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00
나 혼자 무한 보급! 200화
“본의 아니게 속이는 모양새가 된 것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한창 아우성치던 주변은 어느새 침 묵에 싸여 있었다.
할 말을 잃은 민수 앞에서 칼라일 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주를, 이 ‘게임’을 끝낼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은 이것뿐입 니다. 부디 당신께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무슨 의미지?”
“M이 혹시 그런 말을 하지 않았 습니까?”
M이 했던 말.
무슨 내용인지 짐작은 간다.
칼라일을 내려다보던 민수가 탄식 하듯 중얼거렸다.
“이 ‘게임’의 끝에 다다른 모두 는……”
“이 ‘게임’의 끝을 바라지 않았죠.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다르다니?”
“바라지 않은 게 아니라, 바랄 수 없던 겁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칼라일이 민수 와 시선을 맞췄다.
“당신 이전에도 당신 같은 바람을 가진 이들이라면 수도 없이 많았습 니다. 이 ‘게임’의 존재 자체를 끝내 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담보한 채 전진해서, 결국 그 끝에 다다랐죠.”
“하지만 결국 그 소원을 빌 수는 없었습니다. 진실을 알게 된 이상, 그것은 이룰 수도 없고 이루어서도 안 되는 소원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끝날 수 없고, 끝내서 도 안 되기 때문이다.
칼라일의 검은 눈동자에 회한이 서 렸다.
“이 ‘게임’은 물리적 실체로 존재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자리에 있 는 모두, 당신과 저를 포함한 이 ‘게임’의 모든 관련자가 사라진다고 해도 이 ‘게임’은 끝나지 않습니다.”
U I 99
“이 ‘게임’은 무형적인 개념에 가 깝습니다. 이 차원 우주 전체에 강 요하는 아카라트의 저주입니다. 온 차원의 도그마를 영원히 빨아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스탠드 얼론(Stand alone).
이 ‘게임’은 홀로 오롯이 존재한다.
이걸 구성하는 실체나, 파괴할 수 있는 물건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무형으로 이루어진 개념 에 가까운 존재.
물리적인 존재들은 설령 아카라트 라고 해도 간섭할 수 없다.
“설령 이 자리의 모두가 죽는다고 해도, 이 ‘게임’은 차원 우주 어딘가 에서 다시 작동을 시작할 겁니다. 멋대로 ‘게임’을 시작하고, 플레이어 를 선택하고, 다시금 승리자와 GM 을 만들어 내겠지요.”
“이것은 차원 세계에 내린 저주입 니다. 힘으로는 풀 수 없는 주박입 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것을 부수는 방법은 극단적인 방 법이 될 수밖에 없다.
먼저 도착한 우승자들이 절대로 선 택할 수 없었던 방법.
그것은.
“……우주 자체를 파괴해야 합니 다.”
“이런 X발……
그 대답만큼은 안 나오길 바랐건만. 조금 전부터 느껴지던 안 좋은 예 감이 현실이 되었다.
민수의 얼굴이 왕창 일그러졌다.
“미쳤어? 세상을 되돌리러 왔는데 우주를 파괴하라고? 장난치냐?”
“진정하고 들어주십시오.”
버럭 성을 내려는 민수를 얼른 달 래며 칼라일이 말을 이었다.
“물론 오해하실 수밖에 없을 겁니 다.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되지요.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달라지다니?”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있는 이상 이제 우주의 파괴는 단순 한 멸망이 아닙니다. 새로운 우주를 쌓을 기초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전대 우승자들이 ‘게 임’을 끝내지 못한 건 간단하다.
‘게임’을 끝내기 위해선 결국 우주 를 파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상을 구하러 왔더니 세상을 파괴 해야 하는 모순을 누가 감당하겠는가.
“우리는 그저 신의 부품. 전대 우 승자들이 쌓은 도그마를 뭉쳐 만든 존재에 불과합니다. 우리를 이끌어 줄 이도, 통제할 자도 없으며 그저 물을 부어 대충 뭉쳐놓았을 뿐인 모 래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당신이 나 타났습니다. 당신은 아카라트의 초 월자. 이 ‘게임’의 유일한 적자이자 계승자입니다. 당신은 우리 모두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아카라트의 초월자가 가진 무한의 도그마.
