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26
326화 예선(1)
“후딱 끝내야겠네.”
A조에 배정된 박영호는 개인전 첫날부터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목 스트레칭을 하며 여유만만하게 나서는 박영호였지만, A조는 만만치 않았다.
영국의 톱 프로게이머 알렉산더 스테인이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나무랄 데 없는 탄탄한 운영을 자랑하는 알렉산더 스테인은 종족 상성 상 천적인 괴물을 상대로도 승률이 꽤 높은 선수였다.
작년 그랑프리 개인전 성적은 16강에 그쳤지만, 잘생긴 외모 덕에 은메달리스트인 박영호보다도 훨씬 인기가 좋았다.
월드 SC 올스타전도 출전했을 정도이니 말 다한 셈이었다.
“저렇게 얼굴로 게임하려 드는 놈들을 제가 가장 싫어하거든.”
박영호는 삐뚤어진 투지를 불태우며 경기에 나섰다.
첫 경기는 A조 첫 시드를 받은 알렉산더 스테인이었다.
박영호는 세 번째 시드였는데, 알렉산더 스테인이 3연승을 거두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상대였다.
“잘하는데.”
알렉산더 스테인의 첫 경기를 보며 이신이 말했다.
상대 인류의 페이크 더블을 깔끔한 거신병기 무빙 컨트롤로 막아내는 알렉산더 스테인이었다.
상대 인류는 보병 6명, 기동포탑 1기, 고속전차 1기라는 잘 조합된 구성으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거신병기들이 계속 뒷걸음질을 치며 레이저빔을 쏴 보병들의 숫자를 꾸준히 줄였다.
그리고 마지막은 광신도 1기를 총알받이로 던지며 그대로 들이받아 기동포탑까지 커트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와중에 고속전차가 본진 안까지 파고들어서 일꾼 피해가 예상됐지만, 알렉산더 스테인은 신도들을 전부 컨트롤 해 고속전차를 한 번에 감싸서 격파해 버렸다.
“일꾼 컨트롤 제법 하네.”
그 점은 박영호도 인정했다.
완전히 전의를 잃은 상대는 알렉산더 스테인의 역습을 받아 무릎 꿇었다.
유리해지자 병력 생산에 집중해 곧바로 역습을 한 과감한 판단이 일품이었다.
“와아아아아!”
“스테인! 스테인!”
팬들이 환호했다. 역시나 외모 덕에 어딜 가도 호응받는 스타였다.
박영호는 그 모습에 더욱 질투심에 휩싸인 표정이었다.
“역시 죽여 버려야겠어.”
이신은 그저 쯧쯧 혀를 찰 뿐이었다.
이어서 중국 선수를 상대로도 또다시 승리를 거둔 알렉산더 스테인은 32강 진출까지 1승만 남겨놓게 되었다.
“자, 이제 똥물을 끼얹으러 가볼까?”
연승행진이 끊겨버리면 처음부터 다시 3연승을 해야 한다.
하필 3번째 상대가 저 삐뚤어진 마인드와 실력을 겸비한 박영호라니. 알렉산더 스테인도 어지간히 운이 안 좋은 셈이었다.
-아! 바퀴가 기습적으로 본진 난입을 시도합니다!
-잘 막아야 할 텐데요, 스테인!
초반부터 바퀴를 많이 뽑은 박영호는 기습적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안전 위주로 플레이하는 알렉산더 스테인은 심시티의 빈공간도 광신도를 세워서 잘 막고 있었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전투에서 손해를 본 쪽은 박영호.
하지만 전투를 틈타서 바퀴 3마리가 알렉산더 스테인의 본진에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고작 바퀴 3마리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알렉산더 스테인의 본진 내부 상황을 정찰할 수 있는 게 컸다.
무엇보다도,
-아, 러너의 바퀴들이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일하는 신도들을 괴롭힙니다.
-저러면 많이 귀찮죠.
박영호는 멀티태스킹 싸움을 걸었다.
광신도 2명이 쫓아다녔지만, 발 빠른 바퀴들을 따라잡기는 힘들었다.
바퀴 3마리는 계속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며 종종 신도들을 습격했다.
그럴 때마다 알렉산더 스테인은 공격받는 신도를 대피시키고, 다른 신도들로 일제히 바퀴 떼를 공격해야 하는 귀찮은 상황에 빠졌다.
