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208
208
후우우웅.
아래를 내려다보니 벽에 손바닥을 갖다 박은 스올이 보인다. 그의 손바닥이 닿은 곳을 중심으로 반경 10미터가 터져 버려 산산조각이 났다. 자신을 포함한 모두 하늘로, 또는 뒤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벽을 부수기 위한 파괴력은 갖췄지만 살상력이 담겨 있지는 않은지, 모두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자들은 수십 미터 위에 떠올랐다고 자신의 몸도 챙기지 못할 자들이 아니다. 일반인이 있더라도 수언 혼자서 그들을 모두 챙길 수 있다.
여울은 그들에게 눈을 거두고는 스올에게 집중했다. 여울은 부서진 벽을 박차고 무서운 속도로 날아올랐다. 여울은 그를 향해 두 개의 검을 던지고는 몸을 감싸고 있던 디카르로 다시 두 개의 검을 만들었다.
후웅! 챙!
스올은 공중에서 몸을 살짝 틀어 검 하나를 피하고 다른 하나는 손으로 쳐 냈다. 그사이 여울과의 거리는 코앞까지 좁혀졌다.
챙! 채쟁! 챙!!
여울은 스올을 향해 검은 화염이 둘린 두 개의 검을 무지막지하게 휘둘러 댔다. 그는 거의 같은 속도로 맨손으로 받아쳤다. 손과 검이 정통으로 부딪칠 때마다 강렬한 진동과 함께 여울의 손아귀가 찢어져 피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여울은 정신없이 몰아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후웅!
그사이 뒤로 날아갔던 두 개의 검이 회수되며 스올의 등을 향해 날아왔다. 그는 몸을 반쯤 비틀고는 한 손을 뒤쪽으로 휙 젖히며 소리쳤다.
“이까짓 잔꾀 따위!”
터덩!
스올의 휘두름에 의해 두 개의 검이 날아오던 속도 그대로 다시 튕겨 나갔다.
턱, 푹!
스올의 몸이 순간 경직되었다. 한 손으로 여울의 검 하나는 잡아챘으나 나머지 한 개는 그의 턱 밑에 꽂혀 있었다. 여울은 그 검에 더욱 힘을 주며 말했다.
“여긴 좀 덜 딱딱하군.”
쿠웅!
그와 동시에 공중에서 공방을 벌이던 여울과 스올의 몸이 드디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백만 언데드 군단과 헌터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북문 벽 안쪽에 민가들이 있는 구역이었다.
스올은 바닥에 누운 채로 여울을 바라보며 목에 박힌 검신을 손으로 잡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검신을 뽑아냈다.
즈즈즈.
두 손으로 찍어 누르고 있어도 그의 한 손의 힘을 당해 내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 여울은 그와의 힘의 차이를 절실히 느꼈다.
“크하!”
스올은 검을 뽑아내며 여울의 배를 향해 발차기를 했다. 여울은 그 순간 검을 놓고 두 손으로 그의 발을 받아 충격을 완화시켰다.
후우웅!
무서운 속도로 뒤로 날아가는데 부드러운 무언가가 몸의 일부를 감싸는 것을 느꼈다. 곧 닥쳐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콘크리트 건물들과의 충돌도 없다. 살짝살짝 방향이 바뀌며 아슬아슬하게 건물들을 피해 가다가 후에는 부드럽게 몸이 완전히 멈춰 섰다.
익숙한 감각, 수언의 염력이다. 여울은 다시금 바닥을 박차고 스올을 향해 튀어 나갔다. 등 뒤에서, 다리에서 자신의 속도를 증폭시키는 염력이 느껴진다.
눈앞에는 금세 일어나 한 손으로 검은 피가 새어 나오는 목을 막고 있는 스올이 보였다. 그 모습에 여울은 눈을 날카롭게 반짝였다.
‘재생력이 전과 같지 않다!’
이 많은 언데드 군단을 일으키며 자신의 몸까지 한층 더 강해졌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 능력이 있다면 이미 로디스도 그가 차지했을 터이다.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 대신 재생력을 잃었을 것이다.
여울은 바닥에 널브러진 세 개의 검을 회수하며 하나의 검을 그에게 뻗었다. 스올은 여울이 급격히 가까워지자 자유로운 한 손을 마주 뻗었다. 마나의 눈으로만 보이는 수십 개의 새하얀 염력이 한가운데로 모여들었다.
그때에 양옆에서 담덕과 서한이 달려들어 스올의 목을 노리며 검과 도끼를 휘둘렀다. 동시에 화염 속성의 마나를 담은 여울의 검과 스올의 염력이 부딪쳤다.
콰아아아앙!!
세 명은 모두 스올의 몸에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고 충격파에 휩쓸려 날아갔다. 여울은 공중에서 수언의 염력을 밟고 다시 튀어 나갔다. 뇌를 공유한 것 같은 움직임, 역시 오랫동안 손발을 맞췄던 덕이 크다.
채쟁! 챙! 파방!
