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37
337화 활약(2)
첫 싸움이 끝난 후, 한신은 기분이 안 좋아 보였지만 의외로 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그런 한신에게 다가가 웃는 얼굴로 도발했다.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자극을 좋아하는 나폴레옹다운 심술이었다.
한신은 기분 나쁘다는 듯이 대꾸했다.
“어쭙잖게 도발하지 마라. 내가 분하게 생각하는 상대는 이번에는 네가 아니다, 보나파르트.”
한신의 일침에 나폴레옹은 어깨를 으쓱했다.
“오더를 내린 건 이 몸인걸.”
한신은 코웃음을 쳤다.
“널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번 군략(軍略) 대결은 내 승리였다.”
“호오, 더 듣고 싶군.”
나폴레옹은 자극을 받았는지 설명을 채근한다.
한신이 말했다.
“엘프 스나이퍼로 길목을 차단한 내 처음 의도를 간파한 건 칭찬해 주지.”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이신이었다고 솔직히 고백하지.”
“하지만 처음부터 내 군략의 대전제는 전투를 치를 장소를 내 뜻대로 고른다는 것이었다. 한두 번 전투는 뜻대로 안 풀리더라도, 결국은 내가 이기는 상황을 만들 수 있으니까.”
한신의 말에 나폴레옹은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한신의 말대로였다.
6시 반 길목에서 벌어진 첫 전투는 우세하게 끝났지만, 곧장 한신이 태세를 전환해 이신의 군세를 협공할 때 다시 상황이 반전되었다.
엘프 스나이퍼가 오자서의 지원을 차단시켰으니, 거기까지 한신의 책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나폴레옹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인정하지. 이번 대결에서 전략의 대전제는 네가 나보다 나았다.”
“당연한 소릴 들으니 별로 고맙지도 않군.”
그러면서 한신은 다른 곳에서 가만히 쉬고 있는 이신을 응시했다.
“그나저나 잘도 저런 인재를 찾아내 지명했군.”
“그 안목만은 나의 승리였다고 쳐주시게나.”
나폴레옹이 농담처럼 말했다.
양측의 두뇌 싸움이 치열했지만, 결국 한신이 이길 수 있었던 판이었다.
그런데 이신의 활약이 그 결과를 뒤집어놓았다.
이신은 듣도 보도 못했던 교묘한 용병술로 양쪽에서 덮쳐오는 다수의 적을 상대로 놀라운 싸움을 했다.
귀신같은 거리 계산!
철저히 엘프 슈터의 사정거리 밖으로 피해 다니며 헬하운드만 처리했다.
또 본진에서 3인의 군세를 홀로 맞아 벌인 농성은 또 어땠던가?
건물 배치가 천혜의 요새 같았다.
거기다가,
“우리가 쳐들어오니 그제야 막 화살탑을 완공했더군.”
“그랬나?”
“홀로 동떨어진 위태로운 위치였음에도, 마지막까지 화살탑을 짓지 않고 마력을 아꼈다니.”
놀라운 배짱이었다.
그게 승패를 좌우한 요인 중 하나였다.
만약 일찌감치 화살탑을 지었더라면?
그래서 그만큼 대장간 짓는 시간과 무기 개발이 완료되는 시간이 늦춰졌다면?
모든 게 달라졌으리라.
승리의 포인트는 결국 그때 이신이 내렸던 육감적인 판단이었던 것이다.
한편, 승리의 주역인 이신은 기쁨에 취할 틈도 없이 묵묵히 다음 대결의 전략을 고민하고 있었다.
‘한신의 전략 컨셉은 나쁘지 않았다.’
그는 길목을 차단해 상대의 전력이 합쳐지지 못하게 했다.
다만 다른 길목으로 우회하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팀플레이의 핵심은 결국 적을 분산시키고 아군은 결집시켜서 각개격파하는 것이지.’
각개격파는 전쟁의 핵심이었다.
컨트롤 또한 아군의 화력을 집중시켜 적을 효율적으로 처치하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1승을 거뒀으니 다음 판은 좀 더 도박적인 승부수를 던져도 될 법한데.’
그랬다.
이것은 3판 2선승제의 다전제 승부였다.
이신이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고민 끝에 대략 구상이 끝나자 이신은 나폴레옹과 오자서를 불렀다.
대략적인 전략을 설명하니 두 사람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성공한다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겠군. 파격적인 전략일세.”
오자서가 감탄했다.
나폴레옹도 몹시 재미있겠다는 눈치였다.
“이런 종류의 전략은 나조차도 몇 번 겪어보지 못했지. 한신은 이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당할 거다.”
