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2
372화 우승 후보들(1)
월드 SC 그랑프리가 시작되었다.
대진표가 발표되었을 때, 본선에 진출한 선수 32인의 희비가 교차되었다.
박영호의 32강전 상대가 재미있었다.
바로 예선에서 이신과 싸웠던 인도의 천재 신예 니노.
“천재인지 뭔지 아주 잘 걸렸다.”
박영호는 득의양양했다.
“내가 그 거품을 탈탈 털어줘야지. 프로게이머 인생이 너무 또 순탄해도 안 되거든.”
작년에 은메달리스트가 된 박영호.
올해도 물오른 기량을 보이는 우승후보로 주목받고 있었다.
아무리 주목받고 있는 신예 니노라 해도 무리지 싶었다.
‘혹시나 또 내가 잘 모르는 그 천재성을 발휘한다면 모를까.’
이신도 니노가 박영호를 꺾고 올라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예선에서 자신을 고전하게 만들기까지 했던 니노였지만, 인류 대 괴물의 양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엄청난 피지컬을 자랑하는 박영호를 상대로 니노가 버텨낼 수 있을지는 살짝 의문이 들었다.
종족 상성은 인류의 우세라고는 하지만, 박영호가 특유의 철벽 운영으로 공세를 막아내며 소규모 전투를 산발적으로 일으키면 니노가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곧이어 재미있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도의 천재 신예 니노 테르파, 폭스 게이밍으로 전격 이적] [니노 영입한 폭스 게이밍 “니노, 마이클 조셉 능가하는 인류 플레이어 될 것”]세계 유수의 강팀들이 노리던 유망주 니노의 행보가 마침내 결정된 것이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이적 협상을 미루고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전에 출전한 니노였다.
그런데 벌써 협상을 마친 걸 보니, 개인전 본선 진출 정도로 충분하다 싶었던 모양이었다.
“예상대로 폭스 게이밍이 데려갔군요. 결국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대해 왕춘 감독이 말했다.
“예상하셨습니까?”
이신이 묻자 왕춘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니노는 양아버지가 미국인이기 때문에 미국행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겁니다. 미국에서 니노 영입에 가장 큰 투자를 할 팀은 폭스 게이밍뿐이죠.”
“팀 크라이시스도 있지 않습니까?”
“거긴 마이클 조셉이 있지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이클 조셉은 현재 미국에서 거의 무적에 가까운 포스를 자랑하고 있다고 했다.
작년에는 아깝게 메달을 얻지 못했지만, 올해는 적어도 은메달 이상은 목에 걸 거라는 추측이 돌 정도.
그만큼 무섭게 성장한 마이클 조셉은 라이벌 팀인 폭스 게이밍으로서는 골칫거리였다.
폭스 게이밍도 아마드 부티아라는 걸출한 에이스가 있어 마이클 조셉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밀리는 추세라고 했다.
“때마침 니노의 미국 진출 성공의 롤 모델인 아마드 부티아도 폭스 게이밍에 있으니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었을 테지요.”
“벌써 이적을 결정한 건 의외입니다.”
“전 별로 의외라는 생각이 안 드는데요?”
왕춘 감독이 웃으며 이신의 말에 반박했다.
그는 문득 질문을 던졌다.
“러너와 니노의 대결에서 누가 16강에 진출할 것 같습니까?”
“박영호.”
이신은 곧장 대답했다.
“대결 양상은 어떨 것 같습니까?”
이신은 잠시 생각하다가 또 대답했다.
“영호가 니노를 압살할 것 같습니다.”
니노가 특유의 개성적인 플레이로 어떤 변수를 일으키지 않는 한, 박영호의 일방적인 승리가 될 거라고 이신은 생각했다.
왕춘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전문가들도 상당수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신 선수뿐만 아니라, 러너 영입에도 큰 투자를 한 이유가 있지요.”
이신은 비로소 니노 측이 폭스 게이밍 행을 일찌감치 결정한 이유를 깨달았다.
쉽게 설명하자면, 박영호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나면 체면은 그렇다 치더라도 혜성처럼 등장한 신성인 니노에 대한 기대감의 거품도 빠진다.
