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50
제250화
깊은 고민에 쌓인 내 모습을 본 이자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신이나 나나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어. 그러니까 마음을 놔.”
“놓으라고?”
“하인리히랑 슈체니가 형제간에 싸우는 것까지는 막아야지. 하지만 그 이상은 그냥 무리야. 계속 살 수도 없잖아?”
“…그래.”
놔야지.
세상 모든 걸 내가 다 쥐고 흔들 수는 없으니까.
‘후우, 그런데 시스템은 자꾸 날 유혹하네.’
엘릭서로.
지금가지 내가 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세 아내나 자식들을 위해 쓰려고 했지.
‘그런데 엘릭서… 모든 퀘스트를 끝내서 얻어봤자 4병. 이걸로 수명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까?’
길고 길어봤자 400년?
아님 100년?
‘후우, 아니야. 놓아야 해. 엘릭서는 내가 아니라 세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써야 해.’
갑자기 생겨난 욕심을 애써 털어냈다.
***
남으로, 남으로.
드디어 도착했다.
행운이 깃들었는지 구름 한 점 없는 날 도착했고, 아래로 내려오자 메시지가 들려왔다.
여기서도 북극에서처럼 포탈 마법진을 만들었다.
아!
피라미드를 먼저 만든 후에 그 내부에.
포탈 마법진을 만든 후에 잠시 고민했다.
‘정령고래를 만나러 남극점까지 가볼까?’
하지만 몇초도 지나지 않아 고개를 흔들었다.
‘가도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설사 나타나도 내 부탁을 들어줄 리 없어.’
마지막으로 비행체를 타고 가야 퀘스트가 완료였다.
물론 그렇다 해도 정령고래를 타고 가는 게 확실히 이득이기는 했다.
왜냐하면…
‘좌표를 구할 수 있으니까.’
좌표만 있다면 나중에 열기구를 타고 갈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좌표를 모르니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상태였다.
‘후우, 이것도 새로운 시련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자. 일단… 돌아가자.’
부두도 만들고, 눈도 챙기고.
그 후에 만든 포탈 마법진을 이용해 제국으로 돌아왔다.
아! 돌아오기 전에 세 아내와 셋째인 세 아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뭐냐면…
신대륙의 엘프 종족에 대해선 비밀로 하라는 것.
포탈 마법을 통해 거기 간 것도, 그곳으로 가는 포탈 마법진이 있다는 것도 다 비밀로 하라고 했다.
왜 비밀로 해야 하는지 이유도 말해주었다.
바로 인간의 끝없는 욕심!
‘하지만 끝까지 비밀이 될지는 모르겠네. 판단은 개인몫이니까.’
설득할 때에 세 아내는 좀 서운해 했다.
왜 진즉에 얘기 안 했냐고.
미안하다고 대답했다.
사실 세 아내에게조차 비밀로 해야 계속 비밀이 지켜질 거라 믿기도 했고.
여하튼 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잠깐 시간을 내어 포탈 마법진으로 내가 간척한 섬과 북극에 가서 흙과 눈을 챙겼다.
대략 한 달여를 쉰 후에 다시 출발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때 셋째인 세 아들을 불러 은밀히 물었다.
신대륙 엘프 거주지에 가서 지내겠냐는 거였다.
기간은…
“우선 1년. 너희가 견디기 힘들면 1년 후에 데리고 오마. 만일 1년 후에도 계속 있고 싶다면 더 있어도 상관없고.”
“어휴, 1년도 길어요.”
“어떻게 1년이나 있어요?”
멕케이와 슈체니가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블린트는 달랐다.
“1년… 길거 같지 않은데요?”
“참! 말리오는 뭐라고 안 하니? 제자가 자꾸 밖으로 떠돈다고?”
“그건 아니고요. 가르쳐준 거 하루도 빼지 말고 훈련하라고는 하셨어요.”
“그게 전부야?”
“어차피 기본을 배운 후에는 깨달음의 영역이라고 하셨어요. 물론 옆에서 지도하면 도움은 되겠지만 때론 혼자서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혼자서 고민하는 시간…
‘그래. 필요하지. 난 시스템으로 소드 마스터가 되어서 이딴 거 모르지만.’
말리오가 제자에게 허튼 소리를 했을 리도 없으니 사실일 거다.
멕케이와 슈체니에게는 1년이 길다고 하니 몇 달만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레아와 아나이스에게 이걸 말했더니 반대하고 나섰다.
“왜 그렇게 우리를 떼어놓으려는 거죠?”
“전 반드시 따라가겠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블린트만 남기기로 했다.
