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ount Hua Sect RAW novel - Chapter 1706
337장 그걸로 됐소.
진금룡이 두 눈을 부릅떴다.
상대하고 있던 적의 몸이 돌연 새빨갛게 물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주황빛 불길이 작열하듯 피어올랐다.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지를 본능적으로 직감한 진금룡은 반사적으로 절벽 면을 박차며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막아야…….”
하지만 의지가 채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전에, 그의 앞에서 적과 교전하던 종리곡이 격하게 방향을 틀며 진금룡을 덮치듯 눌렀다. 미처 저항할 틈조차 없었다.
“숙여어어어어!”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이어진 무시무시한 폭발에 종리곡과 진금룡, 이송백이 휩쓸려 뒤로 튕겨 나갔다.
진금룡의 입에서 끔찍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온몸에 쏟아진 압력이 금방이라도 몸을 쥐어 터트리고 육신을 갈기갈기 찢을 것 같았다.
‘무슨……!’
일반적인 폭약이 터져서 나올 만한 위력이 아니다. 저 열양기공을 휘감은 태양궁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폭탄이라도 된 양, 상상도 못 할 폭발을 일으키고 있다.
몸이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도 고통이지만, 진정으로 진금룡을 괴롭게 하는 건 따로 있었다. 바로 눈에 들어오는, 외면할 길 없는 처참한 광경이었다.
우우우우웅!
곧이어 또 다른 태양궁도의 육신 역시 지독한 열양기공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하나, 둘, 그리고 또……!
콰아아아아아아앙!
연달아 폭발이 일어나자 또다시 거대한 충격이 절벽을 휩쓸었다. 진금룡의 입에서 울컥 피가 솟구쳤다.
“멈…….”
아직은 저들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만일 절벽에 매달린 태양궁도들이 모조리 제 목숨을 내던져 이만한 폭발을 일으킨다면…… 정말 이 절벽이 무너지지 않고 무사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리 없다!
“멈춰라, 이 개자식들아아아아아!”
“금룡아!”
진금룡이 발작하기 시작하자 종리곡이 그를 붙들고 절벽에 박아 넣을 듯 짓눌렀다. 그러나 진금룡은 제 어깨를 부술 듯 잡아 오는 종리곡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저 불길에 휩싸인 적들을 향해 힘껏 손을 뻗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이 순간에도 폭발은 이어졌다.
한낱 인간의 육신으로는 버틸 수 없을 만큼의 충격이 시시각각 그들을 덮쳐 왔다.
종리곡의 몸에서 우윳빛 희뿌연 호신강기가 번져 나와 진금룡과 이송백을 감쌌다. 이송백이 눈을 치떴다.
“장문인!”
콰아아아아아아앙!
절벽이 또 한 번 뒤흔들린다. 매달린 사람이 느끼기엔 미증유의 지진이 온 땅을 뒤흔드는 듯했다.
콰드득!
진금룡의 손끝이 본능적으로 절벽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 거대한 폭발과 흔들림 앞에선 그저 부질없는 저항에 지나지 않았다.
쿠웅!
절벽이 한차례 뒤흔들릴 때마다 몸이 튕겨 올랐다. 진금룡은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도록 절벽을 힘껏 부여잡고 버텼다.
‘안 돼.’
이미 깊은 내상을 입었다. 피가 꾸역꾸역 역류했다.
그러나 와중에도 진금룡의 시선은 종리곡 어깨 너머의 적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또 다른 태양궁도의 몸이 시뻘겋게 물드는 광경이 보인다. 이를 악문 진금룡이 순간 빛살처럼 종리곡을 뿌리치고 뛰어넘었다.
“금룡아!”
종리곡이 펼쳤던 호신강기를 넘어서자, 가공할 열기와 압력이 기다렸다는 듯 진금룡을 덮쳐 왔다.
“타아아아아아압!”
그는 온몸의 힘줄이 불거지도록 전력을 다해 팔을 휘둘렀다. 그의 손을 떠나 날아간 검이 한껏 끌어 올려진 열양기공을 뚫고 태양궁도의 목에 박혔다.
콰득!