수언은 스올의 염력이 보이지 않으니 직접 터트렸다. 스올이 중간중간 인상을 찌푸리며 경직되는 것을 보니 수언이 염력으로 그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듯했다.
서한을 선두로 원팀이 환상적인 팀워크를 보이며 스올을 끊임없이 방해했다. 아직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아서인지 그들에게 눈길을 돌리고 있지는 않지만 아슬아슬해 보인다.
‘사와코는 아직인가…….’
은서의 사와코는 언데드 군단을 상대하느라 먼저 소환했기에 지금은 딜레이 시간인 듯했다. 사와코가 있어야만 제대로 시선을 끌어 줘 자신이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 그러나 그때까지 시간 끌기 식으로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그는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당한다.
채재재쟁! 챙! 챙!
여울과 원팀의 검이 정신없이 스올의 사방을 공격해 나간다. 스올의 염력도 유지 시간이 정해져 있기는 하는지 새하얀 염력 덩어리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기회다.
훙!!
여울은 검기를 실어 두 개의 검을 일자로 뻗었다. 서한과 담덕도 그때를 감각적으로 알아챘는지 평소보다 과감한 공격이 들어왔다.
턱.
스올이 고개를 돌려 담덕의 도끼를 후려치는 사이, 여울의 검 끝이 그의 목에 닿았다. 거의 동시에 서한의 검도 그의 뒤통수에 닿았다. 그 순간, 스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크하아아!!”
그가 어떤 방어 자세도 취하지 않고 두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쳐들며 포효했다. 그러자 검은 피부에 징그럽게 뚫린 수백, 수천 개의 구멍에서 검붉은 기운이 뻗어 나와 그들의 몸을 강타했다.
퍼벙! 퍼버버버벙!!
공격이 끝난 담덕은 도끼로 다급히 몸을 보호했다. 여울도 그 순간 실드를 치며 미지의 충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아주 깊숙이 들어간 서한은 그 기운을 정통으로 맞아 몸 곳곳에 구멍이 뚫리며 저 멀리 날아갔다.
후우우웅, 턱, 터덕.
서한은 저 멀리 날아가 4층 건물에 부딪쳐 바닥까지 흘러내렸다. 그를 지켜보던 레이는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악! 서한 씨!”
레이는 12센티미터의 킬 힐을 벗어 던지고 그에게 다급히 달려 나갔다. 가슴이 푹 파이고 어깨와 쇄골이 훤히 드러나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피가 묻든 말든 서한을 끌어안고 자신의 무릎 위에 상체를 눕혔다.
“서한 씨, 서한 씨이!!”
“큽, 쿨럭!”
서한은 울컥 피를 토해 내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레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온몸에 손가락 두 개만 한 구멍이 수십 개는 뚫려 있었고, 배에는 그 구멍 사이로 창자가 흘러나와 있었다.
“서한 씨이…… 주, 죽지 마…….”
서한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한 손을 들어 올려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쓸어내려 그녀의 가슴골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자, 자기야, 나는 자기와 밤을 보, 보냈을 때 정말 천국 같았어……. 이렇게 자기 가슴 만지며 죽으니…… 주, 죽어도 여한…… 없…….”
“흡, 흐윽, 그게 무슨 개소리야…….”
레이는 그의 얼굴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한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안쪽에 더욱 집어넣어 줬다. 덕분에 옷 한쪽이 흘러내렸지만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서한은 눈을 천천히 감으며 입꼬리를 씰룩였다.
“자기는…… 천, 천사…….”
그때, 그들 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중고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게 이런 에로 커플이라니…….”
그 목소리에 레이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여울로 인해 뇌리에 깊게 박힌 인물, 미국에서도 본 적이 없는 무한한 가치의 특성 소유자이자 지금 레이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다.
“그대로 있어요. 서한 씨, 절대 정신 놓지 말고.”
목소리의 주인공, 환자복을 입고 있는 보라는 쭈그려 앉고는 한 손을 서한의 몸에 뻗었다. 그러자 보라의 손에서 따뜻한 빛이 새어 나와 그의 몸을 뒤덮었다. 그녀는 다른 손으로 삐져나온 서한의 창자를 안에 집어넣고는 두 손을 뻗어 본격적으로 치료하기 시작했다.
“끄으으으…….”
서한은 살을 태우는 듯한 고통에 이를 악물면서도 레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러고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크흡, 다, 다행이야. 사실 좀 억울했어. 나 죽으면 자기 딴 놈…….”
퍽!
레이는 그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툭 밀치고는 대답했다.
“안 죽으면 돼.”
그녀는 어느새 눈물이 쏙 들어가고 평소의 그 도도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채쟁! 챙!!
같은 시각, 거의 타격을 받지 않은 여울은 다시금 스올과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여울의 명으로 수언의 염력 외에는 아무도 그들의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있었다.
‘승산이, 승산이 있어.’
