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01
나 혼자 무한 보급! 201화
“아, 진짜 저 성인 맞다니까요!”
“……손님.”
카운터 앞에서 발버둥치는 꼬락서 니가 참 우습기 짝이 없었다.
벌써 솟구치는 혈압을 컨트롤하며 은비가 활짝 웃었다.
“민증 확인 못 하면 담배 못 팔아 요.”
“아, 그러니까 나 성인 맞다니까! 깔깔이 이거 보면 몰라?!”
“옷만으로는 확인 못 하죠. 저희 함부로 팔았다가 담배 판매 정지될 수도 있어요.”
“……아, 거 X발. X나 까다롭게도 구네.”
기다렸다는 듯 날아오는 욕지거리.
순간 가까스로 참아오던 은비의 분 노 게이지가 기어코 한계치를 돌파 했다.
‘이 X새끼가 진짜 뒈져볼라고……
그냥 확 한 대 쥐어박을까.
천마신공 쓸 것도 없이 그냥 한 대면 두피 벗겨버릴 수 있는데.
아, 그러면 또 손님이랑 싸웠다고 사장님한테 혼나지 않을까.
이번에도 깨지면 진짜 좀 위험한 데.
사장님이 사람이 좋아서 버텨온 거 지 이번에도 사고 치면 나 진짜 모 가지…….
“생긴 건 룸망주처럼 생겨 먹어서 X나 따져대네. 확 뒈질라고.”
“이 X발 놈이 뭐라기……
빠악!
욕지거리가 다 나오기도 직전.
갑자기 뒤에서 날아온 손바닥이 진 상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기세가 어찌나 좋은지 보는 사람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그대로 머리를 팍 숙여 카운터에 헤딩까지 하는 진상.
비명도 못 지르고 나뒹구는 놈의 앞에서 손바닥의 주인이 손을 탈탈 털었다.
“급식 주제에 말 한 번 더럽게도 하네. 하여간 요즘 애들 싸가지하고 는 ”
“아, 억, 억……
“……예진 언니!”
“은비야. 넌 가만있어.”
그녀, 예진이 냅다 진상의 멱살을 낚아챘다.
그래도 작진 않은 진상의 덩치가 공깃돌마냥 가볍게 위로 올라갔다.
“너 또 사고 쳤다간 그땐 진짜 모 가지라며? 차라리 언니한테 맡겨.”
“아니, 난 알바 잘리고 마는 건데 언니는 경찰이면서 폭력 전과……
“음? 나 이제 경찰 아닌데.”
“……뭐, 뭐어?!”
“내가 말 안 했나? 엊그제 사표 쓰고 나왔어.”
아니, 이 언니 미쳤나?!
왜 갑자기 잘 하던 경찰 그만두고 난리야?!
하지만 은비가 따질 틈도 없이 예 진이 진상의 멱살을 잡은 채 질질 끌고 갔다.
“그 얘기는 좀 있다가 하자. 잠깐 점장실 빌려도 되지?”
“어, 응……
“뒤처리는 마리아가 해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걔 은근 이런 거 잘 하더라.”
그렇게 말을 끊고는 진상과 함께 점장실 안으로 사라지는 예진.
그 직후, 시원한 격타음이 좁은 편 의점을 가득 채웠다.
“이 호로X 놈의 새끼가 가정교육 을 야동으로 받았나! 뭐? 룸망주? 너희 어미가 그따위로 가르치던?!”
“죄, 죄송합니다. 누나! 너무 화가 나서 그…… 악! 악! 아아악!”
“죄송해? 죄송해? 죄송하면 맞아야 지! 이 X새끼, 앞으로 남자 구실은 못할 줄 알아라!” “아아아아악! 안 돼 거기! 사, 살 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오오!”
쿵, 빠직! 꽈당탕!
대체 뭘 어떻게 패는 건지, 점장실 문짝까지 들썩거리고 있었다.
대신 나서주는 건 고맙지만 이런 건 좀 사양하고 싶었다.
카운터를 짚은 채 입을 벌리고 있 던 은비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
“내가 못 살겠다. 진짜……
서은비. 올해 20세.
전직 천마. 현직 3개월차 편의점 알바.
오늘도 삶의 현장은 참 치열하기 그지 없었다.
그 날로부터 약 4개월이 흘렀다.
물론 그 날을 기억하는 사람들만 알고 있는 시간이었다.
