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3
373화 우승 후보들(2)
“안녕하세요, 형님들! 반갑습니다. 예, 어서 오세요.”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박영호는 오랜만에 개인방송을 켰다.
SC스타즈에 이적하고 그랑프리 개인전에서 맹활약을 떨친 박영호는 전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런 박영호가 오랜만에 개인방송을 켜자, 수많은 시청자가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오, 영호 형님 하이!
-16강 진출 축하드립니다.
-형 왔다, 인사 박아라.
-헐, 순식간에 시청자 3천ㅋㅋㅋ
-32강전 니노 패는 거 오지더라.
삽시간에 3천을 돌파한 박영호의 개인 방송 시청자 숫자.
“오, 시청자 잘 붙네. 그럼 어그로 끌어서 시청자를 더 불러들여 볼까요?”
그러면서 박영호는 자신의 개인방송 방제를 다음과 같이 수정했다.
[SC 박영호 이신과 합동 방송]방송의 흥행을 위하여 이신을 써먹기로 작정한 것.
-이신?
-우와, 신님 출연함?
-신과 영호 합방이다!
-뻥치는 거 아냐?ㅋㅋㅋ
-시청자 끌려고 뻥치는 듯.
“에이, 형님들 왜 그러십니까? 제가 신이 형하고 한 호텔에서 자는 사이인데.”
-같이 호텔에♡
-브로맨스 각
-미친ㅋㅋㅋㅋ
자꾸만 이신을 언급하며 시청자들과 낄낄거리는 박영호.
박영호는 최근 인기가 더없이 치솟은 상태였다. 개인리그 우승하고 그랑프리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보다도 더 말이다.
박영호는 그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도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가 올라간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신과 SC스타즈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게 컸다.
마우스 문제로 이신과 같이 쇼핑도 다니는 등, 종일 붙어 다녔으니 자연스럽게 엄청나게 많은 이신교의 신도들에게 박영호가 좋은 인상으로 각인된 것이다.
-이신 오빠 언제 나와요?
-못생긴 네 면상 치우고 이신 불러라.
-신님 보고 싶어요.
-영호 오빠 너무 못생겼어요. 신님으로 눈 정화 시켜주세요.
-장난함? 영호 형님 얼굴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다!
-상반신만 나오는데도 키 작아 보여.
-어서 신님 불러주세요.
-네 얼굴 보러 온 게 아니다. 분위기 파악하자 영호야.
악담이 가득한 채팅창을 보면서도 박영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도리어 흐뭇해했다.
“이야, 갑자기 우리 방에 여성 시청자가 많아진 것 같지 않아요? 제가 이렇게 인기가 좋습니다.”
시청자들의 채팅은 점점 거칠어졌다. 어서 이신이나 출연시키라고 아우성이었다.
“어허, 이 사람들. 그럼 이렇게 하죠. 저보고 잘생겼다고 100번만 하면 신이 형 부르겠습니다.”
-뒤지고 싶냐?
-허위 사실 유포로 방송 신고해 버린다.
-영호 오빠 잘생겼다!
-응 아냐.
-죽어도 그 소린 못하겠다. 양심 좀 챙기자 BJ야.
-차라리 별사탕을 쏜다.
-오빠 별사탕 쏠 테니까 신 오빠 불러주세요ㅠㅠ
그런데 그때, 갑자기 박영호의 방송에서 별사탕 세례가 터지기 시작했다.
-이신교순교자님께서 별사탕 1882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오!
-55555
-저분 이신 방 열혈이심.
-이신교 대사제다!
-18빨리ㅋㅋㅋㅋ
-이신전심님께서 별사탕 1882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헐;;;
-우와;;;;
-이신 방 큰손들 계속 등장ㅋㅋ
-또 1882개ㅋㅋ
“우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누님들! 이신교의 대사제 분들께서 놀러오셨네요. 예, 신이 형 빨리 부르겠습니다.”
박영호는 냉큼 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이신은 그곳에 없었다.
잠시 후 돌아온 박영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형이 지금 샤워 중이네요. 좀 있다가 샤워 끝나면 같이 그랑프리 경기 볼 겁니다.”
-꺅 샤워♡
-샤워 씬 찍자 영호야.
-신님이 샤워하고 막 나온 모습 보고 싶어요!
-19금 각!
“어허, 이 사람들. 그러다 저 죽어요. 형 없으면 영어도 안 되고 중국어도 안 되고, 말을 못해서 완전 왕따 당해요.”
