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50
350화 새로운 사도(3)
“캬캬캬캬!”
한 석궁병이 그리핀을 타고 날고 있었다.
태우고 있는 그리핀이 불쌍해질 정도로 몸집이 비대했다.
하지만 다행히 그리핀은 멀쩡해 보였고, 석궁병은 비행 중에 석궁으로 헬하운드를 겨누었다.
쉭- 콰직!
“켁!”
볼트가 목에 적중!
거기에 석궁병은 볼트를 쏘자마자 멋지게 그리핀을 조종해 U턴을 했다.
“캬캬! 이깟 일쯤이야!”
본색을 드러내어 낄낄거리는 저 석궁병의 이름은 바로 로흐샨.
역사에는 흔히 안녹산이라 기록된 인물이다.
당을 쇠락의 길로 빠뜨린 안사의 난의 장본인 안녹산!
소그드 출신으로 당나라에 입관.
무관으로 두각을 보였으며 6개 국어에 능통했다.
교활하고 잔인한 성품이었으나, 남의 눈치를 보고 아첨하는 데 능하여 출세를 거듭했다.
그의 아첨 능력이 어느 정도였냐 하면, 당 황제 현종의 신임은 물론 현종이 총애하는 양귀비의 양자가 되었을 정도였다.
하동절도사로 부임하면서 당나라 총병력의 3분의 1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그런 안녹산을 경계한 재상 양충국은 그가 모반을 꾀하고 있다고 현종에게 보고한다.
이에 반발한 안녹산은 정말로 모반을 일으켰다.
양충국을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15만 병력으로 중원을 침공, 낙양을 점령하고 연나라 황제를 참칭했다.
그 뒤로는 오만 방탕하게 지내다가 당뇨병으로 실명하는 등 건강이 악화.
결국 아들 안경서에게 암살당했다.
안경서 또한 안녹산의 부하였던 사사명에게 배신당해 최후를 맞이했다.
‘어쨌든 실력은 대단하군.’
아무 재주도 없이 출세하고 난을 일으켜 황제까지 되지는 못했을 터.
덩치에 비해 날렵했으며 승마와 궁술에 능했던 안녹산의 솜씨는 4단계 테스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리핀을 타는 것은 말보다 더 어려운 게 분명할 터.
그럼에도 안녹산은 아주 깔끔하게 이신이 생각했던 터닝 샷을 성공시켰다.
“다음!”
마르몽이 소리쳤다.
다음 차례는 자주 소환되어 활약했던 로빈 후드였다.
“간다!”
로빈 후드는 그리핀에 올라타고 날아올랐다.
서열전이든 모의전이든 궁병 중에는 늘 가장 먼저 소환되던 로빈 후드.
자신이 이신의 신임을 받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사도가 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멋지게 통과했지만 이번 4단계가 관건이었다.
그리핀을 타고 정확한 사격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난이도가 높았다.
파아앗!
그리핀이 날렵하게 비행했다.
“일단 비행 속도는 안녹산과 비슷합니다.”
이존효가 말했다.
서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로흐샨은 저 속도로 비행하면서 사격을 해냈지. 저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로흐샨에게 질 수밖에 없어.”
이를 악물며 비행하는 로빈 후드.
타깃이 될 만한 헬하운드 1마리가 나타났다.
조준.
로빈 후드는 방아쇠를 당겼다.
쉬익-
날아가는 볼트.
그리고 로빈 후드는 급히 그리핀을 조종해 U턴을 했다.
콰직!
“커헝!”
로빈 후드의 등 뒤에서 헬하운드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콜럼버스는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다.
“명중률은 비슷했는데…….”
“안녹산보다 턴이 깔끔하지 못했어.”
마르몽이 말했다.
그랬다.
로흐샨은 U턴을 하면서 사격했다.
하지만 로빈 후드는 사격을 한 뒤에 U턴을 할 수밖에 없었다.
로빈 후드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U턴을 하게 되면 조준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일단 일직선으로 비행할 때 사격을 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U턴이 늦어진 결과, 타깃에 2미터 가량이나 더 접근했다.
‘저건 안 돼.’
