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38
338화 활약(3)
“비열한 책략이더군.”
한신이 다가와 비아냥거렸다. 나폴레옹은 씨익 웃었다.
“비겁하다고 비난하는 건가?”
“비겁하지.”
한신의 말이 이어졌다.
“아주 비겁한 게 딱 내 취향이더군. 내가 그런 생각을 못 하다니.”
“하하,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
“완패다. 축제 참가에 쓴 5만 마력은 여러 가지를 배운 비용으로 치겠다.”
“우리도 운이 좋았지. 다음에 다시 겨루길 바라지.”
나폴레옹과 악수를 나눈 한신은 이어서 이신에게 다가왔다.
“이신이라고 했던가?”
“예.”
“난 알 수 있다. 네가 낸 책략이지?”
“그렇습니다만.”
“훌륭했다. 그걸로 한 가지는 깨달았다.”
“무얼 말입니까?”
“첫 대결 때도 그랬고, 군인의 발상은 아니더군.”
그 말에 이신은 내심 깜짝 놀랐다.
여태껏 마계에서 그걸 제대로 짚은 사람은 한신이 유일했다.
별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한신은 이신의 표정에서 그 감정을 읽었다.
한신은 피식 웃었다.
“어찌 되었건 하위 서열에 오래 머물 그릇으로는 안 보이는군. 언젠가는 서열전에서 만나 일대일로 겨룰 날을 기다리겠다.”
“그때까지 지금 서열을 잘 유지하십시오.”
“누구에게 말하는 거냐? 더 높은 곳에서 기다릴 것이다.”
그렇게 한신은 악마군주 나베리우스와 함께 전장을 떠났다.
범려와 악마군주 아스모데우스 또한 일찌감치 떠나 버렸는데, 패장이 된 이상 오래 머물 필요를 못 느낀 듯했다.
오자서와 나폴레옹 측도 조만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는 떠났다.
그런데 아직 한 계약자가 남아 있었다.
바로 전단이었다.
전단은 이신에게 흥미가 있는지 둘이 대화할 기회를 기다린 듯했다.
“나는 제나라 사람 전단일세. 인세는 꽤 긴 세월이 지났을 텐데 내 이름을 들어봤나 모르겠군.”
“알고 있습니다, 역사책에서 보았습니다.”
“하하, 그런가? 그럼 자네는 어디 사람인가?”
“그 시절에는 조선이 있었던 땅입니다.”
“아, 그쪽 출신이군. 거기까지 내 이름이 알려질 줄은 몰랐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딱히 유명한 건 아닙니다. 제가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알게 됐을 뿐이죠.”
“흠흠, 자네는 정말 솔직한 사람이군.”
전단은 겸연쩍어하며 핀잔했다.
이신은 문득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한신의 지적이 기억나 흠칫했으나,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근데 자네가 읽은 역사책에 내가 어떻게 적혀 있던가?”
“화우지계로 연나라의 침공으로부터 제나라를 구한 명장으로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하하, 그랬나?”
기분 좋아 우쭐해진 전단.
그러나 이내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쯧, 그랬는데 후대의 신진 앞에서 오늘 이름값도 못했군. 민망한 일이네.”
전단은 이신과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다.
주로 자신의 살아생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본래 악마군주 마르코시아스가 계약자로 탐낸 인물은 전단이 아니었다고 한다.
“악의였겠군요.”
악의(樂毅).
연나라의 명장.
중국사 최고의 명장을 꼽으라면 한신과 함께 언급되는 이름이다.
“그렇지. 악의는 자네 나라에서 유명한가?”
“역사에 관심 있으면 이름은 들어봤을 겁니다.”
“흠흠, 나와 비교하면 어떤가?”
전단이 은근슬쩍 물었다.
“악의를 더 많이 알고 있을 겁니다.”
“…….”
전단은 상당히 실망한 눈치였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관중이나 제갈량 같은 유명 인물이 스스로를 악의에 빗되었기에 이름만 알려졌을 뿐이었다.
“끙, 하는 수 없지. 그는 정말 대단한 무장이었으니까.”