“끄륵…….”
타오르던 열양기공이 마치 심지 다한 촛불처럼 맥없이 꺼졌다. 동시에 태양궁도의 육신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직! 아직 안 끝났어!”
진금룡이 사자처럼 맹렬히 포효했다.
하나 그 포효는 연이어 터져 나온 커다란 폭발에 완전히 묻혀 버렸다.
콰아아아아앙!
또 한 명의 태양궁도가 터져 나갔다. 정확히는 그의 몸에 숨겨져 있던 폭약이.
품속의 폭약이 터지는 상황이니 요행으로라도 목숨을 건지기를 바랄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폭을 감행하는 태양궁도들의 움직임에선 단 한 치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속으로는 망설임을 품고 있을지 모르나, 육신만은 일말의 주저 없이 철저히 내려진 명에 따르고 있는 것이다.
“막아! 막아아아아아!”
어딘가에서 남궁도위의 처절한 절규가 들려왔다.
이에 정신을 차린 이들이 열양기공을 끌어 올리는 태양궁도들을 향해 미친 듯이 검을 내던지고 장력을 내뿜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전부 막을 수는 없다.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자폭하는 이를 하나라도 줄여야 한다. 이 절벽이 모조리 무너져 버리지 않도록.
“으아아아아아압!”
쇄애애애애애액!
맹렬하게 회전하는 검이 주황빛으로 타오르는 태양궁도들을 향해 날아갔다. 절벽을 점거한 태양궁도들의 실력을 고려해 보면 이리 다급히 날린 비검(飛劍) 따위에 당할 리는 없을 터.
하나.
카가가가가각!
한껏 끌어 올려진 열양기공을 파내듯 뚫고 들어간 검은 수월하게 태양궁도의 몸에 틀어박혔다. 연이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든 장력이 또 다른 태양궁도를 후려쳐 아예 절벽 면에 처박았다.
“커억!”
절벽에 쑤셔 박힌 태양궁도가 피를 토해 내었다. 또한 검날이 등으로 삐죽이 튀어나온 태양궁도의 입에선 피가 폭포처럼 흘러내린다. 쏟아진 피는 주위에 퍼진 지독한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붉은 증기로 화해 허공에 흩어졌다.
‘됐…….’
진금룡의 두 눈에, 남궁도위의 만면에 희망의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다. 저만한 위력을 내는 열양기공을 끌어 올리기가 그리 쉬울 리 없다. 당연히 그 순간만큼은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을 테고, 주위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하지만 그때였다.
“크……흐…….”
검에 꿰뚫려 절벽에 꽂혀 있던 태양궁도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진금룡의 가슴이 순간 덜컥 내려앉았다.
분노와 독기, 원망과 증오, 그리고…….
‘두려……움?’
적의 두 눈에서 진득한 공포를 읽은 순간, 진금룡은 연이어 벌어질 일을 직감하고 말았다.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섬광이 시야를 가로막았다. 폭발이 절벽을 휩쓴다. 연쇄적으로 일기 시작한 폭발은 주위를 통째로 으깨 버릴 듯 절벽을 때리고 또 때렸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
누군지도 모를 이들이 비명을 지르고 절규하고 있다. 악에 받친 고함이 난무하는 아비규환, 이 모든 소음을 거대한 폭음이 뒤덮었다.
콰아앙! 콰아앙! 콰아아아앙!
한 번의 폭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폭음이 터져 나온다.
“아아아아악!”
“금룡아!”
“사혀어엉!”
이송백이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뒤로 튕겨 나가는 진금룡을 콱 붙들었다.
“꽉 잡…….”
코앞에서 누군가가 거대한 종을 때리는 듯 충격이 어마어마했다. 쉴 틈조차 주지 않고 연이어 쇄도해 오는 폭발 탓에 온 감각이 흐려지고, 심지어는 말조차 이어 가기 힘들었다.
이송백은 이를 악물고 진금룡을 움켜쥔 손아귀에 힘을 더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폭발이 절벽을 휩쓸었다.
“아아아아아악!”