그러면 바퀴 떼는 얄밉게도 다시 물러나 다른 방향에서 다시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명백히 상대를 귀찮게 만들어 페이스를 흐트러뜨리겠다는 악의였다.
그렇게 열심히 상대 본진을 휘젓고 다니는 와중에도 박영호의 빌드 오더는 완벽하게 척척 진행되고 있었다.
알렉산더 스테인도 박영호의 괴롭힘을 받고 있으나, 침착하게 대처하며 계획했던 대로 운영을 해나갔다.
하지만 방해를 받을 때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국면이 박영호에게 웃어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박영호는 알렉산더 스테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훤히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마침내 거신병기가 생산되었다.
거신병기는 원거리 레이저빔으로 바퀴 떼를 진압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으악!
바퀴 떼는 삽시간에 신도 하나를 사살했다.
아까 공격 받아서 체력이 얼마 없었던 신도를 귀신 같이 찾아내 습격한 것이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으악!
또 다른 신도 하나가 더 죽었다. 역시나 계속되는 바퀴 떼의 테러에 체력이 닳아 있었던 신도였다.
‘허…….’
이신은 가볍게 전율했다.
그저 자원 채집을 방해하는 견제 정도가 아니었다.
계속 끈질기게 신도의 체력을 깎아놓은 것은 결국 저렇게 피해를 입히기 위한 포석이었다.
-으악!
마지막 남은 바퀴 하나가 죽기 직전에 신도 하나를 더 길동무로 데려갔다.
“와아아아아!!!”
“오 마이 갓!”
“러너가 완전히 미쳤어!”
그야말로 미쳐버린 멀티태스킹과 컨트롤!
심리적인 데미지를 입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신은 어째 박영호가 상대가 잘생길수록 강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알렉산더 스테인이 맞이한 재앙은 엄청난 숫자의 바퀴 떼였다.
박영호가 바퀴 생산에 올인해서 승부를 건 것이다.
압도적인 숫자로 밀어붙였다. 심시티고 뭐고 전부 다 때려 부수며 전진했다.
앞마당의 신도들까지 동원해 블로킹을 잘한 알렉산더 스테인이었지만,
-오 마이 갓! 하늘군주까지 동원했습니다!
-저 업그레이드를 또 언제 했나요?!
하늘군주가 본진으로 날아와 바퀴 떼를 드롭했다.
안팎에서 바퀴 떼가 어지럽게 뛰어다닌다.
박영호는 자신의 역대급 멀티태스킹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본진에 드롭시킨 바퀴들을 계속 분산시켜서 여러 곳을 동시에 타격했다.
상대를 더 패닉에 빠뜨리는 난전이었다.
철갑충차가 생산되었지만, 기다리고 있었던 바퀴 떼가 빙 둘러싸서 린치를 해 허망하게 파괴시켰다.
결국 알렉산더 스테인은 고개를 휘휘 저으며 GG를 선언했다.
환호를 받으며 부스에서 나온 박영호는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자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세리머니를 했다.
‘나한텐 어림없지’라고 말하는 듯한 제스처였다.
5분의 휴식 시간이 끝나고 박영호는 2연승에 도전했다.
상대는 알렉산더 스테인의 첫 상대였던 인류였다.
박영호는 쐐기충과 바퀴의 조합으로 초반부터 공세를 펼쳐서 가볍게 승리를 따냈다.
상대는 쐐기충에 대비해서 대공방어를 열심히 했지만, 바퀴까지 동원해 공격해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바퀴 떼가 대공포를 깨부수며 쐐기충들이 날아다닐 수 있는 활로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쐐기충 편대의 쇼 타임.
박영호는 이신을 상대로도 기꺼이 공중전을 감행할 정도로 비행유닛 컨트롤에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쐐애액!
-퍼엉! 펑! 펑!
-으악! 으아악!
쐐기충 편대가 건설로봇과 보병들을 살육했다.
쐐기를 쏘는 동시에 U턴하며 빠지는 터닝 샷 컨트롤이 한 번의 실수도 없이 계속 먹혀들었다.
그렇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면서, 박영호는 모아 놓은 바퀴 떼를 다시 한 번 공격시켰다.
‘기회가 생기니까 거침없이 올인을 하는군.’
쐐기충 견제가 잘 먹혀서 상대의 병력이 계속 잡아먹혔다.
그러자 박영호는 모든 테크 트리를 취소하고 오직 값싸고 빨리 생산할 수 있는 바퀴를 모으는 데 집중했다.