그리고 수많은 우수한 도그마들을 가진 우승자들.
이들을 모으면 하나의 완전한 신이 탄생한다.
아카라트의 초월자는 신의 두뇌가 되고.
다른 우승자들은 신의 육체가 되는 것이다.
“당신은 우리로 이루어진 이 신이 라는 존재를 완전하게 통제할 수 있 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당신이 우리 들의 두뇌가 된다면 우주의 파괴는 단순한 멸망이 아닙니다.”
“파괴한 우주를 새로 구죽하여 ‘게 임’이 없는 세계로 만들 수 있습니 다. ‘게임’이 없는 우주에서 완전히 평화롭고 행복한 지구-117을 만들 어 낼 수 있습니다. 아니, 그것뿐일 까요? 원하신다면 지구-117을 온 차원 세계의 패자로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필멸자의 우주에서 전설로만 취급 되던 존재.
완전한 신이 정말로 탄생하여 이 우주에 풀려나게 될 것이다.
문명의 힘, 도그마로 이루어진 완 전한 초월적 존재.
이 존재에게 불가능한 일은 단언컨 대 없으리라.
“당신은, 아카라트는 멸망 이후를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입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한바탕 일장연 설을 늘어놓은 칼라일.
짙은 어둠 속에서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칼라일을 노려보는 민수.
저 눈동자가 무슨 생각인지 이젠 짐작조차도 가지 않는다.
작게 한숨을 쉰 칼라일이 천천히 뒤로 물러낫다.
“……속았다고 생각해도 상관없습 니다. 생각하시던 것과 다르다며 역 정을 내서도 면목이 없습니다.”
“하지만 부디 기억해 주십시오. 이 것은 우리가 찾아낸 가장 완전한 해 답입니다. 당신도, 지구-117도, 아 카라트도, 우리도, 그리고 이 ‘게임’ 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입 니다.”
지구도 구하고. 그는 신이 되고.
우리는 그의 부품으로서 속죄하고.
이 저주받을 ‘게임’ 또한 영원히 끝장낼 수 있는.
“모두가 만족할, 가장 올바른 선택 입니다.”
“••••••허!”
“초월자 김민수. 이제 당신의 결정 만 남았습니다.” 공손히 고개 숙인 칼라일이 뒤로 스르르 물러나고.
민수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여태까지 봐왔던 메시지창과는 확 연히 다르게 생겼다.
색깔도 하나 없고, 글자는 도트가 탁탁 튄다.
마치 고전 게임의 텍스트 창 같은 그 메시지를 민수가 천천히 읽어내 렸다.
[거임에서 승리하신 것을 축하드립니 다!] [육성으로 ‘게임은 끝났다!’를 외쳐 주세요!] [직후 최후 정산 보상이 시작됩니 다!]
“이 ‘게임’의 우승자에게만 보이는 마지막 메시지창입니다.”
공동의 수많은 시선이 숨을 죽인다.
침묵을 지킨 채 그저 민수의 입만 을 바라본다.
“외쳐주십시오. 그리고 이 비극을 끝내주십시오.”
모두의 안에 환희가 담긴다.
민수를 바라보는 시선들에 갈망이 서린다.
드디어 다가온 이 ‘게임’의 진정한 마지막.
진정한 불멸자가 탄생하는 순간.
우주를 다시 쓸 새로운 신화의 시 작.
“자, 어서.”
대속과 승천의 영광된 시간을.
다시 한 번 칼라일이 입을 열어 재촉했다.
“어서 우리의…… 신이 되어주십시
오.”
한참이나 민수는 입을 열지 않았 다.
칼라일도, 다른 이들도 굳이 그런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려왔던 이들이다.
잠깐의 침묵 따위 그들에겐 대수롭 지도 않았다.
만약 필요하다면 몇 만 년이라도 기다려줄 수 있으리라.
“……하아.”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열린 민수의 입에서 지친 한숨을 흘러나왔다.
“……여기 오기 전에 말이야.”
“M, 그러니까 마리아가 그런 부탁 을 했어.”
아크라이트로 출발하기 직전.
갑판 위에서 악수를 나눴을 때, 그 녀는 내게 그런 부탁을 했었다.
“자기가 틀렸다는 걸 증명해 달라 고 하더라고.”
“틀렸다는 걸요?”