“그럼 동의하시는 겁니까?”
“물론이고말고.”
그렇게 전략이 결정되고, 마침내 두 번째 대결이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빠르게 정찰이 이루어졌다.
위치는 좋지 않았다.
이번에는 한신 일행은 12시, 1시, 3시에 모여 있는 형상.
그에 비해 아군은 서로 떨어져 있었다.
나폴레옹은 9시.
오자서는 6시.
그리고 이신은 11시.
이번에도 이신은 적과 가장 인접한 위험 지역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바로 아래에 있는 나폴레옹의 지원을 언제든 받을 수 있으니 이번에는 해볼 만하다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적들이 인접해 있으니 더 수월하겠군.’
이신은 자신이 제안했던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놀랍게도 그는 본진이 아닌 바깥 지역에 병영을 건설했다.
이는 나폴레옹도 마찬가지였다.
병영 건설을 시작함과 동시에 이신은 노예 몇 명을 이끌고 적진으로 향했다.
오자서가 이에 호응하여 헬하운드들로 호위해 주었다.
도착한 곳은 12시 반 방면의 길목.
세 갈래 길로 갈라진 이 길목은 상대편이 위치한 12, 1시, 3시를 연결시키는 교통의 요지였다.
12시 반 방면의 요지에 노예들이 도착했을 때,
[병영이 완공되었습니다.]병영의 건설이 완료되었다.
프로게이머답게 단 1초의 오차도 없는 칼 타이밍이었다.
이신은 그곳에 화살탑을 짓기 시작했다.
완공된 병영에서는 궁병을 소환하면서, 이신은 마력이 모이는 대로 화살탑을 하나 더 지었다.
이신의 전략은 간단했다.
치즈 러시처럼 서둘러 진출해 이 교통의 요지를 장악한다는 계획.
성공한다면 상대편을 초장부터 완벽하게 압박할 수 있다.
서로 연결된 중요한 길목이 차단되므로 상대측은 원활하게 협력할 수 없게 되며, 특히 12시의 마물은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고 완벽하게 밀봉된다.
이 의도는 한신 측도 알아차렸다.
즉각 헬하운드들과 엘프 슈터가 뛰쳐나와 화살탑 건설을 저지하려 들었다.
하지만 이신과 나폴레옹의 궁병들도 빨리 달려와 오자서의 헬하운드들과 함께 맞서 싸웠다.
이신은 식량 창고까지 화살탑 옆에 붙여 지어서 바리케이드를 형성했다.
그러자 길이 좁아져서 상대측의 헬하운드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지 못했다.
오자서는 좁아진 틈을 막고서 버텼다.
이신이 화살탑을 짓는 동안 나폴레옹은 병영을 더 건설하고 궁병을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때문에 나폴레옹의 궁병은 상당수가 모여서 시간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신의 치유 능력이 합세하자 전투의 효율이 더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화살탑이 완공되었습니다.] [화살탑이 완공되었습니다.]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화살탑 2개가 완성되었다.
이신의 궁병들이 화살탑 안에 들어갔다.
화살탑 안에서 화살을 쏘는 궁병들.
봉쇄진이 완성된 것이다.
한신은 더 싸워도 뚫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일단 물러났다.
‘성공이다! 하하, 한신이 많이 당황했겠군.’
나폴레옹이 유쾌하게 웃었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소?’
오자서의 물음에 나폴레옹은 오더를 내렸다.
‘속도를 내서 하나씩 끝내도록 하지. 특히 한신은 가만 놔두면 갖가지 전법을 써서 국면을 뒤집으려 들 거야.’
이미 앞선 첫 판에서도 거의 승기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신이 엘프 어쌔신으로 기습과 교란을 구사하는 바람에 애먹은 바 있었다.
이번엔 그럴 기회도 주지 않겠다는 나폴레옹의 의지였다.
나폴레옹의 오더대로 세 사람은 병력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
대장간에서 무기 개발을 완료하고 궁병들이 모두 석궁병으로 진화되자, 나폴레옹이 공격 명령을 내렸다.
세 사람은 1시에 위치한 엘프, 즉 한신의 진영으로 쳐들어갔다.
한신의 위급함을 알고 전단과 범려가 헬하운드를 총동원했다.
하지만 화살탑 2채를 중심으로 심시티가 이루어진 방어 기지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전단과 범려는 강행 돌파를 시도하였다.
‘서둘러 끝내십시오. 제가 버텨보겠습니다.’
이신이 제안했다.
‘알았다. 부탁하지.’
이신은 병력을 되돌려 방어 기지를 지켰다.