포탈 마법진을 통해 엘프의 거주지로 이동해 족장을 만났다.
간척한 섬, 북극, 남극의 흙과 눈을 건네주었다.
이걸 족장은 세계수가 심긴 땅에 바로 뿌렸다.
그랬더니!
샤아아아.
세계수가 빛이 났다. 그리고…
쑤우우욱.
순식간에 세계수의 크기가 3배로 커졌다.
무려 3배!
이걸 보며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다.
‘만일 다른 7군데에서도 흙을 가져다 뿌리면… 이번이랑 합쳐서 전부 10배가 크는 건가?’
물론 그렇다 해도 구대륙의 세계수와는 비교도 안 된다.
수백 배는 커야 겨우 비교가 될 정도로 구대륙의 세계수는 어마어마하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족장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이 감격 덕분인지 블린트를 남기는 건 수월하게 풀렸다.
또 엘프 중에 검을 가장 잘 다루는 이가 블린트를 지도해주기로 약속까지 했다.
“후우, 그럼 저는 다른 곳에 가서 세계수의 거름을 구해오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다시금 이곳에서 열기구를 띄우고 이동했다.
이번에 갈 곳은 작은 섬들이 아주 많았던 바로 그곳.
구대륙으로 가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이곳에서 출발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가면서 새로운 섬을 찾아보자.’
이번에도 미리 당부했다.
일주일을 갈지, 한 달을 갈지, 두 달을 갈지 나도 모른다고.
***
주사위도 굴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참을 가야 할 거라 생각했으니 바다에 좀 나간 후에 굴리자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예상 외의 일이 벌어졌다.
하루!
남쪽의 엘프의 거주지에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몇 번이나 땅에 내려와 쉬면서 이동하여 드디어 바다로 나왔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는데 웬 걸?
“어? 섬이잖아!”
하늘에서 보니 작은 크기가 아니었다.
좌우로도, 저 멀리로도 바다가 아니라 땅만 보였다.
실제로 해변에 내리니 메시지가 나타났다.
전에 내가 찾지 못한 섬 중에 하나를 이렇게 쉽게 찾다니…
‘후우, 어쨌든 쉽게 풀린 거 감사해야지.’
여기에 부두도 만들고, 포탈 마법진도 설치하고, 흙도 구하고.
다 한 후에 주사위를 굴려보았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북쪽으로 3일만 가면 섬이 또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
‘고, 고작 3일?’
사실인지는 가보면 알 일.
그런데 진짜로 북쪽으로 이틀을 가니 이 섬의 끝이 나오며 바다가 나타났고, 다시 하루… 그러니까 주사위가 말한 것처럼 3일이 되니 새로운 섬이 나타났다.
이것도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섬이었다.
‘허얼. 이렇게 쉽게…’
이런 식이라면 굳이 정령고래가 알려준 섬을 찾을 필요도 없게 되었다.
‘후우, 이렇게 5개. 이제 절반 왔구나. 나머지 5개…’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좌표가 있으니 못 찾을 건 없었다.
단지 위험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
2년이 흘렀다.
마지막 10개 섬을 채웠으며, 보상도 받았다.
신대륙의 엘프 거주지에 가서 족장이 부탁한 퀘스트도 해결했고.
이렇게 얻은 게 엘릭서 4병.
여행… 아니 모험을 마치고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 아내가 놀라운 소식을 전해왔다.
뭐냐면…
이미 예상했겠지만 넷째 소식.
1년이 지나서 태어난 건 전부 딸.
“하하. 왜 같은 성별이 이렇게 번갈아서 나오는지.”
여하튼 딸 셋이 또 태어났다.
뒤므리에, 에이츠, 하인리히는 질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랑 사이가 너무 좋으신 거 같은데요? 이제 그만 좀 좋아도 될 거 같은데요?”
“낳으시려면 좀 몰아서 나으시던지요. 형제끼리도 나이차가 너무 나잖아요. 동생이 제 아이들보다 어려요.”
“아버지가 더는 후궁을 들이지 않으시는 거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렇게 생산을 멈추지 않으실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사브리나, 쥬리, 아리아도 한마디씩 하기는 했다.
“아버지? 사위에게 좀 알려주세요. 그 비법이요.”
“그래요. 아버지의 비법이 도대체 뭔가요?”
“어머니랑 얘기 해봤는데요. 갖고 싶어서 가진 건 아니라 하시던데. 사실이죠?”
아들과 딸들과의 대화가 날 참 무안하게 했다.
넷째 소식 말고 기쁜 소식이 또 있었는데 그건 세 명의 셋째 아들들의 결혼.
