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25
325화 신의 귀환(3)
니노 테르파는 e스포츠계의 이적 시장이 주목하는 핫한 매물이었다.
특히나 미국에서 니노를 강력하게 원했다.
전미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마이클 조셉의 대항마로 니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거기다가 니노에게는 미국이 좋아하는 스토리가 있었다.
관광객이었던 미국인 양아버지를 만나 지갑을 훔쳤다가 돌려주면서 인연을 맺었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양아버지가 무엇이 해보고 싶으냐고 하니,
“게임.”
니노는 그렇게 답했다.
그리고 양아버지의 도움으로 처음 해본 게임을 아주 능숙하게 해냈다.
늘 눈으로만 봤던 게임인데, 마치 운명처럼 니노는 재능을 발휘했다.
그렇게 니노는 아들로 입양되었고, 아버지의 지원을 받아서 프로게이머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양아버지가 인도에 파견 근무를 하는 동안, 니노 또한 인도의 프로팀에 입단하여서 연습생 시절을 거쳐 e스포츠에 뛰어들었다.
“맙소사.”
“신이 내린 재능이다.”
“인도의 카이저가 탄생이다!”
급속도로 실력이 늘어난 니노는 금세 팀의 에이스가 되었고, 급기야 첫 출전한 개인리그에서 무패우승을 달성했다.
아마드 부티아의 성공 이후 인도는 유망한 인재가 많은 나라로 주목 받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 로열로더에 무패우승을 해버린 니노를 본 순간,
‘카이저?’
‘제 2의 카이저의 출현인가?’
해외 유수의 강팀은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
카이저의 출현이 주었던 충격이 다시금 떠올랐기 때문이다.
많은 자본을 투자해 실력 있는 선수를 과학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선진적인 인프라를 갖췄다.
그럼에도 카이저 한 사람에게서 단 한 세트도 빼앗지 못했다.
어린 니노를 본 순간 카이저에게 받은 트라우마가 되새겨졌다.
앞 다투어 니노 쟁탈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니노에게는 현명한 양아버지가 있었다.
“좀 더 기다려보자꾸나. 지금은 시기가 안 좋아.”
애석하게도 카이저가 이적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뉴스가 터져버렸다.
니노가 아무리 유망해도, 말 그대로 유망주일 뿐이었다.
앞으로의 가능성은 어린 니노가 더 클지 몰라도, 오랫동안 군림해온 제왕이라는 타이틀은 의미가 남달랐다.
게다가 이미 확실한 실력이 몇 년째 검증된 카이저와 미래가 불확실한 니노는 안정성도 달랐다.
“일단 카이저의 이적이 결론 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양아버지의 조언대로 니노는 온갖 강팀에서 보내는 이적 제의를 일단 보류했다.
양아버지는 니노의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가 미국에서 아주 잘 먹힐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니노의 실력과 재능도 결코 거품이 아니므로, 이적 시장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수록 더 몸값이 높아진다고 판단했다.
거기다가,
“사람들은 네가 아직 카이저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단다.”
“사람들 말이 맞아요. 제가 어떻게 그런 대단한 사람과 비교될 수 있겠어요.”
“게임은 늘 공평한 상태에서 시작되잖니. 그리고 승부란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단다.”
“물론 운이 좋으면 이길 수도 있긴 해요. 카이저라고 승률이 100%는 아니니까요.”
“그래, 그러니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보렴. 그를 꺾는 순간, 너는 새로운 월드 스타가 되는 거야.”
“알았어요. 해볼게요.”
“자신감이 중요해. 절대 위축되지 않겠다고 약속해다오.”
“네, 약속할게요.”
니노의 월드 SC 그랑프리 데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 *
-France!
국가명이 호명되자 프랑스의 선수 3인이 일제히 경기장 중앙 무대에 입장했다.
작년도 금메달리스트 엔조 주앙의 등장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오늘은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전의 조 편성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경기는 없고 오직 선수 입장 및 소개와 조 편성 추첨만 있는 행사였지만, 그럼에도 e스포츠를 사랑하는 전 세계 팬이 한가득 객석을 채우고 있었다.
전 세계에 송출되는 인터넷 중계 트래픽도 엄청나서, 올해도 역시나 월드 SC 그랑프리는 흥행에 성공했음을 증명했다.
어쨌거나 작년도 금메달을 가져간 나라가 먼저 호명된다는 규칙에 따라, 올해는 프랑스 선수들이 먼저 입장했다.
지금까지 첫 등장은 언제나 한국의 몫이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개인전 금메달을 독점한 카이저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 첫 순서를 빼앗는 데 성공한 주인공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수만 명의 관중이 볼 수 있는 대형화면이 세 프랑스 선수들의 플레이 영상 하이라이트를 재생했다.
“와아아아아!!”
“엔조! 엔조!”
“엔조 주앙!”
관객들의 환호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실력과 외모를 두루 갖춘 월드 스타 엔조 주앙.
웃는 표정조차도 우아한 엔조는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그리고…….
-Korea!
“와아아아아아아!!”
“카이저! 카이저! 카이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입을 모아 한 사람의 닉네임을 외친다.
찬양.
환호.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세 사람이 등장했다.
박영호, 신지호, 그리고 이신.
모든 대형 화면이 이신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습격을 받아 고통스러워하며 실려 갔던 뉴스의 한 장면부터, 어느 날 잠적을 깨고 경기장 관중석에서 다시 등장한 이신의 모습까지.
e스포츠의 신화 카이저의 화려하게 부활한 드라마가 영상으로 펼쳐졌다.
역시나 관객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감동적인 스토리였다.
“카이저! 카이저!”
“God of SC!”