“볼수록 느끼는 건데, 정말 감쪽같 이 복구됐네.”
“겨우 1년 좀 안 되는 시간이었는 데. 체감되는 건 한 10년쯤 흐른 것 같지?”
“난 확실히 몇 년 정도 있었어. 지 하 수련동에서 수련했으니까.”
“아, 그것도 그런가.”
피식 웃으며 예진이 핸들을 꺾었 다.
두 사람을 태운 승용차가 속도를 올려 양화대교로 진입했다.
“솔직히 달력 볼 때마다 적응 안 되더라고. ‘게임’ 시작됐던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왔잖아.”
“난 일주일 동안 책상 옆에 야구방 망이 두고 살았어. 언제 다시 사달 날지 모른다 싶어서.”
“난 집에 라면이랑 빵 잔뜩 쌓아놨 었는데. 그거 다 먹어치우느라 혼났 다니까?” 출퇴근 시간인지라 양화대교 위는 차들로 북적거렸다.
실없이 낄낄대며 대화를 나눈 두 여자가 이윽고 각자 창밖을 바라봤 다.
“……평화롭다.”
“그러네.”
“진짜 바보같이 평화롭네. 다 꿈이 었던 것 같아.”
‘게임’의 끝에 다다른 그의 소원은 확실히 이루어졌다.
다시 복구된 세상은 아무 일도 없 었던 듯 그대로였다.
고블린도, 몬스터도, 플레이어도 없다.
죽었던 사람들은 살아 돌아왔고, 이젠 아무도 그 사건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천연덕스럽게 제 모습을 되찾은 세상 엔 그날의 흔적 따윈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상태 창.”
“상태창.”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중얼거리는 예진과 은비.
두 여자의 앞에 반투명한 빛의 화 면이 떠올랐다.
“아직도 보이네.”
“그야 ‘게임’이 끝난 건 아니니까. 원칙적으로는.”
아직도 부르기만 하면 눈 앞을 가 리는 이 상태창.
그 ‘게임’이, 그 기억이 거짓이 아 니라는 증거.
아직도 그녀들이 평범한 삶으로 돌 아가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했다.
세상은 평화로워졌어도, 지난 시간 은 분명 사람을 바꾸어놓았다.
“……경찰 그만둔 것도 이거 때문 이야?”
“그렇지, 뭐. 이젠 평범하게 살긴 글른 것 같아.”
운전대를 잡은 예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느새 정체도 풀리고, 두 사람을 실은 차는 양화대교를 넘고 있었다.
“너무 많은 게 변해 버렸어. 몬스 터를 잡고, 스킬 레벨을 올리고, 플 레이어 토큰을 벌고……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 자다가도 몇 번이고 그거 때문에 깬다니까.”
“언니도 참 고생이야. 하긴 내가 남 말할 처지는 아니긴 하지만.”
“다짜고짜 손님한테 욕 박는 거 보 니까 그럴 것 같긴 하더라.”
“난 언니보다 더 심하다고. 몇 년 이나 마교도로, 천마로 살아왔으니 까. 어떻게든 참으려고 해도 도저히 적응이 안 돼.”
조수석 등받이에 몸을 깊이 묻으며 은비가 투덜댔다.
“그래서 편의점 알바라도 하면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려고 하는 데…… 이것도 이것대로 고역이네.”
“근데 그거 알아? 너 일하는 그 편의점, 내가 알기로는 민수가 일하 던 거기야.” “지, 진짜?!” “민수도 알면 깜짝 놀랄걸? 왜 하 필 거기냐 하면서.”
그렇게 웃음소리와 함께 속도를 올 리는 승용차.
그 와중에 라디오를 켜자, 익숙한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차안을 채웠 다.
—다음 소식입니다. 김명길 행정안 전부 장관이 제출한 사표가 수리되 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에 오가는 가운데, 김 전 장관 측은 그 런 추측에 대해…….
—해외 단신입니다. 매튜 월링턴 미 대통령이 주도하는 국방 개혁안 이 방금 전 미 하원을 통과했습니 다. 양적 확대보다 질적 개선을 우 선으로 하는 이 개혁안은…….
그렇게 라디오 소리와 함께 달리던 승용차가 호텔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해 놨던 문을 열고 들어 서자 반가운 얼굴들이 일제히 두 사 람을 반겨줬다.
“오오, 예진이 왔구나! 은비도!”