“이 ‘게임’의 끝에 다다른 모든 이 는 이 ‘게임’의 끝을 바라지 않았다. 자기가 했던 그 말이 틀렸다는 걸, 내가 직접 증명해 주길 바랐어.”
나로서도 이뤄주고 싶고, 그럴 의 사도 있지만.
세상 일이 언제나 맘대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가끔은 이렇게 생각지도 못 하게 당하기도 하는 법이지.
내게 우주를 파괴해 달라고 부탁하 는 이 미치광이들처럼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미안하게 됐
“ 네?”
“그 부탁, 못 들어줄 것 같거든.”
그 순간, 지친 얼굴 위에 떠오르는 끔찍한 미소.
숨을 들이마신 민수가 드디어 어둠 을 향해 외치고.
“게임은……
마지막으로 그 입에서 튀어나온 외 침은.
“……끝나지 않는다!”
빠지직!
우렁찬 일갈에 어둠이 깨져나간다. 밑도 끝도 없던 어둠에 느닷없이 균열이 번진다.
당황하여 웅성대는 칼라일과 그 주 변의 존재감들.
그들이 뭐라 외칠 틈도 없이, 어둠 이 깨져 날아가며 그 너머에서 환한 빛이 비친다.
“이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어둠이 깨진 자리에서 빛나는 별빛.
검은 장막이 사라지고, 거대한 우 주가 모습을 드러낸다.
빛나는 초신성. 저물어가는 백색왜 성.
아름답게 반짝이는 성운. 뜨거운 행성의 빛.
검게 일렁이는 블랙홀. 우주의 모 든 경이.
“지금부터 이 ‘게임’은 다음 시나 리오로 이행될 것이다!”
팔을 펼치며 재빨리 뒤로 물러나는 민수.
당황한 칼라일이 그를 잡으려 했지 만 이미 너무 늦었다.
삽시간에 저만치 멀어진 민수의 등 에서 황금의 광채가 일렁이기 시작 했다.
“운영자는 나! 그리고 플레이어는 너희들!”
금빛 광채를 헤치며 황금의 함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황금 물결이 삽시간에 우주 를 가득 채운다.
전함. 모함. 순양함. 구축함. 전투 기.
온 우주를 가득 메우는 아카라트의 거대한 힘.
우주를 가득 채우는 힘의 근원에서 다시 한번 선언한다.
“이 ‘게임’의 진정한 주인, 아카라
트의 이름으로 명한다!”
“아, 안 돼!”
“새로운 시나리오를 작성하라! 영 원히 끝나지 않을 시나리오를!”
민수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무언 가가 칼라일의 눈앞을 가로막았다.
파랗고 투명하게 빛나는 메시지창.
플레이어에게나 보여야 할 것이, 지금 내게 보이고 있었다.
경악한 칼라일이 재빨리 그 내용을 읽어내렸다.
“이, 이, 이, 이건……?!”
[정규 시나리오 = “끝나지 않는 이 야기.”]
[시나리오 내용 : 시작도 없고 끝도 없 다. 이 싸움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시나리오 세부 : 아카라트의 후예 김민수를 죽이십시오.]
[시나리오 클리어 보상 : C이
“미, 미쳤어…… 안 돼. 이건 미쳤 어……!”
“아니, 이게 정답이다.”
“이딴 건 정답이 아닙니다! 정답이 되어선 안 돼! 그래선 안 된다고!” 급한 나머지 결국 칼라일의 입에서 반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모함의 갑판에 살짝 내려앉은 민수 가 그런 칼라일을 돌아봤다.
“뭐가 안 되지?”
“이 ‘게임’을 영원히 계속하겠다 고? 이 잔혹한 짓거리를 영원히 반 복하겠다고? 당신, 이 ‘게임’을 끝내 겠다며! 그렇기에 여기까지 온 거 아닌가!”
“그럴 생각이었지.”
하지만 목적이란 늘 변하기 마련이 니까.
표독스럽게 외쳐대는 칼라일을 바 라보며 민수가 사납게 웃었다.
“우주를 파괴하고 새로 만들라고? 내가 바라는 세상으로? 그건 그냥 기만이야. 밥반찬이 맘에 안 들면 다시 차려야지. 밥상을 엎는 게 말 이 돼?”
“이, 이, 이런……?!”