전단의 설명에 따르면, 악의는 제나라에 쳐들어와 불과 6개월 만에 70여 개의 성을 점령하고 수도 임치마저 함락시켰다고 한다.
그런 엄청난 활약을 떨치는 악의를 악마군주들이 탐내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악의는 삿된 잡귀들이라며 악마군주들을 호통 쳐서 쫓아낼 뿐 도통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 아쉬움이 남았던 악마군주 마르코시아스는 꿩 대신 닭이라고 제나라를 살펴보다가 전단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때 일개 하급 관리에 불과했던 전단은 위태로운 나라를 구하고 입신양명하겠다는 일념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전단은 혜성처럼 역사 무대에 등장했다.
전단은 엉망진창이 된 제나라를 수습하며 연나라 군사와 싸워야 했다.
일단 상대하기 꺼려지는 악의는 이간계로 해임 당하게 만들었다.
무서운 악의가 사라지고 기겁이라는 만만한 장수가 후임으로 나타나자, 그야말로 박살을 내놓았다.
화우지계로 대표되는 활약으로 대승을 거둔 전단은 악의에게 빼앗겼던 70여 개 성을 모조리 되찾는 데 성공했다.
“흠흠, 쓸데없이 옛날 얘기가 길어졌군.”
“아닙니다, 재미있었습니다.”
필요에 의해 역사 공부를 시작했으나, 이제는 나름 재미도 붙은 이신이었다.
당사자인 전단이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니 한층 더 흥미로웠다.
“이런 얘기를 해주는 이유는, 구차하지만 이번이 내 실력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아달라는 뜻이었네.”
“이해합니다.”
“흠흠, 한신의 말마따나 자네는 하위 서열에 오래 있을 사람이 아닐세. 나중에 일대일로 겨루게 되면 그땐 부끄러움 없이 겨루도록 하지.”
“그날을 고대하겠습니다.”
“하하, 그럼 나중에 보세.”
이내 전단도 작별을 고하고는 악마군주 마르코시아스와 함께 떠났다.
“우리도 이만 돌아가요.”
그레모리가 다가와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이신은 문득 궁금한 점이 떠올라 질문을 했다.
“이번에는 소원을 요구하지 못하는 모양이군요?”
“자신의 힘만으로 승리한 게 아니니까요.”
“그런 제한을 걸었군요.”
“만약 소원을 요구할 수 있는 율법이 축제에서도 적용되었다면 웬만한 악마군주를 능가하는 마력을 가진 계약자들이 범람했을 걸요?”
이신은 그 말에 납득을 했다.
모든 팀에는 최상위권의 악마군주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까마득한 마력을 지닌 최상위 악마군주들에게 소원으로 1%의 마력만 받는다 해도 수만이었다.
이신은 이내 소원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상위 계약자들에 비해 내 마력이 부족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겠지.’
오늘의 싸움에서 이신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나폴레옹이나 한신 그리고 다른 계약자들도 자신의 실력을 100% 온전히 발휘하지는 못했다.
자신의 고유 능력이나 사도를 활용해보기도 전에 승부가 결정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도 오늘 이신은 주도적인 활약으로 한신을 압도했다.
‘일대일로 겨룬다 해도 해볼 만하겠어.’
이신은 마계에서도 최고가 되겠다는 야망을 불태웠다.
* * *
[악마군주 이포스, 말파스, 오리아스님의 승리입니다.]72악마군주의 축제.
방금 전, 또 하나의 대결이 끝났다.
치열한 서열전을 모두 치른 계약자들은 하나같이 지친 기색을 하고 한숨을 돌렸다.
그때 구릿빛 피부에 거친 턱수염을 가진 사내가 동양인 무장의 행색을 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패배는 아프지만 축하한다고 해주지.”
턱수염의 거친 사내의 말에 동양인 무장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턱수염 사내는 피식 웃었다.
“지독하던데.”
“그렇소?”
“내가 살아 있던 시절에도 이 정도로 지독한 저항에 부딪친 적은 없었다.”
사내의 말에 동양인 무장은 나지막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나 또한 살아생전에 한 번도 돌파당해본 적이 없었소이다.”
“크하하, 그러냐? 난 침략자 쪽이었는데 내가 오늘 임자를 만난 모양이군.”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침략자요. 그런데 당신은 싫지 않은 사내구려.”