“늦어서 죄송해요. 은비 알바 끝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아, 이거 맛있으니까 얼른 먹어.”
껄껄 웃는 환일과 옆에서 얼른 포 크를 건네주는 영은.
“자자! 예진 씨. 그러지 말고 술 한 잔 받아요.”
“애도 있는데 술은 무슨. 그보다 태준 씨는 괜찮아요? 수아 씨 기억 다 사라졌을텐데……
“와이프 설득하느라 애 좀 먹었지. 늦게 들어갔다간 큰일 날지도 몰라.”
그래도 새신랑이라고 살짝 살이 붙 은 태준.
“야, 이런 날 안 마시면 언제 마시 냐? 부어! 부어!”
“재열 형님! 그렇게 드시다가 죽어 요!”
“그보다 술 먹고 들어가면 민수 형 님한테 한 소리 듣는 거 아냐?”
“야! 됐고 담배나 한 대 피러 가 자. 여기 흡연구역 어디지?”
벌써부터 기분 내고 있는 재열.
그 옆에서 나란히 흥을 돋우는 병 운, 수찬, 태환.
“아, 안뇽…… 하세요? 바, 반갑스 무…… 니…… 으으, 한국어 어려워. 오빠. 통역 좀 해줘!”
“됐어, 됐어. 무리하지 마. 왕웨이 씨는 그 술 좀 훔쳐가지 마세요. 그 거 얼마나 한다고.”
“씁. 오랜만에 공짜 술이라 기분 좀 내려 했는데.”
“아, 괜찮아! 마셔도 안 죽어! 그 친구도 설마 이런 거 거지고 화내겠 어?”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실실 웃기만 하는 사카모리 남매.
그 와중에 술이라고 눈깔이 뒤집혀 있는 왕웨이.
이제 확실히 손 씻었는지 험악한 분위기가 많이 가신 야마다.
“오랜만이에요, 예진.”
그리고 옆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 소리.
환하게 웃은 예진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이에요, 엘레나.”
“그러게요. 이렇게 다시 모일 줄은 몰랐어요.”
그날, 현장의 핵심까지 진입했던 이들.
광명시의 지도부 플레이어들이 간 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가끔 개별적으로 만난 적은 있었지 만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 었다.
특히 외국인인 엘레나는 어지간하 면 만나기 힘든 입장이었다.
가까운 곳의 의자에 예진과 은비, 엘레나가 조르르 앉았다.
“페이스북으로 소식 들었어요. 대 학교 생활은 할 만해요?”
“으으, 솔직히 모르겠어요. 고고학 과가 또 보기랑은 다르게 은근히 빡 세서……
“뭐, 학교라는 데가 다 그렇죠.” 가볍게 웃은 예진이 테이블 위의 카나페 한 점을 집어먹었다.
“그나저나 고고학과라니 의외네요. 난 엘레나라면 정치학과나 영문학과 갈 것 같았는데.”
“……엄마처럼 살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요. 보고 있자니 질리기도 했 고.”
“그래요?”
“네. 적어도 엄마보다는 세상에 도 움이 되는 방법으로 살고 싶어요.”
씁쓸하게 웃으며 엘레나가 고개를 저었다.
괜히 숙연한 기분에 젖은 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게 정했다면 제가 할 말 은 없네요. 잘 되길 응원할게요.”
“고마워요, 예진.”
“뭔데? 뭔데? 언니 말 좀 해봐. 엘 레나 언니랑 무슨 말한 거야?”
“안 알려줘. 알고 싶으면 너도 앞 으로 영어 공부 열심히 해.”
“와, 진짜 너무하네! 언니! 나 같 은 토종 한국인이 어떻게 영어로 네 이티브랑 비비……
그 때, 갑자기 예진 일행이 앉아있 는 테이블에서 빛이 솟구쳤다.
“아이고 나 죽는다아아아아!”
“나, 나브……?!”
갑자기 솟구친 빛의 기둥으로부터 익숙한 얼굴이 뿅 튀어나왔다.
빨갛고 긴 더벅머리. 쫑긋 솟은 늑 대 귀와 꼬리.
탁자에 털썩 주저앉은 나브가 짜증 스럽게 머리를 벅벅 긁었다.
“벌써 삭신이 다 쑤시네. 팔다란 -3870에서 사고 터진 거 수습하고 왔더니만 이번엔 손님 마중까지 나 가래! 은비! 어떻게 생각해? 우리 주인님 진짜 너무하지 않아?”