작년 은메달리스트였던 박영호보다도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이신.
그 뒤로도 각국의 선수들이 입장했다.
그리고 인도가 호명되었을 때 니노도 다른 두 명의 선수와 함께 입장했다.
니노는 선수 대기석에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신을 발견했다.
은근슬쩍 이신의 옆자리로 다가가 앉았다.
“응? 다른 자리 놔두고 딱 여기에 앉는데?”
옆자리에서 박영호가 속삭였다.
이신은 옆에 앉는 니노를 바라보았다.
니노도 흘깃 이신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 니노는 약간 당황한 듯했으나 이내 어색하게 웃는다. 이신은 나직이 고개를 숙여 보이며 인사했다.
“영어 할 줄 알아?”
“네.”
니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니노 테르파였던가?”
“맞아요. 당신은 카이저죠?”
“맞아.”
“본명은 리신이고요.”
“카이저면 돼.”
“네, 그렇게 부를게요.”
니노는 자꾸만 이신을 쳐다보다가 슬며시 웃다가를 반복했다.
“신기해요. TV로만 봤던 사람을 직접 보니까요.”
“나노 어제 네 영상을 쭉 봤어.”
“정말요?”
“잘하더군.”
“감사합니다.”
“날 이기는 게 목표겠지?”
“…네?”
화들짝 놀라는 니노.
이신은 태연히 말을 이었다.
“인도에서는 제 2의 카이저라고 불리고 있고, 이번 그랑프리에서는 몸값을 최대한 높일 절호의 기회니까. 자기를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이벤트는 날 꺾는 거지.”
“…사실 맞아요.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들지만요.”
니노는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동감이야.”
“……?”
놀란 얼굴을 한 니노에게 이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제 네 경기를 쭉 봤다고 했지? 나도 네가 날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안 들었어.”
“그, 그런가요.”
“몸값을 높이고 싶다면 나와 최대한 안 만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박영호나 신지호나 두 사람이 대체 무슨 대화를 나눈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답답해했다.
그런데 우물쭈물하던 니노가 문득 용기를 냈는지 입을 열었다.
“저기, 카이저?”
“왜?”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어.”
“왜 제가 카이저를 못 이길 거라고 장담하시죠?”
“그럼 네가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승부는 모르는 거잖아요.”
이신은 미소를 지었다.
다소 긴장하고 위축된 어린 신인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수많은 승부를 해치고 인도의 정점에 오른 강자였다.
승부욕이 없을 리 없었다.
아무리 겸손하다 해도 자존심이 강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진짜 강자라면 얕보이는 걸 참지 못해야 했다.
“맞아, 승부는 아무도 모르지.”
“그럼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거예요?”
“네 반응이 궁금했어.”
“절 놀린 거죠?”
“아니. 아까 그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아하면 더 이상 관심에 두지 않으려고 했어.”
“아버지도 절대 위축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런 게 중요한가요?”
“중요해.”
“전 잘 모르겠어요.”
“이 세계에 익숙해지면 기 싸움의 중요성을 느끼게 될 거야. 강자들은 명백히 자기보다 더 강한 상대를 만나도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
“역시 잘 모르겠지만 명심할게요.”
“그래.”
“그런데 제 경기를 보시고 어떠셨어요?”
“나이에 비해 탁월하다는 생각은 들었어. 다만…….”
“다만?”
“아직 네가 당황할 만한 상황에 처한 것을 보지 못했어. 정석적으로 짜인 판에서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뿐이었지.”
“아, 그런가요?”
“그래서 이번에 한 번 보고 싶어.”
의아해하는 니노에게 이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약 나와 만나게 되면, 난 널 크게 당황하게 만들 거야. 네가 허둥대다가 무너지는지 망하는지 한번 볼 거야.”
그때, 모든 선수가 다 입장했다.
비로소 행사의 순서는 추첨을 하여서 한 선수씩 시드를 배정하는 것이었다.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전은 스페이스 크래프트의 정식 프로리그가 있는 21개국에서 3명씩 선발한다.
그중 작년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국가는 4명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그렇게 총 64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것이다.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리그는 예선전이라 할 수 있는 64강전이 특이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단 4인 1조로 조를 편성한다.
그리고 그 조에서 가장 먼저 3연승을 거둔 선수부터 차례로 32강 본선에 진출한다.
즉, 3연승에 실패하면 다시 재경기를 치러야 하는 하드코어한 방식이었다.
자칫 한 조의 경기가 12시간이 넘어갈 수도 있어서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다. 하지만 역시 대체로 좋아하는 편이었다.
이 같은 방식이 더 짜릿하고 변수도 많아 흥미진진하다는 것이었다.
-B조, 첫 번째 시드는 바로……!
진행자가 선수의 이름이 적힌 64개의 공이 들어 있는 바구니에 손을 넣었다.
이윽고 진행자는 공을 꺼내 이름을 확인했다.
-Kaiser!
“와아아아!!”
관객들이 환호했다.
선수들은 B조에 호명되지 않기를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신이 흘깃 옆을 보니 박영호도 기도하고 있었다.
“제발 B조는 피하자, 제발!”
“쯧쯧.”
이신은 주접을 떠는 박영호를 보며 혀를 찼다.
이윽고 브라질 선수가 B조 두 번째 시드에 호명당해 머리를 싸쥐며 괴로워했고, 세 번째 시드는 벨기에 선수가 받았다.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벨기에 선수가 영상에 나오자 관중들도 함께 웃었다.
그리고 진행자가 마지막 네 번째 시드를 뽑았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Nino!
호명당한 니노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진행자와 옆의 이신을 번갈아보았다.
제 2의 카이저라 불리는 인도의 신성이 진짜 카이저와 만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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