박영호는 계속 안 된다고 했지만 시청자들은 별사탕을 쏘고 채팅창을 도배하면서 압박했다.
박영호는 시청자들과 노닥거리다가, 이신이 샤워하고 막 나온 모습을 보여주면 별사탕을 받기로 합의를 보았다.
결국 박영호는 샤워를 마치고 나온 이신을 억지로 컴퓨터 앞에 앉혔다.
“뭔데 그래?”
“되게 중요한 거야.”
이윽고 이신은 컴퓨터 모니터에 띄워져 있는 개인 방송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신이다!
-존잘ㄷㄷ
-신 오빠♡
-꺅 신이시여!!
-신님 안녕하세요!
-이신님, 오랜만에 게임하는 거 보여주세요. 이신님의 플레이 화면 보고 싶습니다.
“…….”
이신은 할 말을 잃었다.
함께 중요한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연습을 일찍 끝내고 방에 돌아와 쉬고 있었던 이신이었다.
개인 방송에 출연해주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었고, 박영호도 부탁한 적이 없었다.
“맞고 싶냐?”
“에이, 뭐 어때! 어차피 경기 보는 김에 방송 켜서 시청자랑 같이 보면 더 좋잖아.”
이신은 원치 않았던 개인 방송 출연에 찜찜해졌지만, 하는 수 없이 캠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이신입니다.”
“예, 드디어 이신이 출연했습니다! 샤워하고 막 나온 모습 보여드렸죠? 약속했던 별사탕은 어떻게 된 건가요?”
그러자 이번에도 별사탕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기로 했다.
주로 이신교의 신도들!
별사탕이 터질 때마다 오두방정을 떨며 리액션을 보이는 박영호.
옆에서 질색을 하는 이신 때문에 시청자들은 더더욱 웃음바다가 되었다.
아직 보려고 했던 경기는 시작되지 않은 탓에, 두 사람은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식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BJ최영준님께서 입장하셨습니다.
-BJ최영준님께서 매니저로 임명되셨습니다.
“어? 영준이다. 하이, 영준아!”
박영호가 반갑다고 인사했다.
-BJ최영준: ㅎㅇㅎㅇ 이신 형님도 안녕하세요.
-오 최영준이다.
-최영준도 그랑프리 단체전 때문에 뉴욕에 있을 텐데.
-최영준도 합방하자.
-오 좋다.
최영준 역시 월드 SC 그랑프리에 참가하느라 현재 뉴욕에 있었다.
개인전은 참가하지 못했지만, 소속팀인 쌍성전자가 작년 프로리그 우승팀인 탓에 단체전에 출장한 것.
때문에 최영준도 뉴욕에 있었지만 팀과 함께 숙소를 따로 자리 잡아서 서로 만날 시간이 없었다.
최영준도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 개인방송을 킨 모양이었다.
“영준아, 너도 음성채팅으로 같이 얘기하면서 경기 보자.”
-BJ최영준: 좋죠.
이윽고 음성채팅 메신저를 통해 최영준이 접속했다.
-안녕하세요, 이신 형님.
“그냥 형이라 부르고 말 편히 해.”
-정말요?
“어.”
-알았어, 형. 개인전 16강 진출 축하해.
“너네도 단체전 16강 진출했지?”
-응, 근데 16강전 이겨도 8강 상대가 팀 크라이시스야.
최영준은 울상이 되어서 하소연했다.
그랑프리는 개인전만큼이나 단체전 또한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개인전이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를 가린다면, 단체전은 세계 최고의 e스포츠 강국을 가르는 대결의 장이었다.
그리고 한국 팀들 중 가장 성적이 좋았던 쌍성전자도 단체전에서 메달은 구경도 못해봤다.
최고 성적은 작년의 8강 진출이 고작.
세계 톱클래스에 이른 소수의 실력자는 있지만, 평균적인 수준은 e스포츠 산업이 발달한 미국, 유럽, 중국을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 그것이 한국의 현주소였다.
-이번에는 동메달까지는 가보자고 의욕 충만했는데 다들 시름에 잠겨 있어요.
“팀 크라이시스는 확실히 너무 세지.”
박영호도 공감했다.
마이클 조셉이 소속된 전미 최강팀 팀 크라이시스.
축구계의 레알 마드리드라 불리는 팀 크라이시스는 세계 각국에서 실력자를 영입해 팀 전력을 한층 더 상승시켰다.
거기에 에이스 마이클 조셉은 올해 들어 거의 미친 포스로 전미 프로리그를 씹어 먹는 상황.