“아니. 그야 지금은 민수 오빠 쪽 도 일손 딸린다니까……
“그보다 갑자기 네가 웬일이야? 마 리아나 알리아가 올 거라고 생각했 는데.”
“그 마리아 지금 사고 터져서 딴 데 가 있어! 여기 오기 전에 현직 마도기사께서 진상 한 명 두들겨 패 고 오셨거든!”
아, 역시 그건가.
가시가 뾰족뾰족 돋친 나브의 대꾸 에 예진이 할 말을 잃었다.
“아무튼, 뭐 벌어진 건 벌어진 거 고! 자자, 다들 오랜만이에요! 아, 거기 엘레나는 얼마 전에 나랑 같이 일 좀 뛰었나?”
“그때 저도 좀 놀랐어요. 시험 기 간이라 공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옷장 문 열고는 다짜고짜 납치해가 서……
“하여튼 일하는 거 거친 건 알아줘 야 해. 자자, 아무튼 됐고! 다들 여 기까지 오신 김에 우리 주인님 얼굴 이나 보러 안 가실래요?”
갑작스런 제안에 몇몇의 얼굴에 놀 라움이 번져나갔다.
이 판국에 민수의 직장으로 부른다 고? 갑자기?
“오신 김에 맛있는 것도 좀 드시고 겸사겸사 우리 일도 좀 도와주 고…… 아이고. 안 그래도 트리바드 -903에서 일이 크게 터졌거든. 천마 할아버지도 요즘 우시아-641 재건 건으로 바빠서 얼굴 잘 안 비춰줘.”
“결국, 여기 온 사람들 다 부려먹 겠다 그거네……
“보상은 확실하게 해준다니까? 자 자! 그래서 다들 안 갈 거야?”
“난 찬성!”
버럭 소리지르며 손을 번쩍 치켜드 는 병운.
그를 시작으로 홀의 모두가 손을 번쩍번쩍 쳐들었다.
당연하지만 예진과 은비, 엘레나 또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피식 웃으며 손을 들어 올리는 세 여자.
고개를 끄덕인 나브가 두 손을 위 로 들어올렸다.
“좋았어! 그럼……!”
그리고. 번쩍!
나브로부터 뿜어진 섬광이 호텔 홀 을 가득 채웠다.
빛이 사라지기 무섭게 새로운 빛이 눈을 찔렀다.
주변을 채운 화려한 광채에 일행들 이 눈을 휘둥그레 치떴다.
“우와……
“어째 못 보던 사이에 더 커진 것 같은데?”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착륙장 위.
착륙장 앞까지 뻗은 길 너머에, 황 금의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그야말로 우주 한복판에 덩그러니 떠 있는 도시였다.
바닥에는 아무 것도 없고, 홀로 우 주를 유영하는 거대한 도시.
도시 주변에 떠다니는 황금 전함들 은 우주의 별들보다도 아름다웠다.
“여기가 민수의 새 직장……
황금의 도시를 바라보던 태준이 침 을 꿀꺽 삼켰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여기에 불려 온 것은 이번이 처음.
그렇다 보니 처음 목격한 이 도시 의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건물주를 초월해서 도시주구만.
도시주.”
“좋았어! 나 은퇴하면 무조건 형님 한테 빌붙는 걸로……
“벌써 빌붙을 생각인가요?”
주먹을 불끈 쥔 병운을 한가로운 목소리가 가로막았다.
텅 빈 길 너머에서 홀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금발의 남성.
모두의 눈에 반가움이 스치는 가운 데, 그가 손을 살짝 들고는 씨익 웃 었다.
“다들 오랜만입니다. 아, 전부 다는 아닌가?”
“제 직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금발에 하얀 코트.
여유로운 미소. 품위 있는 발걸음.
“사무실 새로 뚫었는데 생각해 보 니까 집들이를 안 한 것 같아서.”
‘게임’의 새로운 운영자이자 유일 한 관리자.
아카라트의 이름을 잇는 유일한 초 월자.
우주의 섭리를 통제할 새로운 제국 의 황제.
“안으로 드셔서 술이라도 한 잔씩 하시죠.”
“……민수 형님!”
신(新) 초월제국 아카라트의 황제.
이제는 ‘게임’의 주인이 된 김민수 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간 쌓인 얘기가 많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