승부처였다.
한신은 나폴레옹과 오자서의 연합군을 막아낼 수 없는 상황.
한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길게 버티며 전단과 범려가 도우러 와주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이신의 역할은 나폴레옹과 오자서 한신을 끝장낼 때까지 이 방어 기지를 지키는 것이었다.
이신은 치유 능력을 동원하여 필사적으로 버텼다.
치유 능력은 사용할 때마다 1초에 5마력씩 소진된다.
덕분에 이신은 계속 가난한 채였다.
하지만 다행히 나폴레옹과 오자서의 후속 병력이 합류하여서 방어에 힘을 보태주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계약자 전단 님께서 고유 능력을 사용합니다.] [저주의 불꽃이 전장에 소환됩니다.]전단이 악마로서의 고유 능력을 펼친 것이다.
이윽고 하늘에서 검은 불꽃이 떨어져 전투 현장을 덮쳤다.
그 효과는 놀라웠다.
[저주의 불꽃에 닿은 적이 일시적으로 더 사나워집니다.] [저주의 불꽃에 닿은 아군이 일시적으로 더 느려집니다.]‘뭐?’
그것은 공격 속도에 영향을 주는 저주였다.
행동이 느려진 이신의 병력은 갑자기 전단과 범려의 헬하운드 떼에게 밀려 버렸다.
화살탑 2채에 들어가 있는 석궁병 8명 외엔 전부 전멸해 버렸다.
화살탑도 곧 두들겨 맞아 무너질 위기였다.
‘이제 여긴 내게 맡기고 저쪽을 도우시오!’
오자서가 소리쳤다.
‘그러지. 마무리를 부탁하네.’
나폴레옹은 병력을 회군시켜 이신을 도왔다.
한신의 방어선은 이미 무너졌기 때문에 마무리는 오자서만으로 충분했다.
화살탑 2채가 무너지고 안에 있던 석궁병까지 전멸한 상황.
하지만 이신은 간신히 블링크로 콜럼버스를 빼내는 데 성공했다.
나폴레옹의 군세가 나타나자, 이신 역시 콜럼버스를 다시 전투에 투입했다.
콜럼버스에 빙의하여 치유 능력으로 도우니, 나폴레옹의 군대는 더 용기백배하여 헬하운드 떼를 밀어냈다.
그 위급한 와중에 콜럼버스를 살려낸 이신의 비범한 순발력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방어 기지를 돌파하느라 이미 많은 병력을 소모한 전단과 범려는 계속 밀렸다.
하지만 사활이 걸려 있는 전투였으므로 끝까지 싸우는 두 사람이었다.
전황이 다시 유리해지자, 이신은 다시금 노예를 데려와 화살탑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질리지도 않고 다시 봉쇄진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걸 방해하려고 필사적인 전단과 범려였지만, 오히려 그걸 신경 쓰느라 전투의 효율이 더 떨어져 피해를 입었다.
빛을 발한 것은 이신의 마력 관리였다.
치유 능력 때문에 마력이 계속 물 새듯이 소모되는 상황.
하지만 이신은 치유 능력을 최소한도로 펼쳐 소비를 줄이고, 마력 최적화로 화살탑 건설 비용과 석궁병 소환 비용을 마련해 냈다.
그런 이신의 세심함이 빛을 발하면서, 국면은 이제 나폴레옹 측의 명백한 우세가 되었다.
화살탑 2채가 다시 완성됨과 동시에,
[계약자 한신 님의 모든 건물이 파괴되었습니다.] [계약자 한신 님이 전장을 이탈합니다.]한신이 전멸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2 대 3.
더욱이 봉쇄진 때문에 계속 압박을 받는 상황.
나폴레옹과 오자서는 여유가 생기자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여 마력 공급을 더 탄탄하게 만들었다.
전단과 범려는 이제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패배를 선언했다.
[악마군주 마르코시아스의 계약자 전단 님이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아스모데우스의 계약자 번려 님이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아가레스, 그레모리, 안드로말리우스 님의 승리입니다.] [0승 2패로 악마군주 나베리우스, 마르코시아스, 아스모데우스 님께서 72악마군주의 축제에서 탈락하셨습니다.]이것이 치즈 러시의 묘미였다.
도박성이 짙다.
하지만 일단 성공했다 하면 저 신출귀몰한 한신이 뭘 해보기도 전에 승부가 끝나 있게 된다.
앞선 첫판이 마지막 순간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명승부였다면, 둘째 판은 나폴레옹 측의 압승이었다.
기뻐하는 이신 일행에 비해, 한신은 허탈하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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