이신은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신이 원했던 것은 아슬아슬한 사정거리에서 사격 후 U턴을 하는 것.
폭격기와 석궁병의 사거리 차이는 불과 한 걸음밖에 안 된다.
그 한 걸음의 차이를 활용해야 하는 컨트롤이었다.
‘비행 훈련을 철저히 시켜야겠군.’
사도는 한 명밖에 뽑을 수 없지만, 이번에 3단계까지 통과한 석궁병들은 모두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둘 작정이었다.
그리핀에서 내린 로빈 후드의 표정은 몹시 좋지 않았다.
“다음!”
이존효가 소리쳤다.
다음 순서의 석궁병이 그리핀을 타고 출발했다.
테스트는 계속 이어졌다.
1차, 2차, 3차까지 계속 기회가 주어졌지만 로흐샨을 능가하는 실력자는 나오지 않았다.
로빈 후드는 2차 시도에 이어 3차까지 가면서 U턴 사격에 상당히 익숙해진 모습이었지만, 아쉽게도 로흐샨을 이기지는 못했다.
테스트가 끝나고 이신은 4단계 테스트를 봤던 석궁병들을 모두 집합시켰다.
“사도는 결정되었다.”
로빈 후드를 포함한 석궁병들은 좌절감에 고개를 푹 숙였다.
사도는 명백한 1등인 로흐샨이었다.
이신은 그런 그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이 자리까지 살아남은 너희를 모두 이름을 기억해두고 항상 가장 먼저 소환하겠다.”
그나마 석궁병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어쨌거나 자주 소환되어서 공적을 쌓을 기회를 얻는 것은 행운이었다.
“그리고 로흐샨.”
“예, 주군!”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리는 로흐샨.
“벌써부터 주군이라 부르네. 야, 저 친구 물건이다 정말.”
콜럼버스가 낄낄거리며 박수를 쳤다.
“제가 알던 누군가가 떠오르는군요.”
떨떠름한 표정이 된 서영이 거들었다. 서영이 잘 아는 누군가란 동탁을 뜻하는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
뒤룩뒤룩한 거구, 뛰어난 활솜씨, 아부에 능한 간사한 성품에 나라를 어지럽힌 전적까지!
안녹산은 영락없는 동탁의 판박이였다.
“저 몸집으로 저렇게 날렵하다니. 대체 저 거대한 뱃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군.”
이존효가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로흐샨은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이 뱃속에는 오직 주군을 향한 충심(忠心)만이 들어있습니다.”
그 말에 이신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본인은 잘 모르는 모양이지만, 역사에는 기록되어 있다.
안녹산은 현종이 뱃살을 갖고 농을 건네자 저것과 똑같은 대답으로 환심을 샀다.
‘그리고 난을 일으켰지.’
로흐샨은 이신의 표정이 좋지 않음을 알고 전전긍긍해졌다.
“호,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아니, 됐다.”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어쨌거나 실력은 확실하니 사도로 기용하기로 했다.
후에 마음에 들지 않거나 더 뛰어난 사도감이 나타나면 갈아치우면 그만이었다.
“넌 이 자리에 있는 석궁병들의 이름과 얼굴을 전부 기억해라. 다 네가 이끌어야 할 부하들이니까.”
“옛!”
힘차게 대답하는 로흐샨.
그리하여…….
[로흐샨을 사도로 임명하시겠습니까? 300마력이 소모됩니다.]‘하겠다.’
[로흐샨을 사도로 임명했습니다. ‘사도 명단’이라고 말씀하시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사도 명단.’
이신은 사도 명단에서 로흐샨의 내용을 확인했다.
[로흐샨(휴먼, 궁병)무기: 없음.
방어구: 없음.
능력: 없음.]
‘로흐샨에게 능력을 부여한다.’
‘한다.’
그리고 로흐샨에게 능력이 생겼다.
[능력: 사격(100%의 명중률로 사격합니다.)]좋다고 할지 나쁘다고 할지 애매한 능력이었다.
무조건 명중되는 것이니 그리핀을 타고 사격할 때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로흐샨은 원래 사격 솜씨가 훌륭하여서 차라리 다른 능력이 더 유용할 뻔했다.