이송백의 입에서도 참을 수 없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거대한 무언가가 전신을 휩쓸고 잡아 뜯는 감각이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번천복지(翻天覆地). 하늘과 땅이 뒤집히고, 세상의 모든 것이 균형을 잃고 뒤흔들린다.
혼백이 달아난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압력과 충격을 이기지 못한 이송백과 진금룡의 칠공에서 피가 쏟아졌다. 종리곡이 온 힘을 다해 두 사람을 보호하고 있음에도, 바로 앞에서 터진 폭발의 압력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투우웅!
설상가상으로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 파편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커헉…….”
절벽에 매달린 이송백이 선지피를 한 바가지 토해 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꿋꿋하게 매달린 채 이 흔들림이 잦아들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제발!’
이송백이 이를 악물었다.
‘제발!’
자꾸 감기려는 눈을 애써 부릅떴다. 버텨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그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기라도 한 것일까.
실로 지독하던 흔들림이 천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허억…….”
이송백이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어…….”
잠시 후, 그의 입에서 넋 나간 신음이 흘러나왔다.
없다.
지독하게 그들을 괴롭히던 태양궁도들도, 징그럽게 매달려 있던 사패련도들도, 그리고 심지어는…….
“저…… 절벽이…….”
이송백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위쪽, 태양궁도들이 연이어 자폭한 자리가 마치 거대한 무언가로 파내기라도 한 듯 움푹 파여 있었다.
이 기겁할 광경에 손까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쿨럭!”
“자, 장문인!”
버티고 있던 종리곡이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듯 휘청였다. 이송백이 화들짝 놀라 종리곡을 붙들었다.
“장문인!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다.”
이송백 역시 온몸이 으스러질 것 같았지만, 두 사람 앞에 버틴 채 충격의 대부분을 받아 낸 종리곡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종리곡이 아니었다면 진금룡과 이송백은 이미 다진 고깃덩어리가 되어 절벽 아래에 점점이 뿌려졌을 터였다.
“끝……난 건가?”
이송백의 귓가에 넋 나간 듯한 진금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나 오만할 정도로 자신 넘쳤던 목소리도 이 순간만큼은 힘이 죽 빠져 있었다.
“사형.”
“이걸로 끝이라고?”
진금룡의 두 눈에 의심이 깃들었다.
정말 이렇게…….
쩌쩌저적!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귓가에 그 거대한 소음이 들려온 것은.
진금룡이 얼굴을 확 굳히며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응시했다.
쩌저적!
섬뜩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이 거대한 소리는…… 무언가 갈라질 때 나는 소리가 아니던가.
진금룡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빠르게 절벽을 살폈다. 폭발로 움푹 파여 버린 자리, 그 위로 남은 암석이 처마처럼 드리워 있었다.
불길한 정적이 잠시 머물다 떠난 자리.
쩌저저저저적!
마치 절벽에 벼락이 내리치는 듯 빠르게 금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안…… 돼…….”
진금룡의 두 눈에 절망이 밀물처럼 밀어닥쳤다.
“사, 사형! 빠져나가야 합니다.”
“아, 안 돼! 절벽이!”
“이리 와라, 진금룡! 당장!”
종리곡이 그의 어깨를 움켜쥐고 강하게 끌어당겼다. 진금룡은 거세게 저항했다.
“빌어먹을, 안 된다고요! 절벽 위에 동생이 있습니다!”
“이리 오라 했다!”
이를 악문 종리곡이 진금룡을 제압하여 틀어쥔 채 절벽을 횡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진금룡의 시선은 오로지 빠르게 갈라지는 절벽에 꽂혀 있었다.
‘안…… 돼. 제발……!’
하지만 그 간절한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금이 간 절벽이 천붕지음을 내질렀다. 갈라진 틈 사이로 희뿌연 흙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종리곡이 악을 쓰고, 온 절벽이 울렸다.
“무너진다! 달아나라, 당장! 지금 당자아아아아아앙!”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진금룡은 끌려가며 보았다. 거대한 절벽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광경을.
‘동룡아.’
아득한 좌절이 무력해진 온몸을 휘감았다.
도저히 떨쳐 낼 수 없는 절망이 붕괴라는 이름으로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