 보세.”
“무슨 일입니까?”
“여러 가지로 묻고 싶은 게 있네. 잠깐 시간을 내주지 않겠는가?”
니콜라 폰타나는 간절함이 묻어 있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신은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나?”
“쉽거나 혹은 가장 어렵거나, 둘 중 하나라고 예상했었습니다.”
“쉽거나 가장 어렵거나? 어째서인가?”
“전쟁에 있어서 순발력 있게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정확한 계산이 겸비되었다면 당신은 분명 제가 지금껏 상대한 가장 힘든 적이었겠지요.”
“내가 그러지 못했군.”
“계산은 정확하지만 순발력이 없었습니다. 순발력이 없는 이유는 당신이 싸움이 아닌 계산을 했기 때문이죠.”
“싸움이 아니라 계산을 했다고?”
“첫 번째 싸움에서 나는 당신의 계산과 맞아 떨어지는 미끼를 던져주었고, 당신은 그것을 믿었습니다. 자기 계산에 맞는 것을 믿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난 당신이 쉬운 상대라고 확신했습니다.”
“…….”
부인할 수가 없었다.
오늘의 자신은 이신에게 아주 손쉬운 상대였다.
3-0의 일방적인 스코어가 말해주지 않은가.
“불확실한 모험을 하지 않고 안전을 꾀하려는 태도도 당신의 약점입니다. 정찰로 상대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대응을 하면 안전하게 이길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의 서열이 한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처럼 상대의 정찰을 끊거나 조작된 정보를 주는 데 능한 사람에게 당신은 어려운 상대가 아닙니다.”
다소 낙담을 한 니콜라 폰타나는 이내 고맙다는 짧은 말과 함께 떠났다.
결국 그는 정확한 계산력을 갖고 있으나, 싸움은 아마추어였다.
상대의 심리를 읽으려 하지 않고 눈앞에 있는 명확한 정보만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런 수학적 재능을 가지고도 전패(全敗)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타고난 재능의 차이 같은데.”
나폴레옹이 웃는 얼굴로 장난스럽게 말했다.
“세 번째 대결은 니콜라 폰타나도 크게 실수한 부분은 없었지만 그냥 일방적으로 휘둘리다가 압살을 당하고 말았지. 그건 잘못이나 실책을 떠나 그냥 타고난 순발력의 격차 같은데.”
“사실 그렇긴 합니다.”
사실 심리전이나 멀티태스킹이나 훈련을 통해 향상되는 것보다는 타고난 재능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저 수학자 친구는 앞으로도 이 정도 서열에서 머무를 것 같은데. 뭐, 악마군주 푸르카스의 본래 서열이 50위 정도였으니 현상 유지 정도는 하는 셈이군.”
“그보다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안 돼.”
“…….”
나폴레옹의 칼 거절에 이신은 말문이 막혔다.
묻지도 않았는데 거절.
주로 자신이 쓰던 화법에 당한 경우는 오랜만이었다.
“조만간 열릴 축제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은 거겠지?”
“예.”
“앞서도 말했지만 아직 밝힐 수 없다. 어차피 그때가 되면 알게 될 테니 기다려라.”
“…그럼 다른 질문을 하지요. 내 실력은 어땠습니까?”
“훌륭했지. 참고할 부분도 있었고.”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나와 모의전을 해보시겠습니까?”
이신은 불쑥 나폴레옹에게 도전을 했다.
서열 1위 계약자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고 싶은 욕심이었다.
나폴레옹의 입가에 띤 미소가 짙어졌다.
“자네도 내 실력이 궁금하겠군.”
“물론입니다.”
“나도 그랬네. 어제까지만 해도 말이지.”
과거형의 대답에 이신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를 어쩌나. 난 이제 자네의 실력이 궁금하지 않아.”
“피하는 겁니까?”
“그렇다고 해두지. 물론 자네는 재미있는 상대가 될 것 같긴 한데, 서열전으로 직접 맞붙어야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그래서 그런 날이 올 때까지는 이 재미를 아껴두기로 하지.”
그렇게 일방적으로 못 박은 나폴레옹은 불만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이신을 보며 웃었다.
“모쪼록 분발해라. 이 기세라면 2위까지 올라오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은데.”
“그때도 당신이 서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으면 실망할 것 같습니다.”
“걱정마라. 지금 서열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애석하게도 상성상 나한테 약하거든.”
그렇게 푸르카스 측과의 서열전은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단숨에 49위로 도약한 고무적인 대승이었다.
***
“일어나세요.”
누군가가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어린 소녀의 억양 이상한 한국어가 귀엽게 들린다.
눈을 떠보니 어린 소녀는 아니었다. 주디는 어엿한 성인이니까.
“도착했어?”
“네.”
기내의 침실에 설치된 2층 침대.
1층에서 일어난 이신은 2층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장양을 툭툭 쳤다.
장양은 짜증스러운 신음을 내며 뒤척거렸지만, 이신은 가차 없이 계속 흔들어 깨웠다.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일어난 장양은 이신과 눈이 마주쳤다.
“내릴 준비 해.”
북경에 있던 자폐아 시절이었다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짜증을 표했을 터.
하지만 장양은 순순히 웃옷을 걸치고 내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전용기에서 내리고 간단한 입국수속을 마쳐서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주디와 존의 부모님이 보내준 것인지 여러 대의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해외였지만, 재벌인 주디의 가족 덕에 이신은 편하게 밴쿠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차량을 타고 주디의 집으로 향할 때였다.
주디의 스마트폰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라?”
발신자를 확인한 주디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신도 영어로 된 발신자 이름을 언뜻 볼 수 있었다.
-Vancouver SCC
이신 일행이 캐나다에 온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밴쿠버SCC에서 귀신 같이 주디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