‘하급 악마로 만들어주면 능력이 더 발전하려나?’
마침 이신이 보유한 마력에 여유가 꽤 있었기 때문에 이참에 부여할 수 있는 걸 모두 해버리기로 했다.
이신은 로흐샨을 자신의 권속으로 만들고 1,000마력을 부여했다.
[권속의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계약이 효력을 발휘합니다.] [계약에 따라, 사도 로흐샨이 계약자 이신님의 권속이 됩니다.] [계약에 따라, 계약자 이신님의 마력 1,000이 사도 로흐샨에게 전달됩니다.] [사도 로흐샨이 하급 악마가 되었습니다.]거기에 무기와 방어구까지 부여해 버렸다.
그 결과는 이러했다.
무기: 합성궁(공격력 +7%)
방어구: 용린갑(방어력 +5%)
능력: 유도 사격(가까운 아군 궁병·석궁병 5인과 동일한 타이밍에 동일한 지점을 적중시킵니다. 5초에 1회씩 사용 가능합니다.)]
하급 악마가 되면서 로흐샨의 능력이 개량되었다.
개량된 능력은 이신이 가장 필요했던 효과였다.
그렇게 로흐샨에게 투자한 마력은 총 2,900이었다.
[마력: 11,571/11,571]여전히 중급 악마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큰 소모가 아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훈련을 해보자.’
질 드 레와 모의전을 다시 치르면서, 이신은 로흐샨에게 터닝 샷 훈련을 시켰다.
로흐샨과 함께 4차 테스트에 남았던 석궁병들이 그리핀을 타고 비행했다.
로흐샨은 자신의 능력인 유도 사격을 십분 활용했다.
사격을 하면서 U턴!
6대의 볼트가 같은 지점에 적중되면서 헬하운드는 즉사하였다.
재사용 대기 시간인 5초 동안 로흐샨은 그리핀 편대와 함께 선회 비행을 하여서 다시 되돌아와 사격했다.
독포자꽃이 즉사했다.
이신이 원하던 그림이었다.
스텔스 전투기도 공대지 공격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빠르고 스텔스 모드로 모습을 감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뭉쳐서 터닝 샷 컨트롤을 펼치면 타깃을 1마리씩 꼬박꼬박 사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야금야금 상대에게 데미지를 누적시키는 것이 이신의 견제 플레이였다.
물론 단점도 스텔스 전투기와 동일했다.
첫째, 일단 공격력이 약해서 꾸준히 공격을 넣어야 한다.
둘째, 그리핀 편대를 잃으면 체제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절대 그리핀이 죽어서는 안 된다.
즉, 끊임없이 그리핀 편대에게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터닝 샷 컨트롤은 로흐샨이 지휘하지만, 지시를 내리고 조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신이다.
상대측 폭격기의 접근을 알아차리고 후퇴시켜야 하는 것도 이신이고, 대공 방어가 허술한 빈틈을 찾아서 침투시켜야 하는 것도 이신이었다.
‘어렵지 않다.’
멀티태스킹!
사상 최강의 멀티태스킹을 자랑하던 이신이었다.
만 25세에 접어든 지금도 톱클래스 수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뱀파이어 설까지 돌 정도이니 말 다한 셈이었다.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지 봐주지, 발터 모델.’
일류 프로게이머들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마는 이신의 견제 플레이였다.
이번 상대는 2차 세계대전의 명장 발터 모델!
서열전에서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그는 과연 자신의 견제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기대되었다.
로흐샨의 능력과 함께 펼쳐지는 사격과 턴은 ‘U턴 샷’이라 명명되었다.
뿐만 아니라 로흐샨이 이끌고 로빈 후드도 소속되어 있는 그리핀 편대는 ‘로흐샨 편대’라 이름 지었다.
이신의 구상은 점점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실망시켰다가는 아주 처참하게 무너뜨려주마.’
이신은 두 가지 얼굴로 웃었다.
잘 맞받아치는 강력한 적수를 보고 싶었고, 결국 무너져 버리는 상대의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
이신은 그런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집념을 보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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