그 폭발 이후로 스올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뒤쪽에서 은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여울은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감각을 펼치지 않아도 왜 불렀는지 알 수 있었다. 사와코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여울은 디카르가 모두 벗겨지고 손아귀가 찢어져 이제 붉은 근육밖에 남지 않은 손으로 더욱 거세게 검을 휘둘렀다.
채재재쟁! 채쟁!
그때였다. 스올의 옆으로 거대한 기운이 가공할 속도로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스올도 그 기운은 무시할 수 없었는지 고개를 돌리고는 눈을 부릅떴다.
“네가?!”
그 기운이 강대하여 환상이 아닌 사와코 본인이라고 착각한 듯하다. 그로 인해 생긴 빈틈은 여울이 생각한 것보다 더 컸다.
쩌엉!!
사와코의 일본도가 그의 손과 부딪쳐 강력한 충격파가 생성되었다.
사사삭!
도와 손이 맞물리는 그 정확한 타이밍에 여울이 뛰어올라 두 검으로 그의 목을 한 바퀴 휘감고 지나갔다.
푸욱!!
그의 등 뒤로 넘어가서는 베아를 꺼내어 그의 목에 강하게 쑤셔 넣었다.
파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여울과 스올, 사와코가 있는 곳에 눈이 부실 정도의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사와코는 뒤로 날아가고 여울은 스올의 손에 목이 잡혀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그러나 스올의 몸도 정상은 아니었다.
“끄윽, 끄…… 이, 인간 따위가…… 감히…….”
스올은 목이 아래로 완전히 꺾인 채 살덩이는 모두 지저분하게 뜯겨 있고, 척추와 연결된 목뼈에 머리가 덜렁덜렁 붙어 있는 모양새였다. 그 상태로 입을 달싹거리는 모습은 꽤나 징그러웠다.
누가 봐도 죽었어야 할 모습이건만, 목을 잡고 있는 악력이 어마어마하여 두 손으로 떼어 내려고 아무리 힘을 주어도 쉽게 풀어지지가 않았다.
끼이익.
목뼈가 돌아가 거꾸로 되어 있는 스올의 머리와 눈을 마주쳤다.
“네놈이…… 네놈 따위가 모두 망치다니!!”
‘다크니스 버서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 쓰는 것이기에 부작용이 클 수 있겠지만 죽지는 않을 터이다. 여울은 한층 강해진 힘으로 그의 엄지손가락을 잡아 확 꺾었다.
우드득.
엄지를 부러트리자 나머지 손도 손쉽게 풀 수 있었다. 마무리를 해야 한다. 여울은 그의 목뼈를 향해 검기를 담은 검을 휘둘렀다. 그때, 그가 다른 손으로 여울의 팔뚝을 붙잡으며 외쳤다.
“지옥에서 보자!!”
그 외침과 함께 스올의 온몸에서 자잘한 균열이 생기며 새하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여울은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자폭?!’
여울은 순간 케라브에 끌려갔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자신의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여 죽음을 예감한 듯하다.
아무리 사람들을 위해 싸운다고 해도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스올 못지않게 검에 피를 많이 묻혔다. 어쩌면 그와 함께 지옥으로 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무조건 이기고 살아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대적이었는데, 죽음의 순간에 이렇게 빨리 받아들여질 줄은 몰랐다.
스올의 온몸이 갈라지며 눈을 멀게 할 정도의 빛이 전장을 가득 채웠다.
쿠과아아아아아아앙!!
“아빠아!”
“여울!!”
“오빠!”
“꺄아아악!”
그 강력한 폭발에 사람들은 비명을 내질렀고, 저마다의 호칭으로 여울을 불렀다.
터덕.
서울 방어기지 북문, 언데드 백만 대군은 그 폭발과 함께 두 눈에 빛나던 붉은 안광이 사라지며 일제히 바닥에 쓰러졌다.
터더더더더덕! 터더더덕!
그 수많은 언데드가 한꺼번에 바닥에 널브러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들과 결전을 치르던 사람들도 썩은 시체의 악취가 나든 말든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헉…….”
“하.”
“어, 어떻게 된 거지?”
“끄, 끝난 건가?”
사람들은 대부분 본능적으로 이 긴 싸움이 끝이 난 것을 깨닫고는 진이 빠져 쓰러졌고, 몇몇은 어리둥절해하며 주변을 살폈다.
성 안쪽에서 여울과 스올이 싸우던 모습을 지켜본 한 군인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크게 외쳤다.
“끄, 끝났다!! 이겼다아!!”
그의 외침에 옆에 있던 사람이 질세라 똑같이 손을 올리며 소리쳤다.
“이겼다!! 이겼어!”
“우리가 이겼다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 이겼다!”
사람들은 어디서 힘이 다시 생긴 것인지 크게 소리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그 기쁨을 온전히 만끽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아, 아빠…….”
은서는 그 폭발의 중심으로 네발로 기어갔다. 그곳에는 끝부분이 징그럽게 뜯긴 팔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옷도 갑옷도 씌워지지 않은 맨 팔이지만 그 근육의 형태, 손의 주름, 검고 굵은 힘줄을 보니 여울의 것임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