이번에도 일찍 끝장을 보겠다는 박영호의 공격적인 전략이었다.
최후의 일격.
쐐기충이 현란하게 비행하며 길을 열었고, 열린 길을 따라 바퀴 떼가 밀려들어 인류의 진영을 엉망진창으로 휘저었다.
여기저기 건물들이 바퀴에게 얻어맞아 불타오른다.
괴물에게 잠식당한 인류의 몰락.
마치 스페이스 크래프트의 시나리오 영상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압도적인 괴물의 위용이었다.
‘고약한 걸 새로 익혔군.’
바퀴 떼를 부리는 박영호의 컨트롤이 전보다 더 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본진 안으로 난입하는 데 성공하자 바퀴 떼를 삽시간에 여러 갈래로 분산시켜서 사방팔방을 일시에 어지럽혀 버리는 전술도 대단했다.
저렇게 당해버리면 상대가 어느 쪽의 바퀴들을 먼저 진압해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5분 휴식이 주어져서 대기실로 돌아온 박영호는 이신을 향해 씨익 웃었다.
“어때? 내 변변치 않은 솜씨가.”
“왜 결승전 때 그렇게 안 덤볐는지 궁금해질 정도군.”
“그때 형한테 져서 우승 놓치고서 나름대로 심기일전한 거야.”
한층 더 공격적으로 변한 박영호.
지금의 박영호는 거의 흉기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후딱 끝낼 테니까 관광이나 가자.”
박영호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다시 무대로 향했다.
세 번째 상대인 중국 선수도 역시 종족은 인류였다.
유리한 종족 상성을 가졌건만, 중국 선수는 오히려 박영호보다 더 긴장하고 있었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변이 발생했다.
중국 선수가 8병영 치즈 러시를 시도한 것.
맵 중앙에서 병영을 짓는 것을 보며 관중들이 웅성거렸다.
중국 선수는 박영호의 3연승을 훼방 놓기 위해 필살의 수단을 감행한 것이었다.
‘뭐, 요즘은 자주 사용되는 빌드라 필살이라 할 만한 것도 아니지만.’
딱히 중국 선수가 치사하다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일반적인 전략이었다.
건설로봇이 자기 앞마당에서 참호를 건설하기 시작하자, 박영호는 즉각 일벌레를 다수 동원했다.
이윽고 보병 1명과 건설로봇 3기가 추가로 몰려왔다.
이제 남은 건 컨트롤 싸움이었다.
-으악!
삽시간에 산개한 일벌레들이 날렵하게 보병에게 붙어서 잡아 죽였다.
일벌레들은 그대로 맵 중앙으로 향했다.
맵 중앙에 지어진 상대측 병영을 발견. 막 걸어오고 있었던 보병과 맞닥뜨렸다.
황급히 달아나는 보병과 질기게 쫓아가는 일벌레들.
추격전 끝에 결국,
-으악!
보병이 죽고 말았다.
압도적인 컨트롤 실력!
이윽고 박영호에게서 바퀴 6마리가 생산되었다.
바퀴 6마리는 그대로 일벌레들과 함께 적진으로 역습을 떠났다.
텅텅 빈 인류의 본진은 어떠한 방어 수단도 없었다.
-하하, 맙소사! 치즈 러시를 감행했는데 러너의 일벌레 하나 처치하지 못했습니다.
-러너의 경기력이 대단히 좋아 보이네요.
-예, 이제 같은 팀 동료가 된 카이저의 금메달 탈환에 가장 큰 걸림돌로 러너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박영호는 깔끔하게 3연승을 달성해 32강에 진출했다.
“자, 가자! 브로드웨이! 월스트리트!”
대기실로 돌아온 박영호가 실실 웃으며 관광 가자고 졸랐다.
“경기마저 보고.”
“아 왜, 볼 것도 없어! 다 허접들이라니까?”
“알렉산더 스테인 경기는 한 번 봐둘 만하지.”
“걔 나한테 발리는 것 못 봤음?”
하지만 박영호가 너무 빨리 예선을 통과한 탓에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A조의 남은 경기를 관람했다.
A조의 3인은 남은 32강행 티켓 1장을 놓고 재경기를 벌였다.
알렉산더 스테인은 가뿐하게 2연승에 성공하여서 그 티켓을 거머쥐었다.
“제법 하긴 하네.”
박영호는 썩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상대가 내가 아니라면 말이야! 크크크큭.”
이신은 그런 박영호가 골룸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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