니노는 인도에서 무패 우승.
월드 SC 그랑프리에서도 오직 이신에게만 1패를 했을 뿐이었다.
이신에게 패한 경기도 역전에 재역전이 나온 명승부였으니 오히려 니노의 몸값 상승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니 니노에 대한 기대치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이적 협상을 잘 마무리한 것이다.
“한국에서 벌어졌던 개인리그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이신 선수 때문이지만 러너나 차이 같은 선수도 주목 대상이었죠.”
박영호도 그때 무패 결승 진출을 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기량을 떨쳤다.
“4강전에서 차이는 러너를 상대로 괴물을 꺾는 인류의 필승 공식을 썼습니다.”
병영 체제에서 기갑 체제로 전환.
이후 고속전차의 지뢰와 기동포탑의 화력을 활용한 장기전.
다른 누구도 아닌 차이였으니 더더욱 빈틈이 없는 강력한 인류의 전략이었다.
“그런데도 3대 0으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죠. 그 방법으로는 지금의 러너를 꺾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결승전에서 이신 선수가 보여준 후반 병영 체제를 통한 난전뿐입니다.”
왕춘 감독의 설명에 이신은 어느 정도 납득했다.
후반 병영 체제, 게다가 철벽 괴물을 흔들 수 있을 정도의 난전.
그걸 흉내 낼 수 있는 피지컬과 컨트롤을 가진 선수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극소수였다.
그리고 니노는 그게 가능한 타입의 선수가 아니었다.
그 점을 감안하여서 세계 강팀의 전문가들은 박영호의 압승을 예상한 것이다.
“기대됩니다. 이신 선수는 물론이지만, 러너도 이번 대회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내줘야 제가 결정한 러너 영입이 틀리지 않았음이 입증될 테니까요.”
본선 32강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박영호는 예상대로 니노를 꺾었다.
3판 2선승제의 대결에서 스코어는 2-0.
1세트는 박영호의 철벽이 완벽하게 발휘된 한 판이었다.
박영호는 니노의 모든 공격을 다 저지하고 안정적으로 자원과 병력을 모았다.
그리고 소규모 병력으로 끊임없이 게릴라를 펼쳐 니노가 자원을 얻지 못하게 훼방을 놓았다.
그때마다 다시 피해를 복구하는 니노의 끈질김도 좋았지만,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강대해진 박영호의 공세를 견디지 못했다.
장기전에서 박영호를 당해내기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2세트에서 니노는 전략적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바로 스텔스 전투기였다.
시작부터 항공정거장 2채를 짓고서 스텔스 전투기를 준비하는 니노의 체제를 파악한 박영호는 경기 중에 피식 웃었다.
박영호는 쐐기충을 뽑아 공중전에 응했다.
그리고 컨트롤 싸움에서 니노를 완전히 압도해 버렸다.
하늘 군주를 사방에 펼쳐 스텔스 전투기가 스텔스 모드로도 모습을 감출 수 없게 만들어놓고, 쐐기충으로 쫓아다니며 계속 꽁무니에 쐐기를 갈겼다.
스텔스 전투기가 제대로 활약을 못하니, 그야말로 박영호의 압승이었다.
완패를 당하면서 그동안 주목받았던 니노의 신비감도 한풀 꺾여버렸다.
그나마 1세트에서 상당히 분전했다는 평가를 받았을 뿐이었다.
“봤음? 형이 고전했던 인도 꼬맹이를 나는 간단하게 관광 보내 버렸지.”
그 경기로 세계 e스포츠계로부터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은 박영호는 우쭐해졌다.
참고로 박영호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얼음 왕국 마우스를 자랑스럽게 내밀어보이며 네티즌들을 웃겼다.
‘부인할 수는 없군.’
이신은 혀를 차면서도 한 가지는 인정했다.
이번 그랑프리에서 박영호의 기세는 아주 무서웠다.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고 SC스타즈에 이적한 것이 박영호에게 또 다른 책임감과 모티배이션을 제공한 게 아닐까 싶었다.