미국은 마침내 카이저를 능가할 선수가 나타났다고 들썩거리고 있었다.
“마이클 조셉은 너나 신지호가 상대해야겠네?”
박영호가 물었다.
-그렇죠, 뭐. 근데 조셉 걔는 요즘 어떤 맵에서든 다 잘해서 몇 세트에 출전할지 감도 안 잡혀요. 예선전 경기 보니까 완전 미쳐 있던데요.
“에이, 뭘 약한 소리야? 작년에 마이클 조셉 꺾고 동메달 따신 분이.”
-작년의 걔가 아니던데요. 대체 제가 어떻게 걜 이긴 건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같이 보면 어느 정도인지 알겠지. 마침 상대는 괴물이니까 나도 참고할 수 있겠다.”
그랬다.
그들이 보려고 기다리는 경기는 바로 마이클 조셉의 32강전.
상대는 안드레이 이바노프.
올해 22세의 러시아 선수로, 부진에 빠지기 전에는 ‘차르(tsar)’라 불리는 실력자였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한때는 러시아에서 적수가 없었으나, 이후 오랫동안 부진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다시 부활.
기적적으로 러시아의 2020년 전반기 개인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 그랑프리 개인전 출전권을 따냈다.
“한 번 봤던 것 같은데?”
이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예전에 그랑프리에서 형하고 4강에서 붙었었잖아.”
박영호가 답해줬지만, 그래도 이신은 잘 기억하지 못했다.
-4년 전이어서 잘 기억 안 나시나보네요. 그때 스코어는 3대 1이었고, 신이 형을 상대로 꽤 분전했던 괴물 플레이어였어요. 기억 안 나세요? 바퀴랑 일벌레랑 같이 치즈 러시를 시도했었는데.
“아, 기억난다.”
그제야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났다.
4년 전이면 한창 이신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시기였다.
적수는 찾아보기 어려워서 의욕이 저하된 상태.
거기다가 소속팀은 사정이 어려워 연봉을 다 못 주겠다는 등의 헛소리를 해서 법적 대응을 하고 있던 때로 기억했다.
그 해의 월드 SC 그랑프리는 철저한 준비도 없이 무작정 출장했던 걸로 기억했다.
상대에 대한 분석도 없이 막무가내로 치렀던 그랑프리였다.
그럼에도 결국 금메달을 손에 넣었지만 말이다.
“그때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경기를 치러서 약간 고전했지.”
-네, 그때 형 소속팀이 좀 쓰레기였잖아요. 연봉 못 주겠다고 법적 다툼 벌였고, 형 그랑프리 출장 가는데 숙소나 뭐나 아무것도 준비 안 해주고…….
최영준은 역시 어릴 때 이신의 팬이었다는 말이 사실인 듯, 자세히 알고 있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에 이신은 팀이 악의적으로 방치한 탓에 숙소도 통역도 없이 그랑프리에 출장하게 되어서 곤란에 처했었다.
물론 당황하지 않고 간단하게 처리했더랬다.
‘협회에 전화 한 통 하니까 다 해결됐지.’
그리고 소속팀은 법적 다툼에서 패소했고, 급기야 팀이 공중분해되었다.
아무튼 상대가 그때 명성을 떨쳤던 선수라면, 결코 마이클 조셉이라 해도 얕볼 수 없는 상대라는 뜻이었다.
시간이 되자 마침내 마이클 조셉과 안드레이 이바노프의 경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1세트가 끝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4분 23초.
마이클 조셉은 병영을 짓지 않고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먼저 짓는, 이른바 ‘생 더블’ 빌드를 시도했다.
성공을 거두면 일찍 확보된 확장 기지를 통해 막대한 자원 우위에 서는 빌드였다.
하지만 안드레이 이바노프는 운 좋게도 첫 정찰에 발견했다.
그대로 모든 유닛을 끌고 공격 가서 박살을 내버렸다.
6마리의 바퀴뿐만이 아니라, 일벌레까지 모조리 동원한 무자비한 응징.
마이클 조셉은 체력이 막강한 건설로봇으로 디펜스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차르라 불리는 상대는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고, 빠른 결단이 강력한 공격으로 연결되어 마이클 조셉의 자신감을 박살 내 버렸다.
어안이 벙벙해진 마이클 조셉.
“와, 미친 상남자 포스 보소.”
박영호가 혀를 내둘렀다.
이신도 놀랐다.
저 플레이도 기억했다.
4년 전, 딱 똑같은 상황이었다.
똑같은 상대였다.
그때 이신은 이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