상대는…
이것도 예상했겠지만 엘프 셋.
처음에 블린트가 혼자 남아서 엘프 여인과 사귀며 결혼했는데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멕케이와 슈체니도 엘프 거주지에 있겠다고 했다.
그리고…
엘프 여인들을 하나씩 데리고 나타났다.
다만 형들과 다른 점이 있었는데 그건 공주님들이 아니란 것.
여하튼 엘프인 건 사실이었다.
‘며느리 여섯이 모두 엘프라니.’
이것도 기록이라면 기록.
이 세계에 기네스북이 있다면 실릴 기록일 거다.
***
다시 세월이 지나 내 나이 80이 되었다.
세 아내도 80이 되었고.
넷 모두가 늙었다.
사람은 서서히 늙는 게 아니라 계단식으로 늙는다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60까지는 30년 이상 젊은 모습으로 살았고, 70이 되어도 40대처럼 보인다고들 했다.
하지만 70을 넘으니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80이 되니 50처럼 보이며 나와 세 아내에게도 중년의 시간이 찾아왔다.
남들이면 죽음을 앞둔 노년에 중년이니 복에 겨운 일은 분명했다.
하지만 늙은 게 실감이 나며 좀 씁쓸했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지나 100세가 되면서 중년이 아니라 노년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안타까운 건 첫째 아들 셋과 둘째 딸들 셋도 노년의 시간이 찾아온 것.
자식들이 늙은 걸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엘릭서를 써주고 싶은 유혹이 무척 컸다.
이때 재밌는 일이 있었는데 레아가 돌아가신 아버지인 실버훈이 남긴 약물을 자식들에게 준 것.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구할 수 없는 약재를 대신할 다른 걸 찾으셨어요. 그리고 결국 찾아내서 10병을 만드셨어요.”
실버훈의 약물을 마신 자식들에게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10년은 젊어진 것.
“레아! 왜 우리는 안 주고?”
아나이스와 이자벨은 서운해 했고, 나도 좀 서운하기는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딱 10병만 남기셨어요. 엘릭서만큼 위대한 건 아니지만 죽음을 늦출 수는 있을 테니 정말 긴급할 때만 쓰라고 하셨죠.”
“자식들 노화를 늦추는 게 긴급한 일이에요?”
따지는 게 아니라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평생 내가 따로 뭘 해준 건 없잖아요? 쟤들이 이 나이까지 살았으니 딱히 아쉬울 것도 없을 거 같고. 그냥 선물로 주었어요. 그리고 4병은 남겨뒀잖아요?”
그런데 이 남긴 4병도 몇 년이 흐르기 전에 쓸 일이 생겼다.
약하게 태어난 후손 때문에. 그리고 갑작스런 병에 걸린 후손들 때문에.
여하튼 이걸 다 썼지만 레아는 나에게 쪽지를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아버지의 약물을 제조하는 레시피에요.”
“나에게 줘도 되요?”
“아버지가 당신에게 주라고 했어요.”
“그럼 진즉 주지 왜 이제야 주나요?”
“내가 약물을 다 쓰면 주려고 했으니까요.”
“흐흐. 그럼 얼른 만들어서 우리 넷이 마십시다.”
그리고 세 아내가 아플 때마다 사용했다.
그럼에도 120세가 넘어가니 더는 약물이 효과가 없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세 아내에게 죽음의 기운이 찾아왔다.
난 세 아내를 불러 엘릭서 3병을 내보이며 물었다.
“이걸 마시면 다시 젊어질 거예요. 마시려면 함께 마셨으면 좋겠어요.”
그랬는데…
세 아내가 모두 거절했다.
“우린 살만큼 살았어요. 이건 후손에게 남겨주죠.”
“그래요. 이젠 쉬고 싶어요.”
“죽음은 두렵지 않아요. 그냥 편해지고 싶어요.”
세 아내에게 강권했지만 셋은 계속 거부했다.
“당신을 만나 정말 행복했어요. 이제와 젊어지면 뭐해요? 그냥 추억을 가지고 이대로 가고 싶어요. 가게 해주세요.”
셋의 의사는 분명했고…
1년이 지나지 않아 세 아내가 내 곁을 떠났다.
난 홀로 포탈 마법진을 통해 신대륙으로 넘어갔다.
나에게 죽음은?
글쎄… 언제 찾아올까?
난 신대륙에서 잊어진 채로 살기로 했다.
그리고 진짜 죽음이 찾아올 즈음에는 구대륙으로 돌아와 후손들을 돌아본 후에 내 후임자를 정하고 정밀분석 스킬도 주고 엘릭서 4병도 주기로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