“하하! 어쨌든 축하한다. 다음에 서열전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본인도 그때를 기다리겠소. 당신이 기다리는 서열까지 꼭 올라갈 것이오.”
“이 나를 이긴 이상 최종 승자가 되기를 기원하겠다, 원숭환!”
“노력하겠소.”
“그럴 땐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맹세하는 게 사나이야!”
턱수염 사내는 동양인 무장의 등을 탕탕 치고는 떠나 버렸다. 비록 패배자였으나 마지막 모습까지 결코 기죽지 않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패배한 측이 모두 떠나가자 동양인 무장은 털썩 주저앉았다.
“휴우, 어떻게 이겼는지도 모르겠군.”
그의 이름은 원숭환.
서열 16위의 악마군주 이포스의 계약자였다.
지명권을 가진 최상위의 열여섯 악마군주 중 가장 서열이 낮았던 이포스 측의 팀인 만큼, 일찍 패배할 가능성이 높은 약체로 점쳐지고 있었다.
반면 상대는 최종 승자로 유력한 실력자였다.
그런데 오늘 원숭환은 이변을 연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수고하셨어요.”
구릿빛 피부에 황금으로 치장한 여인이 다가와 상냥하게 말을 건넸다.
찢어진 눈매와 애교가 많은 인상을 가진 그녀는 살아생전에 이집트라는 나라의 통치자였다고 했다.
“수고하셨소. 덕분에 간신히 이길 수 있었소.”
“별말씀을요. 그대의 전략이 성공을 거둔 것이지요.”
“역시 당신을 가장 먼저 지명한 게 최고의 선택이었소.”
“호호, 전 처음에는 실망했지만요.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전 나폴레옹의 지명을 받고 싶었거든요.”
“별로 놀랍지도 않은 고백이구려.”
원숭환은 피식 웃었다.
그때, 또 한 명의 거한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하하! 원숭환이라고 했나? 나보다 꽤 후대의 장군인가 본데 덕분에 나도 승리에 편승하는군!”
껄껄 웃으며 대화에 끼어드는 이 사내는 바로 악마군주 오리아스의 계약자 동탁이었다.
동탁은 이신에게 패한 뒤 줄곧 60위와 61위를 왔다 갔다 하며 힘겹게 순위 유지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축제가 열렸고, 동탁은 가장 마지막에 원숭환의 지명을 받았다.
“모두들 수고했소.”
원숭환은 두 사람을 치하했다.
드워프, 휴먼, 오크.
그 흔한 마물이 한 명도 없는 특이한 팀 구성이었다.
하지만 원숭환은 이 팀을 지휘하며 오늘 최고의 대결을 펼쳤다.
2승 1패로 처음부터 끝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었던 대접전!
‘그래도 살아생전에 치렀던 전쟁보다는 편했다. 지금은 같은 편이 말이 잘 통하니 말이야.’
사실 동탁은 원숭환이 원하던 선택이 아니었다.
마지막 남은 악마군주가 오리아스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계약자 동탁이 자동으로 원숭환의 팀에 들어왔을 뿐이었다.
동탁처럼 안하무인하고 탐욕스러우며 흉포한 인물을 싫어하는 원숭환으로서는 달갑지 않았으나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무뢰배인 동탁.
후한을 망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그를 원숭환을 좋아할 수가 없었다.
원숭환은 망해가는 명나라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명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한 팀이 된 동탁은 군소리 없이 지시에 잘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싸움에서도 바쁘게 뛰어다니며 역할을 다했다.
기마군단을 이끌고 원숭환의 지휘에 따라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며 싸워야 했던 동탁.
마치 부하 장수 취급을 받는 그런 상황에서도 불만의 목소리 하나 없이 자신을 낮추니, 원숭환도 동탁에 대한 반감을 다소 잊을 수 있었다.
‘잘하면 최종 승자가 되는 것도 노려볼 수 있겠어.’
현재의 팀 조합이 마음에 드는 원숭환이었다.
설령 한신 측을 상대로 2대 0 압승을 거뒀다는 나폴레옹 측과 싸운다 해도 자신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