이신도 무사히 32강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상대는 폴란드의 인류 플레이어로 이번에 그랑프리에 처음 출전한 선수였다.
스코어는 2-0.
무난한 이신의 완승이었다.
이신은 1세트, 2세트 모두 신족으로 플레이해 주목을 받았다.
화려한 플레이를 곧잘 펼치는 이신답게 명장면도 나왔다.
그것은 2세트에서 벌어진 큰 전투에서 연출되었다.
한 방을 노리는 인류의 대군이 진격을 시작했을 때였다.
이신 또한 이에 맞서기 위해 군세를 일으켰다.
결정적인 순간, 이신의 아바타들이 무려 5방향에서 인류의 대군을 덮쳤다.
아바타 5기가 모두 봉인 마법을 펼쳤다.
“와아아아아아!”
-오 마이 갓! 보이십니까? 인류의 병력이 모두 봉인 당했습니다!
-카이저의 아바타들이 전술위성이 쏜 무력화탄을 모조리 피했어요.
광중들도 해설진도 흥분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봉인 마법 5방이 모조리 적중된 것.
인류의 대군 태반이 봉인되어서 꼼짝달싹도 못하게 되었다.
물론 봉인된 상태에서는 피해 또한 받지 않지만, 문제는 진형(陣形)이었다.
이신은 일단 봉인되지 않은 잔여 병력을 모두 처치했다.
그리고 봉인된 병력을 빙 둘러싼 채 봉인이 풀리기를 기다렸다 .
봉인이 풀리자마자 이어진 것은 희대의 대학살!
이신은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고 한 타 싸움에서 상대를 괴멸시킨 엄청난 전과를 거두었다.
-역시 카이저입니다. 최고의 명장면은 지난번에 니노와의 대결에서 선보였던 신의 드롭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이래서 카이저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고의 실력과 팬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화려함을 겸비했어요!
타고난 스타성!
이신의 주가를 다시 한 번 드높여준 명경기가 되었다.
졸지에 명경기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폴란드 선수였지만, 그는 오히려 영광이었다면서 이신에게 악수를 청하고 사진도 함께 찍어 갔다.
“역시 세상은 불공평해. 겨우 그 정도 쩌리를 잡았는데도 칭송을 받고!”
박영호는 궁상맞게 투덜거렸다.
한순간에 모든 관련 커뮤니티가 이신 이야기로 가득 채워지자 질투가 난 것!
박영호는 니노를 잡고 전문가에게 어필했지만, 이신의 플레이는 팬에게 어필했다. 그 차이일 뿐이었지만 엔터테인먼트성이 중요한 e스포츠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한편, 신지호는 영국의 스타 알렉산더 스테인을 만나 치열한 대전을 펼쳤다.
두 사람은 서로의 확장 기지를 공격해 자원 공급을 방해하며, 함께 굶주리는 피 말리는 전쟁을 치렀다.
철벽같은 방어로 무너져도 금세 복원해 버리는 신지호.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멋지게 도망 다니며 절묘한 견제 플레이로 반격하는 알렉산더 스테인.
끝내 승자는 2-1 스코어로 신지호의 차지가 되었다.
“역시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승자입니다.”
피 말리는 대전 끝에 녹초가 된 신지호가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었다.
“와, 진짜 오진다. 저 형도 고집이 있어.”
박영호의 말에 이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자기 스타일을 완전히 확립한 모양이군.”
원래도 이신을 까다롭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상대였던 신지호였지만, 이제는 더 힘든 상대가 될 듯했다.
아무튼 세계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알렉산더 스테인을 꺾은 후로, 신지호의 주가는 치솟기 시작했다.
이런 선수가 있었냐며 세계 강팀들이 쌍성전자에 오퍼를 넣는 일이 많아졌다.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를 가리는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전 16강.
그 16강에 한국 선수 셋이 모두 진출하자 한국은 축제 분위기였다.
특히나 이신, 박영호와 함께 신지호 또한 우승후보로 세계적인 전문 매체에 소개되자 더더욱 신이 난 네티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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