“그러니까 발상을 바꿨다. 이 ‘게 임’이 내 주도에 의해 영원히 계속 된다면. 그리고 내가 직접 이 ‘게임’ 의 부조리를 컨트롤해 나간다면.”
‘게임’의 상위 관리자 권한으로 지 구-117을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우주를 파괴하 거나 누굴 더 죽일 필요도 없다.
우주를 다시 만드는 것과 전혀 다 를 게 없다,
‘게임’을 배제할 수 없다면, 그 ‘게 임’을 지배하면 되는 것이다.
“난 한 번도 너흐]가 바라는 대로 움직여준 적 없어. 그런데 지금 와 서 신이니 뭐니 하면서 꼬드긴다고 해도 말 들을 것 같아?”
“……그럼 당신은 어쩌게! 당신은 어떻게 되는 거야?”
“ 나?”
“이 ‘게임’을 관리한다면 당신 또한 영원히 이 ‘게임’에 묶여 있어야 해! 육체만 불멸인 채로 이 ‘게임’의 운 영자 노릇을 홀로 해야 한다고! 그게 정말 당신이 바라는 결말이야?!”
연신 표독스럽게 절규하는 칼라일.
그 사이 황금의 함대는 그들을 향 해 포문을 돌리기 시작했다.
포구마다 심상치 않게 번뜩이는 마 력의 빛.
허둥대며 모두가 대항 태세를 갖추 는 가운데, 고개를 갸웃한 민수가 이내 씩 웃었다.
“……그거 더 좋은데?”
“뭐, 뭐?”
“사실 말이야. 이건 진짜 예진이 빼 고는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는데.”
갑자기 붕 날아온 민수가 칼라일의 목을 덥석 잡았다.
힘은 대단치 않지만 어째선지 꼼짝 도 할 수 없었다.
발버둥도 못 치고 눈알만 굴려대는 칼라일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민수가 히죽거렸다.
“나 사실, 이 힘 놓는 거 좀 아까 웠어.”
“개쩌는 힘을 가지게 된 대가로 우 주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거야. 노 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생각하면 그럭 저럭 괜찮지 않을까?”
“이, 이런 미친……!”
안 된다. 이 자식 진심이야.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처리해야 해.
하지만 그런 칼라일의 각오는 결실 을 보지 못했다.
검은 진액이 솟구치기 직전, 칼라 일을 휙 떠민 민수가 다시금 갑판에 내려앉아 외쳤다.
“자! 시나리오 시작됐다! 이 버러
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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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좋은 이상을 품고 여기까 지 왔겠지만, 저들끼리 머리 맞대고 나온 결론이 우주 멸망이라는 시점 에서 나도 더는 봐주기 힘들지.”
외치는 사이 헛헛한 충족감이 가슴 을 가득 채웠다.
그래. 난 이 우주가 좋다.
예진이와 은비가 있고, 내 좋은 동 료들이 있는 우주가 좋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 다는 게 사랑스럽다.
내 취향대로 다시 만드는 인형 놀 이 우주에는 관심 없다.
“이게 내가 너희에게 주는 벌이다. 칼라일.”
그렇게 공포 서린 시선 한복판에 선 채.
팔을 쫙 벌린 민수가 빛나는 포화 를 등지고는 선언했다.
“나랑 같이 영원히 놀자! 이 우주 가 닳아 없어져 버릴 때까지!”
“전 포대, 사격 준비! 준비된 포대 부터 사격!”
끝없는 함대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
파괴의 소나기들이 우주를 수놓으 며 칼라일과 우승자들을 덮쳤다.
고요했던 우주가 삽시간에 거대한 싸움터로 화했다.
쏟아지는 포격과 빛. 요란하고 신 적인 전장의 한복판.
여전히 모함 갑판에 선 민수가 손 을 들어 올렸다.
“그럼 이제 남은 정산이나 마저 해 볼까?”
“이 노오오오옴! 김민수우우우우!”
“이 ‘게임’의 진정한 주인, 아카라 트의 이름으로 명한다!”
우주를 가리키며 드높이 솟은 손가락.
그 손가락을 딱 튕기며 외친 것은, 단 한 문장.
“이 ‘게임’의 영향력이 닿는 모든 것을…… 이전의 모습으로!”
그 순간.
따악!
빛이 우주를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